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충 이세계 TS물-132화 (132/295)
  • 132회

    중간 점검

    나는 서안 황자님의 방에서 내가 알아낸 사실을 이야기했다.

    역병의 디네스가 모략을 꾸미고 있다는 증거.

    제국 수도에 마물의 수장이 설치한 게이트가 있다는 증언은, 제국군을 움직일 결정적인 구실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이제는 무관계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내 의지와는 반대로 일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황자님은 맞은편에 앉아서 보고를 들은 후, 확인하는 것처럼 되물었다.

    "거리 곳곳에 디네스가 설치한 게이트가 무수히 존재할 수도 있다는 뜻인가?"

    "예."

    "가볍게 볼 일이 아니군. 게이트의 존재를 밝히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다오."

    "알겠습니다.

    아멜리아에게, 방에 게이트가 있었다는 사실은 비밀로 할까요?"

    "밝혀도 상관없다.

    리아한테는 자신의 동맹을 다시 생각해볼 좋은 기회가 되겠지."

    옳은 말씀이다.

    허락도 없이 방에 포탈을 설치한 것으로 보아, 일이 시작되면 아멜리아는 팽할 생각이었겠지.

    마물의 우두머리에게 뭘 기대하겠어.

    아멜리아는 적당히 이용당하다가 버려졌을 거다.

    …아니,

    반대로 아멜리아가 디네스를 이용했을 수도 있지.

    "고양이는 찾았나?"

    "…."

    사실대로 말할까?

    은신처에는 아멜리아가 애지중지 기르는 마물이 있었고, 내가 보호했다.

    이것을 황자님께 그대로 전해도 될지 고민이었다.

    나는 나에게 잘해주는 서안 황자님과 신뢰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만, 이 일을 황족에게 알리는 건 꺼려진다.

    "고양이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

    있었다고 해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굶어 죽었겠지.

    사체를 발견하지 못한 게 차라리 다행이다. 스스로 살길을 찾았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 뭘 할 생각이지?"

    "우선 슬럼가에 가보려고 합니다.

    신애와 만나서 같이 게이트를 수사하겠습니다."

    "좋다."

    "그 전에…."

    나는 태어나자마자 손에서 떼어 놓은 아이가 생각났다.

    "가족을 만나고, 조금 쉬어도 되겠습니까?"

    "내가 왜 안 된다고 하겠느냐."

    다행이다.

    그것들 정리하고 보러 간다고 약속했으니.

    더는 미룰 수 없다.

    "지금까지 네가 해준 일만으로도, 제국은 큰 빚을 진 셈이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신 없다고 할 때는 이 정도로 해줄 줄 몰랐지."

    "…저도 이 정도로 잘 캐고 다닐 줄 몰랐어요."

    시작부터 몸을 팔고 다닌 게 유효했다.

    그것도 임신해서 배가 나왔을 때, 제 발로 슬럼가에 가서 복종섹스를 하겠다는 발상이 일을 쉽게 만들었다.

    남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나름대로 뿌듯했다.

    "나머지는 내게 맡겨라.

    일이 터지면 즉시 대응할 수 있게 순찰을 강화하고, 용의자들은 내가 따로 심문하겠다."

    "금방 복귀하겠습니다."

    "…가기 전에 식사라도 할 생각은 없느냐?"

    "이번에도 데이트 신청인가요?"

    서안 황자님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니, 그저 식사 제의일 뿐이다."

    "그러면 기쁜 마음으로 응하겠습니다."

    밥 산다는데 왜 거절하겠어?

    나는 황자님과 식사하면서 다른 이야기를 했다.

    "파르니에의 거주구에 네가 임시로 살 집을 마련해 두었다."

    "제집이요?"

    "또 되묻는구나."

    "너무 좋아서…."

    솔직히, 말끝을 흐릴 정도로 감격스러웠다.

    사심 없이 같이 밥 먹자고 한 다음에 집을 주다니!

