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8 파라오의 저주 =========================================================================
〈 파라오의 저주 (1) 〉
[속보입니다!]
[펜타곤에서 일어난 고분은 현재 미국 워싱턴을 지나 필라델피아, 뉴욕, 심지어 보스턴까지. 미국 동부 전체에 증식해 나가고 있으며….]
[판도라에서는 무덤이 7대 무덤 속성으로 변했으며, 〈분노〉의 속성을 띄고 있다는 의견입니다.]
[또한 이집트에서 관광지로 유명한 왕가의 계곡이 갑자기 증발하면서 혼란을…….]
세상이 난리였다.
그것도 그럴 법한 게, 7대 무덤 규모의 무덤이 나타난 게 살리에리 무덤 이후로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고분화의 영향인지 거리의 시민들이 갑자기 포악해지기 시작했으며….]
[곳곳에서 방화와 강력 범죄가….]
[도대체 무슨 일이…….]
뚝.
유물에서 흘러나오던 앵커의 목소리가 끊겼다.
그리고 그걸 중지한 것은 바로 미군 대장 한스였다.
“아셨습니까? 댁들이 무덤을 헤집든 부수든 신경은 안 쓰는데, 하나만 명심하십시오. 무덤 안에 있는 미군의 유물엔 절대 손대지 마세요! 그게 가장 중요한 겁니다!”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유재하는 발굴단들을 불러 모은 미군 대장을 보면서 이마를 짚었다.
‘지금 중요한 건 우리 단장님이 파산왕을 불렀다는 사실이라고.’
유재하는 신음을 흘리며 아이린을 보았다. 멀지 않은 거리라 금방 도착한 듯싶었지만, 유재하는 그녀가 두려웠다.
왜?
이유야 뻔하지 않은가.
‘여기는 파라오의 무덤이다.’
그리고 파라오의 무덤 하면 뭐가 가장 유명한가.
바로 파라오의 저주다.
뭐, 진짜 저주의 여부에 대해서는 구라니 뭐니 여러 진실이 밝혀졌지만.
하지만 언제부터 무덤과 유물이라는 놈들이 그딴 역사적 사실을 중요시 했나.
무덤과 유물은 인간의 심상으로부터 태어나는 것이다.
어쨌거나 저주에 특화된 파라오의 무덤이 사람을 파멸하게 만드는 무덤이라는 건 확실하다.
그런데 그런 환경에 아이린이 와봐라!
뻥튀기라고 들어봤나! 스노우볼 이라고 들어봤나!
‘아이고 무슨 저주가 올 지 상상도 안 되네.’
유재하는 지독하다며 웃고 있는 주헌을 보았다.
권 회장이 유물을 만지게 할 바에야, 차라리 박살내다 못해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저 놀부 심보.
진짜 존경스러웠다.
‘자기는 피해를 안보니까 괜찮다는 거지.’
심지어 부하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볼 텐데!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이 미국 대장에게 말했다.
“걱정 마시죠. 당신들의 유물은 꼭 되찾아드릴 테니.”
그 말에 여기저기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실소와 분노가 터져 나왔다.
“야! 누가 누구의 유물을 되찾아줘?”
그들은 결혼 사기꾼을 만난 것 마냥 치를 떨었다.
“미친, 저놈이 유물을 되찾아주면 장을 지진다!”
“저 강탈왕!”
“저 악마의 자식새끼, 사기꾼, 쓰레기 새끼. 저거 완전 가끔 있는 나쁜 유물 같은 새끼라니까!”
“그래, 자 미군한테서 무덤 정보도 빼냈으니 이제 가자고.”
그렇게 사람들이 흩어지려고 했지만, 주헌은 묘하게 거슬렸는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잠깐. 다른 건 몰라도 유물 같은 새끼는 좀 아니지.
주헌은 살며시 아이린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헉, 하고 놀란 아이린의 얼굴이 붉어지면서 기괴한 일이 벌어졌다.
[고분의 파멸 저주가 파산의 힘과 시너지를 만들어냅니다!]
[저주의 힘이 증폭 됩니다!]
[심각한 저주로 인간의 DNA와 세포마저 변형되기 시작합니다!]
그 메시지가 떨어지기 무섭게 비명이 울려 퍼졌다.
“커허어억! 내 몸이이이이!”
주헌을 유물과 비교한 사람은 거품을 불면서 바닥을 뒹굴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뭐야, 무슨 일이야!”
“내 모오옴이!”
바닥을 뒹구는 사내의 몸에서 털이 무서운 속도로 사라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야말로 쑥쑥쑥 자라나는 털은 사내의 몸을 고릴라처럼 만들어버렸다.
