소설리스트

드래곤의 마법사-2화 (2/247)

1장 드래곤의 골칫거리 마법사 등장

?뭐 땜시 소집이야.?

?몰라. 나도 로그런 대륙에서 한참 꿈꾸고 있다가 갑자기 드래곤 로드의 소집이 있다고 해

서 온 거니까.?

?아! 올해 들어서만 3번째 소집이야. 이번 해만큼 소집이 많은 해는 드물 거야.?

?저번에 있었던 소집이 아직 세 달도 다 안 지났는데. 이렇게 부지런한 거 보면 난 아마

드래곤이 아닐까 싶다.?

?그러게 말야.?

그레이스 대륙에서 가장 거대하다고 알려져 있는 제일의 산맥 하그레스. 이곳은 그 커다란

산맥의 위용과 더불어 한 가지 알려져 있는 사실이 더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대륙 전체에

서 가장 많은 드래곤 레어의 숫자가 존재하는 산맥이라는 것이다. 이곳에는 대륙의 모든 드

래곤들의 수장이라는 드래곤 로드 골드 드래곤 이스타나스와 유일한 에이션트 드래곤인 그

린 드래곤 프로란스가 있는 곳이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이곳 하그레스 산맥은 대륙에서 유

일하게 인간들의 싸움이 없는 유일한 국경 지대로 남아 있을 수 있었지만 이 일 년 간 이

산맥은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나태하기 그지없는 드래곤들. 그 드래곤에게 백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로드의 드래곤

소집이 이 일 년에만 세 번이나 있었다는 것은 드래곤의 역사상 전후무후한 일이었기 때문

이다.

드래곤 로드의 레어 안에는 인간이나 인간형의 몬스터들로 폴리모프한 백여 명(?)의 드래곤

들이 여기저기 모여, 단상에 서 있는 금발의 중년인 모습에 단출한 여행복을 하고 있는 드

래곤 로드와 초록색 머리에 계절에 맞지 않게 조금은 얇은 녹색의 엘프 옷을 입고 있는 여

인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하고 있는 에이션트 드래곤인 프로란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스타나스, 이번엔 또 무슨 일인가??

붉은 머리의 걸출한 외모를 가진 남자. 그런 모습에 어울리지 않게 투박한 모양의 언밸런스

한 체인메일과 투 핸디드 소드를 들고 용병 전사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하고 있는 레드 드래

곤의 수장인 하그가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며 물었다. 하그와 이스타나스는 거의 비슷한 나

이로 평상시에는 둘도 없는 친한 친구로 지내지만, 이 시간 평소에도 성격이 급하기로 소문

난 하그는 분을 참지 못하는 모습으로 친구인 드래곤 로드 이스타나스에게 따지고 있었다.

사실 그의 이런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그는 백 년 간의 유희를 마치고 잠을 자기 위해 레어 안에서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었는

데 드래곤 로드의 소집이라는 것을 듣게 된 것이다.

화를 참으며 하던 일을 멈춘 하그는 주먹을 쥐며 하그레스까지 날아온 것이다.

성질 급한 레드 드래곤답게 드래곤 로드에게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소집을 했단 말

이 튀어나올 시에는 가차없이 화염의 브레스라도 뿜을 기세로 눈을 부라리고 있었고, 그런

모습에 드래곤 로드 이스타나스는 아무리 친구라도 화낼 만도 하지만 하그의 기분을 이해하

는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라고 귀찮은 소집을 하고 싶어서 했겠는가? 자네도 알다시피 이번 해에만 소집을 두 번

이나 했는데.?

?딴 말 필요없어! 소집을 한 이유나 말하라고!!?

그 말에 드래곤 로드는 고개를 더 숙이며 힘없이 말했다. 그가 소집을 한 이유를 밝혔을 때

하그에게서 나올 행동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안하네만 이번에도 저번 두 번과 같은 이유네.?

?뭐야!?

드래곤 로드인 이스타나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레드 드래곤 하그는 당장이라도 레어를 뒤집

어엎을 모양을 했는데, 이러한 모습은 다른 드래곤 역시 과히 다르지는 않았다. 어떤 이는

애꿎은 벽에 주먹질을 하고 있었고, 어떤 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온몸을 떨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드래곤들은 무엇인가에 지친 듯한지 탄식을 하며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젠장.?

?어쩐지, 요 근래 세 달 동안 조용하더라니만.?

