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메이커-73화 (73/227)
  • < 제 23장 #3 >

    &

    제법 바쁜 시간들이 이어졌다.

    던전 상회 가상공간에서 돌아온 용호는 기초 작업장을 방문해 버그림과 면담을 가졌다.

    여전히 말 한마디 못하는 버그림이었지만 꽤나 열성적으로 제조작업에 몰두했는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참으로 많은 것들을 만들어놓았다.

    “제대로 된 화로와 모루만 준비되면 더 좋은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엘리고스가 말을 못하는 버그림 대신 설명했다. 어떻게 의사소통을 나눴냐는 의문을 담은 용호의 시선에 엘리고스는 손짓발짓으로 어찌어찌 뜻을 주고받았다고 답했다.

    버그림은 말을 못하지만 들을 수는 있었고, 마계에 뿌리내린 마신의 마법 덕분에 다른 사역마들이 말하는 것 역시 알아들을 수 있었다.

    버그림의 두 눈에는 의욕이 충만했다. 감옥에서 처음 마주했을 때 본 죽은 눈이 아니었다.

    아마도 고블린 욘을 승급으로 치료한 이야기에서 희망을 찾은 것 같았다.

    고블린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사역마들은 그게 승급인지도 몰랐지만, 어찌되었든 다 죽어가던 욘이 기사회생했으니 말이다.

    [진화 숙련치 15/100]

    이미 꽤나 능력을 개발한 상태이기 때문인지 버그림의 진화 숙련치가 잘 쌓이지 않았다.

    용호는 앞으로도 열심히 하면 성과와 보상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남기고 기초 작업장을 나섰다.

    공주개미는 바둑이와 더불어 기초 수련장에서 막대기를 휘둘렀다. 의욕적으로 막대를 휘두르는 바둑이와 달리 바둑이가 하자고 했으니까 한다-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진화 숙련치가 쑥쑥 잘만 쌓였다.

    공주개미의 숙소인 사육장은 버그림의 활약 덕분에 제법 아늑한 공간으로 변해 있었다. - 바둑이의 개집 역시 사육장 안에 위치했다. -

    금광에서 골렘들이 일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던전 순방을 마친 용호는 사역마 생활관으로 향했다. 고블린 레인저들 가운데 홍일점이자 아직 홉 고블린이 되지 못한 준의 승급을 위해서였다.

    이번에도 반지를 강조한 퍼포먼스를 보인 용호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준을 홉 고블린으로 승급시켰다.

    홉 고블린들은 일반 고블린보다 팔 다리가 길고 얼굴이 보다 인간에 가까웠다.

    준 역시 엉망진창이던 이목구비가 단정해졌고, 구부정하던 등과 허리가 펴져 키가 훌쩍 큰 느낌이 들었다.

    기존의 고블린들이 어린아이 정도의 체구였다면 홉고블린들은 십대 중반 청소년 정도의 체구였다.

    나름 마몬가 사역마들 사이에서 고참에 속하는 바둑이 역시 코볼트에서 코볼트-러너로 승급했다. 고블린들처럼 눈에 띄게 체구가 커지진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보다 날렵해진 느낌이었다.

    ‘진짜 영향을 주는 건가?’

    살라미의 등에 손잡이가 생겼을 때 처음 가졌던 의문이 다시 떠올랐다.

    준은 꽤나 여성스럽게 변했고, 바둑이도 험상궂던 외모가 꽤나 귀엽게 변했다.

    진화나 승급 과정에서 육체가 재구성되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용호 자신의 평소 생각이 외형에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았다.

    ‘좋은 생각만 해야겠네.’

    새삼 바로 옆에 선 카타리나와 엘리고스를 돌아본 용호는 키득 웃었고, 영문을 모르는 카타리나와 엘리고스는 그저 승급이 만족스러우신가 보다-하고 따라 웃었다.

    다음 날 역시 꽤나 바쁜 일정이 연이어졌다.

    던전 상회에서 나온 택배기사에게서 다량의 화물을 받는 것도 일이었지만 금품들을 전달하는 것 역시 일이었다.

    새로 추가된 아이언 골렘 삼인방의 모습에 엘리고스와 고블린들이 환호했다. 작업용이라기 보다는 전투용이라는 느낌이 더 강한 아이언 골렘은 락 골렘보다도 움직임이 둔했지만 대신 훨씬 더 강력한 힘과 방어력을 자랑했다.

