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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160화 (160/409)

00160 내가 니 애비다  =========================================================================

주헌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곳곳에서 기가 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런 미친…”

그리고 그런 주헌을 그냥 보내줄 사람들도 아니었다.

“너 거기 안 서?”

하지만 윤시우 역시 헛웃음만 흘릴 수밖에 없었다.

서류는 조작되지 않았다.

그런데 진짜 친부가 나타났다고?

또 하필 그 친부라는 놈이 서주헌의 부하인 유재하라고?

‘미치겠군.’

이래서는 자신들이 뭘 어떻게 손을 댈 방법이 없지 않은가.

결국 윤시우는 애꿎은 유재하만 쏘아보며 외쳤다.

“아오, 저 새끼는 도대체 몇 살 때 사고를 친 거야!”

그 말에 넋이 나가 있던 유재하가 번개같이 반응했다.

“안 닥쳐? 알몸 좀비! 나 진짜 사고 안 쳤거든!”

“뭐라고 알몸 좀비?”

“왜! 맞잖아! 너 거의 1년 전에 LA에서 스트립쇼 했잖아! 기사 뜬 거 다 봤거든? 그리고 장군님이 붙어 있을 줄 알았는데 웬 졸개가 붙어 있더라?”

그 말에 좀비 파우더의 희생양이 되었던 윤시우는 얼굴을 씰룩였다.

“그거 다 내리게 했을 텐데.”

“등신아. 구글 검색하면 다 나와.”

윤시우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주헌을 보았다.

“됐고, 이건 조작이야. 여기서 못 내보내.”

주헌은 혀를 찼다.

“거 참, 집착해주는 건 여자 쪽이 좋은데.”

그럴 때 풍문왕도 가로 막았다.

“니들이 여기서 나가는 순간 각오해야 할 거야. 바로 기사를 띄워버릴 거니까.”

주헌은 비웃었다.

“헛다리. 넌 짜져 있고.”

“뭐? 헛다리?”

“왜, 틀려? 애초에 넌 날 저격했지만, 진실은 달랐잖아? 엄연히 허위사실 유포에 기자들 선동한 거다, 너?”

그 말에는 하르만도 기가 차서 웃음 밖에 안 나왔다.

아니, 설마하니 진짜 친부가 그 옆에 있을 줄 누가 알았겠나.

사실 헛소문을 믿게 만드는 건 괴벨스 유물의 힘만 있으면 쉬웠다.

그리고 풍문왕은 그런 식으로 찌라시를 계속 뿌려 주헌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굳힐 생각이었다.

하지만 떡하니 친자확인 서류를 들고 나올 줄이야.

‘비겁하게 팩트를 쓰다니….’

이래서는 선동이고 뭐고 없지 않는가.

결국 듣다 못한 루이 마틴이 다 포기한 듯 외쳤다.

“와, 그래! 그렇게 내 유물을 가져간다고 쳐!”

아니라고 주장해봐야 친자 증명서가 너무 막강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근데 그래봤자 내가 성인이 되고 나면 죄다 토해내야 하거든? 그 땐 어쩔 건데? 어쩔 건데!”

유재하는 그걸 보며 콱 쥐어박고 싶어 했지만, 주헌은 태연했다.

“응 알아. 걱정 마. 돌려줄게.”

“뭐? 정말?”

곧 주헌의 눈이 번득였다.

“그 때까지 니놈이 살아 있으면.”

뭐, 뭐라고?

***

미국 펜타곤 하우스로 향하는 길.

주헌은 그 기차 안에서 진지하게 말했다.

“자, 재하야? 괜찮으니까 다 털어놔.”

“네?”

“어느 여자야.”

주헌은 마치 고해성사를 맡는 신부님처럼 경건하고 자애로웠다. 그러나 정작 취조를 받는 느낌인 유재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진짜 아닙니다. 아니에요. 억울하다고요.”

