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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439화 (439/657)
  • < --  [강대국의 위상]  -- >항구도시인 안트베르펜은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었다. 많은 부가 도시로 집중되자 자연스럽게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고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고 있었다.외형적인 변화도 많았지만 도심 곳곳에는 각종 문화 시설들이 들어서고 있었다.우크라이나에서 많은 곡물 거래를 하고 안트베르펜으로 돌아온 최태욱은 도심 중앙에 있는 대궁전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리무진을 타고 천천히 거리를 이동해가며 살피고 있었다.‘강남이나 명동보다 더 복잡하고 화려하군.’유난히 외모가 뛰어난 젊은이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차림들은 보아 여행객으로 보이지는 않고 외모가 본시 이 도시에서 살던 청년들과는 조금 달랐다.최태욱은 이런 점이 약간 이상해서 의문을 표했다.   “거리에 유독 젊은이들이 많아졌군요. 외국출신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많아졌어요.”최태욱이 이렇게 의문을 표하자 트레블도 거리를 지나가는 많은 청년들을 보며 동조했다.회1/13 쪽등록일 : 13.01.30 13:16조회 : 3164/3178추천 : 88평점 :선호작품 : 4979(비허용)

    “그렇군요. 그사이 도시의 분위기가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전에는 차분해 보이더니 젊은이가 많아져 활기차 보이기도 하지만 약간은 들뜬 분위기고요.” “어째 전과는 느낌이 전혀 다르군요.”“저도 그렇게 생각됩니다.”최태욱이 대궁전 안으로 들어가자 현관에서 네브소냐 비서실장이 서서 기다리다가 매우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태공, 폐하는 서재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실장님, 그간 별 일이 없었나요?”“넷! 모두 편안하십니다.”“아프다는 다비흐 왕자는 건강하고요?”“왕세자님도 아주 건강하십니다.”2/13 쪽

    최태욱은 2층에 있는 피닉스 여왕이 있다는 서재로 올라가며 실내인 복도를 살피고 있었다. 대궁전의 실내에는 수많은 조각품들이나 고가의 그림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처음 이곳 왕궁으로 이전할 때는 단조롭던 실내장식이 점차 변화하고 있었다. 유명한 화가나 조각가들의 작품들로 왕궁의 실내와 실외에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었다.                 ‘치장에 유독 신경을 쓴 것 같군.’실내 장식에서 유달리 황금으로 도금한 장식품들이 많아진 것을 보며 최태욱은 슬며시 네브소냐에게 물었다.“황금으로 만든 장식품들이 많아졌군요.”“예, 대부분 귀족들이 왕실에 선물로 기부한 황금 조각상들이 많아져서 그렇습니다.”부의 상징이라고 부르는 황금으로 왕궁을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치장하는 모습이다. 사치하는 것은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 최태욱은 조용히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너무 치장하는 것을 좋아하다보면 나중에 문제가 생깁니다. 비서실장께서는 이런 식의 고급스러운 치장을 앞으로는 삼가도록 조치하세요.”3/13 쪽

    “알겠습니다. 앞으로 자중하도록 하겠습니다.”대부분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피닉스 여왕도 나라가 점차 강대국으로 변하자 같이 변하고 있었다. 검소해 보이던 전과는 달리 왕궁을 보다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꾸미기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직접 나서서 이런 치장에 왕실자금을 소비하지는 않고 있었다. 전에는 귀족들이 보내 준다는 고가의 예술품들을 거절했으나 요즈음에는 별로 사양하지 않고 있었다.귀족들이 왕실에 귀중한 예술품들이나 고가의 장식품을 바치는 이유야 자신들의 안위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최태욱은 SGEU 그룹과 피닉스 투자회사를 통해 사업을 벌였다. 그로 인해 베네룩스 왕국의 보수 정치세력인 왕당파인 귀족들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 주었다.세계의 경제가 흔들리는 정도의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적절하게 주식이나 단기성 투자들을 통해 너무 손쉽게 큰 부를 이루었다. 구소련의 붕괴, 아랍의 이란이라크 전쟁, 카리브에 영토 확장, 리비아와의 전쟁 등 큰 변동이 있을 때마다 적절하게 투자를 했다. 미국의 뉴욕이나 유럽의 증권시장에 단기성으로 투자해 엄청난 부를 이루었다. 그런 와중에 중동의 오일 달러까지 흡수해 귀4/13 쪽

