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메이커-186화 (186/227)
  • < 제 62장 #2 >

    &

    “필살! 와이프 실드!”

    “용호 너어어!”

    용호와 카이완의 목소리가 교차했다. 동시에 카이완의 허리를 붙잡은 용호가 카이완을 번쩍 들어 올려 정면을 막았고, 카이완은 정면을 향해 왜곡의 권능을 발동시켰다.

    정면에서부터 용호와 카이완을 집어삼킬 기세로 쏟아지던 각종 마법들이 엉뚱한 곳으로 비산하기 시작했다. 왜곡의 권능이 마법들의 공격 궤도를 뒤틀어 놓은 덕분이었다.

    “요시! 그란도 시즌!”

    “뭐라는 거야!”

    엉뚱한 곳에서 폭발하는 마법들을 보며 용호가 쾌재를 올렸고, 카이완은 욕지거리를 토하면서도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집중했다. 브리가다 반지를 통해 전해지는 용호의 마력을 고스란히 왜곡의 권능으로 치환시켰다.

    용호와 카이완은 현재 마그나돈이 준비한 함정 방의 중간 지점쯤에 위치했다. 마그나돈이 자신했던 것처럼 방안에는 각종 악의에 찬 마법 함정들이 가득하였고, 용호는 마계에 온 이래 가장 많은 종류의 마법들을 목도하였다.

    물론 그렇다고 용호가 갑자기 미치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평소의 용호였다면 카이완을 방패로 삼느니 스스로 방패로 나섰을 터였다. 카이완과 서로 티격태격하고 있었지만 기실 출발하기 전부터 합의된 상황이었고, 먼저 말을 꺼낸 것도 카이완이었다.

    ‘여차하면 날 방패로 세우고 달려. 왜곡의 권능의 제어 능력은 아직 내가 훨씬 위니까.’

    왜곡의 권능을 가진 카이완이 작정하고 방어를 시작하면 그 방어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이동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했다. 카이완은 용호가 자신을 방패처럼 들고 앞세우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이었다.

    합의된 것이었고, 하자고 한 것도 카이완이 먼저였다.

    하지만!

    “너무해! 하란다고 진짜로 하냐?!”

    “네가 하라며!”

    “그래도! 상상 이상으로 기분 나빠!”

    카이완이 머릿속으로 그렸던 것은 좀 더 그럴싸한 모습이었다. 소위 말하는 공주님 안기로 용호가 자신을 안은 채 달린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용호는 카이완의 허리를 붙잡고 번쩍 들어올렸다. 자처한 바이긴 하지만 대놓고 방패 취급을 당하니 상상 이상으로 심적인 충격이 컸다. 간단히 말해서 속상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카이완의 비명 아닌 비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용호가 카이완을 오른쪽으로 크게 휘둘렀다.

    “카이완 오른쪽! 실드 오브 달링!”

    “으아아! 끝나고 이따 밤에 봐! 알았어?!”

    왜 하필 봐도 또 밤에 본단 말인가. 용호는 움찔하는 대신 웃었다. 어마어마한 마법의 폭풍우 한 가운데 들어가 있는 셈이었지만 자꾸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이 광경을 먼 곳에서 지켜보던 마그나돈은 그답게 단평했다.

    “뭔가 병신 같지만 굉장하군.”

    정말로 굉장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마몬의 휘하에서도 최고라 불리던 대마법사 마그나돈 자신이 만든 함정 방이었다. 발동하는 마법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강력하고 치명적이었다.

    그런데 그런 함정 방을 빠른 속도로 돌파하고 있었다. 그것도 무식할 정도로 단순한 정면 돌파를 통해서 말이다.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함정 방에는 강력한 중력 마법이 걸려 있었다. 보이지 않는 힘에 다리를 붙들려 제대로 걷지도 못해야 정상인 장소였다.

    용호는 단순히 카이완을 방패막이 삼아 달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도 지속적으로 마력을 발산했다. 무식할 정도로 순수한 마력의 덩어리로 중력 마법의 간섭을 밀어냈다.

    마그나돈은 시야를 좀 더 넓게 해 용호가 지나간 길들을 보았다. 함정 방의 입구에서부터 용호가 카이완을 방패로 삼기 시작한 중간지점까지 어마어마한 양의 시신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모두 다 용호가 방패막이로 사용한 던전 몬스터들의 시신이었다.

    함정 방을 마주하자마자 용호가 한 일은 9층에서 마주했던 던전 몬스터들의 시신을 전부 언데드로 되살려 끌고 오는 일이었다. 물론 용호가 직접 하지는 않았다. 노 라이프 킹- 강력한 언데드의 왕으로 거듭난 스컬이 그 같은 작업을 주관하였다.

