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402화 (402/657)
  • < --  [밀당의 효과]  -- >호주의 남부 해안인 빅터하퍼에서 머무는 최태욱은 전주 출신인 정대충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지냈다. 오늘도 전날과 같이 해변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정대충과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자네 이름이 왜 중요한지 아나?”“잘 모릅니다.”“사람이란 본시 자기최면이라는 것이 있어·······. 그래서 자꾸 반복해서 같은 말을 듣다가 보면 그것에 대해 뭔가 특별한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다네.”“아하! 그럴 수 있겠네요.”정대충은 그저 흘리듯이 자신의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자신의 이름이 정대충이라 이름 그대로 지금까지 대충대충 살았다고 했다. 또한 한때는 정씨라는 정감록에 깊이 빠져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최태욱의 이름풀이를 해주었다.“자네의 이름은 클 태(太)와 아침 해 욱(旭)이라 반드시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 회1/13 쪽등록일 : 13.01.17 11:14조회 : 3386/3402추천 : 78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9

    힘이 많이 생길 거네.”“그렇군요.”“한글로 표현하면 아마 성격이 때로는 욱하는 급한 경우도 가끔 나타나기도 하고.”“그런가요?”“어떤가? 자네 이름풀이가 마음에 드나? 내 이야기는 이렇게 사람이란 이름을 두고 뭔가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거야.”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정대충은 이름이 주는 의미에 대해 여러 각도로 설명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름을 바꾸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반드시 자신과 주변에 큰 화를 부른다는 것이다.“왜 그렇죠?”“이름을 바꾼다는 자체는 과거를 부정하고 싶은 이유 때문이야.”“과거를 숨기고 싶어 이름을 바꾼다고요?”2/13 쪽

    “그렇다네. 그러니 그런 사람은 쉽게 자신이나 남을 속이려고 한다네. 또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남의 과거까지 바꾸어 버리려는 형태의 삶을 산다는 거야.”이렇게 말하자 최태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꼭 그렇지는 않지만 어쩌면 남을 속이려는 생각이 들 때 이름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정대충은 다시 자세하게 설명했다.“자네 잘 생각을 해보게. 자신의 부모가 지어준 이름을 부정하는 사람의 머릿속에 뭐가 들었겠나? 인간이란 잘났건 못났건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부정한다는 자체는 패륜 일세. 설사 부모님이 세상에서 제일 흉악한 살인마라고 해도 함부로 이름을 바꾸려고 하면 안 되는 거야.”“그건 적어도 부모가 기본은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하시는 말씀이죠.”“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그저 인간이란 그 뿌리를 함부로 훼손하면 안 된다는 뜻이지. 세상을 살면서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을 바꾸면서 사는 사람은 상당히 조심해야 된다고 보면 돼.”“그렇군요.”정대충은 외국에서 홀로 살다가 보니 나름 다방면으로 책을 많이 보고 공부도 많이 3/13 쪽

    했다. 그래서 잡다한 학문을 두루 섭렵한 사람이었다. 그의 말대로 인생을 살면서 성격상 한 가지에 몰두하지 못해 이름 그대로 대충대충 살아서 그렇다는 것이다.          최태욱은 정대충 노인의 말에 모두 동조하지는 않지만 많은 부분에서 동감하고 있었다. 최태욱은 사실 이런 대화를 나눌만한 사람이 주변에 별로 없다가 보니 듣고 있었다.‘너무 깊이 빠지지만 않는다면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아.’최태욱은 인생을 오래 살고 부침이 많았던 정대충의 말을 들으며 느끼는 점이 많았다. 세상이란 어떤 삶이라도 오래 살았다는 것은 나름의 삶에 대한 지혜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양에서 성인으로 추앙하는 공자는 선비란 노인과 어린 애에게서 수시로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세상의 진리란 아주 사소한 평범함 속에서 열린 사고력이라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자네 열린 사고력이란 어떤 누구에게도 추종하지 않아야 되는 거야. 누가 누굴 추종한다는 것은 이미 한쪽 귀를 닫고 산다는 의미고. 그래서 종교나 사상에 너무 깊이 빠지면 그 사람의 지식수준이 얼마나 높던 그런 존재는 이미 반쪽짜리 인생을 사는 깡통이라는 거야. 그래서 그런 사람을 흔히 소리만 요란한 깡통이라고 하지.”4/13 쪽

