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199화 (199/409)

00199 등잔 밑은 매일 어둡다지?  =========================================================================

< 등잔 밑은 매일 어둡다지? (1) >

“뭐라고요? TKBM 발굴단 공채?”

한편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온 유재하는 입을 떡 벌렸다.

복귀 후, 단장님에게 폭풍칭찬(?)을 받은 건 좋은데, 지금 뭐가 어쩌고 저째?

“TKBM 공채시험에 합격했다고?! 진짜?”

“그래. 내일부터 출근하란다.”

그 말에 유재하는 바로 비명부터 질렀다.

“와씨, TKBM이면 진짜 바늘구멍인데…… 아니, 그게 아니라 이 인간아! 적당히 해! 불쌍하지도 않냐!”

“………뭐?”

“아니, 권 회장을 그 꼴로 만든 것으로도 모자라서 이젠 일개 사원들까지 학살하러 가냐고!”

그러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주헌이 미간을 찌푸렸다.

“야. 너 가끔 날 악당취급을 해대는데, 사람을 뭘로 보고…….”

“왜요! 맞잖아요! 왜 아닌 척 해!”

“아니. 이번엔 어디까지나 검문을 잠깐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알았어요. 어디 말만 하세요. 다 납치해오면 돼? 전원 참치잡이 배에 팔면 되나? 아니면 아오지 탄광? 그것도 아니면 중동에 석유 캐러? 하여간 이 범죄왕 놈, 장기매매나 안하면 다행이지…… 커헉!”

유재하는 주헌에게 즈려밟혔다.

“오냐. 그럼 너부터 해체해서 팔아주마.”

번쩍.

주헌이 능숙하게 단검을 뽑자 유재하가 비명을 질렀다.

“농담, 농담! 진짜 농다아암!”

기겁하던 유재하는 머리를 조아리며 싹싹 빌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클로에가 희한하게 바라볼 때였다.

“아이고, 다 알죠. 알고말고요! TKBM에 들어간 것도 깽판… 아니 ‘탐지왕’ 때문이죠?”

“알면 됐고.”

주헌은 코웃음을 치며 단검을 넣었다.

그렇다.

탐지왕.

일명 인간 레이더라고 불리는 녀석이 문제였다.

쉽게 말해 세계 곳곳에 광역레이더를 쳐놓는 놈이었다.

미래에는 전쟁에 동원되던 녀석이었는데, 지금도 유럽 대륙 전체에 그 잘나빠진 레이더를 펼쳐놓았다고 해야 하나.

즉 그래서 땅굴을 파기는커녕, 유럽 대륙에 들어서는 순간 주헌의 위치가 들켜버린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언론에서도 난리였다.

[이번에도 탐지왕이 불법 발굴단들을 붙잡았습니다!]

[발굴권을 얻지 않고 몰래 들어가려고 했던 일당은 모두 도굴꾼으로 체포 되어서…….]

[물론 체포된 발굴단은 〈발굴권〉 자체가 판도라 인맥에게만 발급되고 있다며, 억울함을….]

[이에 대해 판도라에서는 충분히 기준에 부합하는 자들에게 나눠주었다며 이들을 테러리스트로 규명. 처벌을 강화하고자…….]

[한편, 불법 도굴단들을 체포하는데 큰 일조를 한 탐지왕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 나타났다고….]

율리안은 TV에서 흘러나오는 탐지왕의 뉴스를 보며 가볍게 웃었다.

말로는 시민을 위하네 어쩌네 지껄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악명 높은 우리 단장 때문에 불려 온 거겠지.”

그들은 하하하 웃었다.

“듣자하니 쟤네. 주헌 네 관을 만들고 있다는 소문이 돌더라.”

“얼씨구. 난 다이아몬드 아니면 취급 안 해.”

독식자 놈들은 어지간히도 유물을 빼앗기기 싫은 모양이었다.

정말 사소한 유물하나까지도.

도발적인 언론이 그 증거였다.

[서주헌, 이번 무덤은 들어가는 것조차 불가능.]

