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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 예술이다-111화 (111/237)

111화. 21살, 월드 플레이 법률 방송

“설마 대표님 생각이신가요?”

“제 뜻이기 전에 회장님의 뜻입니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군요.”

정말로 신기한 기업집단이란 생각이 들었다.

“걱정 마세요. 한리버가 손해 볼 일은 없을 겁니다.”

마구 퍼주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한리버 자체에서도 여러 방면으로 따져봤다.

결론은 당장은 손실이 발생할지 몰라도 제대로 정착이 된다면 손해를 보지 않는다에 도달했다.

이유는 인터넷 시장의 성장과 함께 사람들은 점점 똑똑해지고 법과 가깝게 지내게 될 거란 점에서 긍정적으로 접근했다.

“사람들은 계속 진화를 거치고 있습니다.”

관련 근거는 법에 대한 키워드와 지식인에 올라오는 질문 건수가 늘고 있었다.

“우리 사회에 있어 법에 대한 지식은 관련 없는 일반인도 일정 부분은 습득해 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옛날처럼 법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겁니다.”

소송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 중의 이유가 되리라 봤다.

초기에는 사람이 다치면 다치게 하는 사람이 무조건 잘못이란 인식이 팽배했지만, 현 사회는 빠르게 체질을 개선해 나가 새로운 변화를 거쳐가고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하나하나 따져 보며 잘잘못을 가르는 단계에 이르렀다.

“대표님 말씀은 법에 관련 시장이 앞으로 크게 확대될 거라 보신다 이 말씀이시네요.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그리고 첫방송은 공항 인근에서 벌어진 사고에 대해 다루고요.”

“그렇습니다.”

한창 이슈를 모으고 있는 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단번에 받을 수 있으리라.

당장 관련 글을 올린 곳에는 사람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었다.

정확히는 토론이라기보다 누가 더 잘못했는지에 대한 글들이 쉴 새 없이 올라갔다.

“방금 대화로 느낀 거지만, 전 이번 일에 변호사님이 적임자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필수와 대화를 하며 촉이 말해주고 있었다. 대박이라고.

꼭 잡아야 한다고 말이다.

“한리버와 함께 해주셨음 합니다.”

“그전에 다 못 읽은 계약서를 읽어보고 싶은데, 잠시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사람들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이필수는 확실하게 결정을 내리지 않은 일에 관련된 계약서는 읽지 않았다.

일단 대화를 나눠보고 마음이 동하면 그때야 계약서를 훑고 협상에 들었다.

관심도 없는 일에 계약서를 읽어봐야 무어 하겠나. 시간 낭비였다.

“계약서엔 문제가 없어 보이네요. 대신 여기 계약 기간을 3년이 아닌 2년으로 바꿔 주셨으면 하는데요.”

1년 부를까 싶다 2년을 불렀다. 2년간 한리버와 일을 해보고 추후에 계약을 연장하겠다는 의미였다.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필수 변호사님.”

한리버 월드 플레이에 변호사가 채용됐다.

스트리머란 직업을 걸친 채.

***

며칠이 지난 날.

“CCTV를 보시죠. 비가 퍼붓네요. 엄청 어두워요. 지나다니는 자동차들 불빛에 의지해 차들이 천천히 다니는 걸 볼 수 있어요.”

이필수가 영상을 재생하며 스크린에 비치는 신호와 차량들을 가리켰다.

영상은 깜깜한 어둠으로 가득했고, 검은색 차들은 간신히 보이는 정도가 다였다.

“비가 많이 와서 어떤 차도 달리지를 못합니다. 사고는 이때 일어납니다.”

이필수가 움직인 마우스 커서가 영상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여기 보이세요. 횡단보도도 아닌 곳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고 천천히 진입하는 차량들을 무시하고 달립니다. 어어, 콰당. 사고 나네요. 뒤를 따라 진입하는 차량도 무단횡단한 사람을 치고 갑니다.”

차량은 저속으로 움직였다. 영상에서 보이는 남성은 급하게 도로를 진입했고, 얼마 가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

“자, 과연 이게 운전자의 잘못일까요? 얼마 전 기사가 났죠. 선행 차량에 대해 75%, 뒤따라 온 차량에 25%를 구상금을 지급하라 판결이 났습니다. 이게 말이나 됩니까? 이건 판사님도 절대 피하지 못할 사곱니다. 자 보세요. 차가 오나 안 오나 확인도 하지 않고 곧장 달리는 모습을요.”

