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8 꺼져라, 내가 먼저 찜했다 =========================================================================
< 꺼져라, 내가 먼저 찜했다 (1) >
암석이 떨어지자 주헌은 바로 유물을 발동시켰다.
쿵!
그건 화랑의 검이었다. 품에서 나온 경봉은 순식간에 검으로 변해, 떨어지던 암석들을 조각 내버렸다.
쿠웅, 쿠웅!
주헌은 착지하자마자 유리병에 가둔 지렁이를 향해 외쳤다.
“첫번째 명령이다. 저 아이들에게 찻잎을 수집하게 해라.”
시간 단축을 위한 것이었지만, 지렁이는 유리병 속에서 빼액 빼액 외쳤다.
[뭐래, 그전에 나에게 재물을 줘야지!]
“뭐? 이미 줬잖아?”
[그건 계약을 위한 계약금! 노동비는 별개다!]
“...........”
거참 어지간히도 돈을 뜯어먹는 하마로군.
주헌은 콱 이걸 뜯어서 삶아버릴까 생각했지만 잠시 뭔가를 생각했다. 그러더니 그는 미묘한 웃음을 지으면서 유재하가 만들어낸 진주를 허공에 더 흩뿌렸다.
“자, 일해라!”
그걸로 7천만원 추가!
그 진주비를 보면서 지렁이는 덩실 덩실 춤을 추었다.
어이쿠 돈비가 내리는 구나, 내려!
[따르겠습니다, 주인님!]
잠시 후 재물들이 빛나며 사라지고, 재물들을 흡수한 지렁이는 꺼억 트림하며 외쳤다.
[자 인간들아, 뭐하고 있느냐. 어서 찻잎을 수집해라!]
그러자 앉아서 훌쩍이던 아이들은 우르르 묘목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다른 세 명이 달려 들었을 때 보다도 훨씬 더 빠르고 정교한 솜씨였다.
그 기가 막힌 솜씨를 보면서 유재하는 감탄했지만, 동시에 별개의 문제를 깨달았다.
“단장님! 다 좋은데 우리 밖으로 어떻게 나가죠? 설마 왔던 그 길 되돌아가야 합니까?”
자신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와는지 잘 알기에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헌은 그런 그를 비웃었다.
“미쳤냐, 그 10시간 거리를 되돌아가게.”
그딴 미련한 방법 보다도 더 좋은 방법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주헌은 지렁이를 보며 웃었다.
“자, 여기서 나가는 길은 잘 알고 있겠지. 유물.”
그러나 유물은 당황했다.
[하, 하지만 여기서 나가려면 무덤을 파괴해야 한다. 그러면 신농을 배신하게 된다는 의미인데....]
아무래도 제 딴엔 신농에게 기생하고 있었으니, 꽤나 사이가 돈독해졌던 것이리라. 침입자를 내보낼 리가 없는 신농의 유물에게 반하게 되는 것이 싫었던 것일터.
하지만 주헌은 악마같이 웃으며 흔쾌히 진주알을 흔들어보였다.
“이걸 3개 더 얹혀주지.”
심지어 이번엔 진주알이 정말 컸다.
[맡겨만 주십시오. 주인님!]
동시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이들이 창고로 우르르 몰려 가더니, 뭔가를 들고 암벽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다이너마이트였다. 틀림없이 이곳을 정복했던 키이라와 미군이 놓고간 물건들이 틀림없었다.
아이들은 정확히 어디가 출구와 연결 되는 건지 아는 것인지, 능숙하게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고 쾅쾅 터트렸다.
쿠웅!
그리고 마침 내 밖으로 나가는 샛길 출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지렁이는 본인의 배신은 생각도 않는 건지, 부서지는 무덤을 보면서 그저 신이 나 있었다.
어쩌면 이번 주인은 통이 커서 좋다는 생각 따위를 순진하게 하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 때였다.
쿠구궁!
난데 없이 무덤의 샛길이 열리자 상황을 눈치챈 건지, 무덤의 주인이 날 뛰기 시작했다.
[$#&*#&*#!]
건방진 인간들아, 감히 누구의 것을 가지고 도망가려고 하느냐!