?그놈에게 조용히 있으라고 하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지.?

?아! 어느 시대의 드래곤들이 지금 우리와 같은 고민에 싸여 있겠는가.?

레어 안의 드래곤들은 모두 자신이 드래곤인 것을 후회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성질 급한

레드 드래곤의 일족들은 화가 머리끝까지 난 채 동굴 벽을 부수며 흥분을 삭이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인간 놈.?

하그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는지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다가 주변에 있는 다른 드래곤들을

밀치며 등에 매여져 있던 투 핸디드 소드를 뽑아 들고 소리쳤다.

?내가 죽든지 그놈이 죽든지 결정을 보겠다. 이스타나스! 놈의 위치가 어딘가!!?

평소에는 성질 급한 그가 날뛸 성싶으면 주변에 있던 드래곤들이 말리기라도 했지만 지금은

하그가 당장 뛰쳐나갈 기세를 보임에도 다른 드래곤들은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

일 뿐 말릴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당황한 이스타나스가 손을 내저으며 말

했다.

?그만두게나. 아직 그놈이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저지른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이스타나스의 말에 하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놈이 일을 저지르지 않았는데

왜 소집을 했단 말인가?

?그럼 왜 소집을 한 건데??

하그의 물음에 이스타나스는 준비라도 했다는 듯이 마법으로 지도를 이공간에서 꺼낸 뒤 자

신의 서 있는 레어의 단상 쪽 벽에 붙였다.

그가 꺼낸 지도는 사라토 산맥 주변의 지도였다.

?사라토 산맥의 지도가 아닙니까??

지혜의 골드 드래곤 중에서 가장 뛰어나 차대의 드래곤 로드로 지목받고 있는 780살의 드래

곤 하베이스가 로드가 꺼낸 지도를 보곤 말했다.

?맞네. 이곳은 일족의 유일한 헤츨링인 로노와르의 레어가 있는 곳이기도 하지.?

?그런데 그곳의 지도는 왜 보여주는 겁니까??

한 드래곤의 물음이 들리자 이스타나스는 헛기침을 잠시 하고는 막대기를 들어 사라토 산맥

의 남쪽에 위치한 평야을 가리키며 말했다.

?현재 사라토 산맥 남쪽에 위치한 이로안 평야을 중심으로 군사들이 북쪽을 향해 연합진을

치고 있지요. 그들에 대해서 말하면 현재 인간의 나라 중 가장 큰 제국으로 알려져 있는 로

아냐드 제국의 기사단은 물론 마족 최강의 군대라는 암흑의 황태자 루덴스의 마족군, 서엘

프 족의 정령군, 사라토 산맥 남부에 있는 마법 왕국의 마법병단 등으로 그 숫자가 무려 15

만 명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자 드래곤들은 멍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물론 인간의 군대는 15만이든 100만이든 드래곤들에게는 별문제가 될 것은 아니지만 상대는

인간뿐이 아닌 것이다.

나머지는 다 제쳐 두고라도 마령의 지배자인 암흑의 황태자 루덴스는 마계에서 내세운 지상

계의 마족의 지배자로 그가 이끄는 마족군은 절대 협상이란 것을 모르는 군대였기 때문이

다.

또 마족 자체는 다른 세력을 상당히 배척하는 존재인지라 혼자 싸우다 멸망할지라도 결코

다른 종족과 연합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그런 마족군이 인간은 물론 엘프들과 마법 왕국

의 마법사들과 연합해 진을 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재밌군.?

자비의 드래곤이라는 실버 드래곤 라인하드는 드래곤 로드의 설명을 듣고는 무슨 생각이 났

는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라인하드, 뭐 짚이는 거라도 있는가??

영문을 모르고 있는 하그가 묻자 라인하드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내가 뭐 아는 거라도 있겠는가, 나 역시 유희 중에 날아온 처진데.?

?근데 왜 웃는데.?

?별거 아니야. 난 세상이 창조되고 멸망하는 날까지 마족이 다른 세력과 연합하는 짓 같은

것은 절대로 없을 거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 녀석 하나 때문에 그 프라이드가 높기로 유명

한 마족까지 연합해서 한 사람의 적을 상대하게 되니 우습지 않겠는가.?

그 말에 하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네의 말에 동감이네. 나 역시 지금 당장이라도 저 연합군의 진형으로 날아가 그 녀석을

처리하고 싶으니까.?