    평범한 여자였으면 그대로 반했을걸. 황자님, 보기보다 고단수였네.

    "백작이나 되어서 숙소를 구하러 돌아다니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마련했다."

    황자님은 나를 빤히 바라봤다.

    "그렇게 기쁜가?"

    존나 좋아요!

    어흠. 안 돼! 시현아.

    속어가 목구멍에서 나오기 직전이다.

    "기뻐요. 계속 웃게 될 만큼."

    입꼬리가 실실 올라간다.

    황자님은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편안하게 미소 지었다.

    "가족들과 함께 가보도록 해라.

    한데, 네 가족이란…. 내가 본 이들이 전부인가?"

    "남편은 없어요."

    "그런 뜻으로 물어본 게 아니다."

    "정말요?"

    "…."

    황자님이 내 눈을 피했다.

    "아이들 아빠는 있지만, 부모는 저뿐이에요."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자식이 마물일지라도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나?"

    "네. 당연하죠."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좋은 부모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어도, 나는 내 권속들을 아낀다.

    내가 낳았으니까, 싫어도 애착이 간다.

    "그래, 네 가족까지도 잘 보살펴주겠다.

    무슨 일이 있으면 어려움 없이 말하거라."

    "감사합니다."

    황자님은 좋은 사람이다.

    같이 밥을 먹어도 거리낄 게 없다.

    어떨 때는 친구 같고, 평소에는 든든하다.

    내 젖탱이 보는 걸 참을 수 있는 사람을 어떻게 안 믿겠어?

    리아도 서안 황자님만은 믿고 있을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갑자기 내가 감춘 일이 떠올랐다.

    "황자님. 실은…."

    나는 아멜리아가 숨기고 있던 고양이에 대해 털어놓았다.

    "사람을 잘 따르는 대형 슬라임인가."

    "혹시 아멜리아가 어릴 때 같이 있었다는 마물도 슬라임 아닌가요?"

    "나는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부정형의 마물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슬라임일 가능성이 크겠지."

    황자님은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았다.

    "슬라임은 제국의 하수도에 자란다.

    사람들이 버린 음식물 찌꺼기나 야생 동물을 덮치며 살아가고 있지.

    그나마 제국 수도에서 가장 만나보기 쉬운 마물이다."

    "그러면 궁전에 숨어든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겠네요."

    "수긍하고 싶지는 않지만,

    방황하던 슬라임이 안뜰을 헤매다 사람에게 발각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아멜리아는 슬라임과 친해졌던 게 아닐까요?"

    "…무슨 말이 하고 싶으냐?"

    나는 아멜리아가 비르한테 안겨 허덕이던 모습을 떠올렸다.

    ….

    "그냥….

    원래부터 마물과 친숙한 게 아니었나 싶어서요."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마물은 우리가 쓰러뜨려야 할 적이야."

    "…."

    "따르게 하는 거라면 몰라도, 마물과 대등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식으로 해석되는 말은 불편하구나."

    서안 황자님에게도 서툰 것이 있었구나.

    이 사람이 이렇게 난감해하는 건 내가 두메른을 살리려고 나섰을 때 이후로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렇겠지.

    마물과 어울리는 것은 금기다.

    마물과 친하게 지내다니…. 애초에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잖아.

    특히 상대가 여자를 덮쳐 정신을 오염시키는 괴물이라면.

    누구나 서안 황자님처럼 생각하겠지.

    "솔직히 말해준 것은 고맙다.

    하지만 이 일에는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구나."

    "도움보다는, 아멜리아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리라 생각했어요."

    "리아를?"

    왜 지랄하는지는 알아야지.

    이유 없는 광증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게 황자님이 바라는,

    아멜리아를 이쪽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첫 단추일지도 몰라요."

    "…어쩌고 싶으냐?"

    "아멜리아가 기르던 슬라임을 만나게 해줘야죠.

    그 성질에 나한테 보살펴 달라고 부탁까지 했는데…."

    "흠."