    족들이 하는 투자 사업은 엄청난 부를 이루었다.이를 잘 아는 최태욱은 네브소냐에게 조언하고 있었다.“실장님, 앞으로 귀족들이 쉽게 돈을 벌었다고 생각해 왕실로 바칠 돈이 있다고 하면 방법을 바꾸세요. 모두 사회사업으로 소모하라고 권하도록 하세요.”“알겠습니다.”세상이란 밝음이 강한 만큼 뒤에 가려진 그림자는 더 짓고 어두운 법이다. 그런 이치를 잘 아는 최태욱은 소외되어 힘들게 사는 사람을 도와주라고 강조하고 있었다.왕궁의 복도에는 늘씬한 미모의 시녀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최태욱에게 정중하게 인사하며 지나다니고 있었다.최태욱은 복도에서 만나는 여자들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뭔가 분위기가 달라졌어. 나를 알기는 알지만 모두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하고.’자신이 얼굴을 기억하는 시녀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또한 전보다 한 두 단계 위라고 평할 수 있는 미모인 여자들이 많아진 모습이라 약간 이상해서 물었다.“실장, 왕궁의 시녀들의 수가 늘고 전하고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군요.”5/13 쪽

    “태공, 시녀들은 대부분 동구권에서 이주민 출신이라 그렇습니다. 물론 중요한 보직이야 다르지만 단순한 노동력이 필요한 자리에는 이주민 출신을 많이 채용하고 있습니다.”본시 유럽에서도 가장 부자나라들로 알려진 베네룩스 왕국이다. 그런데 최태욱이 이곳으로 오고 난 이후에는 더욱 빠르게 고도성장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유럽의 동구권의 경제가 완전히 몰락하자 많은 사람들이 이주해오게 되었다.그러나 이주 조건은 매우 까다로웠다.때로는 주변국이나 세계인들이 비난도 있었지만 베네룩스의 이민 조건은 엄했다. 이주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을 소유하고 있거나 또한 고급기술에 해당하는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 또는 높은 학식을 지닌 사람 이외에는 이민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쉽게 이주가 가능한 업종은 의사, 학자, 고급기술숙련자들이다.최태욱은 2층의 복도에 서서 잠시 밖으로 시선을 돌려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왕실대학교를 지목하며 물었다.“왕실 대학교의 정원은 두 배로 늘렸다고요?”6/13 쪽

    “넷! 외국에서 안트베르펜으로 유학을 오는 대학생들이 많아서 그렇게 늘렸습니다. 또 의과대학이 신설되고 공과대학도 정원을 많이 늘려서 더욱 그렇고요.” “교수들도 이주민들이 많겠군요.”“그렇습니다. 그래서 쉽게 늘릴 수 있었습니다.”베네룩스 왕국의 수도인 안트베르펜은 이제 유럽의 교육, 문화의 중심도시로 변하고 있었다. 특히 의료나 과학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동구권 공산국가들에서 이주한 우수한 인문학자들이나 이공계의 학자가 몰려들었다. 자연히 그들을 수용해 활용하기 위해 대학교의 정원을 대폭 늘리는 조치를 했다.최태욱은 왕궁으로 오면서 보던 거리의 풍경이 떠올라 물었다.“그래서 거리에 유독 젊은이가 많았군요. 이주민들 같던데요.”“예, 그런 점도 많지만 거리에 젊은이들이 많은 이유는 다릅니다. 이민 신청자 중에 고교나 또는 대학교 졸업 학력에 신체 건강한 청소년의 경우는 1년 이내에 군복무를 하겠다는 조건이면 이민을 조금은 쉽게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자들도 군복무를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청년이나 처녀들이 입대 전에 대부분 안트베르펜에서 지내기 때문에 많아진 것입니다.”7/13 쪽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그것보다는 더 중요한 이유가 숨어 있었다. 베네룩스에서는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자 관광산업에 종사할 종업원을 대규모로 모집했다.거의 기본 체력과 외모로 선발되는 시험에 통과해 4년간 해당 업종에서 근무하면 시민권을 받게 된다. 힘든 군대를 가지 않아도 시민권을 받은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자 외모에 자신이 있다는 청년이나 처녀들이 떼로 몰려온 것이다.3개월의 여행 비자를 받아 입국하고 불법으로 장기 체류하는 경우가 많았다.네브소냐는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최태욱은 이내 밝음 뒤에 있는 어둠을 느낄 수 있었다.‘그런 방법의 이민이 자칫 크게 문제가 될 소지가 많군.’이런 생각을 하며 최태욱은 피닉스 여왕이 기다리는 서재로 들어갔다. 너무 오랜 만에 만난 부부라 그런지 조금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둘만의 시간을 가지라는 뜻으로 네브소냐가 서재에서 나가자 피닉스는 그제야 살며시 품에 안기며 속삭였다.8/13 쪽

    “태공, 보고 싶었어요.”“나도 그렇소. 이일 저일 챙기다 보니 조금 늦었어요. 다비흐의 생일에는 내가 같이 있으려고 했는데 약속을 어긴 것 같군요.”“크리스마스와 연말이라도 가족들이 모여 같이 보내면 된 거죠.”  최태욱은 서재의 대형 책상 위에 법령집이며 결재서류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모습을 보며 물었다.“웬 결재 서류가 저렇게 많은 거요? 총리가 다 하도록 놔두지.”“국정에 관한 서류가 아니에요. 왕실의 재산 관리 서류에요. 당신이 계속 방치하니 저와 네브소냐가 결정할 일들이 많아서 그래요.”“그렇군. 미안해요. 나는 밖으로 나가 일만 벌이고 당신이 다 수습했군요.”본시 베네룩스 왕실의 자금관리인은 최태욱이다. 하지만 그가 계속 외국에서 생활하다가 보니 피닉스 여왕이 직접 관리하다가 보니 생긴 업무들이다. 자신이 할 일은 아내에게 모두 떠넘긴 것 같아 최태욱은 서둘러 피닉스 여왕과 같이 서류들을 살피며 결재하고 있었다.      9/13 쪽

