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메이커-24화 (24/227)
  • < 제 7장 #4 >

    &

    “수레 같은 거라도 가져올 걸 그랬나.”

    ‘카이완의 무기고’에 있는 장구 류의 숫자는 대략 사십여 개. 그 가운데 마법이 걸린 물품은 모두 합쳐 일곱 개였다.

    투구가 하나, 갑옷이 둘, 칼이 다시 셋에 방패가 하나.

    직접 장비하고 가면 혼자서도 나를 수 있을 양이기는 했지만 아직은 장비할 수 없으니 속절없이 손으로 들고 가야만 했다.

    스컬과 존, 코볼트에게 적절히 - 코볼트에게는 도저히 숨길 수 없는 방패를 들게 했다. - 매직 아이템들을 나눠 준 용호는 방구석에 나자빠져 있는 살라멘더에게 다가갔다.

    아직도 머리를 난타당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동작이 무척이나 굼떴다.

    용호가 다가오는 것을 눈치 챈 놈이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 거렸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용호가 아몬을 살짝 들어 올리자 꼬리를 내렸고, 그 뒤에서 스컬이 망치를 들어 올리니 아예 끙끙 앓는 소리까지 냈다.

    하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카타리나의 말대로 용호에게 당할 수 없음을 인지한 것 같았다. 용호가 카타리나에게 물었다.

    “던전 몬스터의 사역마 등록은 어떻게 하지? 일반적인 사역마들과 같나?”

    “꽤 다릅니다만, 가주님께서 하실 일 자체는 비슷합니다. 복잡한 과정은 던전의 영혼에게 맡기시면 되거든요. 중요한 것은 던전 몬스터가 가주님께 복속될 의지를 품는 것입니다.”

    그거라면 이미 충분해 보였다. 살라멘더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선 용호는 가볍게 손을 들어올렸다. 끙끙 거리는 살라멘더의 머리 위 허공에 왼손을 가져다 댄 뒤 던전의 영혼을 호출했다.

    [던전 몬스터 살라멘더를 던전 사역마로 등록하시겠습니까?]

    [일반적인 사역마를 등록하는 것보다 마력이 다소 더 소모됩니다.]

    [주인님께서 마력을 많이 소모하셨으니 원하신다면 던전에 남은 마력을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카타리나의 말대로 용호가 할 일은 비슷했다. 던전의 영혼에게 수락의 뜻을 표하자 용호의 손바닥과 살라멘더의 머리 위 사이에 작고 하얀 빛의 마법진이 그려졌다.

    [등록되었습니다. 살라멘더는 이제 던전의 사역마입니다.]

    이를 증명하듯 살라멘더의 이마 위에 복잡한 문양의 하얀 마법진 문신이 생겼다.

    아무래도 던전 몬스터 출신이라 던전 상회에서 취급하는 일반 사역마들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살라멘더의 획득. 이 자체로도 좋았지만 일단 얻고 나니 호기심이 생겼다. 용호가 허공에 대고 물었다.

    “던전에 남은 마력을 내가 이용할 수 있을까?”

    용호의 마력을 던전에 주입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 역도 가능하지 않을까?

    [가능합니다. 다만 주인님께서 제게 마력을 주입하시는 것보다는 다소 효율이 좋지 못합니다.]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데?”

    [주입과정에서 3할 정도의 마력이 손실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정도면 감수할 수 있는 비율이었다. 더욱이 용호가 지금 하려는 일에는 그리 많은 마력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용호는 던전의 영혼의 안내를 받아 던전에 남은 마력 가운데 일부를 흡수했다. 던전의 천장과 바닥 등을 통해 발산된 마력이 육신에 전해지는 과정이 꽤나 신기했다.

    “좋아, 한 번 해볼까?”

    씩 웃은 용호의 두 눈에 녹색 귀화가 피어올랐다. 진화의 권능이 살라멘더를 분석했다.

    [종족/직위 : 살라멘더 (남)]

    [분류 : 마수 (중급)]

    [주속성 : 불꽃]

    [주요 종족치 : 체격 / 힘]

    [진화 숙련치 : 0/100]

    용호 자신이 강해졌기 때문인지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분류’ 항목이 보였다. 용호는 시험 삼아 바로 옆에 자리한 카타리나를 돌아보았다.

    [이름 : 카타리나 (여)

    [종족/직위 : 하프 서큐버스, 하프 다크엘프]

    [분류 : 마인 (중급)]

    [주속성 : 바람 / 어둠 | 부가속성 : 번개 / 물 / 대지]

    [주요 종족치 : 서큐버스 - 매력 / 마력 | 다크 엘프 - 민첩성 / 기량]

    [진화 숙련치 : 70/100]

    카타리나 역시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중급 마인이라.’