이필수는 영상에 잡히는 남자를 지목하며 목에 힘을 줬다.

“이러한 판결 때문에 우리나라는 매년 보험사기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일부러 부딪혀 보험금을 타내는 겁니다. 아주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어요. 대체 이 법이 누구를 위한 법인가요? 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자동차가 아닌 무단횡단자를 보호하는 법이 세상에 어딨습니까? 도로를 내달리다 무단횡단자 때문에 멈춰야 할 판입니다.”

이필수는 판결을 내린 판사를 비판했다.

도로는 자동차를 위한 도로이며, 사람을 보호할 의무 또한 없었다.

사람을 보호하는 자리는 녹색 신호등이 켜진 횡단보도와 두 발로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는 인도뿐이다.

도로에서 사람을 보호한다고 갑자기 멈추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유족분들껜 죄송하지만, 이건 유죄가 아닌 무죄가 맞습니다. 운전자분께선 서로 책임을 묻지 마시고 항소하세요. 도움이 필요하다면 한리버에서 직접 나서 변호를 해드리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방송을 마쳤다. 이필수는 땀을 훔치며 댓글 반응을 조용히 지켜봤다.

└ 이민수: 이거 너무 나간 거 아닌가? 그래도 사망사곤데?!

└ 고진우: 민수야, 차 없누? 뚜벅이임? 운전을 해봐야 저걸 알지.

└ 이진아: 이필수 변호사님 얘기가 공감이 되지만, 많이 불편하네요.

└ 조인서: 불편하면 보지 마세요. 변호사님이 맞는 말 했는데. 우리 아빠도 저거랑 비슷한 사건에 휘말렸다 사회생활 못하시고 병원 다니세요.

└ 유승현: 저도 비슷한 경험 있어요. 진짜 지X 맞아요. 회사생활은 해야 하고 근데 사회는 내가 죄인이라며 몰아붙이는데 정말 가족만 아니었다면 전 이미 죽었을 겁니다.

여러 의견들이 분분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운전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비중은 90대10.

“확실히 전생과 많이 다르네.”

같은 2000년대이나 5년과 40년의 간극이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전생에선 무단횡단자가 사망하면 100% 무죄선고를 내렸고 사람들도 그걸 당연히 받아들였다.

한데, 지금은 무려 10%나 반대의견을 냈다.

“이런 인식을 서서히 뜯어고쳐야 돼.”

당장은 힘들 터다. 세대교체가 일어나며 인식이 새롭게 정립되는 때를 기다려야 하였다.

“그래도 지켜보자고. 이번 판결 어떻게 될지는.”

상당한 관심을 끈 만큼, 역사가 바뀌리라 기대를 해봤다.

***

“이건 우리에 대한 도전입니다.”

“맞습니다. 새파란 애송이가 돈 좀 벌었다고 이런 짓을 벌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좋게 마무리된 판결에 깊숙한 태클이 들어왔다. 한리버에서 내보낸 인터넷 방송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운전자에게 전해졌고, 운전자 둘은 합심해 항소를 하였다.

“어떻게 사람보다 차를 더 중요시할 수 있단 말입니까.”

인도뿐 아니라 도로까지 사람이 있으면 차는 무조건 멈춰야 한다. 이것이 지금 자리에 있는 판사들의 생각이었다.

“혼쭐을 내줘야 합니다. 이대로 물러서면 안 됩니다.”

30대로 보이는 남성이 발끈해 소리쳤다. 해당 사건을 맡았던 판사였다.

“그렇지. 자네 말이 맞네. 절대 물러서면 안 될 걸세. 한데, 명분이 없네.”

“그깟 명분 만들면 되는 거 아닙니까, 선배님.”

“만든다. 뭐로?”

“......”

말이 쏙 들어갔다. 법에 대해 도전을 했다고 고소를 한다? 스스로를 욕보이는 행동이다.

따르르르릉.

그때였다.

호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에서 진동음이 울렸다.

[이건호 회장.]

“이 회장님이......”

핸드폰에 뜬 이름을 본 순간, 50대로 보이는 중년인의 얼굴이 굳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닐세. 얘기하고 있게. 난 전화를 받고 오지.”

중년인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느긋한 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방에 남은 사람들은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다 이내 관심을 끄고 하다 만 이야기를 이어갔다.

“오랜만이십니다. 이 회장님.”