    “그렇군요.”“내 말이 믿어지지 않으면 그런 사람들 잘 살펴보면 알게 될 거야. 세상은 요란한 사람이 이끄는 것 같아도 실재로는 그저 평범하고 말도 없이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끄는 법이라고.”“그건 저도 동감합니다. 사실 세상사란 평범함 속에 진리가 있으니까요.”“그걸 자네가 잘 명심해서 산다는 큰 오류 없이 살아갈 것이야. 특히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는 그것을 잊으면 안 되는 거지. 그런 면에서 북한 정권의 김일성은 스스로 위대한 신이 되길 원하니 그것만 봐도 싹수가 노랗다고 보는 거야.”경호원들과 휴가를 보내고 있는 최태욱은 노인과 대화만 나누고 지내지는 않았다. 요트를 빌려 인근에 있는 캥거루 섬에도 다녀오고 근처에서 있는 인공진주양식장도 다녀왔다. 농장이나 광산도 방문하고 이곳 호주에 설립한 사업체들을 돌아보았다. 모두 번창하고 있어 자신이 특별히 간섭할 필요는 없었다.이곳에서 생산되는 철광석이나 기타 광석 그리고 석탄은 모두 전남의 광양으로 보내지고 있었다.최태욱은 정대철이 장사를 나오지 않자 심심해서 오전 일찍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갔5/13 쪽

    다. 산호초가 많은 물속에 들어가 작살로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 여러 마리 물고기를 잡아 요트로 올라와 포를 떠서 먹고 있었다.같이 먹고 있던 트레블이 통신실로 갔다가 나와서 조심스럽게 보고했다.“태공, 카르로스 국방장관이 여기로 찾아온다고 합니다.”“그래요. 무슨 일로?”“태공의 결심을 받을 중요한 업무가 있답니다.”안보위원장이자 총사령관의 위치인 최태욱의 결심을 여기까지 찾아와 직접 받아야 할 업무라면 분명히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최태욱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뭔지는 말하지 않고요?”“예, 내용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스테판 외무장관도 같이 찾아온다니 직접 보고해야 할 중요한 업무 같습니다. 이제 방갈로로 돌아가셔야겠습니다.”“알았어요. 그렇게 하죠.” 6/13 쪽

    최태욱은 세상의 복잡한 일에 대해서 잊고 조용히 지내려고 했다. 그래서 일부러 뉴스나 외부 소식에 대해 듣거나 보지를 않고 있었다. 그가 휴가를 즐기는 동안 세계나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최태욱은 휴가를 보낼 경우에는 늘 이렇게 외부의 소식으로부터 벗어나서 행동하고 있었다.최태욱이 방갈로로 돌아와 잠시 쉬고 있는 동안 두 장관이 찾아왔다.“두 분께서 어떻게?”“같이 온 것은 아니고 우연히 동시에 호주로 볼일을 보기위해 왔습니다.”스테판 외무장관이 먼저 나서서 입을 열었다.“태공, 북한의 김일성이 며칠 전에 사망했습니다. 그래서 서해에 주둔중이 기동함대와 해병대는 지금 비상이 걸려 있습니다.”“그래요? 서해해전의 충격 때문에 뇌출혈로 쓰러졌다고 하더니 기어이 저 세상으로 떠나갔군요.”“그렇습니다.”7/13 쪽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보고하는 스테판과는 달리 최태욱은 그저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기억으로는 이때쯤 김일성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김일성은 조금 뒤에 사망하고 이렇게 약간의 시간적인 차이로 인해 세상은 많이 변하고 있었다. 아주 중요한 사건이라고 급하게 보고해도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자 스테판은 매우 놀라고 있었다.‘혹시 김일성 사망 소식을 이미 아시고 있었나? 트레블 실장은 내 말을 듣고 많이 놀라던데?’조금은 의외의 반응에 호들갑스럽게 보고한 자신이 오히려 요상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긴장했던 어떤 끈이 뚝 끊어지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사실 이런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단히 중요한 뉴스라고 보고해도 최태욱은 가끔 이미 아는 표정을 짓는 경우가 많았다. 그로인해 최태욱은 미묘한 카리스마가 풍길 때가 많았다.‘태공의 생각을 도통 알 수가 없어.’잠시 이런 생각을 하고 나자 스테판은 조심스럽게 자신이 찾아온 이유를 말했다.“태공, 덴마크에서 전군을 합동군으로 운영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8/13 쪽

    “뭐요? 영토도 떨어진 나라인데 합동군이라요?”“전에 우리나라가 하나로 합치기 전에 운용하던 방식을 따르겠다고 합니다. 일테면 중앙군과 지방군으로 나누는 식으로요.”최태욱은 이런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으며 다부진 목소리로 지시했다. “그건 덴마크 왕국이 잔머리를 굴려 수작을 부리는 겁니다. 그러니 그것은 안 되고 지금처럼 해군이나 통합군으로 운용하세요. 나는 여전히 덴마크 왕국을 별로 믿지 못하겠어요.”당연히 환영할 것이라고 판단했으나 의외로 완강하게 거절하니 너무 이상했다. 스테판은 급하게 추가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었다.“태공, 그렇다면 해군에 속한 해병대는 통합군으로 운용은 가능하죠?”“그야 그렇지요. 군정권은 지금처럼 그대로 두고 군령권만 통합군에서 가지는 형태라면 저는 해병대까지 통합하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습니다.”“알겠습니다. 그런 덴마크로 그렇게 통보하겠습니다.”  9/13 쪽

