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138화 (138/409)

00138 어서와라, 강탈왕!  =========================================================================

〈 어서 와라, 강탈왕! (2) 〉

“하하. 강탈왕, 강탈왕이래!”

유재하는 어찌나 웃긴지 낄낄 거리며 구를 기세였다. 그러나 정작 옆에 있는 이설아는 활짝 웃고 있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세상에, 왕급이라니!’

이건 굉장한 일이었다.

꾼급(상급)에 불과했던 단장님이 그 최상위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는 말이 아닌가.

이설아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재빨리 명단을 보았다.

판도라가 지정한 왕급은 주헌을 포함해 우선 4명.

[강탈왕 서주헌]

[파산왕 아이린]

[운명왕 조슈아]

[정복왕 권태준]

모두 낯익은 이름들이었다.

‘역시 있을 놈들이 있군.’

아이린이야 못 마땅한 점이 있어도 능력만큼은 이설아도 인정했다.

‘운명왕 노스트라다무스는 당연한 거고.’

예언 능력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종교 지도자가 행하는 능력 같은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권태준?

치가 떨리긴 해도 인간을 장악하는 정복의 능력이 있으니 왕급에 있어도 그러려니 했다.

‘그리고 단장님……’

좋았다.

아무래도 지난 번 황금 궁전에 판도라 의원들을 때려 박고 삥(?)을 뜯은 게 큰 도움이 된 모양이었다.

대업을 이루기 위한 순조로운 첫걸음이었다.

‘이것으로 단장님의 염원이!’

그러나 정작 주헌의 얼굴을 보던 이설아는 기절할 뻔했다.

“꺄, 꺄악! 다, 단장님?”

그도 그럴 법한 게 기겁할 정도로 주헌의 얼굴이 흉흉(?)했다.

“저, 저저저 단장님.”

“이것들을 확.”

그렇다.

정작 주헌은 강탈왕이라는 칭호가 못 마땅했던 것이리라!

아니나 다를까.

빠각!

주헌이 메일을 보고 있던 핸드폰 화면에 금이 갔다.

“꺄악, 단장님!”

그냥 액정 하나 날렸을 뿐인데 이설아가 어쩔 줄 몰라 했다.

“설아야.”

“네, 네! 단장님! 판도라 의원의 목을 따올까요?! 아니면 대통령이라도 납치를……!”

아니 잘 자는 대통령은 왜 건드려.

사실 그녀는 강해보여도 주헌이 화내는 걸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은 쯧 혀를 찼다.

“이것들이 어디서 이딴 거지같은 명칭을…….”

그 말에 이설아는 쓰게 웃었다.

거지 같기는 무슨.

완전 단장님한테 딱인데.

하지만 차마 말을 못하고 있을 때, 유재하는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여전히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다.

“하하하, 강탈왕, 강탈왕이래! 진짜 누가 지었는지 작명 센스 쩐다! 완전 딱이야!”

그리고 그 모습에 주헌의 이마에 힘줄이 잡혔다.

“아하하하! 강탈왕, 강탈!”

이게 지금 누가 누굴 비웃어.

아니나 다를까.

뻐억!

“으아악!”

“닥쳐라, 이 세계 공인 호구야.”

“뭐, 뭐라구요?!”

유재하는 억울해했지만 어쩌겠나.

진짜 호구꾼이 되어버린 것을.

그리고 그럴 때였다.

[강탈왕의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이번 생에 적성을 잘못 선택한 것 같습니다.]

[전직 하시겠습니까?]

이놈의 까마귀가 또 이딴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 스토커 유물이.’

아마 전직을 하겠다고 하면 다른 능력을 주겠다는 의미이리라.

그 증거로.

[도굴꾼에서 강탈왕으로 전직 시 기존에 얻은 스킬은 초기화되어 사라지게 됩니다.]

[대신 새로운 스킬을 얻게 됩니다.]

[전직하시겠습니까?]

그런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나 있었다.

그걸 본 주헌은 헛웃음을 흘렸다.

솔직히 탐났다.

강탈왕이 되면 어떤 스킬을 얻을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하지만 주헌은 사실 도굴의 기술을 버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미쳤다고 가장 익숙한 무덤 관련 스킬을 버려?

그게 주헌을 이 시대에서 살아남게 해주는 뿌리와도 같았다.

‘차라리 둘 다 가지게 될 방법은 없나?’

하지만.

[한 달 내로 적성을 바꾸지 않으면 스킬이 자동 초기화 됩니다.]

[한 달 후 도굴꾼에서 강탈왕으로 자동 전직하여 새로운 스킬을 얻게 됩니다. 주의해주십시오.]

얼씨구, 이젠 강제 전직이냐.

그걸 보며 주헌은 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다.

뚜르르.