“내 몸이, 내 몸이!”
“뭐야, 무덤의 저주야? 젠장!”
그게 끝이 아니었다.
고분의 저주와 아이린의 힘이 시너지가 합쳐지자 파괴력은 갑자기 커졌다.
[저주의 힘이 증폭 됩니다!]
[저주의 힘이 증폭 됩니다!]
[저주의 힘이 증폭 됩니다!]
“아아악! 너 왜 갑자기 가슴이 생겼어! 여자가 된거야?!”
“아아악! 내 머리카락이이!”
그 아수라장을 보며 유재하는 몸을 덜덜덜 떨었다.
아니, 본격적으로 무덤에 들어가기 전에도 이 따위면 어쩌라는 거야!
어쩌긴.
“강행돌파다.”
“아이씨, 그럼 그렇지!”
라이벌들을 보낸 주헌은 태연하게 아수라장이 된 곳을 벗어났다. 그리고 그가 사라지려고 하자 다른 발굴단들이 깜짝 놀랐다.
“어, 서둘러! 서둘러라!”
“입구를 찾아! 서주헌에게 빼앗기면 안된다!”
하지만 그들을 쫓아오려고 하면 뭘하나.
‘도굴단 멤버로서 파산왕에게 밀릴 순 없지.’
‘주헌 씨가 모처럼 도움을 요청하셨는데!’
이설아와 아이린의 사이에 불꽃이 튀고, 주변은 초토화가 되어버렸다.
[파산의 힘이 작렬합니다!]
[사나운 귀신의 힘이 강림합니다!]
콰광!
“으아아아악! 내 유물이 다 부서졌어! 어떻게 된 거야!”
콰과과광!
“으아악! 살려줘!”
“야! 가, 갑자기 왜 그래! 죽지 마! 이봐!”
“시팔, 돌아가신 할머니가 보여! 어떻게 된 거야!”
“귀, 귀신이다!”
“으아아악! 이 밧줄은 뭐야!”
아수라장도 이런 아수라장은 없었다.
***
“저 단장님, 생각해봤는데요.”
“아니, 그냥 생각하지마.”
이 양반이.
“……… 그냥 권회장 한테 안에 있는 물건 가져오라고 하고, 나중에 우리가 빼앗는 건 어때요?”
“들을 가치도 없구나.”
무엇보다 갑자기 오른 권회장의 지배력이 신경이 쓰였다.
‘그 노친네, 갑자기 지배력이 올라갔어.’
도대체 무슨 수를 쓴거냐.
그러고 보면 옛날에도 이상한 점이 있긴 했었다.
사람의 지배력은 하루 아침에 올릴 수 있는게 아니었다. 그런데 하루 사이에 지배력이 갑자기 늘어있다든가 하는 상황이 벌어져 있었다.
확실한 건 좋은 일을 해서 오르진 않았겠지.
‘율리안 놈이 있으면 분석 시킬 수도 있긴 할텐데.’
어쨌거나 뭔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를 놈한테서 물건을 강탈한다는 건 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다.
게다가.
‘놈의 손을 탄 물건을 뺏기는 싫다.’
주헌은 사납게 웃었다.
그렇게 적들을 따돌리고 난 후, 주헌이 도착한 곳은 인적이 드문 암벽.
“찾았다. 여기다.”
거대한 절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고, 그 절벽 사이에 수상한 동굴이 있었다.
사람이 겨우 한 명씩 지나갈 수 있을 법한 길목.
그것이 바로 샛길의 입구였다.
그렇게 그들이 안쪽으로 비집고 들어갈 때였다.
[저놈이 서주헌 아냐?]
“!”
무덤에서 수근 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틀림없는 유물들이다.
[맞네, 서주헌이야. 까마귀 계집과 얽혔다는 그놈.]
[엥? 계집? 걔 할배 아니었어?]
[뭐라고? 난 할머니로 알고 있는데?]
[난 아저씨로 알고 있다고!]
그들이 그렇게 술렁일 때였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저놈이 아누비스님을……!]
하여간 유물이란 놈들은 너무 소란스럽다.
그런데 그럴 때였다.
“쉿.”
주헌이 갑자기 일행을 멈춰 세웠다. 뭔가 기척을 느낀 것이다.
“설아야, 주변 탐색 좀 해봐.”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이설아가 제 귀신들을 정찰 보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말했다.
“단장님, 벽 너머에 TKBM이랑 율리안 밀러, CPP, 도미니언즈 발굴단이 있습니다.”
전부 탑 발굴단이었다.
동시에 과거 주헌의 도굴단이 몇 번이나 부딪쳤던 위험한 놈들이기도 했고.
