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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161화 (161/409)

00161 내가 니 애비다  =========================================================================

“적당히 해. 이것들아.”

완전 박살이 난 기차 안에서 빡친 단장이 걸어나왔다.

“!”

[핵분열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시력 상실의 위험에 처했습니다]

[강력한 열에 피부가 녹아내립니다]

[방사능에 노출되었습니다]

주헌은 상당히 화나 보였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잘 가다가 기차가 뒤집어 진 것도 화가 나는데 거기에 확인 사살?

심지어 핵 유물로?

핵 유물은 과거 사람들의 충격에서 탄생한 유물이다.

1945년 8월. 일본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핵무기가 떨어졌다. 그 위력은 이전의 재래식 무기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

핵무기는 말 그대로 폭발 반경 내의 모든 것을 지워버렸다.피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닌 수준.

핵폭탄의 개발 책임자 오펜하이머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죽음의 신이요, 세계의 파괴자가 되었다.’

그 이야기 자체에서 탄생한 유물은 강력한 파괴력과 살상력을 가진 유물이었다.

물론 세상에 등장한 핵 유물은 여러 개였다. 군중들의 막연한 공포와 소문 속에서 무수히 탄생했기 때문이다.

단지 그렇게 탄생한 핵 유물들은 진짜 핵과는 다르게 위력도 설계도 등급도 달랐다.

아마 이놈들이 쓴 것도 그런 타입의 야매 핵 유물. 대충 B급 정도 될 모양이지만, 그래도 핵은 핵이다.

그 위력과 후폭풍은 인간을 몰살시키기에 충분했다.

과거에도 그런 핵 유물들을 마구잡이로 긁어갔다가 결국 3차 세계대전이라고 할 만한 거대한 전쟁이 나지 않았었나.

‘근데 그딴 걸 막 쓰다니.’

뭐, 지금이야 지들이 살겠다고 범위를 좁혀 사용해 실제 폭발범위는 작은 듯했지만.

“그래도 이 새끼들이 쓸 유물은 구별해서 써야지.”

피투성이가 된 주헌은 이마에서 줄줄 흐르는 피를 짓누르면서 이를 갈았다.

“지금 해보자는 거냐?”

물론 살아있는 그의 모습에 사건을 벌인 장본인들은 기겁했다. 특히 운명왕은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저 좀비는. 인간이야?”

“서, 서주헌입니다.”

“지, 지금 저기서 살아나온 거야? 기차도 증발했는데? 미쳤어?!”

운명왕과 함께 있던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신들이야 사전에 준비를 해 뒀으니 피해를 안 입는다고 해도……!

하지만 멀쩡하게 살아나온 주헌이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이것들아. 좀비고 자시고, 이게 얼마나 아픈 줄 알긴 아냐?”

아니, 아픈 게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저, 미친놈!”

“인간이면 인간답게 좀 죽어라!”

공포에 질린 부하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뒷걸음을 쳤다. 그러나 운명왕은 하,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와, 저기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권 회장 정도라고 생각 했는데.”

그 노친네는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가졌으니까. 그랬기에 운명왕은 당황하기는커녕, 오히려 눈을 반짝였다.

“너 꽤 좋은 유물 가지고 있구나?”

그 말에 주헌은 사납게 웃었다.

“그래. 착한 일을 하니까 까마귀가 박 씨를 물어다 주더라고?”

“박씨? 어떤 거지?”

주헌은 대답대신 허, 코웃음을 흘렸다.

어떤 거긴.

[아테나의 방패 아이기스의 모조품 (S급-영웅전설급 / 소모성 유물)]

-사용가능횟수 : 4/5

박 씨에서 나온 배리어 유물이지.

‘타이밍이 좀 늦어서 다는 못 막았지만.’

운명왕은 신기한 듯이 보았다.

“됐고, 무슨 유물을 썼냐니까?”

“정 궁금하면 세상 착하게 살아보든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헌의 손에 아이패드 크기의 석판이 떨어졌다. 동시에 사나운 오라가 공기를 찢기 시작했다.

콰르르릉!

[#$**!]

유물은 인간들을 집어 삼킬 만큼 거칠게 포효했다. 운명왕의 부하들은 그걸 보며 기겁했다.

“저, 저건 권 회장님이 당했다고 말씀하셨던…!”

분명했다.

함무라비 법전!

“미친, 4대 법전 중 하나라는…!”

법전에 관해선 운명왕이 이미 예언했었다.