    황자님은 이야기 내내 어려운 표정이었다.

    슬라임과 동생이 사실은 친했을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만 해도 상당히 어려운 일일 테니까.

    "허락하겠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

    "네."

    "연령이 비슷한 같은 여성끼리만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있을 테니."

    쿨럭.

    나는 차를 마시다가 뱉을 뻔했다.

    군인 아저씨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돌이키기에는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나는 황자님과의 식사를 마친 후, 거주구에 있는 내 집을 찾아갔다.

    나도 모르는 내 집.

    수영장이 딸려있지는 않았지만, 3층까지 있는 고급 저택이었다.

    황자님의 배려로 하녀를 넷이나 데려왔는데, 무슨 우연인지 내 몸을 씻겨준 사람들이었다.

    "지원해서 왔어요."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

    지원해서 왔다니….

    나는 하녀들에게 정액이 가득한 보지를 세척 받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볼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잘 부탁합니다."

    청소 상태는 내가 들어오기 전부터 완벽했다.

    일단 뭐든지 넓다.

    관점에 따라서는 휑하게 보일 수 있겠다 싶을 정도.

    하지만 내 마음에는 쏙 들었다.

    권역보다는 훨씬 사람이 사는 것 같은 냄새가 난다.

    1층에는 다 같이 사용하는 공간이 많았고, 2층에는 개인실이 많았다.

    하녀들의 생활 공간은 따로 있었고,

    그녀들은 따로 정해진 업무 시간 외에는 함부로 들어오지 않는다.

    이 정도면 비르를 풀어 놓아도 맞닥뜨리는 불상사가 일어나지는 않을 듯했다.

    물론, 비르라면 언제든 꼴릴 때 좆집의 보지에 넣을 수 있는 권역을 선호하겠지만….

    나는 제일 먼저 세이나를 부르기로 했다.

    권역 포탈에서 흑발 도색 눈을 한, 나와 쏙 닮은 소녀가 걸어 나온다.

    "세이나."

    "엄마!"

    "자꾸 불러서 미안해."

    "저는 좋아요. 엄마랑 계속 같이 있고 싶어요."

    세이나가 내 품에 안겨서 배시시 웃었다.

    귀엽다. 사랑스럽다.

    그런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기분이었다.

    정말, 모든 아빠가 원하는 딸 아닌가?

    나는 세이나를 위해서라면 웬만한 일은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여기는…."

    "새집이야.

    수영장은 없지만, 당분간 여기서 지내기로 했어."

    "와!"

    세이나는 눈을 빛내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저렇게 기뻐할 줄이야.

    "집이 너무 예뻐요."

    "이따가 세이나 방도 같이 정해보자."

    "네!"

    "다들 데리고 나와줄래?"

    세이나는 말하기 무섭게 권역으로 뛰어 들어갔다.

    "새집이야?"

    트리샤가 포탈에서 나오자마자 휘파람을 불었다.

    "응."

    뒤이어 유피넬과 비르가 나온다.

    비르는 유피넬의 엉덩이를 조물조물 만지면서 두리번거렸다.

    왜 둘 다 알몸인지는 묻지 않기로 했다.

    "넓다. 이런 집에서 사는 게 꿈이었는데…."

    "먼저 2층으로 가서, 방 고르고 있어도 돼.

    나 혼자 살기에는 워낙 넓으니까."

    "정말?! 서방님. 얼른 가봐요. 우리."

    "비르릇!"

    비르가 유피의 허리에 올라타서 이동한다.

    교배 산책, 오랜만에 본다.

    다음으로는 부욱이 나왔다.

    클로라가 부욱의 뱃살 밑에 파묻혀 있다.

    섹스 중이었구나….

    "…아헤에…. 보지 죠앗…."

    "부욱."

    부욱은 두꺼운 손으로 클로라를 구속한다.

    나와 인사할 여유도 없는 듯했다.

    "헤나는 뭐해?"

    나는 트리샤에게 물었다.