신농의 유물은 키이라에게 소속 되어 있는 귀속성 유물이었다. 주헌이라는 침입자들을 눈치챈 유물이 그들을 그냥 내버려둘 리도 없었다.
덕분에 땅은 갈라지고, 그들이 타고온 지프 역시 갈라진 땅에 무자비하게 삼켜졌다.
쿠구궁!
그 뿐인가?
찻잎들은 바람에 흩날리며 이상한 빛가루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주헌씨, 이거...!”
주헌은 황급히 아이린의 입을 틀어 막았다.
“마시지마요! 독입니다!”
“우읍!”
“1호! 일단 저 아이들을 따라 밖으로 나가!”
“단장님은요?”
“뭘 물어? 나는 한 놈을 더 데리고 가야지.”
한 놈 더라니.
“서, 설마 단장님....”
주헌은 씨익 악랄하게 웃었다.
도둑놈이 좋은 물건을 흘리고 갈 수는 없는 법이지 않나?
* * *
아니나 다를까, 그는 CIA 에게서 빼앗았던 부싯돌을 강하게 내리쳤다.
[호모에렉토스의 인류 최초의 불씨 (D급-골동품급 / 소모성)]
- 사용횟수 (140/200)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쾅!
유물을 부딪치자 마자 불꽃이 튀더니, 강렬한 불꽃이 피어오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꽃은 순식간에 차밭에 옮겨 붙었다.
아무리 핵폭탄이 날아와도 멀쩡한 것이 유물이라고 하지만, 같은 유물로 만들어낸 공격이라면 전혀 다른 법!
결국 수만평에 다다르는 차밭은 순식간에 전소하기 시작했다.
그걸 보며 경호원은 입을 떡 벌렸다.
“차, 찻잎이! 저거 다 돈 아닙니까? 저래도 되는 건가요?!”
그러나 주헌은 코웃음을 쳤다.
어차피 저건 자신의 도둑 보따리에 다 들어가지도 않았다. 번식 시키기 위한 묘목들은 이미 챙겼고 말이다.
남는 건 자신들의 흔적을 지우고, 하늘 아래 똑같은 물건은 두 개 이상 존재하지 않게 만드는 것.
‘미안하지만 장군님. 찻잎은 우리가 모두 독차지 해야 겠다.’
이 때였다.
[#$*#$&*!]
크아아아, 뜨겁다 뜨거워!
차밭에 숨어 있던 신농의 유물이 괴로운 듯 비명을 질러댔다. 신농의 유물은 다른 찻잎들과 똑같이 차나무의 형태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즉 불로초처럼 식물형 유물!
[천상의 맛을 알고 있는 신농의 차(茶) 나무 (SS급 - 신급 / 귀속성 유물)]
당연히 불에 취약한 나무의 형태인 만큼, D급 유물의 불길에도 화형을 당하듯 괴로워했다. 심지어 단순한 먹거리 제공 유물이니 기능은 유용하나, 방어능력은 제로였다.
그리고 주헌이 재빨리 신농을 낚아채려는 그 때였다.
“단장님! 위험해요!”
쿵!
주헌이 서 있던 지면이 대지진이 일어나듯 갈라지고 만 것이다.
‘칫!’
“단장님!”
당황한 유재하와 아이린은 다급하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지면이 무너지면서 주헌은 신농의 유물과 함께 순식간에 지저로 곤두박질 쳤다.
어디 한 번 같이 죽어보자는 유물의 분노였다.
일행은 모두 당황하고 말았다.
“단장님!”
“주헌씨!”
하지만 주헌은 캄캄한 지저로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 * *
“젠장! 단장님! 단장님!”
유재하는 막혀버린 벽을 삽으로 내리치면서 욕을 읊조렸다.
주헌이 지하로 떨어진 직후, 유재하는 아이린과 함께 벼랑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쿠웅!
마치 그들을 거부하기라도 하듯, 정체불명의 투명한 벽이 생겨 주헌을 따라 갈 수가 없게 되어버렸던 것이다.
바로 신농이 만들어낸 오라 벽이었다.
“젠장!”
그 뿐인가?
뒤이어 무덤의 공격이 이어졌다.
그리고 현재.
결국 공격을 피해서 무덤 밖으로 나와야 했던 그들은 굳게 닫힌 돌산을 보며 이를 갈고 있었다.