“어떻게 할까요? TKBM의 경우엔 〈사냥꾼〉들도 있는 것 같던데….”
“사냥꾼이라니요?”
유재하하고 아이린이 궁금해하자 주헌은 아, 하고 납득했다.
전생의 기억이 있는 자신들이야 알 단어긴 하지만…….
“은어입니다. 발굴단들이 꼭 데리고 다니는 살인부대죠.”
그렇다.
말 그대로 인간 사냥꾼.
복원사들과 똑같았다. 유물의 등장과 함께 특수하게 등장한 특수 직업 중 하나.
유물 사용자들만 골라 죽인다.
그런 직업이 나타나게 된 배경?
간단하다.
인간들이 어디 순진하게 무덤의 유물만 가지고 나오려 하겠는가. 인간들은 무덤에서 만난 사람들의 유물까지 빼앗으려고 했다.
그래서 탄생한 놈들이다.
사냥꾼은 그걸 전문적인 업으로 삼는 놈들이었다.
무덤 클리어를 위한 재력, 두뇌, 실력이 없어서 약탈을 선택한 자들.
덕분에 무덤에서 늘 벌어지는 뺏고 뺏기는 살육전.
‘그래서 대형 발굴단은 자체적으로 사냥꾼들을 길렀지.’
중소형 발굴단은 전문 사냥꾼 업체를 용병처럼 고용했고. 큰 발굴단이면 호위 겸 당연히 다 데리고 다니긴 하지만.
‘그 노친네, 무덤에서 진짜 우릴 다 죽일 생각인가.’
무덤은 치외법권인 만큼 뭘 해도 용납이 된다.
“100미터 정도면 됐어. 체력을 위해서라도 전투는 유물을 얻고 난 다음에 하는 게 현명해.”
그들이 발걸음을 옮기려는 때였다.
쿵!
갑자기 무덤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주의. 파라오의 분노가 시작 됩니다.]
[파라오의 저주가 당신을 공격합니다.]
[나이가 변하기 시작합니다.]
“!”
그 메시지가 뜨기 무섭게 유재하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내, 내손, 내 얼구우울!”
“!”
주헌은 유재하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아이린과 이설아였다.
“재, 재하 씨!”
“너…… 갑자기 할아버지가!”
“젠장,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단장님은 왜 안 늙는데!”
그 말에 제 나이프에 얼굴을 비춰보던 주헌이 진지하게 말했다.
“아니, 늙긴 늙었어.”
“어딜 봐서!”
“봐, 눈주름 하나 생겼잖아.”
“#$*&$*!”
유재하는 분해했다.
‘그래도 내성 덕분에 팍 늙지는 않았군.’
하지만 그때였다.
“꺄아악!”
아이린과 이설아도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녀들의 몸이 줄어드는가 싶더니 옷들이 죄다 헐렁해졌다.
마침내 나타난 것은 어린 소녀 둘.
“모, 몸이!”
“작아졌어!”
둘은 소녀 모델을 해도 될 정도로 몹시 예뻤다.
분명 파라오의 저주니 뭐니 탓이리라. 그리고 파라오의 저주는 이들에게만 닥친 건 아닌 모양이었다.
“으아아악!”
“무슨 일이야 이게!”
“내 다리이이이!”
“내 존스으으은!”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굴을 타고 찢어지는 비명이 듣기 안쓰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파라오의 저주는 끝나지 않았다.
쿠구구궁!
그뿐이 아니었다.
[파라오의 저주가 강력해집니다!]
[파라오의 저주가 강력해집니다!]
동시에 주헌 일행에게도 일이 닥쳤다.
“!”
가장 먼저 유재하가 사라졌다.
그 다음에는 아이린과 이설아가 동시에!
그리고 마지막에는 주헌 자신의 시야가 바뀌었다.
“크윽!”
주헌이 정신을 차렸을 땐 주변이 새까만 장소였다.
심지어 굉장히 답답하고 숨 막히는 장소.
그렇다 여긴….
‘관?!’
틀림없었다. 이 크기 하며 규모 하며, 틀림없는 관이었다!
아마도 파라오의 관짝 내부이리라!
‘이 빌어먹을 유물들이! 내가 이집트 왕이냐!’
그리고 이설아와 아이린은 다른 곳에 함께 떨어졌다.
“여, 여기가 어디지?”
“주헌 씨는요?!”
“다, 단장님!”
마지막으로 유재하는……….
“………자네?”
“시팔… 좆됐다.”
홀로 권 회장의 앞에 떨어졌다.
========== 작품 후기 ==========
유재하 마지막 날.t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