    "고블린들과 섹스하고 있어."

    "음…."

    헤나가 고블린과 뒤엉켜 섹스하고 있단 말이지….

    흥미가 치솟았지만,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세이나는 곧 아장아장 걷는 아기와 함께 나타났다.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줄 알았다.

    세이나도 어렸을 때 엄청나게 귀여웠지만, 이건…!!

    "아직 이름 안 정했지?"

    트리샤가 말했다.

    "지금 막 떠올랐어. 설아라고 하자."

    설아는 온통 하얗고 귀여운 아기였다.

    머리에 작게 돋아난 뿔도 하얗고, 머리도 하얗고, 피부도 하얗고, 볼살은 탱글탱글하다.

    특히 예쁜 건 눈이었다.

    하얀 머리와 대비되는 붉은 눈. 먼저 태어난 언니보다도 훨씬 강렬한 적색이다.

    세이나가 설아를 안아서 나한테 보낸다.

    나는 당황하다가 조심스럽게 안아들었다.

    "…."

    과묵한 아기다.

    나를 빤히 보고 있지만, 옹알이 비슷한 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숨만 쉬었다.

    "안녕?"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인사부터 했다.

    두메른과 나의 딸.

    세이나처럼 나를 잘 따라줄까?

    설아의 붉은 눈에 호기심이 깃든다. 그녀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작은 손을 잡고 조물조물 만졌다.

    귀여워.

    말은 없지만, 무척 사랑스럽다.

    "눈에서 꿀 떨어지겠어. 시현."

    트리샤가 웃으며 말했다.

    "설아 귀엽죠. 엄마."

    "정말로 날 보고 싶어 했어?"

    "네. 제가 엄마 얘기 많이 해줬거든요."

    나는 설아를 품에 안았다.

    내 젖가슴 때문에 숨쉬기가 힘들었는지 작은 손으로 내 가슴을 꾹꾹 밀어낸다.

    지금 젖 나올까? 뭐라도 주고 싶은데.

    나는 몸에 축적한 정기 일부를 설아에게 건넸다.

    설아는 내 손에 맺힌 푸른 빛을 보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엄마."

    "응. 그래. 엄마야."

    엄마라고 불리는데 이렇게 기뻐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두메른과 엉겨 붙어 교배섹스 하던 나날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

    좀 예쁜 추억 없나?

    보지 팡팡 당하면서 오크 자지 갱쟝해 했던 것 말고는… 별로 기억에 남는 게 없네….

    어쨌든.

    정기를 나누어줬더니 배가 불렀는지, 설아는 금세 잠들었다.

    내 옷깃을 꼭 쥐고.

    설아의 손에 붙잡힌 촉괴들이 수군거린다.

    아, 너희들도 있었지.

    내 정신파의 영향을 받았는지 촉괴들도 설아를 보듬어주고 싶은 것 같다.

    나는 의태 해제를 허락했다.

    그러자 젖가리개를 담당하던 둘이 본체로 돌아왔다.

    "힉. 이것들은 뭐야?"

    트리샤는 기겁을 하며 물러났다.

    …충분히 오염된 여자에게도 충격적인 듯하다.

    반면, 세이나는 촉괴를 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설아를 침대까지 옮겨 줘."

    촉괴들이 촉수로 설아를 받치고, 춤추듯이 구불거리면서 계단을 올라갔다….

    저러면서 안 흔들리는 게 신기하네.

    "우리도 갈까?"

    "응."

    "네!"

    트리샤와 세이나가 대답하고,

    부욱이 뒤늦게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가볍게 쳐올린다.

    "으흐윽. 응옷."

    클로라가 대신 대답하는 것처럼 눈을 까뒤집으며 헐떡였다.

    …오크 자지는 못 참지.

    새 보금자리는 모두에게 호평이었다.

    비르나 부욱처럼 원래 야행성인 녀석들도 기분 전환이 되었는지 들뜬 모습이다.

    나는 세이나와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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