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메이커-11화 (11/227)
  • < 제 3장 #5 >

    [No 03.]

    [종족/분류 : 스켈레톤 워리어 (성별 : - )]

    [특수기 : 방패 치기]

    [뼈 강도 특화 | ★☆ (1.5)]

    [체격 특화 | ★ (1)]

    [민첩 특화 | ☆ (0.5)]

    [No 09.]

    [종족/분류 : 클레이 골렘 (성별 : - )]

    [특수기 : 내려치기]

    [힘 특화 | ★☆ (1.5)]

    [체격 특화 | ★ (1)]

    [No 15.]

    [종족/분류 : 트리엔트 (남)]

    [특수기 : 덩굴 묶기]

    [덩굴(촉수) 특화 | ★★ (2)]

    [체력 특화 | ★ (1)]

    [민첩 특화 | ☆ (0.5)]

    고블린 때와는 다르게 같은 종류가 여러 마리 있는 게 아니었기에 저 셋 중 하나를 고르기만 하면 되었다.

    당연히 세 가지 선택 모두 장단점이 있었다.

    머리 높이 2미터 정도 되는 스켈레톤 워리어는 언데드 몬스터답게 식비가 들지 않았다. 더욱이 애당초 뼈로 된 몸이었기에 뼈가 부러지는 것 외에는 딱히 다친다는 개념이 없었다.

    주무장은 칼과 방패, 엉성하게나마 투구와 갑옷 역시 갖추고 있었기에 딱 전형적인 탱커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유지하는데 소비되는 마력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이었다. 마력 충원을 오직 용호 한 명에게 의존하고 있는 마몬 가 던전의 사정상 스켈레톤 워리어는 꽤 부담되는 선택이었다.

    클레이 골렘은 이름 그대로 점토로 된 골렘이었다. 스켈레톤 워리어와 마찬가지로 식비가 들지 않았고, 소비 마력 역시 스켈레톤 워리어보다는 적었다.

    머리 높이는 약 2.5미터 정도로 무척이나 컸다. 어깨 또한 넓었기에 ‘길을 막는다’는 면에 있어서는 꽤 이상적인 존재였다.

    동작이 굼뜨다는 것이 좀 걸리긴 했지만 ‘방어용’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리 큰 흠도 아니었다. 어차피 던전 길 한복판에서 버티고 설 존재이니 말이다.

    어린아이가 만든 점토인형처럼 ‘적당히’ 생긴 클레이 골렘은 이렇다 할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추린 사역마는 트리엔트.

    커다란 나무 한 가운데 얼굴이 돋아나 있고, 가지가 마치 팔 다리처럼 뻗어있는 나무괴물이었다.

    덩치는 셋 중에서 가장 컸다. 머리 위에도 가지가 뻗어있었기에 머리 높이라 하기는 뭐했지만, 어찌되었든 전체 높이가 3미터가 훌쩍 넘었고, 성인남자가 두 팔로 완전히 끌어안기 힘들 정도로 몸통도 두꺼웠다.

    평범한 나무처럼 땅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기에 식비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냥 적절한 양분과 물만 주어지면 되었고, 애당초 던전에서 살아가는 사역마라 그런지 햇빛도 그리 많이 필요로 하지 않았다.

    ‘기동성이 나쁘긴 한데.’

    클레이 골렘보다도 나쁜 기동성이 마음에 걸렸지만 가지와 덩굴들을 마치 촉수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꽤 매력적이었다. 던전 통로 한복판에 뿌리를 박고 가지와 덩굴들을 뻗기만 해도 상당한 방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터였다.

    ‘골렘이냐, 트리엔트냐.’

    각자의 특성에 따라 조건을 압축 시키면 결국 전형적이지만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 투입할 수 있는 파워 타입과 특정 분야에 특화된 타입 사이에서의 선택이었다.

    용호는 다시 한 번 두 사역마들을 번갈아 보았다. 각자가 가진 진화 루트를 보았고, 카타리나와의 호흡을 상상해 보았다.

    그렇게 몇 초.

    용호는 마침내 결정했다.

    &

    약간의 경련 끝에 눈을 떴다. 몽롱한 가운데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렸다. 두어 걸음 떨어진 곳에 서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카타리나와 엘리고스가 보였다.

    “하아… 하…….”

    온 몸에 힘이 없었다. 백 미터 전력 달리기를 몇 번이나 반복한 느낌이었다.

    “가주님, 괜찮으신가요? 혹시 어디 아프신 곳은 없으시고요?”