    스컬은 복잡한 마법의 주문을 외우지 않았다. 네크로멘싱을 소서리로 습득한 스컬은 의지만으로 죽음의 기운을 발해 죽은 자들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특별한 공정을 거치지 않았기에 그저 움직이는 시체일 뿐인 좀비로 되살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수백 구의 시신들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방패막이가 되었다.

    마그나돈은 스컬 곁의 다른 예속 사역마들에게도 시선을 보냈다. 그들 하나하나가 눈을 감은 채 집중하고 있었다. 브리가다를 통해 자신들의 주인인 용호에게 조금이라도 더 강하고 순수한 마력을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마그나돈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어렸다. 아직 마몬의 12 사역마 수준은 아니었지만, 주인과의 연계가 썩 마음에 들었다. 이런 식으로 원활하게 마력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용호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것은 물론이고 용호와 예속 사역마들 사이의 결속이 탄탄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마그나돈은 다시 정면을 보았다. 용호가 여전히 카이완을 붕붕 휘두르며 마법을 막아내고 있었다. 어째 보기 흉한 광경이긴 했지만 마왕은 본래 좀 사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그나돈인 터라 용호의 인성을 흉보기는커녕 흡족함을 표했다.

    ‘다음 함정까지 돌파한다면 정말로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

    함정 방의 마지막 마법 함정.

    소용돌이치는 칠성의 마법 폭풍.

    다른 누구도 아닌 마몬의 마법사답게 마그나돈은 바람, 불, 물, 대지, 번개, 빛, 어둠의 칠대 속성 마법을 모두 구사할 수 있었다. 그런 마그나돈이 탄생시킨 칠대속성의 소용돌이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이나 파괴적이고 위험했다.

    ‘단순히 마력만으로 밀어내기는 어려울 거다. 소용돌이 자체가 크니 지금처럼 궤도를 비트는 것도 무리겠지.’

    그렇다면 어찌할 것인가. 과연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마치 체념한 것처럼 용호를 흉보는 대신 왜곡의 권능에만 집중하던 카이완은 무언가가 달라졌음을 간파했다. 눈앞에 소용돌이치는 마력은 지금까지와는 격이 달랐다.

    “용… 꺅?!”

    부름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용호는 지금까지 방패처럼 내세우고 있던 카이완을 와락 품안으로 끌어당겼다. 정면을 노려보았고, 이내 지금까지 이상으로 집중하였다. 졸지에 용호의 품에 안겨진 카이완은 무어라 항변을 토하려 했지만 바로 입을 꾹 다물었다. 용호의 가슴에 머리를 묻으며 브리가다 반지에 의식을 집중시켰다. 용호에게 마력을 전달하였다.

    칠성의 마력 소용돌이.

    이미 경험해 본 것이었다. 용호는 8층 보물고를 해금하기 위해서 마주해야만 했던 시련을 떠올렸다.

    똑같이 힘으로 맞서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오히려 순응해야 했다. 마력의 흐름 위에 자연스럽게 올라타는 것이 중요했다.

    용호의 왼팔에 장착된 마장- 마몬의 신기로부터 유호유안을 상징하는 조화의 은빛이 일었다. 용호는 순차적으로 방출하는 마력의 속성을 바꾸었다. 용호 자신과 예속 사역마들이 가진 속성을 하나하나 마력의 소용돌이에 대입함으로써 소용돌이와 충돌하는 대신 조화를 이루었다.

    마그나돈은 입을 크게 벌렸다. 애당초 저런 것을 기대하고 만든 칠성의 소용돌이기는 했지만 설마하니 정말로 해내는 자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마력의 소용돌이가 조금씩 와해되었다. 칠성에서 하나 둘 속성이 사라졌고, 그때마다 소용돌이의 속도 역시 늦춰졌다.

    그리고 마침내 소용돌이가 소멸했다. 마지막 불꽃의 마력이 용호의 녹염을 따라 허공에서 사그라들었다.

    폭풍 뒤의 하늘은 고요한 법이었다.

    함정 방에 돌연 마력의 무풍지대가 형성되었다. 용호는 눈을 떴다. 식은땀으로 등이 축축하게 젖었지만 미소지었다. 살짝 눈을 떠 그런 용호를 올려다본 카이완은 새삼 용호를 꽉 끌어안았다. 자신을 방패삼아 붕붕 돌려댄 것은 괘씸했지만, 그래도 방금은 멋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입구에 자리한 예속 사역마들도 하나 둘 눈을 뜨고 안도의 숨을 토했다. 카타리나의 꼬리가 기분 좋게 살랑거렸다.

