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9 어서와라, 강탈왕! =========================================================================
〈 어서 와라, 강탈왕! (3) 〉
[제갈공명 율리안 밀러! 그 빌어먹을 새끼!]
그 말에 주헌은 픽 웃었다.
얼씨구, 사기죄로 끌려갔던 부단장 놈이 거기서 놀고 있었나.
‘어디서 뭘 하나 했더니.’
안 그래도 그놈이 조용하다 싶었던 참이었다.
분명 몇 주 전인가.
네로 유물을 팔기 위해 자신들이 주최한 경매에 들이닥치지 않았었나. 그러다가 유재하가 만든 가짜를 유일하게 알아보고 꼰지르려고 하던 녀석.
뭐 그래봐야 주머니에 슬쩍 네로 유물을 쥐어주고 사기범으로 고소해버렸지만.
‘어쨌거나 경찰서에서 나오긴 나왔나 보군.’
주헌도 꼬리가 잡힐까, 굳이 끝까지 물어 늘어지는 식의 고소는 하지 않았고 말이다.
아무튼 그 놈이 지금 다른 곳에서 말썽(?)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그 미친놈이 감당이 안 돼서 널 찾은 거야.]
솔직히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였다.
아니, 7대 무덤 예상지가 나타났다는데 관심이 안갈 리가 있겠는가.
하물며 번개를 다루는 유물이라고?
‘거참, 우리 공명이. 언제 그런 귀한 유물을 얻었대.’
탐이 나도 정말 탐이 났다.
자연재해를 다루는 유물은 상당히 귀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재해를 다룬다는 건 신급이라는 거지.’
인류의 기술이 아무리 발전을 해봤자 대자연의 힘 앞에서는 한낱 개미가 되는 법이 아닌가.
하물며 현대 사회에서 전력이라니!
‘돈줄…… 아니 대체 에너지다. 에너지!’
그 사실을 잘 알기에 주헌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아무튼 관심이 있으면….]
“좋아. 만나서 이야기나 들어보지.”
[오, 정말?]
상대는 상당히 의외인 듯싶었다. 주헌이 꽤나 다루기 까탈스럽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 장소는 중간지점에서….]
“닥쳐. 니가 날아와.”
[……뭐?]
“부탁하는 쪽이 날아와야지, 중간지점 같은 소리 하고 있네.”
[…….]
역시 까다롭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리라.
[알았다. 그쪽으로 가지.]
“자료도 보내놔.”
[허, 그건 만나서….]
“보내.”
[잠깐…….]
“싫으면 끊어!!”
주헌이 으르렁거리자 상대가 파르르 떠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알았다. 있다가 보자.]
곧 전화가 끊겼다.
전화가 끊기자마자 이설아가 물어왔다.
“단장님, 방금 전화는 무슨…”
“웨이드 하르만한테 온 거다.”
그 말에 이설아의 얼굴이 단번에 일그러졌다.
“그 찌라시 제조기 놈이요?”
칼까지 드는 그 반응에 주헌은 킥킥 웃었다. 왜냐하면 과거에 이설아도 그놈에게 홍역을 치렀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설아는 파르르 몸을 떨었다.
“그 망할 놈이 단장님한테는 무슨 일로요?”
아마 주헌의 명령으로 잠입한 부자들의 파티였을 것이다.
하필이면 거기서 재벌 3세 남자가 이설아에게 반해 졸졸 쫓아다녔었다. 그리고 풍문왕은 그걸 놓치지 않고 월척이라며 세상에 뿌렸다.
〈미모의 스파이. 상관을 배신하고 재벌3세와 사랑에 빠지다!〉
그딴 거지같은 기사가 세상에 뻥뻥 퍼져 나갔으니 안 미쳤겠는가.
주헌이야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이설아는 주헌이 오해할까 미치고 환장할 판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이번에 만나면 목이라도 분질러 놔야…….”
이설아가 그딴 살벌한 소리를 해대자 주헌이 그녀의 예쁜 볼을 쓰다듬었다.
“아서라,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그 말에 유재하도 동의하는 듯, 이설아를 흘겨보았다.
“그래, 너. 사람 죽이는 게 애들 장난도 아니고….”
“하려면 무덤에서 해라. 안 들키게.”
“야!”
유재하는 머리가 아파졌다.
게다가 이 인간들은 허세를 부리는 게 아니라, 진짜 그럴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더 무서웠다.
‘이거 원, 무서워서 살 수가 있나.’
결국 비전투원 유재하가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무, 무슨 전화였습니까? 얼핏 제갈공명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별거 아니야. 그놈이 무덤을 쓸고 다니는 모양이야.”