    내친 김에 스컬까지 돌아볼까 했던 용호였지만 일단은 다시 살라멘더를 보았다. 던전으로부터 흡수한 마력이 그렇게 넉넉한 상황은 아니었다.

    [체격 특화 2레벨 | ★★ (2)] -> [진화시 승급 루트 개방]

    [민첩 특화 1레벨 | ★★☆ (2.5)] -> [진화시 승급 루트 개방]

    [마력 특화 2레벨 | ★☆ (1.5)]

    [힘 특화 1레벨 | ★★ (2)]

    역시 이미 꽤나 발전이 되어 있는 녀석이었다.

    더욱이 진화 루트에 붙어 있는 추가 설명들이 인상적이었다.

    용호는 천천히 손가락을 놀려 허공을 짚었다. 체격 특화 항목을 건드리자 진화시의 실루엣이 드러났는데 그 결과가 제법 볼만했다. 그렇지 않아도 커다란 살라멘더의 몸집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눈짐작이긴 했지만 거의 1.2배는 커진 것 같았다.

    연달아 용호는 민첩 특화를 보았다. 진화 포텐셜이 높은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되었다.

    다시 한 번 허공에 실루엣이 그려졌다. 용호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날개?!”

    갑작스런 외침에 살라멘더 뿐만 아니라 다른 사역마들도 놀라 용호를 돌아보았다.

    용호는 숨을 가다듬고 다시 실루엣을 살폈다. 민첩 특화로 진화시킨 살라멘더에게는 놀랍게도 박쥐의 것과 비슷한 날개가 돋아났다. 약간이지만 체형 역시 날렵하게 변했다.

    ‘민첩 특화시켰을 때 승급 루트가 개방된다는 건…….’

    아직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용호는 짐작할 수 있었다.

    비행 형으로 진화가 가능하다. 어쩌면 궁극적으로는 드래곤 같은 존재가 될 지도 몰랐다.

    절로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카타리나 말대로 죽이지 않고 사역마로 받아들인 것이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잘했어. 잘했어, 카타리나!”

    용호가 카타리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칭찬했다. 갑작스러운데다가 영문을 알 수 없는 칭찬이었지만 어찌되었든 칭찬이었기에 카타리나는 어설프게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후, 좋아. 이제 돌아가자.”

    진화의 권능을 해제한 용호가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엘리고스에게 돌아가 매직 아이템들을 감정하고, 마력을 회복해 사역마들을 진화시킬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용호가 앞장섰고, 카타리나와 사역마들이 그 뒤를 따랐다. 살라멘더 역시 마찬가지였다.

    &

    용호가 귀환하는 걸 어떻게 미리 알았는지 마왕의 방에는 엘리고스 뿐만 아니라 다른 사역마들까지 모두 모여 있었다.

    엘리고스가 모두를 대표해 용호에게 예를 표했다.

    “다녀오셨습니까, 가주님.”

    “어떻게 알고?”

    고블린들이야 평소에 마왕의 방구석에서 잠을 잤으니 우연이라도 함께 있을 수 있었지만 트리엔트는 아니었다. 트리엔트가 마왕의 방 안에 들어온 걸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엘리고스가 웃으며 설명했다.

    “던전의 영혼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예속 사역마 정도 되면 가주님처럼 복잡한 대화는 무리더라도 던전과 간단한 의사소통 정도는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지난번에 던전이 공격받았을 때도 일찌감치 사역마들을 불러모아 문을 봉쇄했던 엘리고스였다.

    용호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인 뒤 카타리나를 비롯한 사역마들이 들고 있던 매직 아이템들을 한 곳에 내려놓게 하며 말했다.

    “일단 마법이 걸린 것들만 챙겨왔어. 나머지도 곧 챙겨와야겠지.”

    “오오…….”

    매직 아이템들을 바라보는 엘리고스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전전대와 전대 가주 모두가 결국엔 포기하고 말았던 무기고이지 않은가.

    “정말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엘리고스가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며 말했다. 용호가 어깨를 으쓱였다.

    “나만 고생했나. 다 같이 고생했지. 스컬이랑…….”

    잠시 말꼬리를 흐린 용호는 슬쩍 눈동자를 굴렸다. 카타리나가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카타리나가 특히 공이 컸어.”

    용호의 말에 카타리나가 고개를 푹 숙였다. 자꾸만 올라가려는 입 꼬리를 감추기 위함인 것 같았다. 그에 반해 스컬은 망치를 흔들며 순수하게 즐거움을 표했다.

    둘 모두 든든하기 짝이 없는 던전의 보물들이었다.

    엘리고스가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씻을 물과 식사를 준비해뒀습니다. 우선은 푹 쉬시지요.”

