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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77화 (77/409)

00077 무덤의 해괴한 도둑들  =========================================================================

< 무덤의 해괴한 도둑들 (2) >

왔구나, 요놈.

그리고 이 때 유물이 분노한 건지, 무덤이 뒤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분노한 유물의 힘에 의해 밭 주변에 오라의 벽이 생겨버렸습니다.]

[갇혀버렸습니다.]

[벽을 뚫고 나가면 온 몸이 불타올라 죽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놈이 나타났다.

그런데 차밭에 숨어 있던 서복의 유물은 좀 뜻밖의 모습이었다.

아니 그도 그럴 법한 게.

‘지렁이?’

그랬다.

지금 자신에게 빼액 빼액 항의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지렁이였던 것이다. 왜 이렇게 나타나는데 오래 걸리나 했더니, 설마 흙을 파며 낑낑 기어온 것인가?

흙에서 나온 작은 지렁이는 꿈틀 거리며 주헌에게 강하게 불만을 표했다.

[#$*#&$*&!]

손해배상 청구할 테다, 이놈아!

[#*$#*#$&*!]

내말 듣고 있는 거냐, 이 인간 놈아!

아니 일단 눈에 띄어야지 이야기를 듣든지 말든지 하지.

얼핏 보면 그게 유물이라는 걸 알지도 못할 것이었다. 생긴 것은 그냥 평범한 지렁이였기 때문이다. 주헌도 그게 오라의 기운을 풍기거나 쫑알쫑알 항의하는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눈치도 못 채고 밟아버렸을 것이었다.

유물은 분개하며 빼액 빼액 외쳤다.

[#*$*#*! #*$#&*.#($*(! #*$*#&(# #**#&*((...]

내 말을 들으라고! 저 인간노예들은 내 소중한 사유재산이다! 계약을 해서 얻어낸 거라고. 알긴 아냐 이 멀대같이 큰...!

“아 시끄러워 죽겠네.”

푸욱!

주헌은 좀 짜증난다는 듯 지렁이를 발로 짓이겨버렸다.

[#*#&*!]

명색의 유물이다 보니 그렇게 짓이겨버린다고 죽을 놈도 아니지만, 주헌의 신발에서 사정없이 갈리는 유물은 비명을 질렀다.

그제야 주변에서 오라를 감지하며 유물을 찾던 유재하가 고개를 돌렸다.

“어? 단장님, 뭐하세요?”

“교육 중이다. 시끄러우니 입 놀리지 말라고.”

“어? 설마 유물이 나타난 겁니까?”

주헌은 대답대신 자신의 발을 들어 신발 밑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신발 밑에는 죽어가고 있는 지렁이가 보였다.

[##$**@......]

인간놈, 가만 안둘 테다....

그러나 지렁이를 발견한 일행은 이게 서복의 유물이냐면서 놀라워했다. 유물이라는 건 무릇 도구의 형태라고 생각 했었는데 말이다.

“영감한테 생물형 유물이 있다는 말은 들었는데, 혹시 그건가?”

물론 서복의 유물을 실제로 보는 건 주헌도 처음이지만 말이다.

왜?

‘서복의 유물은 기생 형이다.’

단, 사람이 아닌 유물에 기생하는 특이한 형태였다.

유물에 달라붙어 상부상조하는 스타일의 유물이었던 것이다.

분명 이번엔 신농의 유물에 늘러 붙어, 찻잎을 수확할 수 있게끔 돕고 있던 것이겠지.

즉 신농의 유물은 찻잎을 수확해 인간들에게 뿌리고 싶어 했고, 찻잎 수확에는 당연히 인력이 필요했으며, 그것을 서복의 유물이 담당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들이 어린애들만 대상으로 삼은 건 필시 유물들이 잘 알기 때문이었다.

어린 아이를 착취하는 쪽이 훨씬 더 인간들에게 큰 파장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을.

유물이란 건 그런 놈들이니까.