    부하가 될 스켈레톤들의 등장에 스컬은 꽤나 다채로운 반응을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긴장이었고 그 다음은 흐뭇함이었다. 스컬이 속으로 어떤 내적갈등 단계를 거쳤는지는 모르겠지만 망치를 휘두르며 스켈레톤들에게 호령하는 모습을 보니 제법 장군 느낌이 났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기는 했다. 스켈레톤들이 누가 스컬의 동족이 아니랄까봐 죄다 멍한 얼굴로 흐느적거렸으니 말이다.

    용호가 충동 구매한 나이트메어의 등장에는 모두가 감탄을 토했다.

    무척이나 체구가 큰 나이트메어는 던전 상회의 마취 마법 효과가 아직 다 안 풀렸는지 멍한 얼굴로 눈을 껌벅였는데, 그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온 몸에서 멋스러움이 넘쳐흘렀다.

    척 봐도 그 역할이 분명한 나이트메어의 등장에 살라미는 긴장한 얼굴로 용호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그 귀여운 행동에 용호는 소리 내어 웃었다. 살라미를 약 올리는 대신 머리를 쓰다듬으며 모두에게 말했다.

    “나이트메어의 주인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 하지만 마몬 가의 사역마들 가운데 하나가 그 주인이 될 거야.”

    리쿰을 비롯한 오크 일동이 카타리나마냥 귀를 쫑긋 세웠다. 카타리나 또한 원조라는 것을 강조하듯 귀와 꼬리를 파닥였다. 스컬은 이미 자신이 주인인 것 마냥 나이트메어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흡족해했다.

    던전 상회 택배기사를 떠나보낸 뒤에도 일정은 끝나지 않았다.

    [주인님의 루시아가 더 예뻐진 모습으로 돌아왔답니다.]

    [짜라자잔.]

    던전의 심장 업그레이드를 끝낸 루시아가 잔뜩 흥분한 목소리를 토했다. 용호의 머릿속에 하얀 원피스를 입은 푸른 머리칼의 소녀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네. 우리 루시아 더 예뻐졌네.”

    용호가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며 던전의 심장을 어루만졌다. 이전의 던전의 심장이 그저 매끄럽기만 한 원형이었던 것과 달리 업그레이드 된 던전의 심장에는 각이라는 것이 생겼다. 이제는 구슬이 아니라 아주 커다란 보석을 보는 것 같았다.

    [예고 드렸던 것처럼 각종 시설들을 추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던전에 대한 제 통제력 역시 강해져서 더 넓은 구역을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던전에 등록할 수 있는 사역마들의 최대 숫자도 크게 늘었어요.]

    루시아는 용호의 정면 허공에 빛의 창을 연달아 띄웠다. 각각의 창에는 앞으로 건설할 수 있는 던전 시설들의 모습과 짤막한 설명들이 담겨 있었다.

    용호는 그 중에서 공간의 문을 가리켰다.

    “바로 작업에 착수 할 수 있을까? 카이완이 만들던 것도 있으니까.”

    [으음… 진행 자체는 할 수 있지만 필수재료가 부족해서 완공은 불가능합니다.]

    “필수재료?”

    [공간의 문을 구동시키기 위한 에너지원은 어찌어찌 제 마력으로 충당할 수 있지만, 구동하기 위한 마법적 기구와 지식이 필요합니다. 던전 상회나 다른 루트를 통해 공간의 문과 관련된 마법 서적들을 구매하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소프트웨어의 부재상황이란 건가.”

    [비슷한 상황입니다.]

    용호와 지식과 기억을 공유하는 루시아가 바로 대답했다. 쓴웃음을 짓고 있을 것 같은 목소리였다.

    던전 상회에서 마법서적을 구매한다.

    ‘그러고 보면 마법사도 필요하기는 한데.’

    단순히 전투를 위한 마법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한국식 RPG에 나오는 마법사들처럼 불과 번개로 적을 공격하는 마법사라면 이미 대체제가 차고 넘쳤다. 용호 자신의 녹염도 있었고, 살라미의 불꽃도 있었으니 말이다.

    전사보다는 학자.

    화려한 공격 마법을 구사하는 이보다는 전술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다채로운 보조 마법 보유자.

    ‘지식도 풍부하면 금상첨화고.’