    허언이 아닌지 정말로 음식 냄새가 났다. 쉬고 싶은 마음은 용호도 간절했지만 그보다는 매직 아이템 쪽이 조금 더 급했다.

    “혹시 매직 아이템 감정에 시간이 많이 걸리나? 마력 말고 뭔가 소비되는 자원이 있다든가.”

    “강력한 매직 아이템의 경우엔 특별한 준비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만 여간한 것들은 바로 감별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3대 전 가주님의 무기고 안에 있던 것들이니까요. 혹여 저주 마법 같은 것이 걸려 있다 할지라도 마몬 가 외의 존재가 장비했을 때만 발동할 겁니다.”

    미리 준비해두기라도 한 것처럼 엘리고스가 청산유수로 답했다. 용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응? 그런 게 구분이 가능한가?”

    “마몬 가의 사역마들은 던전에 자신의 존재를 등록하니까요. 식별 가능한 문신 같은 것이 몸에 새겨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한 마디로 처음부터 저주 걱정은 없었다는 말이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이 반지에도 저주가 없었는데.’

    납득한 용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주 마법이 없다면 그냥 하나씩 직접 사용해보며 효과를 확인해도 될 일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카타리나가 돌연 아주 작게 헛기침을 토해 용호의 주의를 끌었다. 작은 눈짓으로 통로를 가리켰다.

    “아, 그러고 보니 소개가 늦었군.”

    용호가 말했고, 카타리나가 이번에도 재깍 반응했다.

    “제가 데리고 오겠습니다.”

    소개라는 말에 엘리고스는 영문을 몰라 눈을 껌벅였다. 론을 비롯한 고블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잠시 후. 카타리나가 연 문을 지나 나타난 존재에 엘리고스가 탄성을 토했다.

    “살라멘더!”

    전신이 불타오르는 거대한 도마뱀의 등장에 고블린들 역시 기겁을 하였다. 태생이 나무인 트리엔트는 깜짝 놀라 허우적거렸다.

    “무기고를 점령하고 있던 녀석을 던전 사역마로 복속시키신 겁니까?”

    한참을 헐떡이던 엘리고스가 겨우 말을 만들어냈다. 용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카타리나의 아이디어였지.”

    하지만 엘리고스에게는 ‘그래’ 이후의 말이 더 들리지도 않는 것 같았다. 몇 번이나 살라멘더를 바라보며 감탄하다가 겨우 용호를 돌아보았다.

    “세상에. 정말 가주님의 능력에는 감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전전대와 전대 가주가 끝내 포기한 무기고를 탈환했을 뿐만 아니라 그 모든 일의 원흉이었던 살라멘더마저 손에 넣었다. 용호가 가주 자리에 오른 지 이제 겨우 십일 남짓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실로 엄청난 성과였다.

    용호는 으쓱이는 대신 엘리고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사역마들과 함께 엘리고스가 준비해둔 식사자리로 향했다.

    탈환 소식에 엘리고스가 나름 열심히 준비하긴 했지만 음식이 특별히 화려하지는 않았다.

    현재 마몬 가의 의식주 가운데 ‘식’은 궁핍과 넉넉함의 경계선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중이었다.

    카타리나가 간간히 잡아오는 사냥감과 던전 상회에 미리 대금을 지불해둔 곡식들이 주식이었는데, 처음에는 꽤나 넉넉하다고 생각한 수량도 던전 내의 입이 부쩍 늘다보니 약간 부족하단 느낌이 들었다.

    팬케이크를 찢어먹던 용호는 엘리고스 쪽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엘리고스.”

    “예, 가주님.”

    “마계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지?”

    용호가 아는 ‘옛날 귀족’들은 자신의 영지에서 난 세금으로 살림을 꾸려나갔다.

    마왕- 즉 가주들을 귀족에 대입한다면 던전은 그들의 영지. 그런데 과연 이 던전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가능할 지 의문이었다.

    엘리고스는 즉답하는 대신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가주님께서 사시던 인계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만… 아마 돈을 버는 방식 자체는 거의 비슷할 것입니다.”

    마계도 결국엔 ‘마족’이란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였다. 아무리 약육강식의 세계라 하나 단순히 죽고 죽이는 것만으로는 사회가 구축될 수 없었다.

    “던전을 통해 돈을 버는 방식에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엘리고스는 특별히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애당초 지금 용호와의 대화에 신경을 쓰는 것은 카타리나 정도였다. 고블린들과 코볼트는 눈앞의 먹을 것을 입안에 집어넣느라 바빴고, 스컬은 언제나처럼 돌멩이마냥 바닥을 나뒹굴었다.

    “가장 주된 방식은 던전 내에서 생산한 여러 상품을 거래하는 것입니다.”

    가장 모범적인 답안이었다. 엘리고스가 계속해서 말했다.