    최태욱이 이런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여전히 덴마크에는 자신을 싫어하는 군부의 원로들이 많다고 판단해서다. 공연히 실속도 없는 군대를 자신의 휘하에 둘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해외로 파병을 목적으로 양성중인 해병대만 통합군으로 속하게 해서 실속만 챙기기로 한 것이다.‘가방 크다고 공부 잘하는 것 아니야.’스테판은 이외에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몇 가지를 묻고 지침을 받고 있었다. 통상 외교문제는 피닉스 여왕이 챙기고 있지만 군사적인 문제와 결부된 외교문제가 많이 대두되어 최태욱의 지침을 받는 것이다. ‘피닉스가 자꾸만 나에게 의존하려고 하니 점점 내가 할 업무만 늘어나는군.’잠시 이런 생각을 하며 최태욱은 카르로스 국방장관을 보며 물었다.“장관께서는 무슨 일로?”“태공! 전에 전쟁을 대비해 원유 비축량을 늘리라는 지시를 완수했습니다.”“그래요? 200일의 분량을 비축했군요.”10/13 쪽

    “그렇습니다.” 리연전쟁이라고 불리는 북아프리카에서 벌어진 전쟁은 세계에 많은 파장을 불러왔다. 본시 자금력이 많은 베네룩스 왕국은 리비아에서 석유를 팔아달라는 계기를 적절하게 이용했다. 종전 비축량과 달리 원유 비축량을 무려 200일을 소모량까지 대폭 늘렸다.이렇게 원유비축량을 늘린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다.“이제 어디서 전쟁이 터져도 국내 석유가가 요동치는 일은 없겠군요.”“그렇습니다. 그래서 군에서 필요한 비축물량으로 충분하게 확보한 상태입니다.”“수고가 많았네요.”전쟁이나 혹은 천재지변으로 원유 수급에 차질이 있을 때를 대비해 내륙 깊숙한 곳의 지하 암반층에 비축장소를 만들어 저장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의도한 것인지 세계의 원유가는 종전과 같이 유지되고 있었다. 베네룩스의 이런 결정과 같이 한국도 원유비축기지에 똑 같이 200일 소모량을 비축하게 되었다. 두 나라 모두 이제 전보다 자금에 여유가 있어 하게 된 조치다.11/13 쪽

    최태욱이 이런 지시를 내린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환율 때문이다. 원화 가치와 피닉 화폐의 가치가 너무 올라 수출입에 문제가 생길까 여유자금을 그런 쪽으로 소모해 버린 것이다. 유연하게 대처한 채찍과 당근을 교대로 사용한 밀당 외교 지침으로 인해 베네룩스 왕국은 일본과도 활발하게 교류가 있었다. 그래서 베네룩스의 많은 자금이 일본으로 투입되고 있었다.카르로스는 호주로 찾아온 이유에 대해 말했다.“태공, 호주 정부에서 우리가 건조한 이지스 구축함과 프리키드 2척을 사겠다고 합니다.”“그래요? 전에 한국에서 함정을 산다는 것은 어떻게 하고요?”“그건 중간에 파기되었습니다. 미국에서 프리키드 함을 4척을 사왔습니다.”“그랬군요. 아무래도 미국의 프리키드 함이 믿음직해 보여 그랬던 모양이군요. 그런데 왜 이번에 생각을 바꾼 겁니까?”“그야 리연 전쟁으로 우리가 건조한 함정이 우수하다는 것을 알자 호주 정부도 생각12/13 쪽

    을 바꾼 겁니다.”호주에서 구매한다고 나선 이지스 구축함과 2척의 프리키드 함은 베네룩스 해군으로 인도될 함정들이다. 그동안 편제만 거창하게 해놓고 1함대와 2함대의 경우는 이지스 구축함이나 신형 프리키드 함은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그러니 해군력의 향상을 기대하는 최태욱이 허락해야 그 함정들을 호주 정부에게 팔수 있어 찾아온 것이다. 최태욱은 이미 주변 여건상 당분간은 전쟁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즉시 답해 주었다.“호주에서 제값을 준다면 파세요. 그리고 해군은 나중에 한국에서 건조된 함정들을 인수 받아도 충분해 보입니다.”“알겠습니다.”한국의 삼성, 대우. 현대 조선소에서는 이미 이지스 구축함 2척 그리고 프리키드 4척씩 건조하고 있으니 그 함정들로 무장하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그리고 이런 결정에는 아주 중요한 비밀이 숨어 있었다. 미국과 한국 그리고 베네룩스는 세계를 상대로 묘한 무기 장사를 하고 있었다. 이미 더 우수한 새로운 이지스 시스템을 개발해 함정을 건조면서 이를 우방국들에게도 모조리 비밀에 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미국이나 베네룩스는 세계를 상대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 밀당 외교를 펼치고 있었다.     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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