    문득 카타리나를 떠올리며 포기했던 엘프 정령사가 떠오른 용호였지만 이미 지난 일이었다. 고개를 휙휙 내저어 생각을 털어낸 뒤 다시 던전 업그레이드에 집중했다.

    “그럼 일단 공간의 문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중급 사역마 훈련장을 신설하는 쪽으로 일을 진행시키자. 필요한 자재들과 공사 인원을 알려줘.”

    [알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예속 사역마 엘리고스에게 자세한 사항들을 전달하겠습니다.]

    바로 옆에 서 있던 카타리나가 던전 목욕탕에 애타는 시선을 보냈지만 우선순위가 낮은 시설이었다. 어찌 주장 한 번 못해보고 꼬리를 축 늘어트리는 카타리나가 불쌍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용호는 다시 공간의 문을 담은 빛의 창을 보았다.

    공간의 문을 완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

    결코 적지 않았다. 공간의 문을 상시 설치하기 위해서는 참으로 많은 것들이 필요했다.

    ‘카타리나랑 엘리고스가 일회용이라도 연 게 대단할 지경이네.’

    마몬 가에 남아있던 잔여 마력 거의 전부를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비장의 마법 스크롤까지 아낌없이 사용한 결과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쩌면 시트리가 개입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틀이란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용호는 단 하루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았다. 스컬 부대의 스켈레톤들을 모두 스켈레톤 솔져로 승급시켰고, 카타리나와 스컬을 비롯한 던전의 주력을 이끌고 카이완의 유산 탐사를 재개했다.

    이틀 동안의 탐사 결과 전문 고문장과 대형 감옥을 추가로 발견할 수 있었다. 용호가 현재 고대하고 있는 것은 마법 도서관이었지만 엘리고스가 워낙에 좋아했기에 그저 같이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삼일 째가 되는 날.

    용호는 탐사를 나서는 대신 옥좌에 앉아 충성스런 사역마를 마주했다.

    “엔델리온의 딸 오필리아, 위대한 마몬 가의 가주님께 인사드립니다.”

    원거리 통신기를 설치해두긴 했지만 전달할 물건도 있었기에 이번에도 직접 마몬 가를 찾은 오필리아였다.

    용호에게 인사를 마친 오필리아는 용호 옆에 시립한 엘리고스에게도 윙크로 인사했고, 엘리고스는 소리죽인 헛기침으로 응답했다. 카타리나는 애써 미소를 참으며 귀를 바닥거렸다.

    오필리아의 보고는 언제나처럼 단도직입적이었다.

    “아비게일 가의 집사장이 융케라스의 딸을 새로운 가주로 세웠습니다. 이미 장성한데다가 성격도 불같은 자라 포라스 가 처럼 다른 가주에게 항복하거나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던전의 주 전력도 일단은 보유한 상태이고요.”

    방파제 역할을 수행해야 할 포라스 가가 사라지긴 했지만 아직 마몬 가와 아비게일 가 사이에는 ‘거리’라는 장벽이 남아 있었다.

    일단은 안심해도 될 것 같았다.

    “아비게일 가뿐만 아니라 인근의 다른 가주들도 포라스 가의 새 가주와 융케라스가 동귀어진했다는 식으로 ‘현재는’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심쩍은 부분들이 꽤 남아 있는 터라 이런 현상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포라스 가의 잔해에 조사대를 파견한 가주도 있습니다.”

    애당초 시간 벌이를 위한 공작이었다. 이 정도면 딱 기대한만큼의 성과였다.

    오필리아는 숨을 한 번 크게 골랐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야말로 중요하다는 듯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엠브리오가 다시 남진을 시작했습니다. 이전 합종군에서 패해 도망쳤던 가주 가운데 하나인 바이탈린을 격살하고 던전을 빼앗았습니다. 아직 마몬 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만… 지금의 속도로 남진을 계속한다면 빠르면 서너 달, 늦어도 반년 후에는 엠브리오의 군세와 직접 대면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상황을 게임에 비유하자면 엠브리오는 남부 공백지 지역의 최종보스라 할 수 있었다.

    언젠가는 마주해야만 하는 적.

    엠브리오가 남진을 계속하는 한 용호는 그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그리고… 이건 좀 더 먼 곳의 이야기입니다만, 오만의 왕과 질시의 왕의 대립이 보다 격화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자잘한 국지전에서 끝나지 않고 전면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마계 전역에 퍼지고 있습니다.”