    이제 다 통과했다. 무풍지대를 지나기만 하면 마그나돈의 시험도 끝이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때 마그나돈은 다시 한 번 음흉하게 웃었다. 본래 함정이란 허를 찔러야 하는 법이었다. 가장 안심했을 때가 가장 위험한 법임을 알아야 했다.

    마지막 함정은 단순했다. 순수하고 강력한 마력의 덩어리. 마그나돈 자신이 죽으며 남긴 최후의 마력.

    용호가 발걸음을 내딛었다. 무풍지대를 지났고, 최종 목적지까지는 겨우 두어 걸음만을 남겨두었다.

    바로 그 순간.

    천장에서 바닥으로 마력이 쏟아졌다. 카이완은 용호의 품안에서 급히 고개를 쳐들었지만 늦었다. 왜곡의 권능을 발동시킬 새가 없었다.

    여러 가지 목소리가 뒤섞였다. 입구에 위치한 예속 사역마들이 제각기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를 토했다.

    그리고 마그나돈은 보았다. 눈을 깜박였고, 이내 커다란 웃음을 터트렸다.

    용호의 오른손에 장착된 격노의 신기가 짐승과도 같은 입을 크게 벌렸다. 브리가다의 덩어리인 그것이 식탐의 죄악을 받아들였다. 쏟아지는 마력을 문자 그대로 씹어 삼켰다.

    천장에서 쏟아진 것이 가공된 마법이 아닌 순수한 마력의 덩어리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9층에 도전하기 전에 보낸 지난 일주일.

    그 기간 동안 용호는 내내 투기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새로 얻은 격노의 신기와 식탐의 죄악을 다루는 법을 익히기 위함이었다.

    식탐의 왕은 격노의 신기를 먹어치우는 데 사용했다. 격노의 신기의 본래 용도는 그것이 아닐 터였지만, 어찌되었든 격노의 신기가 순수하고 거대한 브리가다 덩어리였다. 식탐의 죄악이 가진 힘을 발하는 매체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탐욕의 특성이 소유라면 식탐의 속성은 먹는 것.

    식탐이 마그나돈의 마력 덩어리를 먹어치웠다. 탐욕이 연이어 그 마력을 자신의 것으로 삼았다.

    마지막 함정을 돌파한 용호는 지체하지 않고 발걸음을 내딛었다. 안전지대이기도 한 목표지점에 몸을 던졌다.

    “도착.”

    커다란 단 위에 선 용호는 빙글 돌아서서 입구 쪽을 돌아보았다. 카타리나가 귀와 꼬리를 파닥였고, 오필리아와 엘리고스가 박수를 쳤다. 티그리우스 역시 감탄을 감추지 않았다.

    마그나돈은 수염을 쓰다듬던 손을 내려놓았다.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사람처럼 어깨를 늘어트린 뒤 푸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작은 주군이여, 그대는 나 마그나돈의 시험을 모두 통과하였소. 나는 그대를 마몬의 진정한 계승자로 인정하는 바이오.”

    말뿐만이 아니었다. 용호는 마장에 새로운 힘이 추가되는 것을 느꼈다. 자연스럽게 왼팔을 들어 새로운 빛을 목도하였다.

    그것은 아침의 영광과도 같은 황금빛.

    마그나돈의 힘인 ‘열정’이 마몬의 신기에 깃들었다.

    &

    마그나돈은 엘룬처럼 힘을 전수한 직후 사라지지 않았다. 그에게는 아직 임무가 하나 더 남았기 때문이다.

    “아몬이 이미 말했겠지만, 작은 주인은 작은 주인만의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할 것이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옛 네트워크를 버릴 필요는 없겠지. 옛 것을 기초로 삼아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오. 주군이 만든 네트워크는 실로 방대하니 말이오.”

    물 흐르듯 말을 쏟아낸 마그나돈은 함정 방의 끝에 위치한 단상 위에서 손을 놀렸다. 그러자 이내 함정 방 전체가 진동하며 9층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냈다.

    9층 바닥에서부터 공간의 문들이 솟구쳐 올랐다. 하나도 아니고 모두 합쳐 아홉이나 되었다.

    더불어 단상 위로도 허리 높이의 원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마그나돈은 원기둥 위에서 재차 손을 놀려 ‘제어기’를 발동시켰다.