[철벽검문. “서주헌, 유럽에 들어오는 즉시 알아낼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판도라-EU 연합, 군 수 천 병력 투입. “서주헌? 세상의 평화를 해치는 도굴꾼 반드시 체포할 것”]

아니, 고작 5명밖에 안 되는 팀한테 이딴 다굴이라니.

“진짜 상도도 없는 놈들.”

“네가 할 소리냐? 하, 어쨌든 레이더에 걸리면 신급 유물로 쓸어버리면 그만이긴 해. 하지만.”

율리안은 소파에 앉은 주헌을 보았다.

“알았지? 그런 놈들 상대로 시간낭비, 유물낭비를 할 필요는 없어.”

무덤은 시간 싸움.

자신들이 발이 묶이는 사이, 다른 발굴팀이 먼저 유물을 얻어버리면 아주 엿되는 것이다.

그런 책략사의 의견에 주헌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 역시 이미 같은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초에.

쾅.

주헌이 책상 위에 긴 다리를 올리며 히죽였다.

“그래봐야 등잔 밑이 어둡지.”

“네?”

“탐지왕은 TKBM 같은 판도라 아군 내부까지는 탐지 안 해. 아니 못해.”

“어? 왜요?”

“너라면 내가 네 방에 CCTV라도 설치하면 기분 좋겠냐?”

“아, 아니요. 그래도 반대라면 기분 좋겠네요. 아이린이 비싸게 사줄 테니까.”

그 말에 설아의 눈이 번득였다. 주헌이 말을 이었다.

“어쨌든 걔네도 일단은 같은 편이니까 믿어준다는 뜻인 거지. 굳이 내부탐지를 안 해도.”

“그래서 TKBM에 숨어들어가는 건가요?”

“그래, 일단 팀 안에만 들어가면 탐지왕의 검문은 피할 수 있어. 대충 소속만 확인하면 내용물은 확인 안 한다는 의미거든.”

유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의미로 이번 무덤은 나, 제갈이, 설아 셋이 간다.”

“어? 저는요?”

“유재하 너는 유물 경매. 경매에서 반드시 낙찰해야 할 게 나왔다. 그리고 클로에는 외부 백업.”

그러자 클로에가 재빨리 말했다.

“저도 갈게요.”

“안 돼. 넌 아이린이랑 할 일이 있다.”

“하지만……!”

“안 돼.”

주헌의 날카로운 눈빛에 클로에가 움찔했다. 주헌은 원래 자신보다 조금 연하.

게다가 15년 전인 만큼 주헌은 제 기억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그렇다고 풋내기로 보이는 건 아니지만, 권 회장 같은 노년에겐 충분히 애송이로 보일 수 있는 나이.

하지만 그 위압감과 카리스마는 그 때보다도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같거나 덜하지는 않았다.

‘지배력이 그때보다도 상당해졌다.’

그 때도 열손가락에 꼽히는 유물사용자였거늘.

‘틀림없는 왕급 이상. 이젠 사황까지도 넘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사람을 강압적으로 찍어 누르는 독식자 특유의 저질스러운 느낌은 없었다.

그래서 클로에는 신기하고 대단했다.

그런데 이때 유재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왜 하필 TKBM에 잠입이에요? 이번 무덤의 발굴권을 가진 건 TKBM을 포함해서 다섯 팀인데…….”

그 말에 율리안이 자료들을 확인하며 답했다.

“아…… 나머지 4팀은 분석했을 때 만만치 않아. 하지만 TKBM은 이번이 기회야. 이번에 우리 단장이 깽판 부르스…… 아니, 작전이 성공해서 TKBM의 인력이 대거로 빠져나갔거든. 핵심인력은 남아 있지만, 어쨌든 이번 인력 보충 때 섞여 들어가기 딱이지.”

그 말에 유재하는 주헌을 미심쩍게 보았다.

주헌은 〈권 회장 저주 리모콘〉을 뿅뿅 조작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자, 이번엔 2번을 눌러볼까. 이거면 고자로 만들어버릴 수 있나. 아니면 치질 환자로 만들 수 있나.’

그렇게 악랄하게 웃으면서.