“허, 무덤을 쓸고 다녀요?”
주헌한테 사기꾼으로 몰려 경찰 취조를 받고 있을 놈이?
곧 이설아가 주헌에게 속삭여왔다.
“단장님. 제갈공명이라면, 부단장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아.”
역시나.
전에는 기억이 없어서 몰랐지만 그 남자는 확실히 자신들의 부단장이었다.
단지 주헌과 성격은 정 반대.
성향이 너무 안 맞아 얼굴만 보면 싸워대던….
‘아니 잠깐.’
이설아는 아차 싶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자신이 아는 부단장이라면 사기 행위 같은 걸 절대 할 리가 없는데?
“단장님, 그럼 그때 일은……!”
“뭘 새삼 물어? 내 짓이지.”
“……!”
역시나 단장님의 짓이었나!
“그럼 부단장님한테 그런 짓을 할 것 까지는….”
밀러의 편을 드는 건 아니었다. 단지 주헌을 걱정하는 것 이었다. 단장님에게 나쁜 이미지가 있으면 스카웃할 때 지장이 생길 테니까.
그러자 주헌은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아니, 걘 나만큼 때 좀 타야해. 안 그럼 내가 암 걸려서 못 써먹어.”
그 말에 유재하가 헛웃음을 흘렸다.
“……단장님만큼 때 타면 그건 찌든 걸레…… 커헉!”
유재하는 또 맞고 울었다.
주헌이 말했다.
“어쨌든 라이벌들이 연합을 맺을 정도로 막강한 모양이다. 데리러 가야겠지. 그만한 놈도 없으니까.”
이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당연했다.
부단장은 주헌과 쌍벽을 이루는 실력자가 아니었나.
‘단장님에게 꼭 필요한 인재다.’
아마 기억까지 되살리면 완벽할 것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설아는 귀엽다는 듯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단장님. 앙숙이어도 부단장님을 신뢰하시는 거였어.’
그래서일까 이설아는 활짝 웃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부단장님을 데리고 오는데 적극 협….”
“무슨 소리야?”
“네, 네?”
주헌은 눈살을 찌푸렸다.
“말은 정확하게 한다. 그놈은 필요 없어. 목적은 그놈이 가진 유물놈이다.”
아… 그럼 그렇지.
이설아는 한숨을 쉬었다.
반면 주헌은 큭큭 웃었다.
뭐, 놈이 가진 유물을 빼앗는 방법도 있기는 하지만…….
“뭐 됐어. 단원에 피카츄 한 마리 집어넣어도 상관없겠지.”
“피, 피카츄?”
“써먹기 좋은 발전기잖아?”
제갈공명을 졸지에 전기발전소로 삼는 주헌이었다.
“하지만 그 인간이 순순히 올까요? 우릴 완전 눈엣가시로 보고 있을 텐데.”
사기꾼으로 몰아넣고 고소까지 했는데 미쳤다고 이쪽에 붙겠는가.
그 말에 주헌은 우문이라고 했다.
“알았나. 야동을 평생 안 본 놈은 있어도 한 번만 본 놈은 없는 법이지.”
“네?”
“한 번 범죄자로 만드는 게 어려운 거지. 두 번이 어렵나?”
뭐, 뭐라고?
‘이 인간이 또 무슨 짓을 하려고……!’
***
[콰르르릉!]
“와, 대박! 끝내준다!”
주헌 일행은 태블릿 PC 로 영상을 보고 있었다. 동영상 안에는 벼락이 내리치고, 무덤이 박살나는 광경이 담겨 있었다.
유재하와 이설아는 그걸 보고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번개 유물이라더니.’
이걸 가진 놈을 무슨 수로 이겨!
“이거 완전 독종이구만 독종!”
그리고 그 외침에 주헌과 마주 앉아 있는 낯선 남자가 혀를 찼다.
‘독종? 독종은 바로 니들 단장이다!’
그렇다.
웨이드 하르만.
이 날카로운 인상의 30대 독일인은 〈풍문왕〉 이었다. 아니 주헌의 소문을 듣고 그를 찾아온 건 좋다 이거였다.
지금까지의 실적만 봐도 제갈공명을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판단했으니까.
그래서 주헌이 오라는 장소로 기꺼이 와주었다.
그래도 그렇지.
‘장소가 하늘 일 건 또 뭐야!’
그랬다.
주헌이 풍문왕을 부른 장소는 바로 홀튼가의 개인 비행기였다. 그랬기에 꿍꿍이를 가지고 있던 하르만은 쯧 혀를 찼다.
‘이래서는 뭐 딴 마음도 못 품겠구만!’