‘나도 실제로 보는건 처음이지만, 분명 이놈을 꿰는 방법을 듣긴 들었다.’

그걸 잘 알기에 주헌은 유재하에게 가방을 가져오라 지시했다.

“찾아온 돈들, 몽땅 가져와라.”

주헌의 말에 유재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빼앗아왔던... 아니 합법적으로 가져왔던 돈들도 말입니까?”

주헌은 고개를 끄덕였고, 유재하는 지프에 가방을 가지러 갔다. 그러고 보면 주헌은 이 무덤에 들어오기 전에 반드시 현찰이나 재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것이 처음부터 서복의 유물을 꿰어내는 일과 관련이 있었던 건가?

그게 궁금했던 건지, 아이린이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잘도 보면서 물었다.

“주헌씨, 그 돈으로 뭘 하시려고...”

뭘 하긴.

주헌은 지렁이를 콱 다시 밟으면서 입 꼬리를 올렸다.

“널 산다. 그러니 말해라, 유물. 얼마면 되겠나.”

* * *

얼마면 되겠느냐니.

아이린과 경호원은 당황해서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 눈앞에 있는 건 사람이 아니었다. 유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유물을 향해 널 사겠으니, 가격을 제시하라고?

‘이 사람이 미쳤나.’

경호원은 그렇게 얼떨떨하게 생각 했지만, 주헌은 진심이었다.

왜?

서복의 유물은 이렇게 다루는 것이 맞았기 때문이다. 본래 이놈은 갈취형의 귀속성 유물. 계약과 사용의 조건으로 인간에게 재물을 요구한다.

돈, 보석, 노예, 뭐든 좋았다.

재산으로 인정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어쨌든 일종의 재물을 처먹는 하마인 것이다.

그게 서복의 유물의 리스크.

심지어 유물을 사용할 때 마다 추가적으로 요구한다. 주인의 입장에서는 골 때리는 놈인 것이다.

그리고 키이라도 이놈을 쓰고 있는 걸 보면 당연히 재물을 바쳤다는 말이 된다. 물론 주헌이야 키이라 놈이 이놈에게 얼마나 썼을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많은 돈을 썼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권 회장도 그래봐야 다합쳐서 100억 원 정도 빼앗겼다고 했다.’

키이라도 그 수치를 넘어갈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그건 당연했다.

키이라는 자산가라기보다는 미국에 고용되어 있는 공무원이었다. 그녀가 유물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미국의 예산 범위는 당연히 정해져 있을 터.

사실 미국이 유물 매입에 쓰던 금액은 평균적으로 수십 수백억 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리스크로 쓰는 돈이 그 이상을 넘어갈 것 같지는 않았다.

그 이상이라면 차라리 유물 사용을 포기했겠지. 심지어 어린 아이들을 긁어모으는 일 따위, 대가로 그리 많은 돈이 필요할 것 같지도 않았다.

어쨌든 그런 유물이다 보니, 이놈을 빼앗는 방법은 간단했다.

‘키이라가 뿌린 돈보다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면 유물은 배신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놈은 계속 감시를 해야 하는 간신배 같은 유물이었다. 물론 그걸 키이라가 알았으면 이렇게 방치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귀속성 유물이라고 방심했군.’

그랬기에 주헌이 입 꼬리를 올리며 유물을 짓밟았다.

“자. 말해라. 얼마면 되나.”

그러나 유물은 이를 갈았다.

[난 중요한 사명이 있다. 그깟 돈에 넘어갈 것 같으냐, 인간!]

처음엔 쫑알쫑알 외계인 언어로 뭐라 씨불여 대더니, 지금은 무덤과 동화된 건지 제법 선명하게 들렸다.

주헌이 말했다.

“네 놈이 찾는 영약이 내게 있다. 순순히 오는 게 너한테도 이로울 텐데?”

[그딴 말을 믿을 것 같나!]

