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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335화 (335/409)

335화. 달리는 재보 (1)

"Closed."

그 말과 함께 마제스티의 반지가 번쩍였다.

그와 함께 뜨는 메시지.

[대감옥의 모든 샛길을 닫습니다.]

[외부와 이어진 통로의 문이 모두 닫혀버립니다.]

그 메시지와 함께 바로 반응이 왔다.

쿠구구궁!

대감옥으로 이어져 있던 틈새들이 모두 닫히기 시작한 것이다. 전 세계 곳곳에 열려 있던 틈새들 모두가!

주헌이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조금 열어두었던 바로 그 틈들이.

"아악! 잠까아안!"

덕분에 전 세계에서는 난리가 났다.

중국, 일본 남미, 이집트 등등.

유물을 털기 위해 대감옥에 들어가려고 했던 판도라는 게거품을 물었다.

"잠깐! 아직 닫히면 안 돼!"

애초에 프로메테우스의 당부도 무시한 채 재보에 욕심을 내던 그들이었다.

출구 근처에 있던 팀들이야 금방 나왔지만, 깊숙이 들어간 팀들은 글쎄.

쾅쾅쾅쾅!

"젠장!"

유물을 털기는커녕, 닫히는 문에 사정없이 가로막히고 말았다.

"아아악! 안 돼! 기다려!"

안에 갇힌 이들은 문을 박살 내보려고 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혹시 몰라 틈새를 고정시키던 장치도 박살이 나고 말았다.

애초에 그렇게 쉽게 나올 수 있는 감옥이었으면 까마귀도 진작 깽판을 치고 나왔겠지.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뭐라고?! 그럼 지금 발굴팀 절반이 저 안에 갇힌 거야?"

소식을 전해 들은 판도라 상관들은 경악하며 혀를 찼다.

"어떻게 일처리를 그렇게 합니까."

"그 문을 다시 열 수는 없습니까?"

그들은 이 사태에 몹시 곤란해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래서는 재보를 얻어도 가지고 나올 수가 없잖아요."

"젠장, 기껏 안에 있는 재보를 얻을 수 있나 했더니!"

물론 그 말을 듣는 프로메테우스의 독수리는 속이 터져나갔지만.

'이럴 줄 알았다! 이럴 줄 알았어!"

한심한 인간들!

그래도 프로메테우스의 의지를 받들어 수뇌부에서 자리를 지키던 독수리였다.

[수뇌부들을 도와라, 그래서 마제스티의 부활을 막아라.]

그것이 프로메테우스가 마지막으로 당부한 말이었으니까.

그런데 정작 그 수뇌부란 놈들이 도움이 안 되니!

'그러니까 안에 들어갈 생각을 말고 당장 심상세계에 처넣었어야 했다니까!'

프로메테우스가 왜 마지막 힘을 짜내서 자신을 보냈는데, 심상세계의 문을 여는 것이야말로 서주헌을 처리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던 것인데!

'그런데 이것들은 재보에 눈이 멀어 말은 지지리도 안 들어먹고!'

대감옥 안에 있는 유물들이 아까워도 이들은 프로메테우스의 말에 따라야 했다.

결국 대감옥 탐색이니 뭐니 하다가, 서주헌이 각성하는 것만 도와준 꼴이 되지 않았나.

물론 판도라 수뇌부는 이런 상황에서도 굉장히 여유로웠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래도 나눠가진 프로메테우스의 힘이 있잖아요."

"맞아요, 그걸로 대감옥 안의 간수들도 부릴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랬다.

실제로 로키 사용자가 간수들과 함정의 안개를 부릴 수 있던 건 그 힘 덕분이었다.

프로메테우스는 그래도 나름 수장의 위치.

그의 힘에 간수들이 반응을 보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감옥에 로키 사용자도 갇혔다면서요."

"그럼 간수들을 부려서 저 문도 열고 나올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말에 독수리는 입에서 불을 뿜을 기세였다.

'문을 열긴 뭘 열어! 안 돼! 이제 힘들다고!'

마제스티의 키가 괜히 마제스티의 키인 줄 알아?!

마제스티의 키는 무덤, 그리고 더 나아가 어떤 공간까지도 열고 잠글 수 있는 열쇠.

마제스티가 잠근 문을 간수 따위가 쉽게 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마제스티의 키는 봉인계열 유물 중에서 최강이었으니까.

어디 그뿐인가.

'그놈은 벌써 키를 두 개나 각성시켰다고!'

열쇠가 완전체가 되기까지 앞으로 5개.

'그래도 벌써 힘이 엄청날 텐데.'