    원기둥 위로 빛으로 된 마계 전도가 떠올랐다. 마그나돈이 다시 손가락을 놀리니 전도 위 곳곳에 새파란 마법의 빛들이 일어났다.

    설명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직 살아있는 마몬 시대의 네트워크가 분명했다.

    “북부에도 빛이… 식탐의 왕의 영토에도 빛이 있습니다!”

    오필리아가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남부 공백지 밖에도 파란 빛들이 있었다. 식탐의 왕의 영토는 물론이고 격노의 왕과 질시의 왕, 저 먼 북쪽의 오만의 왕의 땅에도 단 하나뿐이었지만 파란 빛이 살아있었다.

    마몬은 던전에만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않았다. 마계 곳곳에 공간의 문을 숨겨두었다.

    눈을 휘둥그레 뜨며 빛의 전도를 쳐다보던 카타리나가 손을 뻗었다. 격노의 왕 영토에 자리한 파란 빛을 가리켰다.

    “저기… 저거 움직이는 것 같지 않나요?”

    과연 카타리나의 말대로였다. 카타리나가 손끝으로 가리킨 파란 빛은 아주 느린 속도지만 움직이고 있었다.

    마그나돈은 가타부타 설명하는 대신 제어기를 조작해 카타리나가 가리킨 파란 빛을 확대시켰다. 그러자 허공에 파란 빛의 위치 정보를 담은 빛의 창이 떠올랐다.

    “비마나. 허, 저 거북이가 아직도 살아 있었나?”

    마그나돈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의 시대에 살아있던 것이 천 년이 넘은 지금도 살아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인지 목소리에 진한 반가움이 묻어났다.

    그런데 오필리아와 티그리우스의 표정이 순간 일변했다. 오필리아는 마그나돈에게 다가서며 다급히 물었다.

    “마그나돈 님, 지금 비마나라 하셨습니까? 거북 마수 비마나?!”

    “그래, 지금 이 시대에도 유명한 모양이구나.”

    마그나돈이 아이를 어르듯 말했다. 오필리아는 손을 들어 자신의 입가를 가렸다. 두 눈에는 아직도 큰 놀라움이 담겨 있었다.

    “오필리아?”

    상황을 쫓아가지 못한 용호가 나직이 불렀고, 오필리아는 그제야 정신을 수습한 듯 자세를 바로 했다.

    “비마나는 격노의 왕의 던전입니다. 거대한 거북이 마수 위에 던전을 올려둔 형태죠. 일종의 이동요새입니다.”

    용호는 언젠가 보았던 고대의 우주관을 떠올렸다. 거북이 위에 코끼리가 있고 다시 그 위에 대지가 있는 형태의 그림이었다.

    하지만 그 그림은 채 완성되기도 전에 용호의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용호가 오필리아의 말에 담긴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잠깐, 그럼 네트워크 중에 비마나로 이어진 것도 있단 말이야?”

    “그렇소. 작은 주인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공간의 문을 통해 비마나로 갈 수 있을 것이오. 내 기억이 맞다면 비마나의 등껍질 안이지.”

    지금까지 오간 몇 마디 대화만으로 상황을 간파한 마그나돈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격노의 왕의 던전과 연결된 공간의 문.

    아직까지 네트워크가 살아있는 것을 보면 격노의 왕은 마몬이 만든 공간의 문의 존재를 모르고 있음이 분명했다.

    격노의 왕은 마몬 가와 동맹을 맺은 맹우였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공간의 문의 정체를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비마나의 등껍질 안에 자리한 공간의 문은 언젠가 분명 중요한 역할을 할 터였다.

    “식탐의 왕은 물론이고 오만의 왕의 영토에도 네트워크가 일부 살아있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잘 이용한다면 식탐의 왕의 영토를 핵심만 골라 공략할 수 있을 겁니다.”

    티그리우스가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말마따나 당장의 마몬 가에 중요한 것은 격노의 왕과 이어진 네트워크가 아니라 식탐의 왕과 이어진 네트워크였다.

    식탐의 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수하이자 최정예인 십인중도 없었다.

    그리고 마몬 가를 제외하고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외부 세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미 공백지의 내전을 통해 마계의 전쟁을 습득한 용호였다. 반드시 영토를 정복하고 손에 넣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실속을 챙기는 것이었다.

    용호와 예속 사역마들이 마계 전도를 보았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모두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제 62장 - 전갈좌의 마그나돈 끝, 제 63장 - 기습으로 이어집니다.

    < 제 62장 #2 > 끝

    ⓒ 취룡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