?하하하, 그렇게 되면 정말 전 종족이 연합하게 되는구만.?

하그의 말이 끝나자 되받는 소리에 드래곤 레어 안에서는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

다.

?자, 조용히 좀 해주시오.?

이스타나스는 좌중은 진정시킨 뒤 헛기침을 한번 하고 말했다.

?인간들의 군대라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이번에는 녀석이 마족과 엘프까지 끌어들이는 바

람에 어쩔 수 없이 소집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대체 이번에는 뭔 일을 저지른 겁니까??

까만 머리의 드워프 모습을 하고 있는 블랙 드래곤 한스가 궁금한 듯이 묻자, 이스타나스는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포기하고는 일그러진 얼굴로 한숨을 쉬며 말했다.

?드래곤이 이렇게 한숨을 쉴 때가 많다니… 간단히 보고식으로 말하면, 로아냐드 황성 중

북 성인 황태자궁 붕괴, 로아냐드 제1재정 창고 붕괴, 서엘프 족 숲 중 상실의 숲 소실, 루

데스의 북부 마성 중 3개 성 붕괴, 하스타드 마법 탑 붕괴 등이 있습니다. 물론 언제나와 같

이 인명 손실은 하나도 없으나 황금으로 친다면 약 14조 골드 가량의 손실과 150년 정도의

시간적 손실이 있습니다.?

에이션트 드래곤의 브레스라면 물론 충분히 가능한 수치이기는 하지만 한 명의 인간이 일으

킨 재정 손실치고는 엄청난 수치의 손실인지라 드래곤들은 이스타나스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좀처럼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녀석은 원래 드래곤으로 태어나야 하는데 잘못 태어난 것이 아닐까??

?아니야. 드래곤으로도 평가할 수 없다고. 아마 녀석은 종족을 따로 분리해야 할걸? 녀석이

야말로 지상 최강의 종족일 테니까.?

?인간이 아닌 게지, 인간이 아니야.?

여기저기 수군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오자 레어 안은 순식간에 수군거리는 소리로 가득 차버

렸다.

?자, 조용히 하세요.?

이스타나스는 막대기로 단상을 몇 번 쳐 좌중의 눈을 집중시키고는 헛기침을 한 후 말했다.

?드래곤의 맹약상 언제나와 같이 녀석의 뒤처리는 우리 드래곤이 해결해야 하는데 만만치

않은 재정의 손실을 입은 녀석들인지라 조용히 처리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모든 드래곤들의 레어 안의 황금을 다 턴다고 해도 14조 골드가 될까??

?말도 안 되지. 레어 안의 황금을 녀석의 뒤처리로 써야 한다니… 난 한푼도 못 내!?

?자네 말에 나도 동감이네.?

?그냥 확 쓸어버리는 건 어때??

?인간들이야 그렇다쳐도 마족들은 어떻게 할 텐가? 마신 라스타의 대리자라는 루덴스만 해

도 우리 드래곤의 힘과 버금가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또 루덴스를 죽이면 뒤에 있는 마

왕이 가만히 있을 것 같은가??

?문제야, 문제…….?

여기저기 문제의 해결에 대한 대책이 터져 나왔지만 천성이 느려 터져 버린 드래곤인지라

몸으로 부딪치는 일 외의 생각은 그리 탐탁지 않았다.

?녀석을 모른 체하면 안 되겠나??

?드래곤의 신용이 걸려 있어.?

?최강의 종족이라는 드래곤이 약속을 깨뜨릴 수도 없고 큰일이군.?

사실 문제의 발단은 거기에 있었다. 녀석은 과거에 일족의 헤츨링 로노와르를 구해준 후 이

미 죽은 에이션트 골드 드래곤인 카뮤에게서 한 가지 약속을 받았다. 그것은 바로 그 자신

이 수명을 다할 때까지 저질러 놓은 일을 처리 좀 해달라고 한 것이었다. 인간의 문제야 무

슨 큰일이 있을까 하고 카뮤는 드래곤 전 종족의 도움을 약속했는데, 이건 어느 정도가 아

니었다.

처음의 몇 가지 일들은 카뮤가 혼자 처리한다고 했지만 점점 그 도가 심해지자 그는 다른

드래곤들에 부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든 드래곤들이 그의 뒤처리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던 것이다. 오죽하면 수명이 500살은 더 남은 카뮤는 과로사하고, 남은

드래곤들은 카뮤가 약속해 놓은 일을 처리하느라 이십 년 간 유희를 그만두어야 했겠는가.