이걸로 주헌이 완벽히 저 안에 갇혀버린 것이다. 그것도 유물의 농락에 의해!
자신들이 뚫고 들어갔던 입구도 이미 막혀버린지 오래였다. 그러니 기껏 찻잎들도 저렇게 많이 캐오면 뭘 한단 말인가.
정작 중요한 사람이 무덤에 갇혀버린 것을!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유재하가 화를 냈다.
“아오, 이러다가 우리 단장님 죽겠네. 진짜 들어갈 방법 없나?”
그러자 경호원이 뭘 걱정하냐는 듯이 물었다.
“그래봐야 그 사람, 아까처럼 무덤을 파괴하면서 나올 수 있지 않아요?”
물론 주헌은 괴상한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들어왔을 때처럼 유물을 폭발 시켜 길을 뚫고 나오면 그만인 것이다.
하지만 알지도 못하면서 개소리 지껄이지 말라는 듯, 유재하가 화를 냈다.
“안 닥쳐요? 그것도 결국엔 유물들이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죠! 지금 가지고 계신 걸로는 그 깊이에서 여기까지 못 나온다고요! 대부분의 유물은 다 내가 가지고 있는데!”
무게가 많이 나가는 소모성 유물의 대다수는 유재하가 들고 다니는 참이었다. 복원 때문이었다.
결국 유재하는 자신이 잘못했다면서 괴로워했다.
“아, 차라리 내가 같이 떨어졌어야 했어...! 하다못해 유물 가방이라도 던져주던가...!”
겉으로는 툴툴 대도 나름대로 주헌을 마음에 들어하고 있던 유재하였다. 사람 굴리는 게 심하긴 해도 그는 처음으로 자신에게 꿈을 보여준 사람이었다.
설령 그것이 허풍이라 할 지라도, 오랜만에 믿어볼 만한 놈이라고 생각했던 참이었던 것이다.
“아오씨, 그러니 내가 진짜 무슨 수를 써도 안에 들어간다! 아이린, 나 좀 도와줘요! 이대로 단장님 죽으면 나 죄책감에 잠도 못자!”
“알겠어요!”
곧 아이린과 의기투합한 유재하가 유물로 뭔가를 해보려는 순간이었다.
“단장님, 지금 구하러 갑...!”
그런데 바로 이 때였다.
쾅!
“엄마야!”
엄청난 폭음소리에 아이린과 유재하, 경호원은 귀를 틀어막았다. 마치 대포가 터지는 듯한 아찔한 소리였다.
“뭐, 뭐야. 무슨 일이야!”
동시에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호주하면 떠오르는 거대한 돌산, 울룰루같이 생겨먹은 돌산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쿠웅!
이들은 놀라서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동시에 돌산이 갈라지면서 내부에서는 엄청난 섬광이 하늘 위로 뿜어져 나왔다. 그 충격으로 엄청난 먼지들과 바람이 사방에 퍼져나갔다.
“으아악!”
돌산은 그 섬광에 휩쓸려 재로 변해버렸다.
그렇게 몇 분 후, 그들이 눈에 떴을 때 보이는 것은 거대한 구덩이 뿐이었다.
결국 주저 앉아서 넋을 잃고 있던 유재하는 퍼득 아이린과 함께 구덩이 쪽으로 달려갔다.
돌산이 있었던 구덩이는 마치 거대한 싱크홀처럼 깊게 파여져 있었다.
그리고 이 때였다.
그들은 뭔가를 발견한 듯 소리쳤다.
“단장님!”
“주헌씨!”
아니나 다를까, 한참 밑에서 뭔가가 올라오고 있었다. 게다가 투덜거리는 목소리도 함께.
“아이씨, 그러니까 나무 주제에 뭘 이렇게 개겨, 개기기는.”
동아줄을 붙잡고 유유히 올라오는 인물은 다름아닌 주헌이었다.
“단장니임!”
“주헌씨이!”
주헌의 생존을 확인한 그들은 다행이라면서 훌쩍였다.