‘율리안은 열심히 조사해서 TKBM을 선택한 것 같지만……….’

정작 단장은 그냥 제일 재미있을 것 같은 먹잇감을 고른 거 같은데?

***

“뭐라고요? 서주헌이 우리 팀에 숨어 들어올지도 모른다고요?”

오만의 무덤 앞.

과거 주헌을 음해한 놈들이자, 현 TKBM의 단장들은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세상에 서주헌이라는 이름도 치가 떨리는데, 그놈이 자신들의 팀에 몰래 잠입할지도 모른다고?

“그래요. 혹시 몰라요. 탐지왕의 레이더에 안 걸리기 위해 발굴권을 가진 발굴단에 숨어들려고 할지도.”

“특히 TKBM은 최근 인원충당을 했잖아요. 특별히 주의해요.”

그 말에 TKBM의 에이스 팀장들은 비웃음을 흘렸다.

“지금 우리를 뭘로 보는 겁니까?”

TKBM은 발굴단 톱 3에 들어갈 정도로 위상이 높은 이들이었다.

“우리 발굴단이 얼마나 철저한데요. 댁들이나 잘하시지.”

그 말에 충고를 하러 왔던 다른 발굴단이 기가 찬다는 듯 말했다.

역시 TKBM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하는 놈들.”

“쉿, 듣겠다.”

게다가 TKBM이 괜히 발굴단 톱3에 들겠는가. 엄청난 자본력도 한몫했지만, 유물을 얻는데 필수적인 덕목, 즉 쓰레기 같은 인성도 한몫했다.

“하여간 권 회장이나 그 부하놈들이나 똑같애.”

“뭐라고?”

“아 들었어요? 어쨌든 당신들 발굴단에 서주헌이 숨어들수도 있다고요.”

“허, 우리도 유물사용자야. 서주헌쯤 되는 유물 사용자를 못 알아보겠어?”

“그래요. TKBM을 욕하지 마세요. 우리가 그걸 예상 못했을 것 같아요?”

“서주헌 그 새끼 때문에 최근 별일을 다 겪긴 했지만 인재 채용은 확실하게 했습니다. 면접도 깐깐하게 했고요. 오히려 우리 TKBM 말고 댁들이나 주의하시죠. 별 쓰레기 같은 것들이.”

“뭐? 쓰레기? 그게 니네가 할 소리야? TKBM 니들이 죽인 우리 애들이 몇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인턴들까지!”

“그러니까 잘난 놈들을 보냈어야지. 연합이니 뭐니 하니까 친목 쌓으라고 보냈어?”

“뭐야?”

“그리고 죽이긴 우리가 뭘 죽여? 쓸모가 없어서 버렸는데 알아서 뒤진 거지. 다음엔 쓸 만한 애들 좀 파견 보내라. 현장에서 쓸모가 없어.”

“뭐라고? 이 새끼야!”

결국 발굴단 단장들끼리 싸우려고 하자 워워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그만, 그마안!”

“아무튼 좋습니다. 혹시 모르니 서주헌 쪽은 주의하죠.”

“잠입하려는 기미가 보이면 서로 연락합시다.”

회의를 하던 발굴단 단장들은 바쁘게 흩어졌다.

서주헌, 그리고 그 일당들이라고?

‘니들은 TKBM 안에 한발자국도 못 들어온다.’

하지만… 한 발자국은 개뿔.

“린윈, 제임스입니다.”

“한지상입니다.”

“그래요, 첫날부터 7대 무덤이라 힘들겠지만, 힘내요.”

이미 TKBM 발굴단에 당당하게 들어온 그들이었다.

뭐, 죽어 나간 건 날밤을 꼴딱 샌 유재하였지만.

‘재하가 진짜 죽으려고 했지.’

완벽한 미국인, 제임스로 변신한 율리안은 유재하를 동정했다.

지금은 호구왕으로 이름이 올라갈락 말락 하고 있지만, 역시 전직 사기왕이라고 해야 할까.

‘주헌이 철저하게 교육시켜서 그런가. 재하뿐만 아니라 설아도 굉장히 성장하고 있어.’

