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메이커-216화 (216/227)
  • < 제 74장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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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노의 왕 드리타라슈트라가 탐욕의 왕을 격하게 환영하는 바이오.]

    실시간으로 들려온 목소리가 아닌 마법으로 녹화된 영상 속의 목소리였다. 더욱이 영상의 배경은 요새나 야전 막사가 아닌 신수 아스트라의 등 위였다.

    적색거룡 티아메트의 함장 석에 자리한 용호는 미간을 좁혔다. 영상 속의 격노의 왕은 시원한 미소 속에 긴장을 감추고 있었다. 그녀는 전장으로 향하는 와중에 이 영상을 만들었다. 적들의 공세가 너무나 갑작스러워 용호를 맞이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황은?”

    [이제 막 전투가 시작되려는 것 같습니다.]

    [전장에 강력한 마력장이 펼쳐져 있어 통신이 원활하지 못 합니다.]

    대답을 마친 루시아는 격노의 왕의 영상 옆에 빛으로 된 마계 전도를 펼쳤다.

    현재 전투가 발생한 지역은 격노의 영토 북동부에 위치한 평원이었다. 격노의 왕은 문자 그대로 갑자기 나타난 북부 군을 저지하기 위해 회전을 선택했다.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군대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은밀한 행동과는 거리가 멀어지기 마련이었다.

    북부 군은 수십만을 헤아리는 대군이었고, 남부 군은 거대한 무리의 이동을 놓치지 않았다. 관측한 결과대로였다면 전투는 빨라도 사흘에서 나흘 뒤에 벌어졌어야 했다.

    그런데 예상이 어그러졌다. 본래부터 가까이에 있던 식탐의 군세 곁에 갑자기 오만과 질시, 색욕의 군세가 추가되었다. 북부 군 총원의 절반쯤 되는 무리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행군을 개시, 남부 군에게 전투를 강요했다.

    북부 전역에 설치되어 있는 던전 상회 유통로와 갖가지 이동 마법이 더해진 결과였다.

    용호 자신도 던전 상회 유통로를 이용해 식탐의 군세를 기습하기는 했지만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일백을 겨우 헤아릴 소수 정예를 이동시키는 것과 수만 대군을 이동시키는 것은 난이도 자체가 달랐다.

    던전 상회의 다섯 이사 가운데 하나였던 사마엘 역시 당황한 눈치였다.

    한 차례 잇소리를 토한 용호는 바로 생각을 전환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북부 군과 남부 군의 회전이었다. 양쪽 모두 동원한 병력의 규모가 대단한 만큼 오만의 왕이나 색욕의 왕이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도 있었다. 격노의 왕을 혼자 두어서는 안 되었다.

    “보급 부대는 본대와 이탈, 본대는 전장으로 향한다.”

    하늘을 수놓던 마몬 가의 함대가 둘로 나뉘었다. 적색거룡 티아메트를 필두로 한 전투함들이 북쪽을 향해 속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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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거셌다. 격노의 왕은 붉은 투기로 만들어진 투기무장 강신을 전신에 두른 채 거대한 벽력부를 바닥에 늘어트렸다.

    격노의 왕의 등 뒤에는 팔부중들로 구성된 지상 병력이 전투태세를 갖춘 채 북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수라와 야크샤들이 전열을 이뤘다. 그 뒤에 각종 거대한 마수들을 길들인 용들이 자리했고, 가루라와 가릉빈가들은 창과 활을 꼬나 쥔 채 언제든 날아오를 채비를 했다. 팔부중 가운데서도 특히 마력이 강한 데바들은 최후방에서 마력을 포탄으로 내쏘는 마동포를 조작했고, 마호라가들과 간다라바들은 저마다의 적성에 따라 팔부중의 여러 부대에 자리했다.

    격노의 왕이 회전을 위해 급히 움직인 남부 군의 숫자는 약 삼만 이천.

    북부 군의 숫자는 대략 칠만에서 팔만 정도로 추정되었으니, 사실상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남부 군은 팔부중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었다. 격노의 왕에게는 용 군단이라는 강력한 동맹이 존재했다.

    격노의 왕은 시선을 멀리하였다. 붉은 하늘 아래 마력의 흐름이 거칠게 요동치는 것이 보였다. 북부 군 측에서 대규모 마법을 방해하기 위해 펼친 마법장의 영향이었다.

    마계의 전장에서 마법은 언제나 기적을 낳는 변수였다. 압도적인 숫자의 병력을 보유한 북부 군 입장에서는 필히 배제해야 할 요소였다.