?허참, 뭐가 문젭니까??

문제도 아니다라는 소리에 이스타나스의 시선은 물론 모든 드래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

는데, 당사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이스타나스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네 이놈, 루드웨어!!?

루드웨어. 인간은 물론 마족과 드래곤의 모든 종족 중에서 최강의 마법을 구사하는 자로 신

과 인간의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허무맹랑한 소문이 돌 만큼 그의 힘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

고 있었다.

물론 많은 인간들에게는 그의 능력이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가 저지른 수많은 악행

들은 모두 드래곤들에게 넘어갔고, 현재의 드래곤들은 역사상 가장 악한 종족이란 오명을

쓰고 있다.

자신이 지닌 막강한 마의 힘으로 세상을 구원한다고 헛소리는 치고 다니지만, 사실 세상의

구원에 관한 일은 눈곱만치도 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세상을 멸망시키려 하는 데 얼마간의

도움을 주었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일 수도 있었다.

?어떻게 왔는냐? 네놈은 사라토 산맥에서 종족 연합 군대와 대치하고 있을 텐데??

에이션트 그린 드래곤인 프로란스가 말하자 루드웨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앉아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연합군 구경을 하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보던 드래

곤의 날갯짓 소리가 들리더군요. 한두 마리가 아닌지라 또 소집인가 하고 로드의 레어 안으

로 텔레포트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모두 모여 있군요. 도대체 무슨 문젠데 소집입니까??

당사자인 루드웨어의 미소 띤 물음에 모든 드래곤들의 얼굴이 찡그려지고 하그를 비롯한 일

곱 명의 레드 드래곤들이 검을 뽑아 들고 루드웨어에게 달려가려고 하는 것을 다른 드래곤

들이 간신히 막고 있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막고는 싶지 않았지만 어찌 되었든 맹약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그를 죽일 시에는 용언을 잃

어야 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네놈이 저지른 일이 얼마나 큰 일인지 알고 있느냐?! 또 싸우려면 딴 데 가서나

놀 것이지, 왜 일족의 유일한 헤츨링의 레어 앞에서 쌈질을 하려 하는가?!?

프로란스의 말에 루드웨어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근처에 있는 바위에 앉아 주머니에서 빵을

꺼내 들고는 말했다.

?그깟 건물 몇 채 부서뜨린 게 대숩니까? 또 싸우다 보니 로노와르의 레어까지 이른 것을

낸들 어떡합니까??

루드웨어의 말이 끝난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레어의 한쪽 벽이 함몰되면서 누군가의 외

침이 터져 나왔다.

?건물도 건물 나름이지!!?

이스타나스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용언 마법을 써 레어의 벽을 허물어 버렸는데, 일

을 저지르고 난 후 레어 안이 먼지로 가득 차버리자 프로란스는 얼굴을 찡그리는 표정을 보

였고, 이스타나스는 자신의 잘못을 느끼곤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드래곤 로드라는 놈이 성질을 못 참기는… 쯧쯧.?

혀를 차던 프로란스는 다시 루드웨어에게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그래, 이번 일을 어떻게 할 게냐??

프로란스의 말에 루드웨어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하하하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실 여러 드래곤들의 얼굴을 한번 볼 겸해서 간단한

일루전 마법을 사용한 거니까요.?

?일루전??

루드웨어의 말에 프로란스는 알 수 없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예. 얼굴도 보고 싶고, 요즘 들어 최강의 종족이라는 드래곤들이 갱년기에 빠져 삶의 의욕

을 상실한 듯이 보이길래(물론 드래곤들이 삶의 의욕을 상실한 듯하게 보이는 것은 모두 루

드웨어의 활약 때문이다) 선물을 좀 준비했죠. 로노와르에게 보낸 편지에 썼을 텐데요??

?그건 읽었네만, 일루전이라니??

?대충 9서클 전체 마법의 변형입니다.?

?9서클??

?예. 전체적인 일루전을 건 거죠. 스케일을 조금 크게 했을까요? 아마 대륙의 모든 국가에

서 똑같은 환상을 겪고 있을 겁니다.?

루드웨어의 말이 끝나자 프로란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로아냐드와 마령들에게 있었던 건물 붕괴는 환상이란 말이군.?

