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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41화 (41/657)
  • < --  [여스승과 남제자]  -- >□□대학교에서 서예 전시회 이후······. 최태욱은 중어중문과 담당 교수에게서 특별히 유화로 그림을 그려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림은 그저 평범한 풍경화나 정물화를 그려 주면 그 교수는 자신의 딸이 결혼할 때 혼수품으로 쓴다는 것이다.아무래도 학점 관리나 편한 대학교 생활을 하려면 그런 정도의 부탁은 들어줘야 할 것 같았다. ‘가진 것이 그림 그리는 재주뿐이니 해줘야지.’세상은 혼자서는 살기 힘드니 남들이 부탁하면 어지간하면 들어주며 살 생각이다. 그림보다는 서예가 쓰기가 편하니 그쪽 방면으로 더 많이 베풀고 있었다.며칠 후 한희정이 사용하던 방으로 4명의 남자들이 들어와 입주했다.최태욱은 하숙집이 비었으니 하숙한다는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산동반점의 며느리들에게 부탁했다. 중국집이라 학생들이 자주 오기 때문에 하게 되었다.그러자 배달하는 17세 가량의 남자와 또래인 남자가 다른 30대 초반의 남자 두 사람이 동시에 들어 왔다.회1/16 쪽등록일 : 12.09.15 00:07조회 : 2809/2816추천 : 24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1915“산동반점 소개로 왔어요.”“그래요. 어서 오세요.”수입이 줄어 걱정이던 할머니의 걱정은 단번에 해소되었다. 두 명의 어린 청년은 모두 산동 반점에서 배달 업무만 하고 시간이 나면 쿵푸교실에서 무술수련하며 지내고 있다.나머지 두 명의 청년은 뭐를 하는지 하루 종일 집에만 있거나 때로는 검은 승용차를 타고 최태욱의 뒤를 따라 다니고 있었다.이들은 천인교의 총단 총호법인 왕치영 수하들이다. 이제 박동훈 교주가 죽으면 차기 교주를 해야 하는 최태욱을 보호하기 위해 파견된 경호원들이다.보다 엄밀하게 말하면 17세 소년들도 경호원으로 하숙집에서 같이 사는 것이다. 표면적으로야 자영업을 한다고 말들은 하고 있었다. 그들은 가끔 커다란 보따리를 하숙집에 가지고 와서 방안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호기심이 생긴 오영자가 문이 열렸을 때 방안을 바라보다 매우 놀랐다.“아니, 자영업을 한다는 사람들이 방안에서 인형 안에 솜이나 넣고 있다니.”아무튼 기도 안차는 일이다. 오영자는 즉시 할머니에게 가서 작은 목소리로 토설했다.2/16 쪽“할머니,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모두 방에서 인형 속에 솜을 넣고 있네요.”“그러냐? 이상하구나.”그들은 이런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구슬을 실로 끼어 목걸이 만드는 작업도 하고 있었다. 최태욱도 처음에는 몰랐으나 가만히 생각하니 이들이 모두 자기 주변에 포진한 근접경호원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이제 한희정이 가끔은 할머니로 보이는 탓에 최태욱은 그녀의 자취방으로 자주가지는 않았다.한희정이 퇴근하며 체육관으로 연락해 밥을 같이 먹자고 하면 그제야 자취방으로 찾아가는 정도다. 이러니 한희정이 작심하고 시작한 2차로 추진한 연애프로젝트는 성과가 전혀 없는 꼴이 되어 버렸다.○○대학교 중문과 강의실과 인접한 학교 정원의 분수대 주변······. 많은 여학생들이 최태욱의 주위에 모여 있었다.“호! 호!”“그림은 그냥 마음 가는 데로 그리면 되는 거야.”3/16 쪽

