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357화 (357/409)

357화. 왕좌를 위하여 (1)

[판도라 전 세계 지부 몰락.]

[곳곳에서 일어난 봉기. 판도라도 무사할 수 없었다.]

[이사회 사망자 150명 중 132명.]

[생존자 중 가담한 판도라 직원들 경찰조사.]

[판도라 및, 회원국, 기업들 본격 집중 조사 시작]

[무소불위 권력에 대한 철퇴 시작 되나?]

세상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전 세계로 확산된 시민들의 폭동은 순식간에 판도라를 무너트렸다. 각 나라에서는 판도라 시설들을 철저하게 조사하기로 했다.

"유물의 시대가 되면서 각 나라들마다 판도라 연관 시설이 많아졌죠."

"그 시설들의 힘이 커진 것도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유물에 대해 잘 몰랐다.

그 탓일까. 사람들은 판도라에 큰 지지를 보내줬었다. 생존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으레 종교를 믿는 것처럼 판도라를 믿고 의지했었던 것이리라.

"덕분에 판도라 관련 기구들이 너무 큰 혜택을 봤어요. 각종 지원과 절세 혜택도 톡톡히 누렸고요."

"언노운 사태, 유물증후군 사태부터 시작해서 각종 비리들까지. 더 이상 판도라의 권위를 인정해줄 수 없습니다."

판도라라는 거대한 아성은 그렇게 사람들의 규탄을 받으며 불타올랐다. 과거 독식자들이 활기를 칠 수 있었던 배경의 집단이 완전히 와해된 것이다. 그리고 현재.

"남은 생존자들은 어디에 있냐!"

"찾아라!"

"이 세금 도둑들아!"

시위대들은 드루이드 탑을 샅샅이 수색하고 있었다. 남아있는 생존다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를 잡듯이 쑤시고 다니는 사람들 탓에 내부에 있던 놈들, 즉 생존자란 놈들은 이를 갈고 있었다.

'여기까지 몰리다니.'

숨겨진 장소에 있던 멀린은 판도라 시스템 유물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참을 수 없는 치욕이었다.

감히 이 탑에 더러운 발을 들이게 하고, 그것만으로 모자라 자신들이 궁지에 몰린 쥐꼴이 되다니.

이게 다 요한 때문이었다.

"요한 그 새끼. 아카식레코드를 바티칸에 숨기고 있는 걸 왜 말을 안해서...!"

"망할 바티칸 놈들."

원래부터 판도라는 다양한 이익세력이 혼재되어 있었다. 결국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뭉친 것이기 때문에 다소 숨기는 것이 있어도 서로 묵인하는 편이었고.

'그래도 아카식레코드를 숨기는 건 너무했지!'

보나마나 그걸로 역사를 바꿔 세계의 종교를 기독교로 바꾸든, 뭔가 수를 쓰려 했던 모양인데.

"그게 있다는 걸 진작 말했으면 이런 파국까지 안 왔을 것 아냐!"

덕분에 서주헌에게 제대로 물을 먹어버렸다.

그렇게 남은 생존자의 숫자는 고작 18명.

150명이나 되던 원탁의 일원이 30분도 안 되어서 18명으로 줄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야말로 처참하기 짝이 없는 상황.

'13명이었던 원탁의 기사도 이제 5명...'

그 마저도 중요인물 몇 명은 경찰에 끌려가 수색을 받고 있었고.

'젠장. 그럼 이제 남은 건...'

원탁의 기사 몇 명과 운 좋게 살아남은 이사회 구성원 10명 정도. 하지만 그들 모두가 쓸모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크, 크으으윽...! 팔이 완전히 나갔어."

"살려줘. 죽을 것 같네...!"

나름대로 빨리 원탁과 계약을 해지한다고 한 것 같은데, 저주의 매개체가 된 원탁 매개체가 그들의 몸을 집어삼켰던 것이다.

손은 썩어들어가고, 기도는 좁아져 숨을 쉬기가 어렵다. 유물증후군의 전형적인 증상이었다. 언노운이 된 사람들이 죽기 전, 겪었던 것과 똑같은 고통.

목이 타들어 가는 고통에 장관들은 울부 짖었다.

"멀린, 치유제를...!"

'젠장,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다고.'