“다, 단장님? 어디에 전화 하십니까?”

“판도라.”

“네? 걔네한테는 또 왜요?”

“살생부 2탄 만들려고.”

메시지도 메시지지만, 어지간히도 칭호가 불만 이었던 것이리라.

‘내가 도대체 어딜 봐서 강탈왕이야, 강탈왕은.’

그리고 전화가 연결 되자마자 주헌이 칼 같이 말했다.

“조지 홀튼 바꿔.”

[네, 네?]

받은 것은 판도라 소속의 직원이었다.

이름도 밝히지 않고 본론부터 말하자 직원은 당황한 듯하다가, 발신자 번호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이 괴물새ㄲ… 아, 아니 서주헌 씨!]

판도라에서 주헌의 존재가 어떻게 부풀려지고 있는지 알만했다.

[저…… 저기, 서주헌 씨. 지금 의원님들은 회의 중이시라!]

“빨랑 안 바꿔? 니들 또 궁전에 소환해줄까?”

[꺄아악! 아, 알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5초 준다. 5…4…”

[꺄아아악!]

곧 비명과 함께 낯익은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야, 은인. 우리 회의 중이라고. 무슨 일이야?]

까칠하지만 주헌을 내심 반기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주헌은 싸늘하게 본론부터 말했다.

“야. 이거 뭐야.”

[이거?]

“강탈왕.”

[아아! 그거!]

조지 홀튼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강탈ㅇ…]

“됐고. 누가 이 따위 짓을 하라고 했어.”

[어? 왕급에 올리면 안 되는 거였냐? 내가 후보로 올렸는데.]

“아니 그건 칭찬할 만하고. 작명센스가 누구 짓이냐는 거야.”

그 독기 어린 말투가 제법 귀여웠는지, 조지 홀튼이 킥킥 웃었다.

[누구 짓이긴? 왜. 너 강탈왕 맞잖아?]

“너냐?”

[아니 의원 만장일치.]

“뭐야?”

[도둑왕이라고 안 붙인 걸 다행으로 여겨라! 이 강도왕아!]

이놈들을 콱 그냥.

“당장 바꿔. 신성왕 쯤으로 바꾸라고.”

[………진심이냐?]

“진심이다.”

[……….]

이게 미쳤나.

조지 홀튼은 가슴에 손을 얹어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미안하지만, 바꿔주고 싶어도 판도라 시스템 유물이 명칭을 정한 거라 우리도 막 못 바꿔.]

“그래?”

[그래. 그러니까 며칠 뒤에 그 명단대로 언론에 내보낼…]

“……콱 부셔야 하나.”

[뭐, 뭐라고?]

“어쨌든 니들은 살생부 2탄이다.”

[뭐, 뭐라고? 잠……!]

“목이나 닦고 있어.”

뚝.

주헌은 사정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무래도 최근 여러 가지 일로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 같았다.

뭐, 아무래야 좋았다.

‘일단 왕급이 되긴 했으니까.’

왕급이 되면 〈왕의 징표〉 유물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일차적으로 주헌이 노리는 것은 그것이었다.

자세한 경위는 모르지만, 왕급으로 유명해진 사람들 앞에는 그 유물들이 나타났던 것이다.

개수는 총 15개.

물론 주헌도 꾼급 이었으니, 그 유물의 구체적인 효능은 잘 모른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굉장히 막강한 버프형 유물이라는 거다.’

왕급, 즉 독식자들이 그렇게 강할 수밖에 없던 이유가 거기에 있으리라.

그리고 그 왕의 징표를 빼앗기 위해 자신들 같은 꾼급들이 얼마나 피터지게 싸웠던가.

‘그래봐야 진짜 등이 터져나갔지만.’

어쨌든 그 왕의 징표 유물까지 얻게 되면 완벽하게 왕으로서 안착할 수 있다.

‘그런데 강탈왕이 뭐야. 강탈왕이.’

주헌은 폼이 안 난다며 궁시렁거렸다.

‘뭐 할 수 없지.’

아직 안 나온 무덤이 몇 개 인데, 벌써 도굴 기술을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무래도 제대로 도굴의 적성대로 움직여줘야 하는 수밖에.

‘그래도 강탈왕의 스킬이라는 것도 꽤 재미있을 것 같은데.’

훔치기에 관련된 스킬이 생기려나?

꽤 흥미로운데 그걸 쓰지 못한다는 건 좀 아쉬웠다.

하지만 이때였다. 아차 싶었는지 잠시 고민하던 주헌의 얼굴이 밝아졌다.

‘난 바보군.’

생각해보니 뭘 고민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

‘그냥 강탈왕 스킬도 얻으면 되는 거잖아!’

아니 도굴꾼이나 강도나 사실 거기서 거기가 아닌가!

