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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200화 (200/409)

00200 등잔 밑은 매일 어둡다지?  =========================================================================

< 등잔 밑은 매일 어둡다지? (2) >

‘저 녀석이 진짜!’

아니, 누가 강탈왕 아니랄까 봐!

율리안은 머리가 아파졌다.

그래. 원래도 저놈이 손버릇이 좋은 건 아니었다.

‘덕분에 임무에서 종종 잘 써먹었지.’

분명 고고학자의 유물이랬나? 그 유물로 <손재주>에 해당하는 능력도 얻었던 것 같은데.

주헌은 원래도 손버릇이 나빴지만 그걸로 아주 기인 급이 되었다.

‘그 능력으로 물건도 훔치고, 열쇠도 따고 아주 잘 써먹었지.’

하지만 주헌이 특별히 도둑질을 즐겼던 건 아닌지라 필요할 때만 쓰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아악! 내 유물 어디 갔어!”

“야. 잘 찾아봐!”

아이고, 미치겠네.

참 귀신같은 실력이라고 칭찬을 해줘야 하나.

율리안은 탄식이 절로 나왔다.

망조가 들긴 했어도 TKBM은 거대 발굴단 중 하나. 소규모 발굴단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희귀하고 특이한 유물이 가득할 것이었다.

‘그러니 신이야 나겠지.’

하지만 율리안은 곧장 주헌에게로 향했다.

“이봐… 서!”

서주헌, 이라고 부르려다가 율리안은 주변을 살피고 자켓의 단추 하나를 만졌다.

[협객이 쓰는 전음입밀의 비서

(C급-일반급/ 소모성 유물)]

-사용횟수 : 986/1000

C급짜리 유물이긴 하지만, 적이 있는 곳에선 제법 유용했다.

그리고.

[서주헌, 지금 뭐하는 거야!]

주헌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래봐야 마음의 소리라 남들은 들을 수 없었지만, 주헌은 삑사리 난 스피커라도 들은 것 마냥 한쪽 귀를 눌렀다.

그리고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

[뭐 새끼야. 한참 좋던 참에.]

좋기는 개뿔이.

[여기서 들키면 무덤 안에 못 들어간다고! 말짱 도루묵이야! 알잖아!]

[안 들켜 안 들켜.]

안 들키긴!

“팀장님! 큰일 났습니다!”

“뭐야. 무슨 일이야?”

“부하들의 유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고분화 현상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설마……….”

TKBM 직원들의 눈빛이 날카로워지자 율리안은 다급해졌다.

[이 바보야. 네 손재주가 기가 막힌 건 알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 난리를 치면 들킨다고! 도대체 그 사이에 몇 개를 훔친 거야! 어?]

[왜 그래. 그래 봐야 100개밖에 안 훔쳤어.]

[……뭐, 100개?!]

[게다가 쓸 만한 건 그 중 2개 밖에 안 되고.]

주헌의 투덜거림에 율리안은 기가 막혔다.

아니, 2개고 자시고.

[제정신이야? 아무리 그래도 100개나 가지고 있으면 당연히 들키지!]

[날 뭘로 보고?]

그러자 주헌은 대답 대신 씨익 웃는 것이었다.

그리고 주헌이 가리킨 것은 TKBM의 단장 중 하나인 윤시우. 그는 술렁거리는 분위기 속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아 윤시우 단장님. 다른 팀에서 유물이 사라졌다고 해서요. 찾고 있는 모양이라던데…… 괜찮을까요?”

“신경 꺼. 우리 팀 일만 아니면 돼.”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아! 찾았습니다! 이거 사라진 유물 아닌가요?”

“뭐?”

그 외침에 율리안은 까무러치고 말았다. 소리를 친 것은 다름 아닌 주헌이었기 때문이다.

“단장님! 3팀이 가진 가방에 사라진 유물들이 있습니다!”

“뭐야?!”

동시에 주헌이 배정된 4팀 팀원들이 달려왔다. 그리고 주헌이 내민 가방을 본 팀원들은 거품을 물었다.

“야 3팀! 니네 이거 뭐야! 죽으려고 환장 했어?!”

“뭐야, 무슨 일인데?”

갑자기 일어난 소동에 다른 직원들, 심지어 권 회장의 장남과 차남까지 몰려왔다.

그 중엔 TKBM 1팀의 단장이자 전체 부단장인 양 쳰도 있었다.

결국, 사람들이 몰려오자 율리안은 끄아아악 비명을 질렀다.

‘서주헌 이자식아아아아!’

왜 자꾸 일을 벌려!

하지만 그런 부단장의 걱정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주헌은 시치미 뚝 떼고 외쳐댔다.