다들 어쩌면 전성기 이상이 될지도.

율리안은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뭐, 어쨌거나 유재하가 다빈치 유물을 써서 얼굴과 체격을 바꾼 건 좋은데……….

‘알았어요? 급하게 만든 스킨이라서 유효기간이랑 내구도 꽤 짧아요. 딱 3일. 3일 안에 무덤 클리어하고 나와야 해요. 그리고 큰 상처를 입어도 원래대로 돌아오니까 주의하고!’

보통 대무덤을 클리어하는 데는 이동시간만 최소 3일이다.

최단 클리어 기록이 일주일이었던 거 같은데 가능할까.

게다가.

“새로 들어온 인력들을 철저하게 조사해라. 수상한 모습을 보이면 바로 보고하고!”

“네!”

‘아무래도 의심을 사고 있는 것 같군.’

뭐 여기까지는 예상한 일이었다. 아니, 오히려 이렇게 나오지 않았다면 멍청이들이라고 혀를 찼겠지.

그랬기에 외려 예상하지 못한 게 있다고 한다면……….

“하, 참. 서주헌 그 개 같은 새끼. 진짜 눈엣가시라니까. 그 한 놈 때문에 몇 개의 발굴단이 휘둘리는 거냐 지금.”

“젠장, 서주헌 그 새끼 때문에 요즘 계속 야근… 야근.”

“제발 집 좀……….”

“그러니까 이번에 잡으면 죽이자. 내가 고문 유물 좀 얻었거든.”

“그래 봐야 쥐새끼처럼 숨어드는 재주밖에 없는 주제에…… 남자 구실은 제대로 하나 몰라.”

“그러니까. 등신 놈.”

그 말에 눈을 번쩍이며 칼을 드는 여인이 있었다.

그리고 그걸 본 율리안이 끄아악 비명을 질렀다.

“설아야, 스톱, 스톱!”

율리안은 놈들을 암살하려고 하는 설아를 붙잡았다.

그러나 설아의 눈빛이 흉흉했다.

“모가지를 따버리고 오겠습니다.”

아주 주헌의 욕을 한 사람은 지구 끝까지 따라가 능지처참을 할 기세였다.

그리고 설아라면 진짜 그러고도 남을 걸 알기에 율리안은 필사적으로 설아를 말렸다.

“주헌을 욕해서 빡친 건 알겠는데, 릴렉스. 릴렉스!”

여긴 적의 소굴 한가운데라고!

“여기서 들키면 안 돼! 우리 단장도 성질 죽이고 얌전히 있잖아. 그러니까……….”

하지만 얌전히는 개뿔.

“어? 내 유물, 내 유물 어디 갔지?”

“에이, 잘 찾아봐.”

“야, 네 유물은 또 어딨어?”

“아악! 어디 갔지!”

그 목소리에 율리안은 끄아아악 머리를 부여잡았다. 여기저기에서는 불길한 비명이 들려오고 있었다.

“어? 야! 여기 복원 중이던 유물 어디 갔어!”

“엥? 벌써 임자가 가져갔나?”

“그럴 리가! 젠장, 뭐지?”

율리안은 뒷목을 잡았다.

‘서주헌 이 웬수야아아아아!’

아니나 다를까.

모두가 어리둥절, 혼란스러워할 때 유일하게 시치미 뚝 떼고 있는 안경잡이 청년이 한 명 보였다.

더벅머리에 뿔테안경.

평소에 강렬한 인상과는 거리가 먼 음침한 인상.

심지어 나는 몰라요. 여기 처음 들어와서 아무것도 몰라요.

그딴 순진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글쎄.

히죽 히죽.

남들에겐 보이지 않는 그 입꼬리의 씰룩임에 율리안이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젠자앙!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지!’

아니, 까마귀가 금은방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는 건가!

‘하여간 얌전히 있지를 못해요! 들키면 어쩌려고!’

무덤에 들어가기 전.

반짝이는 물건을 발견한 까마귀마냥 주헌이 날뛰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유물이다, 유물이다, 유물이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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