    대부분 왕실에서 소유한 농장들에서 올해 수익과 비용의 보고들이다. 서류를 살피며 결재하던 최태욱이 물었다.“대부분 농장에 연어 사육장을 만들었군요.”“예, 왕실에서 특별하게 할 사업도 없어 당신이 시작한 연어 방류 사업이나 확대해 보려고 해서 농장 수익금은 모두 그쪽에 투자하라고 했어요.”유럽인들은 유달리 연어를 좋아해 아마 그 사업에 전념하는 것 같았다. 최태욱은 왕실 농장이 베네룩스 이외에 다른 나라에도 많다는 것을 알고 약간 놀라며 물었다.“노르웨이나 덴마크 스웨덴에도 왕실 농장이 있군요.”“예, 모두 연어 치어들을 방류하는 농장입니다. 앞으로 독일이나 프랑스에도 방류하기에 적당한 농장이 매물로 나오면 더 확대해서 해볼 생각이에요.”이런 대화를 나누며 둘이 같이 결재하자 쉽게 끝나고 있었다. 해야 할 업무를 끝내고 나자 피닉스 여왕이 인터폰으로 연락했다.“실장, 결재한 서류 가져가고 나는 이제 퇴근하니 그렇게 알아.”10/13 쪽

    “넷!”이렇게 말은 했지만 피닉스는 서재를 떠나지 않고 최태욱에게 국정에 관해 물었다.“태공, 미국에서 우리에게 항공모함 보유를 권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죠?”“무슨 항공모함요?”“미국에서 건조 중인 니미츠 급 항공모함을 우리에게 인수하라고 권했어요. 힐러리 대통령이 저를 찾아와 직접 권하더군요.”“뭐요? 미국에서 왜 그런 제안을 우리에게 한다는 거요?”“그러야 이제 미국 혼자서 세계경찰 노릇하는 것이 국익에 손해라고 판단한 모양이죠. 그리고 항공모함을 팔면 자연히 거기에 적재할 항공기를 덤으로 팔게 되니 그런 점도 노린 것 같고요. 전투기나 기타 항공기 100대는 엄청난 거래라고 봅니다. 미국에서는 우리가 구소련의 항공모함 두 척을 인수하자 러시아제 함재기로 무장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자신이 들었던 정보와 약간 달라 급하게 물었다.11/13 쪽

    “그 항공모함은 수빅 만에서 해체해 한국에 고철로 판다고 하던데?”“그거야 처음 구매할 무렵에 나온 이야기죠. 지금 안트베르펜 조선소에서 한 척은 해체하고 한 척은 정상적으로 수리하고 있어요.”피닉스 여왕의 표정으로 보아 무척 사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니미츠 급 항공모함을 보유하려면 구입대금도 많지만 유지 관리비도 실로 어마어마했다.“왜 항공모함을 사려는 거요?”“지금으로는 강대국의 척도가 항공모함 보유에 있다고 봅니다. 물론 그것이 다는 아니지만 항공모함이란 상징성으로 인해 외교적으로 상당히 유리한 경우가 많아요. 특히 니미츠 급을 보유하면 미국 다음의 해군력을 지난 해양 강국이라는 것을 세계만방에 선포하는 일이고요.”최태욱은 피닉스 여왕의 눈에서 어떤 욕망이 이글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과 떨어져 있는 동안 전혀 다른 쪽에 집착을 모이는 것 같았다.  “국방부나 의회의 의견들은 어떻소?”“의회는 이런 사실을 아직은 모릅니다. 국방위원회 소속인 의원들만 알아요. 국방부12/13 쪽

    에서는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어요. 반드시 항공모함은 필요하고 미국에서 이런 제안을 아무 때 하는 것이 아니니 기회에 니미츠 급 항공모함 한 대를 인수해야 한다고 하고요.”힐러리 대통령이 진짜 무슨 생각으로 니미츠 급 항공모함을 넘긴다고 했는지는 정확하게 모른다. 하지만 최태욱의 판단에는 분명 그녀가 주창하는 미래의 적인 중국을 견제하는데 베네룩스를 이용할 구상이라는 점은 느낄 수 있었다.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다시 물었다.“어떤 조건의 판매라는 거요?”“인수 대금은 5년 분할이면 되고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국채를 일시에 구매해 달라는 조건입니다.”5년 분할 상환도 부담인데 거기에 상응하는 미국 국채를 일시적으로 사달라니 엄청난 자금을 소요하게 되는 국방력 강화사업을 권하는 것이다.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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