그러니 나중에 까마귀의 목이라도 졸라서 얻으면 그만 아냐?

그리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차에 이설아가 주헌의 눈치를 살폈다.

“저, 단장님?”

심각해졌다가, 화냈다가, 웃는 모습을 보니 이설아도 당황스러웠으리라.

결국 그녀는 유재하가 안 들릴 거리에서 속삭였다.

“괜찮으신 겁니까? 유재하가 사기왕이 되지 못해도?”

유재하가 사기왕 이었기에 가능했던 일들도 분명 많았다.

잘못하면 미래가 바뀌게 되었다. 그러나 주헌은 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 안되면 호구왕이 되게 해보지 뭐.”

그 말에 이설아의 얼굴은 정말 심각해졌다.

도대체 호구왕은 어떤 능력을 쓸 수 있는 걸까.

그런데 이때였다.

띠링.

주헌에게 문자 하나가 날아왔다. 아까 전에 전화가 끊겼던 조지 홀튼이었다.

[아 참, 은인. 깜빡하고 말 안했는데. 너 돈 새어나가고 있더라. 확인해봐라.]

“…………?”

뭐라고?

돈이 새어나가?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주헌은 재빨리 은행의 잔고를 확인해보았다.

“………?”

오백만 원, 천만 원… 이천만 원.

특별하게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확실히 소량(?)의 돈이 찔끔 찔끔 새어나가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누군가에게 계속 돈이 빠져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정도야 주헌이 신경 쓸 정도도 아니었지만, 묘하게 거슬렸다.

“유재하.”

“네, 네?”

“너냐.”

“네, 네?”

“〈옵빠 쉬다 가〉 여기에 회사 카드로 긁었냐고.”

“네?!”

“〈달이 빛나는 밤에〉 이건 또 뭐야?”

그건 또 무슨 소리냐며 유재하가 억울해했다.

주헌은 심각해졌다.

‘누구의 짓이지.’

그럴 때였다.

부르르.

[발신자제한]

수상한 사람한테서 연락이 왔다.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전화를 받았다.

“누구야.”

그 칼 같은 목소리에 상대방은 허허 웃었다.

[이봐 강탈왕. 넌 무슨 전화를 그 따위로 받냐?]

강탈왕이라는 말에 주헌은 미간을 찌푸렸다.

“닥쳐. 자기가 누군지도 안 밝힐 놈에게 베풀 친절은 없다.”

그러자 전화 너머의 남자는 낄낄 웃어댔다.

[하하, 내가 누군지 궁금해? 궁금하지? 어? 너에 대해서는 쫙….]

하지만 주헌은 쯧 혀를 찼다.

궁금하긴 개뿔이.

“꺼져. 잠꼬대는 침대에서만 하시지. 웨이드 하르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수화기 너머에서 우당탕 넘어지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들고 있던 핸드폰을 떨어뜨린 게 분명 하리라.

[……자, 잠깐 뭐?]

그렇다.

주헌은 이 남자를 아주 잘 알았다. 바로 얼마 전 유재하와 리처드의 기사를 내준 〈풍문왕〉.

바로 그 언론과 미디어를 장악하던 15인의 왕 중 하나다.

이놈은 그냥 가십 거리를 즐길 뿐인 골치 덩어리였다.

말 그대로 ‘아니면 말고!’ 식의 찌라시 꾼.

그런 놈이 반가울 리가.

그리고 결정적으로 주헌은 이놈이 가진 유물을 상당히 싫어했다.

‘분명 괴벨스 놈의 유물이었나.’

히틀러의 측근으로, 일명 나치의 앞잡이 장관.

탁월한 연설과 선동으로 히틀러가 권력을 잡는데 큰 계기를 마련해주었고, 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의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의 유물이다.

“어쨌든 네게 줄 떡밥은 없다. 알았으면 꺼지…….”

그럴 때였다.

[기다려! 네 도움이 필요해!]

“음?”

주헌은 흥미를 느낀 듯했다.

“내 도움?”

[그래! 7대 무덤으로 보이는 무덤을 발굴하려는 데, 계속 골치 아픈 놈이 따라 붙어서는!]

“골치 아픈 놈?”

[그래, 연합까지 했는데도 빼앗겼다고! 우리가 가져야 할 유물까지도 전부! 웬 이상한 번개 유물을 써대서는!]

오, 번개 유물?

‘번개면 최소 신급이다.’

주헌은 흥미롭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그 골치 아픈 놈이 누군데?”

[제갈공명 율리안 밀러! 그 빌어먹을 새끼!]

그 말에 주헌은 픽 웃었다.

얼씨구, 사기죄로 끌려갔던 부단장 놈이 거기서 놀고 있었나.

========== 작품 후기 ==========

+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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