열쇠는 하나씩 각성할 때마다 열쇠가 견고해진다고 해야 하나.

쉽게 말해 4자리 비밀번호가 결국엔 패턴에 특수문자에 각종 것을 다 섞은 최강의 잠금장치처럼 진화한다고 보면 되었다.

그걸 알기에 독수리는 엉엉 울었다.

하지만 곧 독수리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아직은 2단계 잠금 수준이야.'

아직 내부의 상급 간수라면 어떻게든 따볼 수 있을지 몰랐다.

물론 상급간수는 신급 유물들도 길들이기 어려워하지만...

'로키급 사용자라면 프로메테우스님의 힘으로 길들일 수 있을 거야.'

***

하지만 길들일 수 있기는 개뿔.

"아. 망했네."

간발의 차이로 출구로 나오지 못한 로키 사용자가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그의 모습에 부하들은 겁에 질렸다.

"로키님, 왜 그러십니까!"

"빨리 프로메테우스의 힘으로 컨트롤해서 이 문을 열게 하죠!"

하지만 로키 사용자는 뜻밖에도 문만 걷어찰 뿐이었다.

그 모습에 다른 부하들이 아차 싶었는지 말했다.

"알겠습니다. 저희가 간수들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그러자 로키가 바로 경기를 일으켰다.

"부르지 마! 오히려 지금 부르면 좆 된다!"

"네?! 그, 그게 무슨..."

"없다."

"네?"

"서주헌이 프로메테우스의 힘을 가져갔다고!"

"네?!"

부하들은 바로 멘붕에 빠졌다.

그건 당연했다.

"잠시만요, 그, 그, 그렇다면 여기서 못나가는..."

"야씨, 그게 문제가 아니야!"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부하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멀지 않은 곳에서 간수들과 함정 장치들이 몰려오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침입자다, 죽여라!]

[모두 먹이로 삼아라!]

"야이씨, 미친!"

그들은 진정한 지옥에 갇힌 셈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비슷한 시각.

주헌은 얄밉게 웃고 있었다.

"자고로 뒤처리는 깔끔하게 해야하는 법이야."

주헌은 수상한 조각을 들어보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건 바로 프로메테우스의 힘.

그리고 그 광경에 동료들이 혀를 찼다.

"독한 놈. 그새 그걸 훔쳐왔냐."

"아, 왜. 이왕 할 거 확실하게 해야지."

진짜 지옥에 떨어질 놈.

율리안이 혀를 찼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은 웃었다.

"뭐 그래 봐야 금방이야. 우리가 다음에 들어갈 때까지만 버티면 되잖아?"

그때까지 살아있는 게 기적일 것 같은데.

"안에서 실컷 재보든 뭐든 즐겁게 캐고 있으라고 해."

참 즐겁게도 캐겠다.

그렇게 율리안이 한숨을 쉴 때였다.

"그래도 단장. 또 엄청난 유물을 손에 넣었네요."

일리야가 부럽다는 듯이 치우 가면을 보았다.

"방어계열 유물은 B급도 S급으로 팔릴 정도로 귀하잖아요. 그런데 SS급 방어 유물이면..."

심지어 상당히 멋지다며 단원들은 부러워했다.

"게다가 보통의 방어 유물도 아니지. 아까 보니까 완전히 공격용이던데."

"아주 좋은 건 다 가지지."

"뭐 그래도 의외긴 하네. 네가 그 유물을 그냥 두고 오다니."

"그 유물?"

율리안은 자신이 공격 받았던 빛줄기 유물을 떠올렸다.

"그거 십계명 유물이 분명한 것 같은데."

그러자 주헌이 쿨하게 답했다.

"그거 사본이야. 진짜는 다른 원탁의 기사가 가지고 있겠지."

"!"

주헌은 음흉하게 웃었다.

'진짜는 나중에 직접 뜯어내야지.'

아이린을 통해서 이미 독식자들, 즉 원탁의 기사들의 존재를 들었던 그였다. 원탁의 기사들은 왕을 만들기 위한 이사회조직.

'그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든 왕이 아니면 인정할 수 없댔어요.'

이미 저질러놓은 게 많아서 이상한 놈이 마제스티가 되면 상당히 곤란하다나.

게다가 원탁의 기사 자리에는 권 회장도 잠시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주헌이 마제스티 후보자로 거론된 순간, 특히 발광을 하며 원탁에 찾아왔다고.

'잘 들으세요. 그 천한 놈이 마제스티가 되면 우리 왕급들은 죄다 유물을 빼앗깁니다.'