    카타리나가 조심스럽게 물으며 용호의 이마에 흐른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주었다. 엘리고스 역시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마력을 너무 많이 소비하셨습니다. 가상공간에도 너무 오래 계셨고요.”

    용호는 대답하는 대신 그저 숨을 골랐다. 카타리나가 얼굴의 땀을 닦아내고 한 걸음 물러서자 입술을 열었다. 목이 꽤 잠겨 있었다.

    “내가… 얼마나 가 있었지?”

    “두 시간 정도 가 계셨습니다.”

    엘리고스가 즉답했다. 용호는 다시 눈을 감고 옥좌에 몸을 깊이 묻었다. 돌로 만들어진 옥좌의 차가움이 몹시도 반가웠다.

    ‘마력을 너무 썼어.’

    가상공간에 두 시간 정도 머문 것은 사실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고블린 두 마리를 진화시킨 후에 연이어 진화의 권능으로 사역마들을 살펴본 것이 문제였다.

    ‘갈 길이 멀구만.’

    용호 자신의 진화 루트 가지고 은근히 고민했는데 일단 마력 루트부터 키워야 할 판이었다.

    몇 번 더 숨을 고른 용호는 다시 눈을 떴다. 존존 론론 거리며 이쪽을 훔쳐보는 고블린 두 마리와 카타리나, 엘리고스가 보였다. 차례대로 얼굴들을 돌아보았고, 용호는 피식 웃었다.

    용호의 몸도 걱정이지만, 그래서 거래는 잘 했느냐, 어떤 사역마를 사왔느냐- 이런 걸 묻고 싶은 것이 얼굴에 훤했다. 다만 가주가 몸 상태가 안 좋은 마당에 그런 걸 묻기가 저어하여 참고 있을 뿐이었다.

    용호는 씩 웃으며 말했다.

    “트리엔트. 트리엔트를 구매했어.”

    카타리나와 엘리고스는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카타리나는 그 커다란 눈을 깜박였고, 엘리고스는 당혹스런 얼굴로 되물었다.

    “가주님, 트리엔트라면 1성이 아닌 2성 사역마일 터인데…….”

    “내가 누구야. ‘탐욕’의 힘을 이어받은 마왕이잖아?”

    용호는 시트리와 있었던 일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딱히 비밀로 할 일도 아니었고, 최측근인 카타리나, 엘리고스와는 어느 정도 정보의 공유가 필요했다.

    던전 상인 시트리의 호의는 분명 큰 도움이 되고 있었지만 용호는 그녀를 완전히 믿지 못했다. 잠깐의 이득에 취해 마음을 쉬이 허락해서는 안 되었다.

    “엘리고스, 네가 던전 상회에 입력한 돈은 절반만 썼어. 고블린 두 마리를 추가 구매했으니까 발전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거야. 많이 샀다고 스켈레톤까지 덤으로 한 마리 주더라.”

    용호가 다시 씩 웃으며 말하자 엘리고스는 무척이나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왠지 저 다음에 무슨 동작을 취할지가 눈에 보였기에 용호는 선수를 치기로 했다. 옥좌에서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벌써 다음 택배가 기대되는군. 밥이나 먹을까?”

    짐짓 기운차게 말했지만 몸은 정직했다.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비틀하더니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뻔 했다. 카타리나가 급히 몸을 날려 그런 용호를 부축했고, 용호는 걱정과 안도가 뒤섞인 카타리나의 얼굴을 보았다. 저도 모르게 키득 웃었다.

    “역시 카타리나가 편해.”

    얼굴을 보면 무슨 생각하는 지가 보이니까. 똑같이 미녀였지만 카타리나가 역시 시트리보다 훨씬 더 정신건강에 좋았다.

    “가주님?”

    “아니, 그냥 너 귀엽다고.”

    삼일 전만 해도 얼굴 마주하기도 부담스러운 미녀였는데.

    휘휘 고개를 내저은 용호는 나무토막처럼 뻣뻣해진 카타리나에게 조금 더 몸을 기댔다. 엘리고스는 물론이고 그 뒤에서 고개를 갸웃갸웃하며 눈치를 살피는 고블린들에게 말했다.

    “아무튼 밥 먹자. 먹고 푹 쉬자고.”

    더는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엘리고스도, 카타리나도, 심지어 고블린들도 재빠르게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시작했다.

    마몬 가의 새로운 가주가 즉위한 지 삼일 째.

    마몬 가의 던전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아주 조금씩, 무척이나 느리게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확실하게.

    제 3장 - 진화의 권능 끝, 제 4장 - 던전의 심장으로 이어집니다.

    < 제 3장 #5 > 끝

    ⓒ 취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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