아무리 그래도 하늘 위에서 뭔 짓거리를 할 수 있겠는가. 여기서 폭발사고라도 일으키면 자신도 뚝 지면에 떨어질 텐데.
그는 주헌을 흘겨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듣던 대로 영악한 놈.’
그리고 이때였다.
영상을 빤히 관찰하는 주헌에게 이설아가 물었다.
“단장님. 이 번개 유물, 무슨 유물인지 아시겠습니까?”
“대충은.”
그 말에 하르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얼씨구, 무슨 유물인지도 알아낸 건가?
“무슨 유물이지?”
그러자 주헌은 하르만을 보며 비웃었다.
“미쳤다고 알려주냐?”
“…….”
저걸 확!
주헌은 영상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뇌(雷)신 인드라의 유물.’
분명 인도의 3대 신으로 천둥과 번개를 관장하는 신이었던가.
확실히 전쟁의 신이자, 신들의 제왕이라고도 일컫는 만큼 능력은 정말 인정할 만하다. 주헌도 인정하는 막강한 공격형 유물이었다.
그럴 때였다.
“단장님? 지금 뭐하세요?”
그러자 유물을 만지작거리던 주헌이 간드러지게 웃었다.
“뭐하긴? 전기 통구이 되기는 싫잖아?”
***
콰르르릉!
과거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있던 서남아시아. 이 건조한 열사의 땅에 강렬한 번개가 내리치고 있었다.
콰르릉!
“세상에, 비도 안 오는데 웬 번개야!”
“신이 노하셨다, 신이 노하셨어!”
강에서 빨래를 하던 사람들은 허둥지둥 집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꽤 먼 곳이긴 하지만, 마른하늘에 갑자기 구름이 끼면서 천둥이 치고 벼락이 치다니!
보통은 일은 아니지 않는가!
하지만 정작 이 모든 벼락을 일으키고 있는 사내는 태연했다.
“이걸로 이 무덤도 클리어군.”
제갈공명 율리안 밀러.
거대한 피라미드형 무덤을 박살을 낸 그는 여유롭게 유물을 집어 들었다.
‘이걸로 20개 째.’
율리안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정작 그를 따라온 부하들은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와…… 저건 괴물이야.”
“심지어 단 30분 만에……!”
“게다가 이 많은 경쟁자들을…!”
부하들은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아마 이 피라미드 무덤 안에 인부들까지 합쳐서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들어왔을 것이다. 하지만 유물사용자들을 포함해 모두 K.O 당해버렸다.
율리안이 사용하는 번개에 죄다 녹다운 당한 것이다!
뭐 인간들이 번개 앞에서 어떻게 멀쩡할 수 있겠느냐마는.
“역시 뇌(雷)신 유물……!”
“누구의 유물인지는 몰라도 대단해…! 저 정도면 지금 발굴자들 사이에서 톱 아니야?”
“모르냐? 저 인간 이미 탑 급이야.”
그들이 벽 뒤에서 숙덕거리자 율리안이 남 듣기 부끄러우니 그만하라고 하려 했다.
그런데.
“그럼 이상하잖아. 그런 분이 왜 숨어서 돌아다니는데?”
움찔.
방 밖으로 나가려던 율리안이 멈칫했다.
“음 뭐라더라, 사기꾼으로 쫓기고 있다고 했나?”
“뭐? 사기꾼?!”
그 말에 율리안의 얼굴근육이 씰룩였다.
순간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 스쳐지나갔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콰직.
그의 감정에 반응하기라도 하듯, 율리안의 몸 주변에서 전기가 번쩍였다.
이어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쿠구궁!
“으악! 방이 무너졌어!”
“벼락이 내리쳤어!”
“대장님! 괜찮으십니까! 밀러 대장님!”
엄청난 파괴력이었다.
곧 무너진 방 안에서 사람 하나가 걸어 나왔다.
‘망할 서주헌…!’
아직 힘이 잘 주체가 안된다는 듯, 율리안은 끙끙 거렸다.
“됐고, 이 근처에서 발견 되었다는 7대 무덤 쪽은?”
“아, 예상대로 연합 발굴단이 몰려 들었습니다. 열 곳이나요.”
“에이, 그래봐야 밀러 단장님한테는 껌이지. 그깟 연합군 따위.”
“그렇긴 한데…… 소문이.”
그들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율리안의 눈치를 보았다.
“소문? 뭐지?”
“저, 그 서주헌이 연합 발굴단에 끼어들었다는 소문이…….”
낯익은 이름에 율리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다, 단장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동시에 율리안이 말했다.
========== 작품 후기 ==========
+ 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