그 말에 주헌은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이 때 유재하가 지프에서 끙끙거리며 돈 가방을 들고 왔다.

“단장님! 가져왔어요!”

“오냐.”

그걸 받아든 주헌은 태연하게 돈 가방을 열어 허공에 흩뿌렸다. 그러자 007가방에 담겨 있던 달러들이 꽃가루처럼 흩뿌려졌다.

안에 담겨 있는 건 대략 20억 정도.

돈의 냄새를 맡은 유물은 그걸 보고 꿈틀거렸다. 하지만 유물은 당연히 그 걸로는 부족하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멍청아!]

이에 주헌은 입 꼬리를 올렸다.

“당연히 부족하시겠지.”

주헌의 신호에 유재하는 다른 돈 가방도 벌컥 벌컥 열어 신나게 돈을 지렁이에게 뿌렸다. 그렇게 흩뿌려지는 돈의 액수는 권 회장이 빼앗겼다고 하는 100억 원을 훨씬 넘어 300억 원!

주헌은 악랄하게 웃었다.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그러나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적다 이 인간아!]

“!”

주헌은 굉장히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라고? 300억 원으로도 부족하다고?

과거의 액수에서 넘어가자 주헌은 내심 당황했다. 동시에 그는 헛웃음을 흘렸다.

‘키이라 놈, 어지간히도 돈을 뜯겼나 보군.’

하지만 여기서 끝낼 주헌도 아니었다. 철두철미한 그는 혹시라도 이런 일이 생길지 몰라 재물을 더 준비해왔던 것이다.

주헌은 손가락을 까닥 거리며 유재하에게 그걸 내놓으라고 했다. 그러자 유재하가 배낭 하나를 넘겼고, 주헌은 지렁이에게 가방을 던졌다.

안에는 다이아몬드가 박힌 예물부터 시작해서 금반지, 금목걸이, 브로치, 시계, 상상을 초월하는 재물들이 있었다.

이걸로 다 합쳐서 수십억 원 추가!

심지어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품속에서 문서 한 장을 꺼냈다.

“자, 이건 홀튼가의 토지문서다! 2헥타르 넓이의 넓은 토지지.”

“!”

그 문서의 존재에 경호원은 까무러쳐서 아이린을 보았다. 왜 저게 저 놈의 손에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자 아이린은 대답대신 배시시 웃었다.

주헌의 부탁에 홀튼가의 소유로 된 땅 중 작은 놈 하나를 빌려줬던 모양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아버지의 방에서 문서를 슬쩍 해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 사정을 들은 경호원은 거품을 물었다.

“세상에 도둑질이라니! 아가씨! 오라버니께서 아시면 기절하실 겁니다!”

“부모님을 구하기 위한 거니까 괜찮을 거야.”

“그렇긴 하지만!”

한편 주헌은 이걸로 어떠냐는 듯이 웃었다.

‘이정도면 키이라 놈의 액수를 훌쩍 넘었을 거다.’

실제로 그의 예상이 맞았는지, 지렁이는 부들부들 떨었다.

[그, 그 정도라면 네 놈을 따라도 될 것 같긴 한데....!]

“같긴 한데?”

[그러니까..]

주헌은 눈살을 찌푸렸다.

“뭐가 문제인가. 돈도 되고 심지어 네가 찾는 영약까지 내 손에 있다고 하지 않나.”

[그게.... 딱 1억 정도가 부족해!]

“.......”

주헌은 으득 이를 갈았다.

젠장.

1억 정도라고?

‘키이라, 그 버러지 같으니. 어지간히도 이놈한테 돈을 뜯겼구만.’

미래가 바뀐 건지 모르겠지만, 도대체 이깟 유물에게 뭘 그렇게 휘둘린 건지!

하지만 키이라를 욕할 때가 아니었다.

1억쯤이야 무덤 밖에 나가면 쉽게 구할 수 있는 금액이다. 하지만 지금은 갇혀 버린 상황.