    “그게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아요. 그러니 선배님이 방법을 조금만 알려주세요.”여학생은 미술과 1학년으로 예쁘게 생긴 얼굴이다. 그러자 이미영이 그 여학생에게 다소 거칠게 나무랬다.“너는 그림도 잘 그리면서 선배를 귀찮게 하냐?”“어머, 언니는 매일 같이 태욱 오빠에게 그림 그리는 것 배우면서 왜 우리는 그것을 못하게 하시는 거예요.”여전히 미술과의 이미영과 친하게 지내는 최태욱은 학교생활 중에 시간만 나면 이곳에서 만나 그림을 돌봐 주고 있었다.미술과 여학생 두 명이 합류하더니 이제는 거의 매일 같이 시간만 나면 이곳에서 그림을 그렸다.   4년제인 대학교라 저학년은 수체화로 풍경화 그림을 그려 교수에게 제출해야 한다. 미술과 여학생들이 10여명은 항상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최태욱은 별 생각이 없이 여학생들이 그림 그리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하면 조금씩 지도해 주기도 하며 이곳 주변에서 주로 쉬고 있었다.여자들이 자기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자 최태욱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벤치로 가서 앉아 작은 녹음기의 테이프를 틀었다.4/16 쪽이런 최태욱에게 두 명의 건장한 남학생이 접근했다.“어이! 짱깨!”분명히 중어중문과를 다니는 최태욱을 칭하는 저속어다. 하지만 최태욱은 모른 척 그대로 중국어 회화만 듣고 있었다.이들은 체육과의 학생들로 태권도로 인해 입학한 대학 3학년이다.옆으로 다가 온 남학생들은 건들거리는 자세로 앉아 있는 최태욱을 발로 툭툭 차는 것이다.“어이! 사람이 불렀으면 대답해야지.” 두 명의 남학생들은 지금 최태욱에게 시비를 걸고 있다. 미술과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은 최태욱에게 불만이 많아서 취하는 행동이다.자기들과 미팅도 하고 사귀던 미술과 여학생들이 이제 더 이상 만나기를 거절하고 그림공부나 열심히 한다고 하며 결별을 선언했다. 그래서 알아보니 최태욱에게 관심이 많아져 그랬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되자 오늘 마침 토요일이라 작심하고 시비를 걸어 보고 있었다.“왜 그러냐?”5/16 쪽“이 자식이 혀가 꼬부라졌나 형님들에게 반말하네.”“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그만 두자.”“너, 소문에 운동도 잘하고 싸움도 잘한다던데. 어때 우리 정식으로 한판 할래?”최태욱은 순순히 물러갈 기미가 안보이자 슬며시 일어났다. 두 남학생 앞에 서는 동시. 바로 앞 녀석의 낭심을 가볍게 올려 찼다.퍽! “컥!”동시에 옆차기로 방심한 자세로 담배를 물고 있던 녀석의 머리통을 차버렸다.퍽! “컥!”다른 소리는 없이 단 두 방에 두 명의 남학생을 모두 땅 바닥으로 패 둥글려 버렸다.“조심해. 싸우려면 상대를 알고 시비 걸어.” 6/16 쪽최태욱은 땅에 쓰러진 두 남학생에게 이렇게 외치고 멀어지고 있었다. 주변에 있던 많은 학생들은 얼이 빠져서 바라보는 상태에서 천천히 걸어 강의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우르르!그가 강의실에 사라진 다음에야 학생들이 쓰러진 두 명에게 달려와 살펴보고 있었다. 한명은 고통스러워서 사타구니를 잡고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낑낑거리고 있었다. 얼굴을 얻어맞은 학생은 드러누워 입에서 허연 거품을 품어 내고 있었다.“야! 빨리 물 떠와.”이렇게 소리친 학생은 체육과 4학년으로 해병대를 다녀온 복학생이다.응급 처치하며 물로 얼굴을 씻자 두 명이 깨어나서도 정신이 다 들지 않았는지 헛소리를 토했다.“짱깨 새끼, 어디 갔어!”“그만 해라, 너희들이 상대할 상대가 아니야. 그러게 덤비지 말라고 충고하니 왜 내 말 안 듣고 개망신을 당하냐.”7/16 쪽“선배님, 우리는 방심한 상태서 당한 겁니다. 더구나 그 자식은 비겁하게 사타구니를 찼어요. 이건 엄염히 반칙입니다.”한심한 표정을 지으며 복학생이 말렸다.“여기가 태권도 경기장이냐. 반칙 논하게.”“정식으로 한 판하겠습니다.” “끝났다니까. 