    스켈레톤과 오크 워리어, 고블린 라이더 같은 잡다한 보병들 사이사이로 거대한 사역마들이 보였다.

    집채만한 바위를 움켜 쥔 외눈 거인 사이클롭스는 어찌나 큰 지 마치 하늘을 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사자와 그리폰, 드레이크의 머리를 가진 키메라들이 흉포한 울음을 토했고, 아홉 개의 머리와 맹독을 지닌 히드라들과 여러 이름 모를 마수들이 저마다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격노의 왕이 던전 요새를 포기하고 회전에 나서게 된 이유 중에 하나였다. 수십 마리나 되는 초대형 사역마들 앞에서는 던전 요새의 높은 벽도 무의미했다. 한 곳에 모여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느니 차라리 넓은 평원에서 회전을 펼치는 편이 나았다.

    격노의 왕은 커다란 뿔피리를 입에 물었다. 남쪽을 향해 돌진을 개시한 북부 군을 노려보며 수를 헤아렸다.

    흙먼지가 새카맣게 일었다. 아직 거리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고블린 라이더들의 뜨거운 숨결이 코끝에 닿을 것만 같았다.

    북부 군의 포효가 하늘을 뒤덮었다. 수만 대군의 발 구름에 대지가 요동쳤다.

    남부 군은 인내했다. 저마다의 무기를 움켜쥔 채 긴장을 누르고자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격노의 왕이 마침내 뿔피리를 불었다. 크고 웅장한 소리가 북부 군의 포효를 관통했다.

    돌격 명령이 아니었다. 남부 군은 이번에도 인내했다. 뿔피리 소리는 하늘에 닿았고, 격노의 왕이 회전을 선택한 두 번째 이유가 모습을 드러냈다.

    용 군단이었다. 붉은 하늘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블루 드래곤 앙카블로사가 구름을 꿰뚫었다. 그녀의 등 뒤에 도열한 용 군단의 드래곤들이 일시에 입을 벌렸다.

    마법장 때문에 대규모 마법을 쓰지 못해도 좋았다. 드래곤들에게 있어 가장 강대한 무기는 결코 마법이 아니었다.

    그림자가 북부 군의 머리 위를 뒤덮었다. 하늘에서 쏟아져 내린 용 군단의 드래곤 브레스가 지상을 휩쓸었다.

    빛과 번개와 불꽃이 지표를 갈랐다. 그 순간 격노의 왕이 두 번째 뿔피리를 불었다. 남부 군이 격렬한 함성을 토하며 북부 군을 향해 돌진했다.

    격노의 왕은 뿔피리를 집어던졌다. 땅에 늘어트렸던 벽력부를 높이 들고 남부 군의 선두에 섰다.

    격노의 왕은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를 알았다. 그녀는 군단의 지휘 대신 최전선에서의 싸움을 선택했다. 남부 군을 총괄하는 것은 하늘에 자리한 가루라왕 비류박차였다.

    가루라왕 비류박차의 명령이 각 부대에 전달되었다. 수만 대 수만의 싸움인 만큼 그저 단순히 정면충돌로 끝날 전투가 아니었다. 남부 군과 북부 군 모두 저마다의 진형을 갖추고 있었다.

    남부 군과 북부 군이 마침내 격돌하였다. 남부 군의 선두에 서 있던 격노의 왕은 전력을 다해 벽력부를 휘둘렀다. 겁 없이 격노의 왕을 향해 맹진하던 오우거의 상체가 폭발했다. 비산하는 피와 살과 뼛조각 사이에서 격노의 왕은 재차 벽력부를 휘둘러 이번엔 땅을 찍었다. 타점을 중심으로 일어난 벼락이 오우거 주변에 있던 오크 워리어 수십을 관통했다.

    비명과 폭발이 전장의 여백을 채웠다. 평원 전체에서 죽고 죽이는 살육전이 시작되었다.

    격노의 왕은 손보다 눈을 바삐 움직였다. 지상뿐만 아니라 하늘까지 전장 전체를 시야에 넣고자 노력했다.

    하늘에서는 용 군단과 북부 군의 비행함대가 공중전을 개시했다. 북부에서만 서식한다는 거대한 독수리들이 무리를 지어 드래곤들을 공격했고, 던전 상회의 것으로 보이는 전투함들이 마동포의 불꽃으로 하늘을 물들였다. 용 군단의 브레스 포화가 기습적이었듯이, 북부 군 함대의 비행 함대의 공격 역시 예상 밖의 것이었다. 양측 모두 공중 전력을 꽁꽁 감춘 결과였다.

