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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334화 (334/409)

334화. 최종보스? (5)

누군가가 나왔다.

도깨비의 투구를 쓴 마제스티였다.

"저, 저게 뭐야!"

남자가 서 있었다.

비좁게 뚫려 있던 개구멍은 지진으로 인해 넓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남자가 여유롭게 걸어나온 것이었다.

철갑으로 된 뿔, 그 흉흉한 도깨비 가면을 장난감처럼 머리에 얹은 채.

그건 주헌이었다.

발굴팀들은 그를 보고 바로 유물 총기를 겨누었다.

"서주헌이다!"

그들은 바로 경계했지만 곧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왜?

주헌의 옷 상태 때문이었다.

'뭐야, 미쳤어? 뭐 저리 부실해?'

'설마 지금 츄리닝 하나 걸치고 무덤에 온 거야?'

'지금 개 산책 나온 거야 뭐야?'

물론 그마저도 주헌이 입으니 모델 뺨을 칠 정도였지만, 사실 무덤에서 어울리는 꼴은 아니었다.

헬멧에 보호대 등 중무장을 한 자신들에 비하면 지나치게 거지꼴.

당연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얻었다던 아킬레우스의 갑옷은 엿으로 바꿨나.'

그래서일까.

"빼앗아라!"

"놈이 들고 나온 건 신급 유물이다!"

그들의 유물 총에서 사정없이 불꽃이 튀었다.

펑펑펑펑!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

콰과과광!

사방에서 폭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날아갔던 유물 탄환들은 주헌의 몸에서 튕겨져 나왔다.

"!"

사람들이 깜짝 놀라 주헌을 살폈다.

하지만 다시 봐도 주헌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비웃을 뿐이었다.

"야야, 그래 보여도 이거 상급 방어 유물들이야."

그랬다.

검은 트레이닝복은 팬들에게 선물 받은 것.

그리고 츄리닝 안의 검은 티셔츠는 아킬레우스 갑옷이었던 것이다.

어지간한 유물로는 주헌에게 상처를 낼 수도 없었다.

"백날 쏴봐라. 그런 걸로 통하길 하나."

하지만.

"쏴라! 쏴라!"

"쏴서 죽여라!"

쾅쾅!

"야씨, 그렇다고 안 아픈 건 아니거든?!"

빡친 주헌이 머리에 얹고 있던 도깨비 가면을 짚었다.

그 순간 풍기기 시작하는 흉흉한 오라.

사람들은 그걸 보고 깜짝 놀랐다.

"저놈이 유물을 쓰려고 한다!"

"막아라!"

하지만 그 전에 주헌이 도깨비 가면을 뒤집어썼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쾅!

[치우의 유물이 발동합니다.]

[도깨비가 눈을 뜹니다.]

주헌이 가면을 짚는 순간 가면의 눈에서 붉은빛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장난감 같던 가면의 모습이 바뀌었다. 가면에서 검은 안개가 치솟아오르면서 주헌의 머리를 감쌌고, 그 자리에 철심이 솟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쇠로 된 이마, 구리로 된 머리. 치솟아오른 위협적인 뿔. 마침내 나타난 것은 얼굴을 모두 뒤덮는 투구의 모습.

우레와 비를 뿌려 산과 강을 바꾼다는 유례답게 금방이라도 천지를 가를 것 같은 위협적인 모습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저, 저게 뭐야!"

투구에서 사납게 뿜어져 나오던 검은 안개는 주헌의 전신을 감쌌다.

그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안개가 사납게 훑고 지나간 자리엔 철갑이 나타나 있었다.

순식간에 갑주 하나가 만들어진 것이다.

***

그건 검은색의 향연이었다.

그것도 움직이기 불편하고 둔해 보이는 갑주가 아니었다. 주헌의 몸에 정확하게 핏되는 날렵하고 세련된 디자인.

그리고 살아있는 듯한 검은 안개가 마치 망토처럼 주변에서 사납게 일렁거렸다.

결국 사람들은 입을 떡 벌렸다.

"저게 무슨...!"

심지어 그건 주헌이 몇 발자국 걸어오면서 일어난 찰나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사람들이 아차 싶었는지 이를 갈았다.

"젠장, 방어구 계열의 유물이었나...!"

그러나 누군가가 외쳤다.

"아니, 방어구 유물의 느낌은 안나!"

"그래, 그냥 폼이라고! 부숴버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유물 탄환이 날아갔다. 하지만 이게 웬걸.

"망할, 저게 뭐야!"