“역시 저희 팀에서 사라진 물건들이 맞습니다! 윤시우 팀장님의 3팀이 범인인 것 같습니다!”

그러자 범인으로 몰린 윤시우는 황당해서 입을 떡 벌렸다.

“잠… 야! 너 뭐야! 처음 보는 얼굴인데….”

윤시우는 주헌의 멱살을 잡으려 했지만 도리어 권 회장의 장남, 권성우에게 멱살이 잡히고 말았다.

“너 이 자식, 너 이럴 줄 알았다!”

“상무님!”

“아버지가 사라지셨을 때부터 눈빛이 달라졌다 싶었더니! 감히 이런 식으로 팀원들의 유물을 슬쩍해?”

“아닙니다! 오해입니다!”

“그럼 네 부하들의 가방에 있는 이것들은 다 뭔데!”

뭐긴 뭐야!

니들이 잃어버린 유물이지!

답답해진 윤시우가 외쳤다.

“잠깐만요. 상무님. 이거 진짜 무슨 오해가…!”

“권 상무님! 다른 팀에서도 발견이 되었습니다!”

“조사결과, 윤시우 파벌들 전원이 가담한 것 같습니다!”

윤시우는 뒷골을 잡았다.

하지만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잠깐만요! 이거 권 회장님의 유물 아닙니까?”

“!”

또 다시 외친 건 주헌이었다. 주헌은 윤시우의 가방에서 또 뭔가를 꺼내보였다.

“이거 TV에서 본 적이 있는 물건인데요. 회장님 것이 맞나요?”

그러자 장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건! 내가 들고 있던 유물!”

동시에 윤시우는 장남에게 얻어맞고 말았다.

“아버지의 유산을 탐내는 쓰레기 같으니라고!”

아니, 아니라고!

그러나 그들은 항변할 기회가 없었다.

윤시우의 파벌과 사이가 나쁜 양 쳰의 부하들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딱 걸렸어! 안 그래도 평소 짜증나던 새끼들!”

“감히 우리들의 유물을!”

뻐억, 퍼억! 뻐어억!

결국 TKBM의 베이스캠프는 사내파벌 콜로세움으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그걸 보며 율리안은 기가 차다는 시선을 보냈다.

낯익은 광경이라고 해야 하나, 감회가 새롭다고 해야 하나.

사실 어느 회사에 가나 사내 정치가 있듯이, TKBM에서도 당연하게 파벌이 나뉘어 있었다. 그리고 각 팀들은 사이가 좋다고는 못했다.

주헌은 그걸 정확하게 노린 것이다. 누구랑 누가 사이가 나쁜 지는 정확히 꿰뚫고 있었으니까.

‘물을 만났군, 물을 만났어.’

게다가 이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라 전투훈련을 받거나 유물을 자유롭게 쓰는 사람들.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했다.

아니나 다를까.

쾅! 쿠과광광!

준비해온 물자들은 박살이 나고, 유물의 내구도가 떨어지고. 그야말로 무덤에 들어가기도 전에 힘과 물자들이 터져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율리안은 차라리 잘 됐다 싶었다.

‘내부 분열은 일어나면 일어날수록 좋지.’

왜?

인력이 많이 빠져나갔긴 했지만, TKBM의 핵심 인력들은 아직 건재했기 때문이다.

TKBM 발굴단은 총 10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한 팀, 한 팀이 군단급 부대와도 싸울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자신들 도굴단은 그 공식적인 10개 팀과는 별개로 있던 11번째 팀.

일명 숨겨진 11번째 팀이다.

뭐, 한 팀에 수백 수천 명이 있던 공식팀들에 비해 자신들은 고작 팀원이 10명뿐이었지만.

‘어쨌거나 각 팀의 단장들이 문제다.’

각 팀의 팀장. 즉 단장들은 TKBM 발굴단의 핵심들.

‘저놈들은 언제든지 왕급이 될 수 있는 꾼급들이다.’

내부분열로 서로 싸우게 하는 게 이득이었다.

물론 그 실적, 그리고 주헌의 실력은 다른 10팀 중에서도 최강.

덕분에 음해도 당하고 지저분한 일도 꽤나 겪었다.

‘뭐, 그때는 서주헌도 약점이 잡혀있어서 사냥개 취급이나 받고 날개도 못 폈지만……….’

하지만 아무런 제약도 없는 지금은 다르다.

‘왕급들을 다 쳐내고 사황이 되는 거야.’

그렇게 되면 유물을 저질스럽게 독점하던 독식자 놈들도 모두 처단할 수 있겠지.

율리안은 꽤나 기대가 되었다.

‘서주헌의 재능을 썩히게 둘 순 없다.’