‘1억, 1억이라.’

확 부서 버리고 유재하에게 복원을 시키자니, 생물형 유물까지 유재하가 복원이 가능할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이미 계약된 귀속성 유물만 아니었으면 콱.’

주헌은 주변 사람들을 보았다.

“1억 정도 가치가 되는 물건들 없습니까?”

하지만 이들은 난처해했다.

무덤에 들어오는 데 비싼 것을 들고 올 리가 없었던 탓이다. 그나마 현재 가지고 있는 모든 소지품들까지 탈탈 끌어 모았지만 좀 부족할 것 같았다.

‘앞으로 6천만 원....’

난처해하던 유재하가 물었다.

“그럼 아이린한테 황금을 만들어 내보라는 건 어때요?”

“불가능하다. 아직 황금을 못 만들어내잖아.”

“칫, 그럼 유물들을 활용하는 방법은 안 될까요? 아 왜, 이런 유물도 잘만 쓰면 진주 같은 게 나온다던가.”

유재하가 비비안에게서 빼앗았던 비너스의 조개를 꺼내 보이자, 주헌은 쯧 혀를 찼다.

“그러니까 이 멍청아. 그 유물은 거품을 만들어 내는 거지, 진주를 만드는 게...”

하지만 그 말을 하던 주헌은 잠시 제 눈을 의심했다. 유재하의 손에서 갑자기 뭔가가 굴러 떨어지는 것이었다.

'!'

그건 다름 아닌 진주였다.

* * *

분명히 그건 진주였다. 그리고 알갱이가 유재하의 손에서 떨어지자 지렁이가 외쳤다.

[이제 5천만 원 남았어!]

그 말에 유재하는 도리어 당황해서 진주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럼, 이 작은 알갱이 하나가 천만 원의 가치를 가졌다는 거야?

“럭키! 아무래도 유물 중에 진주가 껴 있었나 본데요? 이게 웬 횡재야!”

그러나 웃어대는 유재하를 보며 주헌은 씩 입 꼬리를 올렸다.

“아니야. 그건 네가 만든 거다.”

“네...? 뭐라고요? 제가요? 어떻...”

“잘했다. 1호. 어서 그 유물에 지배력을 더 실어.”

“네, 네? 아니 그러니까 제가 어떻게 진주를...!”

“나중에 설명해 줄 테니 빨리!”

“?!”

곧 유재하가 얼떨결에 비너스의 조개에 지배력을 실자마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비너스의 조개가 뻐금 거리면서 수많은 진주알을 뱉어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걸 단숨에 쓸어 담은 주헌이 지렁이, 아니 서복의 유물에게 던졌다.

“자, 이제 내 것이 되라, 유물!”

[따르겠습니다!]

동시에 지렁이의 몸이 번쩍이더니, 몸통에 새겨져 있던 이상한 글씨가 사라졌다. 뒤이어 지렁이가 주헌에게로 재빨리 날아왔다. 나름대로 주인을 바꿔버리고 주헌을 따르겠다는 의사표시였다.

그러나 주헌은 품속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내 사정없이 지렁이를 병에 가두어버렸다.

[#(*#$(#*(!]

졸지에 병에 갇힌 유물은 빼애액 소리를 질렀지만, 서복의 유물을 얻은 주헌은 웃으면서 외쳤다.

“자, 오라벽도 사라졌으니 이제 찻잎을 따라! 다른 종으로 하나씩만 묘목을 파와도 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세 명이 움직였다.

이 때 서복의 유물이 주헌의 손에 들어온 덕분인지, 정신지배에서 벗어난 흑인 아이들은 집에 보내달라고 울거나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신경 쓸 시간은 없었다.

쿵!

천장이 무너지며 암석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단장님!"

"주헌씨!"

주헌은 그걸보며 바로 유물을 발동시켰다.

============================ 작품 후기 ============================

본격 유물의 마음을 사는 방법~.txt

+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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