물론 주헌은 쟤들 왜 저러냐는 듯이 바라볼 뿐이었다. 단지 주헌을 감싸서 지저에서 올라오는 동아줄 유물만이 ‘주인님, 주인님, 올라가서 칭찬해줘, 칭찬해줘.’ 하고 씰룩일 뿐이었다.
곧 유재하가 위로 올라오는 주헌에게 기쁜 듯이 외쳤다.
“죄송합니다, 제가 옆에 있었는데!”
“아냐, 네 잘못. 무덤에서 사고는 흔한 법이지.”
“...네! 그런데 단장님! 어떻게 된겁니까! 방금 전에 그 폭발 규모는 장난이 아니었는데...도대체 무슨 수로..!”
그러자 누더기가 된 주헌은 느긋하게 제 밑을 가리켰다.
주헌은 뭔가 시체 같은 것을 끌고 올라오고 있었다.
그건 바로 뿌리만 남은 신농의 유물이었던 것이다. 물론 뿌리만이라고 해도 주헌의 키를 훌쩍 뛰어 넘어갔다.
유재하는 그걸 보며 불길함에 얼굴을 굳혔다.
“다, 단장님. 그거 설마.”
주헌은 질질 끌려올라오는 뿌리를 보며 하하 웃었다.
“짜증나서 그냥 이 새끼 파괴해버렸어!”
아니 이제는 저게 차나무 뿌리인지, 괴생명체 인지 구별도 가지 않을 정도로 타버렸지만 말이다.
'이 인간이 정말..!'
서복의 유물은 반드시 필요한 거니 최대한 냅둔 것이지만, 신농의 유물은 까짓거 홧김에 그냥 없애버렸다는 건가!
어떻게 파괴했는지도 궁금했지만 보나마나 유물을 상대로 끔살을 저지르고 왔으리라.
어쨌든 무덤을 이루고 있던 유물이 부서졌으니, 그 결과 무덤도 폭발하듯 사라진 것이고 말이다.
덕분에 완전히 그을려버린 주헌은 거대한 뿌리를 상어나 고래를 낚아 올리듯, 지면으로 끌어 당겼다. 꽤나 묵직해서 주헌도 약간 들기 버거웠다.
“아, 새끼 거 귀찮게 하네.”
“...........”
“그래서 1호야! 좀 어려운 건 아는데, 너 혹시 식물형 유물도 복원 가능하냐?”
유재하는 얼굴 근육을 씰룩거렸다.
“어....어...예. 가능해야죠. 그럼요.”
못한다고 하면 죽여버린다는 눈빛이었다.
* * *
“이제 불로초만 각성 시키면 끝입니다.”
주헌의 말에 아이린의 얼굴은 밝아졌다.
“그럼 이제 부모님은!”
“네, 이제 뉴욕에서 농부 놈들이랑 합류하면 끝이네요.”
물론 그 뒤에는 주헌이 직접 불로초와 서복의 유물을 합체 시켜 각성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말이다.
‘각성시키는데 얼추 하루면 될테고.’
남은 기간은 약 4일.
이정도면 홀튼 부부에게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이 때였다.
뉴욕 공항에 도착한 주헌에게 뜻 밖의 긴급한 전화가 날아왔다.
[농부 대장]
바로 오승우였다.
전화를 받자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혀, 형님! 어디십니까!]
“뉴욕 존에프케네디 공항이다. 몇시간 뒤쯤에 약속 장소에 도착할 예정인데 왜?”
[저희 지금 뉴욕 시내에 있는 햄버거집 화장실 인데요! 그게 쫓기고 있습니다! 미군한테요! 아마도 이 아몬드 나무를 노리고 오는 것 같은데..!]
그 말에 주헌은 가소롭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아니, 이것들이?
보나마나 불로초 냄새를 맡은 키이라가 틀림없었다. 전화 너머 오승우 일행은 파르르 떨고 있었다.
[어떡하죠! 걸리면 뒤질 것 같은....!]
“시끄럽고, 잘 도망다니면서 내 말 잘 들어라.”
[네 형님!]
주헌은 입꼬리를 올렸다.
이것으로 필요한 유물을 다 얻었겠다, 이제 눈에 거슬리는 장군님을 체크메이트 할 차례였다.
============================ 작품 후기 ============================
+ 자, 게임을 시작하지 ㅇㅅaㅇ
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