“맞잖아. 상대는 몇 살이었어? 연상? 설마 연하는 아니지? 어디에 살았고, 뭐하다가 그런 거야. 그리고 중요한 건, 예뻤어?”

유재하는 아악 비명을 지르면서 머리를 휘저었다.

“이 사람이 진짜, 돌겠네! 솔직히 말씀해보세요, 단장님. 어렴풋이 짐작하고 계셨죠! 그러니까 내 DNA 넣어보라고 한 거 아냐! 그쵸!”

“그래.”

“그래! 내가 그럴 줄 알았… 네? 알았다고요? 뭐?!”

주헌의 대답에 유재하는 기겁하고 벌떡 일어섰다.

“알고 있었다고요? 뭐라고?!”

어떻게 된 거냐며 멱살을 잡자 주헌은 이거 놓으라며 퍽 발로 걷어찼다.

“몰라서 묻냐? 너네 둘 애초에 닮았어.”

도대체 뭐라는 건지.

“죄송합니다, 단장님. 제가 잘못 들었나 봅니다. 그치? 설아야.”

“아니. 단장님이 닮았다니까 너네 둘은 닮은 거야.”

미치겠네.

주헌의 옆에 앉은 이설아까지 동의하자 유재하는 제 편이 없다며 억울해했다.

하지만 반발이 심한 건 도리어 어린 루이 쪽이었다.

이설아에게 통역을 부탁했던 사기왕이 씩씩거리면서 그제야 따지고 들었던 것이다.

“이봐요, 늙다리 아저씨. 눈 뼜어? 뭘 어떻게 하면 이딴 찐따하고 나하고 닮아! 지금 비교할 걸 비교해야… 아악!”

물론 아저씨라고 부르다가 졸지에 얻어맞았다.

“아저씨가 아니라 젊고 멋지고 잘생긴 형.”

젠장.

얻어맞은 루이는 꿍얼거렸다.

“지 입으로 멋지고 잘생겼다는 건 또 뭐야….”

“나정도면 어디 가서 뺨맞을 정돈 아니지.”

“그래봐야 말투는 완전 사투리 쓰는 아저씨인 주제에… 커헉!”

“다 들려.”

아무래도 주헌의 불어는 사투리인 듯 했다.

과거 현지에 체류하며 언어를 익히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외모가 안 닮은 건 인정한다. 이놈을 닮았으면 니가 그렇게 곱상하진 않았겠지.”

“저기요. 단장님. 제가 불어를 다 알아듣진 못해도 좀 알아듣겠는데요. 제가 단장님 옆에 있다 보니 자꾸 오징어가 되는 거지, 저도 어디 가면 대쉬 많이 받거든요?”

“형아들한테?”

“#$*$*!”

“워이, 워이. 사람의 말로 해. 사람의 말로.”

주헌은 절망하는 유재하를 보며 킥킥 웃었다.

실컷 놀려대기는 했지만….

‘뭐, 진짜 사고를 친 건 아닐 테지.’

왜?

‘애초에 그럴 담력이 있을 녀석도 아니다.’

그래서 사실 궁금하기도 했다.

이 꼬마가 도대체 뭐하는 놈이고, 정체가 뭔지.

‘혹시 유물의 농락인가.’

주헌은 빤히 꼬마를 보았다.

옅은 갈색 머리, 새하얀 피부.

혼혈이긴 하지만 외국인의 이목구비는 확실하다.

루이는 빈 소년합창단에 있을 아이처럼 꽤 예쁘장한 편이었다. 만약 여자아이였다면 주헌도 꽤나 예뻐할 만큼.

하지만 예쁘면 뭘 하나.

실제는 말버릇 고약한 싹수없는 꼬맹이인 것을.

“아으아악!”

주헌은 루이의 볼을 거칠게 잡아당기면서 말했다.

“어쨌든 유물 쓸 때 그 느낌이 닮았어.”

지배력, 친화력, 적합력.

