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559화 (559/657)

< --  [명분과 실리]  -- >결국 필리핀 대통령은 명분만 고수하다가 심하게 나라 경제를 추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었다. 학생들의 시위가 거센 상황이라 미군을 다시 들어와 주둔하게 한다면 정권 퇴진 운동이 더 거세질까 걱정한 것이다.취업이 어렵고 살기가 힘들다고 살자고 하는 데모가 오히려 나라 살림살이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었다. 주가가 폭락하자 도망갔던 외국 자본가들이 다시 들어오려고 했다. 그러나 시위가 거세지자 다들 다른 투자처를 찾아 발길을 완전히 돌리고 있었다.최태욱은 늦게 터진 필리핀이 제일 호되게 상처를 입자 너무 한심해 보였다.“조언해줘도 모르니 답답해. 굶어 죽는 국민들 살리는 일에 무슨 체면이 있고 명분이 필요해. 힐러리 대통령에게 찾아가서 사정하면 돈을 준다고 알려줘도 저러니 더 고생해야 정신 차릴지 모르겠군.”이런 가운데 말레이시아 정부에서 필리핀 신문으로 보도된 기사를 보고 나름 분석했다. 분명 자신들을 향해 타이거 태공이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판단했다.회1/14 쪽등록일 : 13.03.13 00:01조회 : 1960/1969추천 : 76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5171

수상은 내각회의를 소집해 그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타이거 태공이 우리나라를 지칭하는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입헌군주제이고 하나의 당이 지금까지 집권해 정치적인 변수가 제일 적은 우리나라를 두고 투자 대상을 말한 것이 확실합니다.”그러자 내무 장관이 답하고 있었다.“그렇습니다. 하지만 태공이 요구하는 내용이 너무 엉뚱해 보여 쉽게 들어주기 곤란하다고 판단됩니다.”“태공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데 그렇습니까?”“제 짐작이지만 브루나이 왕국의 영토를 늘렸으면 해서 그런 발언을 했다고 봅니다. 전에도 그쪽 지역을 자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그래요? 확실합니까?”“예, 확실해 보입니다. 필리핀에서 탐사작업을 한다고 하지만 태공은 기다리고 있었다고 판단됩니다. 아시아에서 금융 위기가 닥친다는 것을 그는 미리 알고 있었던 겁니다.”2/14 쪽

브루나이 왕국의 영토는 육지가 둘로 나누어진 형태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중간에 말레이시아 영토가 있어 한쪽은 어쩔 수없이 국립공원으로 만들어 보호하고 있었다.“그것은 보다 정확하게 알 방법은 없을까요?”“제 생각에는 태국에 있는 민택수 은행장을 만나면 정확하게 알 것입니다. 태공은 분명 그를 앞세워 우리가 접촉하길 기다리는 겁니다.”“좋소. 그럼 한번 만나보기로 하죠. 그 토지는 광물도 없고 지하에 매장된 원유가 없고 나무도 이미 벌채를 거의 끝내 전혀 쓸모없는 토지니 팔수만 있으면 파는 것도 좋습니다.”수상은 의외로 영토 매각이라는 것을 아주 쉽게 결정하고 있었다. 물론 외환위기가 닥친 비상 상황도 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대부분 실리를 추구하기 때문에 명분은 이후에 생각할 일이었다. 그래서 아시아 국가에서는 유일할 정도로 큰 기복 없이 50년간 연간 5퍼센트 이상 지속적으로 경제성장을 해왔다.“그러기 전에 술탄께 먼저 말씀드리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3/14 쪽

“좋아요. 그런 일은 술탄이 먼저 아는 것이 좋지요. 거기서 나중에 거부하면 오히려 경제를 살리려다 망신만 당하고 오히려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말레이시아 연맹국은 입헌군주국이며 국가 원수는 군주로 9개 주가 5년에 한 번씩 술탄이 임명한다. 입헌군주제라 정부의 수장은 수상이다. 말레이시아는 민족과 문화가 다양하고 그 다양성이 정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국교는 이슬람교이지만, 헌법상 종교의 자유는 인정되고 있었다.최태욱이 욕심을 부리는 영토는 브루나이로는 필요할지 모르지만 말레이시아로는 사실 별로 이제 쓸모가 없는 토지다. 거기서 사는 인구도 불과 1만명 정도에 불과했다. 수상은 우선 술탄들을 만나 정황을 설명하고 적당한 가격만 받는다면 판매해도 좋다는 의견을 듣게 되었다.“감사합니다. 경제 위기를 벗어나자니 이 방법이 제일 좋아 보여서 하는 겁니다.”“수상이 고심해서 결정한 사실을 우리가 반대할 필요가 있겠소. 그러니 가4/14 쪽