    여섯 왕들 가운데 둘이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었다. 하지만 오필리아의 말대로 거리가 너무 멀었고, 당장 눈앞의 엠브리오와 대적해야 할 용호에게는 영역 밖의 이야기였다.

    오필리아 역시 그것을 알았다. 오필리아가 두 왕의 대립을 이야기한 것은 그냥 이런 일도 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실제로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다른 왕들이 남부 공백지를 신경 쓰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까지 남부 공백지의 패자가 나타나지 못한 것에는 다른 왕들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란 가설이 존재했다.

    어디까지나 가설이었다. 하지만 그 신빙성은 무척이나 높았다.

    여섯 왕들은 새로운 일곱 번째 왕이 탄생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남부 공백지는 버려진 땅이었지만 충분히 넓었고, 다른 누구도 아닌 탐욕의 왕 마몬이 처음 세를 일으켰던 의미 깊은 땅이었다.

    남부 공백지 통일을 노리는 엠브리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었다. 어쩌면 두 왕의 격돌에 맞춰 진군 속도를 높일지도 몰랐다.

    일종의 타임 리미트.

    용호는 인지하는 것으로 끝냈다. 쓸데없는 고민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대신 당장의 전력 강화에 집중했다.

    “오필리아, 무술은 아버지께 배운 건가?”

    용호의 물음에 오필리아는 즉답했다.

    “네, 아버지께 배웠습니다. 북두무영각이라는 무공인… 가주님?”

    말을 하다말고 오필리아가 용호를 불렀다. 용호의 표정이 꽤나 괴이했기 때문이다.

    “무공?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 무공은 아니겠지?”

    “어… 생각하시는 무공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계의 무술이긴 합니다. 뒤틀림이나 이계와의 연결 덕분에 마계에는 각종 이계의 지식들이 전파되어 있으니까요. 제가 배운 북두무영각 역시 그러한 종류 중에 하나입니다. 아버지께서 마족- 특히 레드 데몬에 맞춰서 개량하신 강력한 외공이죠.”

    오필리아의 얼굴에 자랑스러움이 묻어났다. 예를 표할 때마다 늘 아버지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도 그렇고, 아버지에 대한 존경이 남다른 것 같았다.

    ‘북두무영각이라…….’

    용호는 슬쩍 고개를 돌려 자신 옆에 선 카타리나와 엘리고스를 보았다.

    “오필리아, 혹시 엘리고스에게 가르칠만한 무술을 알고 있나?”

    용호의 말에 엘리고스가 이게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휘둥그레 떴고, 오필리아는 화사하게 웃었다.

    “남두무영권이 있습니다. 이것 역시 아버지께서 개량하신 외공이죠. 제 무영각과는 달리 권을 위주로 한 외공입니다.”

    “딱 좋네. 부탁할게.”

    “알겠습니다. 철저하게 단련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용호와 오필리아가 주거니 받거니 하며 하하호호 웃는 가운데 가엾은 엘리고스는 홀로 혼란의 도가니탕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했다.

    용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혹시 내가 익힐만한 무술은 없을까?”

    용호는 현재 카타리나에게 기본적인 싸움법을 배우고 있었다.

    하지만 카타리나는 다크 엘프 특유의 빠른 몸놀림을 이용한 전투법에 특화되어 있었기에 용호에게 기초 이상을 가르칠 수 없었다.

    처음에는 리쿰에게 배우는 것을 생각했지만 리쿰은 대검이나 도끼를 이용한 전투에 능했기 때문에 창을 사용하는 용호에게는 맞지 않았다.

    용호의 물음에 카타리나가 꼬리와 귀를 축 늘어트렸다. 오필리아는 그런 카타리나의 시무룩한 모습과 미안한 기색이 어린 용호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잠깐 고민하는 가 싶더니 새삼 용호에게 예를 표하며 말했다.

    “선술집을 통해 마땅한 인물을 수탐해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정 안되면 교본이라도 어떻게든 구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외람된 말씀이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주님 곁에는 이미 최고의 스승이 자리하고 있으니까요.”

    오필리아는 말을 마치며 시선을 한 곳에 두었고, 그렇기에 용호는 물론 카타리나와 엘리고스 역시 오필리아가 지목한 스승이 누구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홍련의 마창 아몬.

    바로 그것이었다.

    &

    < 제 23장 #3 > 끝

    ⓒ 취룡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