---오늘 좀 봤음 하는데, 어떤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이건호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알겠습니다. 어디서 뵈면 되겠습니까.”

---기사가 갈 걸세. 그걸 타고 오면 될 게야.

“......알겠습니다.”

방 안의 분위기를 장악하던 중년 남성의 모습은 사라지고 온순한 양의 모습으로 이건호를 대했다.

“......후우.”

이 타이밍에 걸려온 전화는 무엇을 의미할까.

중년 남성은 씁쓸한 표정으로 나왔던 방을 잠시 응시하다, 걸음을 반대 방향으로 옮겼다.

***

도곡동 육성그룹 사옥 최상층에 자리한 회장실 안에 한강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귀에 수화기를 가져간 이건호를 숨죽이고 기다렸다.

“......타고 오면 될 게야.”

통화를 끝낸 이건호는 핸드폰을 내렸다.

시선은 한강을 노려본 채로.

“어째 매번 사고를 일으키고 다니는 게냐.”

다른 사람이었다면 몇 번이고 경을 쳤을 일을 한강은 매번 아무렇지 않게 벌여 놓았다.

본인이 완성한 이미지를 사정없이 부숴버리는 파격적인 모습은 덤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혹여나 장인어른이 그런 일에 휘말려 억울한 일에 당한다면 저도 그렇지만 윤희가 매우 슬퍼할 겁니다.”

이건호가 무단횡단을 할 일은 없다. 반대로 운전을 할 일도 없지만, 관계된 사람이 그런 일을 겪는다면 육성의 이미지에 큰 스크래치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한강은 이번 일을 이건호와 연관시켜 자신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내가 네 녀석이랑 대화를 하면 몇 년은 늙는구나.”

“아직 창창하십니다. 장인어른.”

이조차 한강은 부담 없이 받아넘겼다.

재진이조차 하지 못하는 행동, 자신의 뜻을 확실히 내비치는 모습은 건호에게 있어 많은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재진이가 녀석의 반만 닮았어도...’

그룹 내에서 밀어주었던 E육성 사업을 보기 좋게 말아 먹어 손실을 육성 계열사로 전가시켰다.

지금 이재진의 경영능력에 큰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안타까워.’

그렇다고 한강을 끌고 와 한리버와 육성을 함께 운영해 달라 하는 건 무리.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건호는 아쉬움을 잠시 달래고는.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네 부탁대로 자리를 마련했다. 어떻게 할 참이냐?”

“장인어른을 배경 삼아 주제 넘는 행동을 해볼까 합니다.”

“나를 배경으로 삼겠다...? 나를...?!”

이건호는 기가 찬 얼굴로 한강을 응시했다.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었다.

오히려 입가에 진한 미소를 걸쳤다.

대체 저 대담성과 깡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참으로 신기한 녀석이었다.

“네. 장인어른이 반대를 하셔도 일을 과감히 진행에 옮길까 합니다.”

“허허. 내가 안 된다 한다 해도 말이더냐?”

“그렇습니다. 이번 일은 육성에 있어 아주 좋은 기회일지 모릅니다.”

매서운 눈을 그대로 마주하며 육성에 보상이 있음을 얘기했다.

“어째서 내가 너를 돕는 게 육성에 좋은 일이라 하는 거지?”

“장인어른이 저를 도와주신다면 육성은 영웅이 될 겁니다.”

“영웅이 된다?”

“네. 반대로 한리버는 이미지에 약간의 상처가 나게 될 겁니다만.”

그걸 방어할 방책은 마련해 둔 상태라 괜찮았다.

그리고 시간은 오늘을 기억하지 못하고 하나의 사건만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게 뭐지?”

“일이 잘 마무리되면 판결은 확 꺾여 운전자는 무죄가 될 겁니다. 사망자 유족들은 반대로 사고 난 차량에 대해 보상을 해줘야 할 겁니다. 소송비도 부담을 해야겠지요.”

“......”

“그때 육성이 등장해 중재에 나서는 겁니다. 사고 난 차량을 새 차로 교체해 주고 가해자들의 소송비를 부담해 준다면 언론은 알아서 육성을 좋게 포장해 홍보를 해줄 겁니다.”

“호오......”

한강의 잔꾀에 눈이 번쩍 뜨였다. 이건호는 의자를 탁 치며 ‘옳거니’ 크게 감탄했다.

“그리고 모든 일이 해결될 때, E육성 한리버에서 떠안겠습니다.”

끝으로 한강의 폭탄 발언이 재차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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