자꾸 그러네.”이런 이야기를 하는 중에 멀리서 두 청년이 빠르게 다가 왔다. 30대 초반의 검정 양복 입은 청년들이 얼른 이들에게 다가와서 공손하게 나란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치료비는 저희가 드리죠.”급하게 양복 안주머니서 돈을 꺼내서 주고 있었다. 그러자 해병대를 다녀온 복학생이 놀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반가운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8/16 쪽“교관님, 언제 전역 하셨어요?”그러자 청년이 부드럽게 응수했다.“얼마 안 되었지. 오랜 만에 보는군.”“와아! 여기서 교관님을 이렇게 만나다니요. 군인으로 있을 때와 전혀 달라졌네요.”교관으로 불린 청년은 약간 포스가 느껴지는 저음으로 말했다.“자네가 나를 알아보니 하는 말인데. 아까 그분 우리가 모시는 분이야. 무슨 말인지 아나?”“예? 최태욱을 모신다니요?”“말 그대로야 그분은 우리가 항상 경호하는 분이야, 그러니 함부로 까불고 덤비면 그때는 내가 먼저 손 볼 것이니 그리 알게.” “누군데요 최태욱이?”9/16 쪽“그건 알 것이 없어.”양복 입은 경호원들은 서둘러 다시 주차장에 있는 승용차로 가고 있었다. 승용차 안에는 다른 2명의 사내들이 있었다.차안에 있는 두 명은 바로 최태욱의 하숙집에서 같이 지내는 청년들이다.“팀장님, 치료비 주고 왔습니다.”“그래, 무슨 말을 하던데 아는 사이인가?”“예, 군에서 제 부하인 조교로 있었던 학생입니다.”“그래? 복학생인 모양이군.”“예!”그 복학생이 뭐라고 남학생들을 잘 다독인지는 몰라도 이날 이후로 최태욱에게 시비를 거는 남학생은 아무도 없었다.4명의 경호원들이 학교까지 와서 경호한다는 소문이 나자 여학생들이 최태욱을 노리려는 기색만 더욱 심해졌다.10/16 쪽“어머. 재벌 아들이 아냐?”“그건 아니라던데. 강경에서 주유소 하는 큰아들이야.”“그래? 그래도 그런 정도면 된 것 아냐?”이런 사태로 인해 속이 터지는 것은 한희정이다. 동거가 가능한 자취방까지 만들었다. 뭔가 일을 꾸며볼 여우 굴까지는 잘 파놓은 판국이다. 그러나 어린 여학생들이 최태욱의 주변에 때로 몰리니 속만 바싹바싹 타들어가고 있었다.1, 2학년 여학생들은 오빠라고 부르면서 시도 때도 없이 데시하고 있었다. 그러면 최태욱은 그 오빠라는 말에 입이 헤벌어지고 있었다. 이런 사실은 여학생들이 사이에 은밀하게 퍼지고 있었다.“오빠라고만 부르면 변해.”그래서 한희정은 그런 정보를 접하고 나서 전신이 오글거려 도저히 못하겠다고 생각하다 바꾸기로 했다. 그러면 자신이 나이 많은 약점도 커버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미래에서나 현재로나 여동생이 없는 최태욱은 오빠라는 소리가 제일 듣기 좋11/16 쪽은 말이다. 오빠 소리만 들으면 침이라도 나올 듯이 입이 떡 벌어지며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 오빠 소리만 들으면 여자들이 원하면 그림도 그려주고 또 먹을 것이나 음료수를 사서 주고 아무튼 지극정성이다.완전히 팔푼이 같은 행동을 자초하고 있었다.최태욱의 중요한 약점 하나가 드러나고 있었다. 이런 최태욱의 행동은 두고두고 그의 유일한 약점으로 크게 작용한다. 7월 중순이 되자 뜨거운 날씨가 계속되는 여름방학이 시작됐다.대지는 메마르고 여름의 가뭄이 계속되어 전국은 그로인해 약간 소란스러웠다. 정부에서는 대책을 발표하나 그거야 나중의 일이고 우선 말라가는 농작물 때문에 농민들의 시름은 높아지고 있었다. 최태욱이 편입해 중문과에 다닌 지 한학기가 지나버렸다. 그러자 최태욱은 전보다 조금은 자주 한희정의 자취방에서 같이 식사하는 일이 많아졌다. 할머니 같다는 생각은 처음만 느껴지더니 보이는 모습이 전혀 다르니 차츰 소리 없이 그런 것은 사라졌다. “냉장고에 항상 음식이 있으니 자주 와서 드세요.”“알았어.”식품영양학과 출신으로 요리도 배워서 잘하니 한희정의 음식 솜씨는 아주 뛰12/16 쪽어났다. 운동을 많이 하는 최태욱이라 음식은 조금 탐하는 편이다. 