물론……….

“아악! 진짜 내가 한 게 아니라고!”

“야씨, 개 같은 새끼!”

“하하. 저 등신 같은 새끼들.”

정작 주헌은 율리안의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피 튀기게 싸워대는 그들을 보며 낄낄대고 있었지만.

그럴 때였다.

윤시우가 주헌을 쏘아보았다.

‘역시 저놈 수상해.’

그도 눈치가 빠른 터라 이 사태에 기이함을 느끼는 것이리라.

그 증거로 윤시우는 주헌의 멱살을 잡았다.

“잠깐 너. 나 좀 봐. 아까부터 수상한데………!”

“네? 죄, 죄송합니다! 팀장님!”

주헌이 기다렸다는 듯 외치자 소리를 듣고 누군가가 달려왔다.

“야, 너 미쳤어? 얘 우리 팀원이야!”

그는 바로 주헌이 소속된 팀의 단장이었다.

“알았으면 괜히 시비 걸지 말고 꺼져!”

“허, 야! 저게 진짜!”

곧 윤시우가 달려들려고 하자 주헌이 휙 다리를 걸어 넘어트렸다.

쿵!

“크윽!”

결국 넘어진 윤시우는 주헌을 쏘아보았다.

“야, 너 똑바로 안 보고 다녀?!”

하지만 방금 전까지의 순진한 얼굴은 어디에 팔아먹었는지, 주헌이 윤시우의 귓가에서 낮게 속삭이는 것이었다.

“너나 똑바로 보고 다녀, 등신아.”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위압적인 지배력.

그 압도적인 지배력에 윤시우는 몸을 떨었다.

‘이 느낌………!’

“……너 설마!”

동시에 그가 외쳤다.

“서주헌. 서주헌이지!”

그 말에 주변이 술렁거렸지만, 사람들은 윤시우를 이상하게 보았다.

그도 그럴 법한 게…….

“서주헌? 너 눈이 병신이냐?”

“쟤한테서 어디 왕급의 지배력이 느껴진다 그래?”

“서주헌 그래 보여도 왕급이다. 보면 다 알아. 씨팔.”

“아니, 방금……!”

“닥쳐! 넌 청문회야! 유물이나 훔쳐간 주제에!”

그 말에 윤시우는 억울해했고, 귀신같이 기운을 숨긴 주헌은 웃겨 죽으려고 했다.

결국 율리안은 이마를 짚었다.

‘제발 이상한 곳에서 재능 낭비 좀 하지마라.’

심장이 떨려서 죽을 판이었다.

***

한편 그 무렵이었다.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혹시 이 안에 서주헌이 숨어들지 않았을까요?”

TKBM에서 서서히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 서주헌이 잠입했을지도 모른다고요? 정말입니까?”

“네. 유물이 갑자기 사라지고…… 이런 귀신같은 실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놈밖에 없어요.”

“하지만………!”

갑자기 사라지는 유물들.

단순히 생각하면 고분화 지대에 들어섰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도둑놈이라고 소문난 서주헌.

그리고 그가 TKBM에 잠입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도는 상황.

의심하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TKBM에 흉흉하게 도는 소문에 팀장들은 날을 세웠다.

“서주헌이 잠입했다고? 그 개 같은 새끼가?!”

“찾아! 무조건 찾아! 찾아서 죽여!”

주변의 외침에 율리안은 침을 꿀꺽 삼켰다.

하긴, TKBM이 병신도 아니고.

의심을 하고도 남았다.

‘이대로는 좀 위험해.’

더 이상 난동이 벌어지면 곤란했다.

하지만………..

“한지상 씨. 수상한 인물이 있으면 바로 보고하라고 합니다.”

“판도라에서 분석한 정보 있으니까, 그걸 참고하세요.”

“지배력이 높으니까 금방 눈치챌 수 있을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정작 주헌을 알아보는 직원은 없었다.

유재하의 스킨이 뛰어난 것일까, 아니면 이 엘리트들조차 속일 정도로 주헌이 천재적인 것일까.

‘어쨌거나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곧 싸우던 이들이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것은 무덤 입구. 이제 무덤 안으로 들어가려는 것이었다.

율리안과 설아는 무덤의 입구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발굴권도 있겠다, 이대로 묻어가면 순조롭게 무덤을 털 수 있다.’

그런데 그럴 때였다.

술렁술렁.

앞장서던 팀들이 어째서인지 술렁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뭐야.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있지?”

“온다는 얘기 없었잖아?”

그리고 주헌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앞을 살폈다.

그리고 거기엔……….

“실례지만, TKBM 내부 탐색을 좀 해보고 싶어서 왔는데요.”

탐지왕이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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