"이미 유물이 있는 곳들은 서주헌의 부하들이 죄다 점거했어요."

"뭐? 말도 안 돼...!"

믿기 싫어도 사실이었다.

성이 열리자마자 주헌의 부하들은 능숙하게 탑을 점거했다. 결국 도망친 그들이 쥐처럼 숨을 수밖에 없는 곳은 바로 옥좌가 있는 곳. 그 넓이는 무려 건물 한 층 전체였고, 특별한 봉인으로 숨겨진 장소라서 레이더에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어떤 의미론 여기에 갇힌 셈인데.'

그리고.

"아무래도 여기는 너무 으슥하단 말이야."

원탁의 기사 중 하나가 주변을 훑으며 말했다. 터널 같은 공간을 지나 창문 하나 없이 꽉 막힌 공간.

거기에 홀로 놓인 황금옥좌 흘러도 스칼브.

저 옥좌는 마제스티의 권능이자 심장이었으며, 지금은 판도라의 심장인 판도라 시스템 유물.

하지만...

"역시 저건 좀 지독해."

그가 응시한 건 옥좌에 앉아 있는 무언가였다.

그건 썩은 내라고 하기엔 약하지만, 괴이한 냄새를 풍겼다. 그리고 그의 말에 멀린이 날카롭게 말했다.

"그래도 저게 있으니까 모든 게 돌아가는 거야. 알았어?"

그렇게 말하자 다른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서주헌도 여기까지는 눈치채지 못할 거야. 식량도 넉넉하게 있으니까 버텨보자고."

하지만 그럴 때였다.

똑똑똑.

소름 돋게도 노크 소리가 들렸다. 문도 창문도 없는 그곳에서. 마치 안에 누가 있다는 걸 아는 것처럼.

***

"자, 거기 조심해서 움직여요! 조심해서!"

유재하는 드루이드 탑 주변에 있던 사람들을 안내했다. 다빈치 유물로 만들어낸 긴급 대피소 덕분에 사람들은 병사들의 폭격에서도 무사할 수 있었다.

곧 유재하는 짐차로 된 슬레이프니르에게 물건을 실었다.

"자자, 빨리 이것들 좀 날라 봐."

그가 차의 엉덩이 부분을 툭툭 치자 슬레이프니르는 손대지 말라며 성질을 부렸다. 주헌의 명령이 아니었으면 아마 이딴 짐차 노릇은 하지도 않았알 거라며, 슬레이프니르는 빵빵거렸다. 그리고 그렇게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나갈 때였다.

"그래서 어떻게 되어가고 있냐!"

"어? 저거!"

"단장님?"

멀리서 느껴지는 낯익은 기운에 단원들이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는 이곳을 향해 무섭게 날아오는 뭔가가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궁니르!

거기에 주헌과 일리야가 타고 있었다. 육안으로 확인하긴 힘들어도 틀림없는 악마의 유물 기운! 그리고 그 광경에 단원들은 까무러쳤다.

"미친! 지금 일리야까지 저기 타고 있는 거야?!"

"저, 저거 지금 살아 있냐? 어? 아니 잠깐! 왜 이쪽으로 오는데!"

유재하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궁니르에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궁니르가 유재하를 콱 찍어버리려는 그 순간!

"별일 없었지?"

주헌이 궁니르를 멈춰 세웠다. 언제 봐도 신기에 가까운 기술! 필중의 창을 저렇게 막 다루는 것도 대단한 것이었다. 물론 능력이 꺾인 궁니르는 욕구불만인 듯 빼애애액 거렸지만.

찌르게 해줘! 찌르게 해달라고!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라는 듯, 클로에와 율리안이 재빨리 일리야를 살폈다.

"야, 너 지금 미쳤어?"

"단장님 혼자도 아니고, 다른 사람까지 여기에 태우다니!"

아니나 다를까, 궁니르에 동아줄로 꽁꽁 묶여 있던 일리야는 혼절해 있었다. 아무리 비보로 초인이 되어 있다지만, 궁니르는 손을 대기만 해도 피부가 타들어가는 오라를 뿜어대는 녀석. 심지어 속도도 미사일에 가깝다. 몸이 버텨낼 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주헌은 귀를 후볐다.