〈법전을 가진 자가 천하의 법을 만들게 되리라〉

쉽게 말해, 세상의 주역이 된다는 의미였다. 석판을 잡은 주헌은 괴기스럽게 웃었다.

“알아보니 다행이네! 앞으로 일어날 일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잠…! 잠깐만!”

“자, 그럼 니들도 한 번 핵 무기 맛 좀 봐라!”

그리고 그것이 지금 강력한 오라를 뿜으며 힘을 발산했다!

번쩍!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받은 만큼 되돌려주는 함무라비 법전이 발동된 것이다!

콰과광!

빛나는 섬광과 함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으아악!”

“아악!”

주헌은 폭발 범위를 줄이지도 않았다. 어차피 무덤 내부인데 까짓 거 알게 뭐람!

죽을 놈은 죽고, 살 놈은 사는 거지!

덕분에 무덤 내부가 사정없이 박살이 나고, 무덤 내부에 있던 유물도 괴로워했다.

주헌이 상처를 치료하지 않은 건 어쩌면 그 고통까지 함무라비 법전으로 똑같이 되돌려주기 위한 걸지도 몰랐다.

그 증거로 주헌을 제외한 적들의 피 섞인 비명이 울려 퍼졌다.

“으아아악!”

“내 팔, 내 파알!”

섬광이 사라지고 나자 눈앞에는 시체들이 굴러다녔다. 일부러 데미지를 반감해서 되돌린 것도 있었다.

증발해버리면 고통도 못 느낄 테니까.

덕분에 적들은 모두 무너지는 피부를 부여잡고 피까지 토하면서 꺽꺽 거리고 있었다.

주헌은 그들을 보며 피를 털어냈다.

“자, 이제 얼마나 아픈지 알겠냐? 이것들아.”

두 번 알았다간 죽을 것 같았다.

그럴 때 주헌은 사내들이 납치해갔던 루이를 집어 들었다.

루이 역시 폭발에 휘말려 죽은 듯 했지만,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아이의 뺨을 찰싹 찰싹 쳤다.

“죽은 척 하지 마. 안 죽은 거 다 알아.”

루이한테는 배리어 유물을 특별히 써줬으니까. 그러자 루이는 울먹이면서 한마디 날렸다.

“이, 이, 이 미친 아저씨.”

“한 번 더 뒤질래?”

“아, 아니! 존경합니다! 삼촌! 아틀리에로 모실까요?”

“오냐.”

그럴 때였다.

“……아 진짜 죽을 뻔했네.”

기차와 함께 증발할 뻔했던 유재하와 이설아가 끙끙거리며 몸을 추스르고 있었다.

“니들 괜찮냐?”

주헌이야 내성 탓인지 제법 쌩쌩했지만, 유재하와 이설아는 피해를 입은 정도가 꽤 심했다.

순발력이 야생동물 수준인 이설아가 재빨리 배리어 유물을 친 건 훌륭했지만, 그래도 핵의 섬광보다 빠를 수는 없는 법이었다.

핵은 원래 터지는 순간 후레쉬 터지듯 번쩍인 후 전부 증발이니까.

그리고 무의식중에 이설아가 주헌과 유재하에게 배리어를 먼저 쳐준 탓이리라.

지금은 유물로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단장님도 어서 치료하세요. 여기요.”

이설아는 자신들이 마시던 박카스 병을 주헌에게도 내밀었다. 얼핏 보면 박카스. 심지어 일회성이긴 하지만 엄연히 S급 치유 유물이었다.

하지만 둘이 마신 주제에 3분의 2나 남은 용량을 보며 주헌은 픽 웃었다.

“난 됐어. 니들이나 더 마셔. 그걸로도 좀 모자를 거야.”

그 말에 적들이 다급히 손을 뻗었다.

“아, 안 쓸 거면 차라리 우리에게…… 커헉!”

그러나 그들은 이설아에게 걷어차이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는 주헌의 상처를 걱정스럽게 보다가 주변을 살폈다.

“일단 여기부터 빨리 나가서…….”

그런데 이 때였다.

“가긴 어딜 가?”

“!”

피투성이 상태로 언성을 높인 건 바로 운명왕 노스트라다무스였다.

하지만 다른 부하들하고는 상태가 명백하게 다른 게, 놈의 상처는 빠른 속도로 아물고 있었다.

특이한 건 놈은 제 부하의 등에 손을 얹고 있었고, 자신의 상처를 부하에게 옮기고 있었다.

물론 정작 그 부하는 비명을 지르면서 결국 죽고 말았지만.