격이나 후하게 받아 보시오.”“알겠습니다.”말레이시아의 경우 전에 싱가포르도 연맹에 속했지만 독립했다. 그러나 서로 상부상조해 발전하다가 보니 분리 독립해 더욱 발전을 가져와 말레이시아 경제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수상은 브루나이도 지금보다 더 나라의 영토가 커짐으로 인해 인구가 늘고 발전하면 보르네오 섬의 말레이시아 영토 지역도 덩달아 발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서로 간에 오해만 없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그렇습니다. 백호 사건이 조금 마음이 걸리지만 아무튼 브루나이 왕국으로는 싫지는 않을 겁니다.”그런데 이상한 것은 태공이 왜 굳이 브루나이를 택해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애쓰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이다. 내무 장관은 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5/14 쪽

“태공은 혹시 브루나이를 카리브 왕국처럼 만들 생각이 아닐까요? 어차피 파나마를 차지 못하자 카리브를 주변에 만든 것처럼 지부티도 수에즈 운하 대신 개발하고 있지 않습니까?”“그렇군. 교통 요지에 거점을 만드는 것이군.”말레이시아의 경제는 전통적으로 천연 자원에 거의 의존하고 있었다. 이번 금융대란이란 사태에 직면하고 보니 한계점에 달했다. 앞으로는 경제발전은 기술력 발전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그러니 이번에 닥친 외환위기를 최대한 빨리 벗어나고 새로운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자금이 있어야 하니 우선 토지를 매각해 자금부터 마련해 봅시다.”“알겠습니다.”수상은 급하게 방콕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가 방콕으로 떠나는 동시에 이를 감지한 최태욱은 바로 방콕에 있는 민택수에게 지시했다.“말레이시아 수상이 방콕으로 가니 내가 말한 토지에 대해 구입 협상을 해보고록 해요.”6/14 쪽

“넷!”영토가 무슨 돈거래로 가능하냐고 생각하겠지만 최태욱은 이미 카리브에서 협상해서 왕국을 건설했기 때문에 이런 발상을 하는 것이다.최태욱은 한국이나 브루나이나 별로 상관도 없는 유물을 해저에서 발굴하자 장기보 선장에게 지시했다.“선장님, 수송헬기를 타고 사서 팔라완 섬의 자치단체장을 애틀랜타 호로 데리고 오세요. 해저에서 인양한 유물을 기증할 것이니 인수해 가라고요.”“모두 인계하나요.”“선원들이 기념으로 가지고 싶은 것은 챙기세요. 그리고 애틀랜타 호에도 소규모 전시실을 만들거니 규모가 작은 유물 몇 개 남기고요.”“알겠습니다.”   별 볼일 없는 유물이란 없는 법이지만 최태욱은 더 큰 것을 노리고 선심을 쓰기로 한 것이다. 자신이야 네덜란드 왕실에 있던 믿을 만한 자료로 쉽게 7/14 쪽

해저 유물을 찾았다. 하지만 대부분 해저 유물은 주변에 사는 어민들이 전하는 말로 찾게 된다.“선심 좀 쓰면 사기꾼도 슬며시 돈을 먹어 보자고 덤비겠지만 진짜 보물선이 침몰한 목격자도 나타날 수 있으니 해보자고.”인도네시아나 필리핀은 섬으로 구성된 나라다. 한때 유럽 열강들의 해적선이 무수히 활동하던 지역이다. 그러니 당시에는 그저 그런 평범한 물건도 세월이 100년 이상 지났으니 귀한 보물이 될 수 있다. 그런 귀한 유물들을 실은 평범한 선박도 인양하면 좋은 사업이 될 수 있는 것이다.이제 통신이 발달해 인터넷도 널리 보급되고 드디어 고대하던 핸드폰 시대도 접어들었다. 그러니 최태욱은 애틀랜타 호에서 얼마든지 사업하고 군대도 지휘할 수 있었다.‘답답하게 커다란 궁전 안에서 시녀나 시종들 틈에 끼어 억지로 폼 잡고 불편하게 사는 것 보다 이게 오히려 자유스럽고 편해.’자신이야 편하겠지만 사실 가족들은 별로 좋은 현상은 아니다. 최태욱은 본시 이른 나이에 독립해서 살고 있기 때문에 가족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조금 모르고 있었다.     어차피 여기서 일이 마무리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최태욱은 에이트에게 지8/14 쪽

시했다.“에이트, 허접한 보약이라도 만들어 보자.”“넷!”“세이커 매를 가동해.”“알겠습니다.” 한국에서 일부러 가져와야 하는 홍삼이나 인삼 그리고 기타 약초가 없다. 현지에서 나오는 약초로 보약을 만들려다 보니 허접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덩치 큰 돌고래에게 먹이다 보니 보약이 금방 떨어지고 있었다.‘이래서 산 짐승은 함부로 키우는 게 아닌데.’최태욱이 박숙 섬에 상륙해 가짜 붉은 환인 보약을 만드는 동안. 태국의 방콕에서는 방대한 토지에 대한 거래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방콕 호텔로 말레이시아의 수상과 내무 장관이 찾아왔다.9/14 쪽