    앙카블로사가 머리 일곱 달린 괴수의 등을 짓밟고 목을 물어뜯는 광경을 잠시 눈에 담은 격노의 왕은 바로 눈동자를 굴렸다. 길게 이어진 전선 가운데 남부 군이 밀리는 곳을 찾아 지원하기 위함이었다.

    하늘과 땅 양쪽에서 거대한 괴수들이 날뛰고 수만 대군이 충돌하니 온통 난장판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아니었다. 하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가루라왕 비류박차는 남부 군과 북부 군 모두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양 군의 전열이 서로를 밀어붙이며 기묘한 균형을 이루었고, 좌익과 우익을 비롯해 여러 나뉘어진 부대들이 복잡한 기동을 개시했다.

    “키르티무카! 좌익을 돕는다!”

    격노의 왕이 소리침과 동시에 벽력부를 휘둘렀다. 오크 워리어 여섯이 통째로 갈려나갔고, 키르티무카를 필두로 한 친위대가 격노의 왕 쪽으로 몸을 날렸다.

    좌익이 뭉개지고 있었다. 남부군의 좌익을 요격하기 위해 움직인 북부군의 우익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아직은 조금 밀리는 정도였지만, 저대로 계속 방치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몰랐다.

    전장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기묘해지는 법이었다. 생사를 가르는 찰나가 연이어지니 일 분 일 초가 훨씬 더 길게 느껴졌다.

    격노의 왕이 벽력부를 고쳐 쥐었다. 벽력부를 움켜쥔 격노의 신기에 보다 강한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격노의 왕은 보았다. 길어진 순간 속에서 가루라왕이 소리쳤다. 귀에 장착한 통신용 법보를 통해 환희가 전해졌다.

    [그들이 왔습니다!]

    “스컬컬!”

    기괴한 포효 소리가 거짓말처럼 깨끗이 귀에 닿았다. 격노의 왕은 숨을 삼켰다. 최전선과 그 좌우만을 살피느라 보지 못했던, 후방에서 달려온 군대에 환호했다.

    남부 군의 좌익과 충돌한 북부 군의 우익 측방을 일단의 무리가 들이박았다. 그 선두에는 칠흑의 마수 위에 올라탄 죽음의 화신이 있었다.

    아바타 오브 데스.

    합체 강화를 통해 이룩한 스컬의 최종진화 형태.

    티 하나 없는 순백의 해골 사이에서 보랏빛 안광이 번쩍였다. 새카만 갑주와 검붉은 망토 사이로 검정에 가까운 보랏빛이 불꽃처럼 일어 주변을 일그러트렸다.

    스컬이 바포메트의 낫을 휘둘렀다. 먼 옛날 이계에 강림했던 죽음의 화신의 힘을 온전히 이어받았다. 그 낫 끝에 걸리는 모든 존재들에게 차별 없는 죽음을 선사하였다.

    오크도 오우거도 트롤도 상관없었다. 여러 거대한 괴수와 마수들조차도 감히 앞을 막아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죽음의 화신 뒤로 죽음의 군단이 소리 없는 포효를 내질렀다.

    데스 나이트 십여 기를 필두로 한 스컬 부대였다. 전원이 마법기로 무장한 그들이 스컬과 동기화를 이루었다. 거침없이 돌진하며 부수고 베고 차고 짓밟았다.

    무지막지한 파괴력이었다. 스컬 부대에게 측방을 강타당한 우익은 부서지다 못해 갈려나갔다. 더욱이 그 속도가 너무나 빨랐다. 겨우 수백에 불과한 스컬 부대가 자신들의 열배가 넘는 북부 군의 우익을 전멸시킬 기세였다.

    “스컬컬!”

    스컬이 일갈했다. 보랏빛 죽음의 기운이 바닥을 뒤덮었고, 그러자 끔찍하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부서지고 쪼개져 바닥을 나뒹굴던 북부 군이 언데드가 되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지금까지 아군이었던 북부 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북부 군이 죽었다. 언데드가 되어 다시 일어섰다. 북부 군이 죽으면 죽을수록 언데드의 숫자는 늘어났고, 이에 따라 죽어나가는 북부 군의 숫자가 더욱 더 많아졌다. 실로 악몽과도 같은 연쇄였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격노의 왕은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꼈다. 저도 모르게 가슴을 움켜쥐며 전율했다. 두근거림을 쫓아 남쪽 하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탐욕의 왕!”

    거대한 폭염의 용으로 화한 살라미가 스컬 부대의 후미를 향해 날았다. 그 등 위에는 격노의 왕의 바람대로 실버 드래곤 아머를 입은 탐욕의 왕- 천용호가 서 있었다.