사람들은 눈앞에 일어난 일에 거품을 물었다.

자신들이 쏜 유물 탄환은 전부 주헌을 그냥 슝슝 스쳐지나갔던 것이다.

마치 총알이 안개를 뚫고 지나가는 듯한 광경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천천히 걸어오던 주헌이 순간, 검은 안개와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아아악!"

그가 나타난 곳은 발굴팀들의 바로 앞!

곧 사납게 안개가 뿜어지더니 사람들을 공격했다.

"크아아아악!"

그건 대감옥 곳곳에 있던 분쇄의 안개!

안개로 황제군을 상대했던 치우의 속성이 담긴 것이었다. 결국 여기저기에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광경에 로키 사용자 역시 내심 곤란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틀림없어, 진짜 마제스티의 재보야.'

원탁의 기사들은 재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인위적으로 마제스티와 그 재보까지 만들려하는 사람들이었으니 모르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그리고 열쇠, 요람, 서고, 옥좌, 옥쇄 등 다양한 재보의 종류 중에서 투구는 마제스티의 몸을 보호하는 의류.

'마제스티용 갑주야.'

물론 저건 단순히 방어구개념이 아니었다. 저건 공격용 갑주였다. 치우는 전쟁의 신이나 패왕.

그 투구를 뒤집어쓰는 순간, 인간은 신이 되었다. 그러니 당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도 설마하니 저것까지 다룰 줄은 몰랐는데.'

키는 그렇다 쳤다.

그건 재보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유물.

주헌도 사황급이니 운 좋게 조건을 달성해서 각성시켰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재보들까지 발동을 하다니.

'키를 각성시킬 때부터 알아봤어야했나.'

결국 로키사용자가 외쳤다.

"보통의 유물로는 안 통한다! 서둘러 그걸 준비해라!"

"네? 하지만 그건 원주인의 허락이 있어야!"

"괜찮아, 내가 허락한다! 저놈을 이 무덤에서 절대 나가게 하면 안돼! 여기서 죽여야 해!"

그 순간 발굴팀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동시에 그들이 뭔가를 꺼내려 하자 율리안은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이 느낌은.'

굉장히 느낌이 안 좋았다.

성스러운 느낌이지만, 동시에 징벌의 힘이 느껴지는 유물이라고 해야 하나.

'크리스천 계열 유물인가?'

곧 불길함을 느낀 율리안이 급하게 번개를 발사했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

살의를 품은 율리안의 유물이 오히려 박살이 나버렸다.

콰지직!

성스러운 빛줄기에 의해서!

어디 그뿐인가.

"크윽!"

레이저처럼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는 빛줄기는 율리안의 몸을 불태웠다.

마치 살을 인두로 지지는 듯한 끔찍한 고통. 율리안이 괴로워하자 적들은 웃었다.

"하하, 이 유물에서 벗어날 놈은 없을 걸!"

그들의 성스러운 빛줄기는 순식간에 주헌에게도 향했다.

"단장!"

로키 사용자와 발굴단들은 웃었다.

그런데 이때였다.

쾅!

"아아아악!"

성스러운 빛줄기를 뒤덮을 정도로 무덤 안에 지독한 안개가 쌓였다.

***

이번엔 핏빛의 붉은 안개였다. 그리고 그 안개 속에서 나타난 것은 바로 치우가 이끄는 도깨비 군단. 그와 함께 발굴팀들이 들고 있던 조명 유물 역시 펑펑 깨져나갔다.

"흐아아악!"

연기처럼 꿀렁이는 도깨비 군단은 적들을 습격했다.

쿠구구궁!

아누비스의 사자군단과 차이점이 있다면 싸움의 형태일 것이다. 도깨비 군단은 안개의 형태로 사람들에게 들러붙었다. 그러자 안개가 사람들의 몸을 뒤덮으면서 철갑의 갑주가 생겨났다. 문제는 그 다음.

"크아아악!"

갑주를 둘러쓴 적들은 갑주 안에서 분쇄되거나 터져나갔다. 혹은 사람의 몸에서 철기들이 솟아오르며 죽어나갔다. 청동기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가는 시기.

거기서 각종 철기를 만들어 승리를 이끌었던 치우의 속성이리라.

"저 개 같은... 커허어억!"

결국 유물 사용자들이 죽자 성스러운 빛줄기도 사라졌다.

그런데 이때였다.

[공명아.]

율리안은 갑자기 모래뭉치처럼 나타난 주헌을 보고 비명을 지를 뻔했다.