“어서 오세요.”“처음 만나는군요. 은행장님의 명성은 많이 들었습니다.”“명성이라뇨. 악명만 높지요.”민택수가 이렇게 답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은행에서 대출해 주고 상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기업은 단 하루도 봐주지 않고 부도 처리해 회사를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고 있었다. 그래서 기업가들 사이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은행가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피닉스 은행에서 돈을 빌려 써야하는 기업가들이야 미칠 노릇이다. 하지만 돈을 예탁하는 재력가들로는 이런 민택수의 행동이 오히려 믿음직한 것이다. 그래서 피닉스 은행은 악마의 성 같다는 악명도 높지만 자금이 몰려들어 초대형 은행으로 성장하고 있었다.소파에 앉은 세 사람은 가볍게 먼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어떻게 오셨죠?”공연히 변죽만 울리다가 보면 귀중한 시간만 소모한다고 생각한 수상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10/14 쪽

“나라가 살림이 어려워 땅을 파려고 왔습니다.”“그래요? 수상께서 저를 직접 찾아 온 것을 보니 큰 토지인 모양입니다.”“예! 조금 큰 토지라 사실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한번 어떤 토지인지 보고 싶군요.”이후 세 사람은 소파에서 앉아 지루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곳에 사는 주민들은 본인이 원하면 모두 브루나이 국민으로 받아주는 조건은 쉽게 타결되었다. 그리고 경계도 쉽게 결정되고 최종 매입하는 곳은 브루나이 왕국이라는 것도 협의되었다.가격협상이 진행되자 민택수는 현재 거래되는 시세대로 구입을 원하고 말레이시아는 영토를 파는 것이니 웃돈을 더 놓으라고 요구하고 있었다.“10억불은 너무 많은 금액입니다. 우린 5억불도 많다고 봅니다.”   틀린 토지가격 평가가 아니다. 그러나 방대한 영토를 그저 시세대로 판매하면 국민들의 비난을 받을 염려가 많았다. 그러니 내무 장관이 나서서 사11/14 쪽

정하고 있었다.“은행장님, 기왕에 사주시는 것 조금만 더 후하게 사시죠.”“저는 은행가지 정치인이 아닙니다. 이 토지를 사서 다시 되팔아야하니 저도 이득금이 있어야 합니다.”“뭐요? 브루나이 정부에서 사는 것이 아닙니까?”“영토로야 그쪽에 속하지만 토지 소유야 국유지가 아니고 개인 소유니 하는 말이죠.”최태욱이 직접 나서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은행가인 민택수가 나서면 정확하게 시세대로 살 수 있지만 자신이 나서면 그렇게 하기가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결국 밀고 잡아당기는 협상 끝에 6억불을 주고 방대한 토지를 사게 되었다. 매각 서류에 사인하고 나자 민택수는 만족하지 못하고 투덜거리고 있었다.     “이거, 내가 쓸모도 없는 토지를 너무 비싸게 사서 어떨지 모르겠군요.”12/14 쪽

먼저 이렇게 말하고 나자 이제는 숨길 것 없다는 듯이 말했다.“여긴 도로만 내고 방치할 땅입니다. 그러니 비싸게 산거죠.”“그런가요?”“아마 브루나이 왕국에서 도로를 내며 정부에서 토지를 수용이나 하면 모를까 이런 쓸모없는 토지를 사겠다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하긴 나무도 모조리 벌목해 겨우 묘목만 심어 놓은 토지다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수상이 찾아온 이유는 토지의 매각도 있지만 자금을 빌리러 왔기 때문에 그에 대해 요구했다.“태공께 말씀 드려 20억불을 보내 줬으면 합니다.”“그건 어렵습니다. 태공께서는 저에게 10억불을 들여 쿠알라룸푸르에 피닉스 은행의 지점을 내라고 지시했어요. 그래서 기업들에게 달러로 대출해주면 된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제가 은행장 직권으로 10억불은 더 말레이시아 지점으로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추가로 왕실에서 보유 중인 여유자금들이 들어오게 될 겁니다.”  13/14 쪽

민택수가 이렇게 시원스럽게 지원방식에 대해 말하자 수상은 급하게 내무 장관에게 지시했다.“재무장관에게 연락해 국제통화기금의 자금 지원 요청을 취소하라고 해요.”“넷!”국제통화기금의 자금을 사용하면 여러 가지 제약에 걸려 많은 문제점이 생긴다. 그러니 그 자금을 사용하지 않고 견디는 방법이 있다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특히 아시아에서 요청한 구제금융 지원 조건은 세계에서도 제일 나쁘다.14/14 쪽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