?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어떤 클래스의 마법으로 대륙 전체의 생물들

을 속일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클래스의 문제가 아니라 마력의 문제 면에서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네는 그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말이 안 되죠.?

루드웨어의 말에 프로란스는 안색을 굳히며 말했다.

?그럼 왜 환상이라 했는가??

?글쎄요. 환상이라고 생각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닐까요??

?네 이놈!!?

프로란스도 이젠 이성을 잃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폴리모프를 풀었는데, 에이션트 드래곤

의 몸집이 레어 안에 차자 소집 레어 안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다른 드래곤의 비명 소리에 놀란 프로란스는 깜짝 놀라 다시 인간형으로 폴리모프했지만 이

미 일은 저지르고 난 후라 여기저기 뼈 부러진 드래곤의 신음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런…….?

프로란스가 미안한 표정으로 여기저기를 둘러보자 그것을 보고 있던 루드웨어는 웃음을 지

으며 말했다.

?어차피 드래곤이야 마법 생물이 아닙니까? 금방 고쳐지니 너무 미안해하지 마세요.?

?이놈이!!?

프로란스가 노려보자 루드웨어는 손으로 눈을 막는 척하며 말했다.

?아!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십시오. 사실 건물의 붕괴가 환상이 아니라 이로얀 평야에

주둔하고 있는 연합군만이 마법으로 만들어진 환상입니다.?

?뭐야?!?

엄밀히 말하면 연합군을 마법을 통한 환상으로 만들어 적을 속이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에이션트급인 프로란스는 연합군의 모습에서 마법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의

아해한 것이다.

?말도 안 돼! 블루 드래곤 래미언스와 다른 드래곤들이 전해준 소식은 그럼 또 뭐란 말인

가??

?아! 래미언스. 깜빡 잊었네요. 몇몇 드래곤들에게 심심해서 잠시 환각 마법을 걸었는데 풀

지 않고 그냥 내버려 뒀군요.?

그 말을 한 루드웨어는 쑥스러운 듯이 머리를 긁적였는데 인간의 일루션에 당해 버린 래미

언스와 소식을 전한 드래곤들은 레어 안의 피해자 드래곤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떡하랴? 보통 성인 드래곤보다 높은 서클의 마법사인 루드웨어가 건 일루션을 어

떻게 버틸 수 있겠는가.

?한데 어찌 내가 네놈이 말한 환각의 군대에 속을 수 있는가? 네 녀석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에이션트 드래곤인 나의 눈을 속일 수는 없을 터. 난 그 군대에게서 어떠한 일루션의

마법도 느끼지 못했단 말이다!?

?실사일 수도, 일루션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 순간 소집 레어 안에 엄청난 크기의 외눈 거인들이 밀어닥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드

래곤들은 마법을 사용해 외눈 거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사실 폴리모프를 풀고 브레스로 공격하는 것이 간단했으나 방금 전 프로란스의 몸에 깔린

적이 있는지라 아무도 감히 폴리모프를 풀지 못하고 있었다.

수많은 마법에 난사당한 외눈 거인들은 피를 흘리며 쓰러지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드래곤

들의 눈에서 외눈 거인들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뭐야??

?텔레포트한 거야??

?아까 그놈들은 어디서 나온 거야!!?

여기저기 어리둥절해하는 드래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루드웨어는 큰 소리로 웃고는 말

했다.

?하하하하, 이게 바로 제가 여러분들을 속인 일루션이지요. 이것이 신들의 거울이라 불리는

레비스의 힘입니다.?

?레비스??

창세기. 신들은 지상에 존재하고 있는 종족을 만들던 중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종족의 모습

과 크기를 확립할 필요를 느끼고 하나의 거울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레비스였다.

레비스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마력을 통해 거울에 입력하면 그 형상이 나타날 수 있

게 만들어졌는데, 그 형상의 존재가 실제와 같은 힘과 모습을 지녔기 때문에 모든 종족을

만들고 난 후 존재하지 않는 미궁에 거울을 보관하였다.

?신들의 거울 레비스는 존재하지 않는 미궁에 보관되어 있을 텐데??

존재하지 않는 미궁, 말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 미궁으로 신들의 보물 창고라 불리는 이 미

궁은 현실의 세계와 차원의 세계, 그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고 있는 미궁이었

다.

?예. 이 거울은 존재하지 않는 미궁에서 꺼내온 겁니다. 드래곤들의 선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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