'하지만 서주헌이 꼭 마제스티가 된다는 보장도 없고, 된다 해도 놈을 잘 꼬시면.'

'댁도 노예 놈에게 유물을 다 빼앗겨봐야 정신을 차리겠군. 그놈은 우리가 독식하고 있던 유물을 죄다 풀어버릴걸? 그래도 좋소?'

'...'

그리고 자신 있게 말했다고 한다.

'어차피 별것 아니오. 그 천한 놈이 재보를 얻기 전에 죽이면 그만이니.'

'하긴, 그런 마제스티는 없는 게 우리한테 유리하죠. 적당히 허수아비 하나 세워놓는 게 편하지.'

'서주헌은 말도 안 들어먹을 것 같으니 없애고.'

물론 그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주헌은 웃었었다.

'그 놈들, 역시 나를 잘 알고 있어.'

원하는 대로 놈들이 제일 무서워할 길을 선택해주지.

"아무튼 재정비만 하고, 며칠 내로 대감옥에 다시 들어간다. 까마귀를 포함한 마제스티의 재보를 얻는 게 최우선 목적이야."

"네. 들었지? 없는 척하지 말고 복원 일해라, 호구..."

그러나 그들은 곧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야. 얘 어디갔어?"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단장 부럽다는 말도 없이 조용하더니."

그랬다.

조용하다 싶더니 유재하가 없었던 것이다.

단원들은 웃으면서 외쳤다.

"야! 복원하기 싫어서 튀었냐? 숨어도 어디에 있는지 아니까 나오..."

그런데 이때였다.

"...저, 저기 단장님!"

사색이 된 설아가 주헌을 돌연 붙잡았다.

"왜 그래?"

"저, 저기 그게 재하가 대감옥에서 못 나온 것 같은..."

뭐라고?!

***

"아, 진짜 걔 대감옥에 있는 거야? 왜?"

왜긴 왜인가.

[잘못했다!]

[그만 착각하고 그 인간 놈도 던져버렸다!]

그랬다.

판도라 발굴단들을 무덤에 처넣을 때, 유재하가 휘말린 모양이었다.

그리고 정작 유재하를 감옥에 처넣은 유물들은 단체로 기합을 받고 있었다.

그들은 용서해달라며 반성문까지 내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나.

"용서고 자시고, 지금 재하 혼자 그 대감옥에 있다는 거잖아!"

"혼자는 아니겠죠. 판도라 발굴단이랑 같이 있겠지."

"그게 더 문제지!"

율리안의 말에 모인 단원들은 모두 발을 동동 굴렸다.

"그 무덤은 상당히 위험한데요."

"장례 준비부터 해야 하나."

단도 클로에도 드물게 심각해졌다.

모두 자신들이 죽어나간 그 무덤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기에 그랬다.

"그래도 뭐 자업자득이지. 걔 혼자만 대감옥에서 안 죽어봤잖아. 그렇죠, 단장?"

"일리야! 너 그게 무슨!"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겠지만, 주헌은 뜻밖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단장님!"

"신경 쓰지 마. 생체반응도 있다고 하고, 쉽게 죽을 놈도 아니고. 동아줄도 같이 따라 들어간 거 같고."

"...그런 것치고는 불안해 보이시는데요."

동시에 책상을 두들기던 주헌의 손가락이 멈췄다.

"저기 단장님?"

결국 참다못한 주헌이 한마디 했다.

"야. 그러니까 누가 애들을 그 따위로 대감옥에 처넣으래. 또 누가 문을 잠그래. 어?"

"그러게, 왜 그랬냐. 너."

율리안의 시선에 주헌은 또르륵 눈알을 굴렸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단원들이 한마디씩 했다.

"아 불쌍한 재하. 울고 있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이미 죽었을지도."

"이게 다 단장 잘못 만난 탓이지."

결국 참다못한 주헌이 벌떡 일어섰다.

"나 잠깐 나갔다 온다."

"대감옥 열러 가시게요?"

그런데 그럴 때였다.

부르르.

주헌은 문득 걸려온 전화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수신인의 이름에 주헌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급히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으아와아아아아! 단자아이니임! 나 대박 칭찬받을 일 했는데, 아씨 그 전에 나 죽어, 아니 이 말 새끼 어떻게 좀!]

주헌은 괴성에 핸드폰을 멀리 떨어트렸다.

잠시 후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뭐야. 통화가 되는 걸 보면 무덤 밖이야? 너 어디야?"

[어디긴! 니 뒤!]

"!"

동시에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

쾅!

집을 뚫고 들어온 것은 다리가 여덟 개 달린 말, 아니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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