노스트라다무스는 사납게 입꼬리를 올리며 이죽거렸다.

“내 부하들을 잔뜩 죽여놓고 지금 어딜 가겠다는 거야?”

지금 부하를 죽이고 있는게 누군데.

“오, 넌 안 봐줬는데 안 뒤졌네?”

주헌의 퉁명스러운 말에 운명왕은 하 코웃음을 쳤다.

“난 미래가 보인다고. 죽을 것 같아?”

“뭐, 그래. 이렇게 쉽게 죽으면 왕급도 아니지.”

그렇다.

이름은 조슈아.

출신은 영국.

겉으로 보기엔 20대 초중반 정도로 보였다.

하지만 돈 많은 부자들이나 정치인들에게 달라붙어 미래를 봐주면서 부와 명성, 실세까지 얻은 비선실세.

20대라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뒷세계를 장악한 인물이다.

무서운 게 있다면, 잘 보이면 죽음을 피해가게 해주고 못 보이면 정말로 죽게 만드는 예언가였다.

그래서 그 누구도 함부로 못한다. 삶과 죽음, 재난 위험, 부를 얻는 법, 무덤 공략 방법,

그 모든 걸 점쳐주었으니까.

‘그러고 보면 단장님도 운명왕의 예언을 많이 이용하셨었지.’

이설아는 운명왕을 경계하며 미간을 좁혔다.

뭐, 주헌의 경우엔 대충 무덤이 나타날 위치를 미리 알기 위해 찾아간 것뿐이지만.

물론 주헌은 노스트라다무스를 만나고 온 날이면 굉장히 기분이 안 좋았다.

‘분명 단장님이 싫어할 만한 걸 대가로 요구한 거겠지.’

그리고 지금 역시 노스트라다무스는 밉살맞게 웃으며 말했다.

“서주헌, 요즘 설치고 다니는 모양인데 괜히 나대지 마.”

“그래서 고작 생각한 게 이딴 거냐?”

“그래. 너 때문에 권 회장이 자꾸 귀찮게 하잖아. 짜증나게.”

주헌과 운명왕의 신경전이 벌어지자 유재하가 운명왕의 허를 칠 겸, 몰래 유물을 꺼냈다.

하지만.

“거기.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고.”

“!”

“쓰지도 못 할 유물은 꺼내지도 마.”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유재하가 들고 있던 유물이 주르륵 녹아내렸다.

유재하는 내심 놀랐지만, 주헌은 쯧 혀를 찼다.

‘역시 나왔군.’

미래지배.

물론 진짜 미래를 보는 건지, 아니면 적당히 지껄이는 대로 미래가 발현되는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니가 사기왕을 만들어낸 거지?”

“왜. 궁금한가보지? 사기왕이 생기면 네가 죽는다니까?”

주헌은 매끄럽게 웃었다.

그래.

바로 그 미래에 흥미가 생기는 것이었다. 미래는 주헌이 알고 있는 과거와는 조금씩 다르게 변하고 있었다.

그러니 궁금한 것이다.

바뀐 미래.

그리고 루이 마틴이 나타난 이유.

‘혹시 모를 변수는 조금이라도 챙기고 가는 게 낫잖아?’

그러니 이야기를 듣기 전까진 잠시 살려둔다.

“자, 어디 나한테서 어떤 미래가 보이는지 말해보시지.”

“죽는 다니까.”

“이 꼬마의 정체는?”

“니놈 부하 아들이라며?”

“권 회장 말고 누구랑 손잡고 있지?”

“너 빼고 다.”

“이 곳 무덤의 유물은 어디에 있지?”

“알게 뭐야.”

운명왕은 낄낄낄 웃어댔다. 주헌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운명왕은 이죽거렸다.

“그 전에 내가 먼저야. 사실 너한테 궁금한 게 있거든.”

“궁금한 거?”

“그래. 네…… 커헉!”

주헌은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운명왕의 얼굴을 날려버렸다.

빠각!

그래보여도 주헌은 매일 체육관에서 격투기를 단련하는 청년이었다.

그 날렵하고 단단한 주먹이 범인을 넘어선 건 당연한 일!

“미안하지만 내 쓰리사이즈는 비밀이다.”

“뭐라고?”

“알았으면 그 잘난 예언능력으로 내가 묻는 말에나 답해라.”

주헌은 손가락을 우득 거리며 살벌하게 웃었다.

“자, 10초 후에 너는 어떻게 될까? 맞춰봐.”

========== 작품 후기 ==========

+ 추코 감사드립니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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