심지어 목소리까지 웅웅거리는 게 이상했다!

"너 무슨 귀신이야?!"

[됐고, 슬슬 나가자.]

"뭐?"

[전리품도 챙겼고, 식량도 떨어졌고, 귀찮은 놈들도 꼬였잖아.]

그 말에 율리안이 절벽 위를 보았다.

"그럼 일리야를 불러서 저 위로 올라가야...!"

[뭐 그럴 필요 있나?]

"뭐?"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헌이 율리안의 멱살을 잡았다. 동시에 율리안의 괴성이 울려 퍼졌다.

"아아아악!"

검은 안개로 변한 주헌은 그대로 율리안을 데리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물론 그걸 가만히 두고 볼 적들도 아니었다.

"쫓아라! 저놈들을 감옥 밖으로 내보내면 안 돼!"

밑에서 또 다시 빛줄기가 뿜어져나왔다. 주헌은 그 빛줄기를 슥슥 피하면서 절벽 위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어, 어어? 저거 공명이 아니야?"

"부단장님!"

절벽을 내려오던 단원들과 만났다. 일리야의 악마에 타고 있던 단원들은 검은 안개에 끌려올라오는 율리안을 보고 놀랐다. 한때 일리야를 분쇄육으로 만든 그 안개와 흡사하니 더 놀랄 수밖에.

"너 도대체 뭐에 끌려올라오는... 아아아악!"

하지만 단원들 역시 검은 안개에 납치되어 끌어올라갔다.

"뭐야 이거!?"

[시끄러우니까 얌전히 있어라.]

"다, 단장님?!"

납치되던 단원들은 거품을 물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그들은 단숨에 입구 쪽으로 날아갔다.

"꺄아아아악!"

함정과 간수들도 개의치 않고 지나갔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엔 안개가 뒤덮이며 눈가리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로키 사용자가 급하게 따라갔다.

"절대로 놓치면 안 돼!"

로키 사용자 역시 부유 유물을 써서 바짝 따라붙었다. 이 감옥에서 확인해보니 확실했다.

'저놈은 세상에 나가면 우리들한테 재앙이 될 놈이야.'

그러니 반드시 이 감옥에 가둬 심상세계로 보내든 해야 했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쾅!

"아아아악!"

대감옥 밖에 있던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다. 발굴단들을 들여보내던 대감옥의 틈에서 뭔가가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저, 저게 뭐야!"

마치 틈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 같았다. 그리고 틈을 비집고 나와 하늘로 치솟아오르는 검은 줄기.

"뭐야!"

하지만 놀라기도 잠시, 안개 속에서 주헌의 동료들이 내던져졌다.

"아악!"

내던져진 동료들은 콜록 콜록 기침을 했다.

"이거 완전 롤러코스터 커헉."

그들이 정신없어할 때였다.

"저놈들은 서주헌의...!"

입구 주변에서 진을 치고 있던 판도라 병사들이 눈을 부릅떴다.

"알린다, 맨해튼 입구에 서주헌의 동료들이 나타났다!"

"바로 사살해라!"

"아니 잠깐만! 근데 안에 들어갔던 팀들은?! 로키님은! 다들 어떻게 된 거야!"

그럴 때였다.

[어떻게 되긴 어떻게 돼.]

"아악!"

검은 안개가 사람의 형태로 바뀌었다. 그건 투구를 쓰고 갑주를 두른 주헌이었다. 곧 그가 답답한 듯 투구를 벗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저놈은!"

주헌이 한손으로 투구를 벗어내자 갑주가 안개로 변하면서 투구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동시에 투구는 다시 도깨비 가면으로 변했고, 검은 트레이닝 복장의 주헌이 나타났다.

그리고.

"모두 내 성, 아니 무덤에 들어온 벌로 갇히는 거지."

"뭐, 뭐?"

"물론 들어오려고 작정했던 놈들도."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유물들이 난동을 부렸다.

들어가라잖아! 들어가라잖아! 동아줄을 필두로 동료들의 유물이 적들을 감옥 안에 넣기 시작했다.

"아아아악!"

"본부에 알린다! 서주헌이... 아아악!"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이 마제스티의 키를 높이 들었다. 대감옥을 자유롭게 열 수 있는 그 유일무이한 키를.

"자, 그 안에 들어가고 싶어 했으니까 실컷 있으라고. 난 일단 피곤하니까 집에 가서 쉬어야겠어."

"자, 잠깐!"

"뭐, 키도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야!"

주헌은 웃었다.

"Clo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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