그러나 둘 사이의 연애사업은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한희정의 입장에서는 점점 초조해졌다.같은 대학 여학생들이 드디어 최태욱의 하숙집까지 찾아와 여름방학에 같이 놀러가자는 유혹을 벌이고 있었다. 수시로 하숙집으로 찾아와 술을 마시자고 유혹도 펼치자 이런 일은 오영자를 통해 모조리 한희정에게 알려지게 됐다.“언니, 빨리 대책을 세우세요.”“알았어! 고마워, 이 스카프 너 가져.”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원에게 주는 뇌물은 크게 한 번 주고 끝내면 안 된다. 계속 미끼를 던져 줘야 다음에도 뭐든지 물어오게 되어 있다.오빠라는 호칭으로 인해 그런 이상한 일이 자주 발생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보원 역할을 잘하는 오영자로부터 들었기 때문에 마음이 다급해져 있었다. 학교에는 따른 정보원을 포섭해 두고 있었다.오늘은 단단히 벼르고 최태욱을 대전극장으로 가서 영화를 보자고 해 데리고 나왔다. 우선 대전극장 근처에서 저녁을 사먹고 최태욱은 한희정이 권하는 바람에 소주를 한명 먹었다.“우리 영화 봐요.”회13/16 쪽등록일 : 12.09.15 00:07조회 : 2809/2816추천 : 24선호작품 : 1915(비허용)한희정이 하숙집에 돌아가기 전에 영화를 한편 보자고 했다.“중앙극장으로 가서 보자.”최태욱은 중앙극장에서 상영하는 쿵푸 영화나 마피아 영화를 보자고 했다. 속심이 있는 한희정은 약간 신경질 적으로 응수했다.“그런 영화가 뭐가 재미가 있다고·······.”“신나고 재밌잖아.”한희정은 이번만은 양보하면 안 되는 중요한 목적이 있었다. 그래서 평소와는 달리 강하게 자기주장을 펼쳤다. “애정 영화가 얼마나 재미가 있다고요.”“남자가 쪽팔리게 뭐 하러 그런 여자들이나 보는 영화는 보나?”“저는 여자잖아요. 그동안 태욱씨가 좋아하는 액션 영화를 제가 따라가 봤으니 이번에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같이 봐야죠.”14/16 쪽“그럼 따로 가서 보자고.”참으로 멋대가리도 없고 도통 여자 마음을 모른다. 결국 그동안 수집한 정보를 써먹을 생각으로 한희정은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방금 보다 몇 배는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비음을 토했다.“오빠아! 여동생 부탁은 들어 줘야죠.”한희정은 최태욱이 생일이 1월이고 자기는 8월이니 자기가 여동생이라는 이상한 논리를 주장했다. 그런 뒤부터 이렇게 여동생을 자청하고 있었다.“오빠앙!”매달린 팔을 흔들며 두 번째로 오빠라고 간드러지게 불렀다.오빠 소리 두 번으로 결국 최태욱은 별로 재미없어 보이는 애로영화를 보러 대전 극장으로 가게 됐다. 사실 각성을 조금 한 최태욱이다. 미래 삶에서 흔하게 본 노골적인 장면이 엄청나게 많이 나오는 야동을 생각하면 진짜 볼거리가 없는 영화다. 아무리 야한 애로영화라고 해도 깝질만 나고 진짜 싱겁다. 그러나 최대의 약점인 두 번의 오빠 소리에 최태욱은 너무도 허망하게 굴복하15/16 쪽고 말았다.“알았어.” 한창 최고로 인기가 많은 미국 영화로 애로물인 ‘사랑의 활화산’이다. 물론 성애 장면이 많아 심의에 통과가 되느냐 마느냐로 논란이 많았다. 그러나 최태욱의 입장에서 보면 15금도 안 되는 수준이다.삭제를 많이 한 상태로 개봉되었어도 서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영화다.16/16 쪽최태욱의 입장에서 보면 15금도 안 되는 수준이다.삭제를 많이 한 상태로 개봉되었어도 서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영화다.16/16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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