그 세 가지의 능력을 쓸 때 사람에게 받는 인상이라는 게 있었다.

‘냄새라고 표현해야 하나.’

율리안처럼 딱히 오라가 보이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오랫동안 유물사용자들을 상대하니 감으로 느끼는 게 있었다.

사람들마다 가치관도 성향도 다르기 때문에 그 능력의 질은 당연히 달랐다.

다만 적합력.

재능의 영역인 그건 유전자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애 엄마가 수학을 잘하면 그 유전자를 아이도 물려받을 테니까 비슷한 냄새가 난다.

유재하나 루이나 주로 적합력으로 유물을 다루고 있을 테니 비슷하게 느껴진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헌은 이번 건에서 자꾸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마치 미래를 아는 놈의 소행….’

주헌은 눈을 번득이며 루이에게 물었다.

“너, 솔직하게 말해. 그 레오나르도 다빈치 유물. 니가 직접 얻은 거 아니지?”

“내, 내가 얻은 건데?”

“오, 니가? 무덤을 클리어해서?”

“그, 그런데?”

주헌은 가증스럽다는 듯 루이를 보았다.

“어떻게 클리어 했는데?”

“흥, 넌 상상도 못할 방법으로… 아악!”

“지금이라면 봐준다. 누구한테서 받은 거지? 나 말고 누가 무덤을 클리어해.”

“씨이.”

“구라까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 성인이 되어서 유물 돌려받고 싶으면.”

“돌려줄 생각도 없잖아!”

루이는 훌쩍이면서 슬쩍 주변을 살폈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바로 그때였다.

끼기긱!

“!”

무탈하게 달려가던 기차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기 시작했다.

“단장님!”

기차는 심한 소음을 내면서 질주했다.

그리고 그 순간, 텅 소리와 함께 기차가 뭔가와 부딪쳤다.

쿵!

그 엄청난 충격에 주헌 일행은 신음을 흘렸고, 뒤이어 기차 안은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다.

“꺄아아아악!”

전기가 나가고, 차체가 찌그러지고, 내부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튕겨 나가는 등 비명과 울음소리가 교차했다.

그리고 이어진 탈선.

쨍그랑! 쨍그랑!

기차는 순식간에 전복하고 유리가 박살이 나면서 눈앞을 가로 막았다.

“단장님!”

“뭐라도 잡아!”

뒤집힌 쇳덩어리는 주르륵 미끄러졌다.

콰과과광!

특별한 안전장치가 없는 기차 내부.

의자의 손잡이를 잡고 있던 일행도 튕겨 나갈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악몽 같았던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두컴컴한 열차 내부는 그야말로 지옥. 작은 신음 소리나 우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럴 때 동아줄이 주헌을 살피면서 안절부절 못했다.

[#*$*!]

괜찮아? 괜찮아?

안 괜찮을 리가.

무슨 사람을 미라로 만들 생각이었는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칭칭 감아놓아 충격을 흡수했는데 무슨.

“근데 지금은 너 때문에 괜찮지가 않다. 좀 놔.”

그러자 동아줄은 허둥지둥 주헌을 풀어주었고, 주헌은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괜찮아? 다친 곳은 없나?”

주헌의 말에 루이를 끌어안고 보호하고 있던 이설아가 답했다.

“괜찮습니다. 단장님은?”

“난 괜찮아. 재하 놈은?”

“저도…… 어떻게 살아는 있네요.”

동아줄에게 다리가 묶인 채 저 멀리서 유재하가 손을 흔들었다.

“척 보니 단순한 사고는 아닌 것 같네요.”

이설아의 말대로였다.

실제로 이런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으니까.

[주의. 고분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주의. 고분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유물의 힘으로 고분화 현상이 앞당겨졌습니다.]

즉, 달리던 기차가 고분 현상에 휘말린 것이다.

구린 냄새가 팍팍 나기 시작했다.