    용호의 왼손에 자리한 마장으로부터 12 사역마를 상징하는 열 두 개의 빛이 일시에 일었다. 탐욕의 신기와 하나 된 아몬으로부터 탐욕의 녹염이 피어올랐다.

    용호는 정면을 노려보았다. 스컬 부대의 후미를 향해 아몬을 휘둘렀다. 과거의 전설을 현실에 강림시켰다.

    홍련의 마창 아몬.

    한 번 휘둘러 천지를 불태우고 바다를 증발시키니!

    그것은 더 이상 녹염의 파도라 부를 수 없었다. 해일이었다. 거대하고 거대한 불길이 스컬 부대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그들을 지나쳐 북부 군의 우익을 불태웠다.

    “스컬컬!”

    스컬이 불꽃 속을 질주했다. 탐욕의 불길 속에서 스컬과 스컬 부대는 조금의 부상도 입지 않았다. 꺼지지 않는 탐욕의 불길과 함께 북부 군을 학살했다.

    살라미가 크게 홰를 치며 몸을 회전시켰다. 용호는 심장의 두근거림과 탐욕의 인도를 따라 허공을 갈랐다. 살라미의 등을 박차 격노의 왕 곁에 착지했다.

    격노의 왕이 용호를 보았다. 용호가 격노의 왕을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림자의 칼날과 칼날 채찍으로 만들어진 검의 폭풍이 용호와 격노의 왕 주변을 휩쓸었다. 주변에 있던 북부 군을 핏물로 만들었다. 거의 증발이나 다름없었다.

    카타리나와 카이완이었다. 그들로 끝이 아니었다. 적색거룡 티아메트로부터 붉은 탄환들이 발사되었다. 마치 대포알처럼 날아 북부군 한복판에 뛰어든 것은 구시온이었다. 그의 곁에는 스컬과 마찬가지로 합체 강화를 이룬 엘리고스와 오필리아가 있었다. 레드 데몬의 최종결정체라 해도 좋을 구시온의 곁에서 저마다의 야수성을 폭발시켰다.

    최속의 날개 사마엘이 지휘하는 공중 부대가 용 군단의 싸움을 지원했다. 식탐의 왕이 용 군단을 상대하기 위해 하나 둘 모아온 본 드래곤들이 오히려 용 군단을 수호했다. 그들과 함께 북부 군을 상대했다.

    용 군주 앙카블로사의 말대로였다. 탐욕의 군세의 강력함은 단순히 숫자로 평가할 수 없었다.

    “조금 늦었습니다.”

    용호가 격노의 왕에게 말했다. 격노의 왕은 격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얼굴 한 가득 홍조를 보이며 소리쳤다.

    “괜찮소! 정말로 격하게 환영하오!”

    금방이라도 용호를 와락 끌어안을 기세였다. 전장만 아니었다면 정말 그러했을지도 몰랐다.

    용호가 탐욕의 왕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순간부터 사정이 다소 변했기에 키르티무카는 복잡한 표정이 되었고, 카타리나는 그림자의 갑옷을 전신에 두른 채 주변의 전황에만 집중했다. 카이완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뒤 사복검을 고쳐 쥐었다.

    이곳은 전장이었고, 아직 싸움이 한창이었다. 한가로이 이야기를 나눌 때가 아니었다.

    용호는 탐욕과 식탐의 힘을 동시에 이끌어냈다. 빛으로 된 일곱 개의 뿔을 일시에 개방했다.

    격노의 왕이 깜짝 놀라 용호를 돌아보았다. 둘이서 함께 색욕의 왕에 맞서 싸운 것이 고작해야 보름 전이었다. 그런데 그때보다 용호의 마력이 훨씬 더 강해졌다.

    용호는 설명하는 대신 아몬을 휘둘렀고, 격노의 왕 또한 질문 대신 미소를 입에 담았다. 다시 한 번 두근거리기 시작한 심장 박동에 귀를 기울이며 격노의 신기에 힘을 불어넣었다. 자꾸만 웃음이 나오는 와중에도 분노하기 위해 노력했다.

    격전이 이어졌다. 하늘과 땅 모두가 처절한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용호는 돌연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보았다. 직감이라 해도 좋을 이끌림을 따라서였다. 용호뿐만 아니라 격노의 왕과 시트리 역시 그러했다.

    세 왕의 시선이 먼 곳에서 교차했다. 용호와 격노의 왕은 이유를 몰랐고, 시트리는 전율했다. 비명과도 같은 탄식을 토했다.

    허공이 갈라졌다.

    북부 군의 머리 위로 거대한 뒤틀림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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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74장 #3 > 끝

    ⓒ 취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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