    “지금은 시설이 없습니다만… 던전 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물품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 약재나 마법 식물을 양육하는 던전도 있고, 마력 그 자체를 거래하는 던전도 있지요. 전대 가주님께서는 여러 마법 식물들을 재배하셨습니다.”

    영지에서 농사를 짓고 물고기를 잡듯이 던전 내에서 각종 물품들을 생산해 판매한다.

    그리고 그 대상은 단순한 물품에 그치지 않았다.

    “사역마를 사고파는 것으로 차익을 거두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나중은 몰라도 당장은 피해야 할 방법이겠군.”

    용호가 바로 연이어 말했고, 엘리고스가 탄복했다.

    “역시 현명하십니다.”

    용호에게는 사역마들을 진화시키는 진화의 권능이 있었다.

    최하급 사역마인 스켈레톤이나 고블린들을 사온 뒤 한 단계 진화시켜서 되파는 식으로 장사를 한다면 아무리 중고 사역마 가격이 신품만 못하다 할지라도 금방 돈을 모을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 대신 용호의 존재가 외부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진화를 거친 사역마는 너무 눈에 띄는 존재였다. 그런 사역마가 시장에 풀리면 자연 마계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마몬 가는 아직 너무 약했다. 지금은 아직 인계 출신의 가주인 용호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낼 때가 아니었다.

    “그리고… 주된 벌이 수단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침입자들을 격퇴하고 전리품을 획득하는 경우 또한 있습니다.”

    “저번에 내가 해치운 녀석처럼?”

    용호가 지금 걸치고 있는 녹색 망토의 본래 주인. 엘리고스는 긍정과 부정을 동시에 표했다.

    “침입자가 같은 마족일 때도 있지만, 때때로 이계의 존재들이 던전에 침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계의 존재?”

    “예, 외람된 말씀이지만 굳이 따진다면 가주님도 이계의 존재십니다. 마계가 아닌 인계에서 태어나 자란 분이시니까요.”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엘리고스가 계속 설명했다.

    “마계의 특정 구역이 간혹 다른 이계의 공간과 ‘연결로’가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연결로가 생겨도 그냥 평화롭게 지나가는 일이 더 많습니다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는 거군.”

    “던전을 지배하는 가주가 던전 밖 이계로 공격을 가할 때도 있고, 역으로 이계인들이 던전을 침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승리한다면 적잖은 전리품들을 회수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를 통해 급성장한 마왕도 마계 역사에 몇이나 존재했습니다.”

    한 마디로 용사와 싸우는 던전의 마왕이란 소리였다.

    잠시 예전에 플레이했던 각종 게임들을 떠올린 용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번에는 용호 자신이 던전을 지키는 보스 몬스터 역할이었다.

    “일단은 사양하고 싶은 이야기네.”

    “그리 흔히 일어나는 일은 아니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푸근한 미소로 이야기를 마친 엘리고스는 다시 식사에 집중하였다.

    용호는 남은 팬케이크를 입안에 우겨 넣은 뒤 물을 삼켰다. 오늘 큰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아직 갈 길이 구만리였다.

    ‘우선은 금광을 손에 넣어야 해.’

    하지만 금광 탈환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크레이지 엔트와 슬라임이 많았고, 금광 안에는 ‘여왕개미’를 비롯해 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지 알 수 없었다.

    ‘뭐, 그래도.’

    차근차근 해나가면 될 일이었다. 당장에 사역마라고는 카타리나와 엘리고스밖에 없던 황량한 던전이 이렇게까지 발전하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면 참 기묘한 이야기였다.

    당장 보름전만 해도 용호 자신의 평범한 치킨집 아들내미인 동시에 컴공과 신입생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던전의 가주인, 일단은 마왕이란 말이지.’

    결코 가벼운 상황이 아니었다. 넋 놓고 지내다가는 던전의 심장을 노리고 쳐들어온 마족에게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용호는 부정할 수 없었다. 지금의 상황이, 던전에서의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용호 자신이 본래 품고 있던 성향인 것일까, 아니면 이것도 탐욕의 영향인 것일까.

    용호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 쪽이든 그것이 지금의 용호 자신이었다.

    강해진다. 손에 넣는다. 앞으로 한 걸음을 나아간다.

    일차적인 목표로 삼은 ‘공간의 문’을 던전 내에 설치한다.

    과연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그리하여 마침내 도달한 지점에는 무엇이 있을까.

    용호는 굳이 답을 구하려 애쓰지 않았다.

    사역마들을 돌아보았다. 엘리고스를 흉내내듯 푸근한 미소를 머금었다.

    제 7장 - 무장하다 끝, 제 8장 - 소수정예로 이어집니다.

    < 제 7장 #4 > 끝

    ⓒ 취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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