유재하는 뒷목을 부여잡고 제자리에 벌렁 드러누웠다.

“여기는 무덤, 저기는 유물, 이놈은 내 아들이며, 잘 가던 기차는 왜 엎어지고 지랄이야! 아악!!”

주헌이 깨달은 것은 분명 누군가가 고분화 현상에 관여를 했다는 사실이다.

마치 이곳에 무덤이 생길 것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

‘그리고 이런 일을 할 만한 놈….’

주헌이 미간을 좁힐 때였다.

“이 정도로 박살 났는데 멀쩡하진 않겠지?”

밖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네. 다른 승객들이 스무 명 정도 더 있긴 했지만…….”

“상관없잖아요. 그러게 누가 이 열차를 타래?”

아, 저 목소리.

역시나.

주헌과 이설아는 동시에 인상을 팍 썼다.

아는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노스트라다무스.’

운명왕이라고 불리는 그 유물사용자였다.

유물의 시대 초반부터 탁월한 예언 능력으로 독식자들에게 정보를 준 그 사용자.

미래를 예언할 수 있는 만큼 현대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었고, 그만큼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과거엔 권 회장의 좋은 협력자였으니 적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거봐요. 권 회장 그 늙은이는 우리 없으면 안 된다니까. 사기왕을 이렇게 쉽게 빼앗기면 돼?”

그리고 루이는 낯익은 목소리에 반응하는 얼굴이었다.

다만 이런 식으로 등장할 줄은 몰랐는지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아무튼 그 꼬맹이는 빨리 회수해주세요. 하여간 바쁜 사람 귀찮게 이런 데까지 오게 만들어.”

“하긴, 그 꼬마를 사기왕으로 올려야 서주헌이 죽는다고 했죠.”

그 목소리에 이설아가 주헌을 황급히 보았다.

그녀는 무심결에 주헌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동시에 주헌은 픽 웃었다.

이제야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 거였군.’

아무래도 이번 사기왕의 일에는 노스트라다무스가 연관된 모양이었다. 그리고 덧붙여 권 회장 역시.

주헌은 점점 가까워지는 발걸음소리를 들으면서 숨을 죽였다.

일행에게는 죽은 척 하라며 쉿, 입가에 손을 가져갔다.

‘아무래도 좀 이상한 미래를 본 모양인데.’

흥미로웠다.

상당히.

그런데 그럴 때였다.

“!”

이설아가 안고 있던 루이 마틴이 갑자기 사라지고 말았다.

정말 순간이동 하듯이!

그리고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놔! 뭐야 이거!”

“자, 꼬마도 되찾았겠다. 다음 단계 가죠. 상대는 서주헌이고, 보나마나 지금쯤 멀쩡할 테니까.”

그 말에 정말로 멀쩡한 주헌 일행이 움찔했다.

하지만 노스트라다무스의 목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한 이쯤에 숨었나?”

쾅쾅.

주헌의 바로 옆에서 쇠를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정말 귀신같은 감이었다.

아니, 그보단 미래를 읽은 것뿐이겠지만.

“자, 여기에 던져요.”

“알겠습니다. 핵 유물이면 될까요?”

“그러세요. 아, 우리한테는 피해 안 오게.”

이것들이.

핵 유물?

쓸 걸 써야지!

하지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눈앞에 섬광이 터졌다.

쾅!

큰 폭발이 일어나면서 기차가 완전히 박살이 나고 펑펑 터져나갔다.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웃음소리가 섞여 나왔다.

하지만 한참을 웃던 노스트라다무스는 바로 쯧 혀를 찼다.

“불꽃이 썩 예쁘진 않네.”

“이제 그만 돌아가시죠.”

“그래. 일 마무리도 해야 하니….”

그런데 이때였다.

“적당히 해. 이것들아.”

완전 박살이 난 기차 안에서 빡친 단장이 걸어 나왔다.

========== 작품 후기 ==========

+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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