"뭘 모르네. 내 단원들이라면, 당연히 강하게 키워야지."

그냥 탈퇴하면 안 될까?

단원 전부 궁니르에 태워보겠다는 말처럼 들려서 단원들은 질겁했다. 그리고 이때였다.

빵빵!

짐차였던 슬레이프니르가 주헌에게 다가와 항의했다.

왜 내가 있는데 저딴 걸 타고와! 타고 오냐고!

그렇게 경적으로 시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주헌은 무시한 채 주변을 살폈다.

"생존자가 남은 것 같은데. 남은 놈들은?"

주헌의 목적은 드루이드 탑에 있는 옥좌.

그의 눈이 번득이자 설아가 정확하게 어딘가를 가리켰다.

"분명 저 부근이에요."

"좋아. 길안내 해줄 사람이 필요하지."

동시에 주헌이 드루이드의 탑에 침범했다.

그리고 현재.

똑똑.

"거기 계세요?"

주헌이 아무것도 없는 벽에 대고 노크를 해온 것이었다. 단원들은 황당하다는 듯이 벽을 살폈다. 벽 안에 숨은 공간이라도 있는 걸까.

"진짜 이 안에 있는 거 맞아? 유물의 기척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

"확실히 있거든? 이 안에 있어."

설아는 정확하게 생존자들의 위치를 집어냈다.

그녀는 주헌이 인정하는 세상 유일의 레이더였다. 그 정도를 못 짚어낼 리가 없었다. 그리고 주헌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가까워질수록 재보들이 난리를 치고 있었다.

'이 안에 옥좌가 있다.'

그리고 이 안에 빌어먹을 쥐새끼들이 숨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똑똑 노크를 했다.

"계세요?"

쿵쿵!

물론 노크라기엔 벽이 부서질 정도로 험악했지만.

"대답 안 하면 쳐들어간다? 응? 3초 줄게."

그 하얀 미소가 흡사 스릴러 장르의 살인마.

손에 톱이나 도끼를 쥐어주면 그야말로 딱이었다.

곧 그가 흥얼거리며 카운트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덕분에 숨겨진 공간에 있던 생존자들은 거품을 물어야 했다.

"멀

린!"

"어찌 좀 해 봐!"

"두-울."

"멀린!"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벽이 박살나는 소리가 들렸다.

콰르릉!

이어서 들려오는 소름끼치는 목소리!

"세엣. 찾았다."

젠장.

벽을 뚫고 들어온 그를 보며 생존자들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는 마제스티의 키를 이용해 문을 열어낸 것이었다. 안에 있던 생존자들은 난리가 났다.

"도망... 커헉!"

그들은 순식간에 휘둘러지는 칼에 쓰러지고 말았다. 허공을 가르는 듯 했던 항우의 검이 그들의 다리를 잘라버렸기 때문이다. 동시에 칼을 어깨에 걸친 주헌이 눈을 번득였다.

"놈들은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던져주고."

"네!"

주헌은 바로 궁니르를 집어던졌다.

마침내 궁니르가 포효하며 날아간 곳은 반대 방향!

주헌은 여유롭게 궁니르가 날아간 방향을 따라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깊은 터널을 지나 탁 트인 공간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건 황금 줄기에 둘러싸여 있는 황금 의자.

'마제스티의 옥좌.'

한편 이쪽 방을 향해 날아왔던 궁니르는 뭔가를 명중시키고 좋아하고 있었다. 그건 바로 주헌이 타깃으로 삼은 매개체. 즉 판도라 시스템이었다.

모니터를 박살낸 궁니르는 왜 인간이 아니냐며 시무룩해했지만 상관없었다.

수많은 장비들에 연결되어 있는 황금 의자가 콰직거리며 뒤흔들리고 있었다. 궁니르에게 맞아 시스템이 파괴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드디어 찾았네, 요놈."

주헌은 의자에 다가갔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옥좌에 다가갈수록, 묘하게 까마귀가 들썩이는 것이었다. 평소와는 명백히 다른 들썩임.

그건 분노, 슬픔. 그리고 옥좌에 가까이 다가간 주헌은 그 이유를 깨달았다.

'이건.'

동시에 주헌이 한마디 읊조렸다.

"이 개새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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