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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1177화 (1,144/1,205)
  • 1177화

    모른 척 시치미를 떼고 물어보자, 중2병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말로는 아니라고 해봤자, 그렇게 목소리를 까뒤집으면 의미가 없는 것 같은데 말이야.

    게다가 이제야 자신의 다리 사이가 젖어 있음을 인지했는지, 한 손은 아래로 뻗어서 다리 사이를 누르기까지 하는 바람에 더더욱.

    "그러냐."

    도저히 그냥 넘어가 주기 힘든 모습이었지만, 나는 애써 그 모습을 외면해주었다.

    일일이 지적하면 끝이 없을 것 같으니까 말이야.

    "그럼."

    "으, 응…쪽."

    대신에 허리를 내밀어서 물건을 중2병의 코앞까지 가져가자, 중2병은 주저하면서도 머뭇머뭇 자신의 입을 내 물건에 가져갔다.

    펠라할 때는 우선 키스부터 하라는, 레이한테나 장난삼아 가르친 예절을 얘한테까지 가르친 기억은 없는데 말이지.

    머뭇거리면서 하다 보니 우연히 그렇게 된 건지, 중2병은 우선 내 물건에 가볍게 키스부터 하는 것으로 펠라를 시작했다.

    "낼름…할짝. 할짝."

    그리고는 내 물건에 묻은 자신의 애액부터 우선 닦아내야겠다고 생각한 건지, 혀를 내밀어서 내 물건을 핥아가는 중2병.

    혀 윗면뿐만 아니라 옆면이라 아랫면까지 다양하게 사용해가면서 자신의 애액을 구석구석 핥아내는 모습이, 마치…진짜 이런 모습만 보면, 이미 조교가 끝난 녀석 같단 말이야. 이러니까 내가 아까도 그렇게 선을 넘을 뻔했지.

    하지만 조금 전에 있었던 일로 확실히 알았다. 이 녀석은 얼핏 보면 쉽게 넘어올 것처럼 보여도, 마지막 순간에 거절할 정신력이 있는 녀석이라는 걸.

    앞으로도 데리고 다니면서 종종 이렇게 나와의 관계를 재확인시켜줘야 할 텐데, 어느 정도 해야 적당한지 가늠하려면 피곤하겠어.

    미리엘처럼 사도 임명 가능 유무로 확인이라도 되면 편할 텐데, 이 녀석은 직접 섹스를 하는 게 아니니까 그것도 불가능하고 말이야.

    진짜 중2병 증세만으로도 피곤한데, 여러모로 골치 아픈 녀석이다.

    "이, 이건…별로인가…?"

    뭐, 지금은 복잡한 생각하지 말고 마음 편히 이 녀석이 하는 펠라나 즐기기로 할까.

    "그렇군. 혀를 쓰는 건 좋지만, 혀만 써서는 부족해. 입술도 입 안쪽도 전부 동시에 쓰면서 어떻게 하는 게 더 기분 좋을지 생각하면서 해."

    "이, 입 안쪽까지…이, 이러케…?"

    잠깐 생각에 빠진 중2병은 입을 크게 벌려서 내 물건을 삼키더니, 고개를 틀어서 내 귀두를 자기 볼 안쪽에 대고는 비비기 시작했다.

    주먹과 발을 쓰는 녀석이라 몸 쓰는 법을 잘 알아서 그런가? 아니. 그거랑은 상관없나?

    아무튼 애매한 지시에도 자기가 잘 알아서 봉사법을 생각해내는 녀석이군.

    "나쁘지 않군. 그러면서 입술과 혀도 동시에."

    "응…쭈우읍…할짝할짝."

    내 말에 입술을 잔뜩 오므려 내 물건에 밀착시킨 다음, 중2병은 입안에서 혀를 열심히 움직여 내 물건을 자극해 줬다.

    "하아…할짝. 흐음…하아아…."

    열심히 해주는 건 좋지만,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야?

    마치 내 물건에 매료된 것 같은…진짜 이러고도 조교 완료된 게 아니라니. 믿을 수 없는 녀석이야.

    "슬슬 싼다. 흘리지 마라."

    "응읍! 응!"

    내 말에 고개 각도를 바로 잡아 정면에서 내 물건을 문 다음, 중2병은 입술을 꽉 오므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윽…후우우…."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혀는 움직이는 그 자극에 내가 사정하자.

    "응긋…응…응읍…하아아…."

    정말로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내 정액을 모조리 마신 중2병은, 살짝 몽롱한 표정까지 지으면서 긴 한숨과 함께 내 물건을 혀로 할짝거렸다.

    이것도 비스에 전해 내려오는 거근 신앙의 영향인가.

    "너도 플리투스는 잘 모르는 거였지?"

    어젯밤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이 발생하는 바람에 아직도 살짝 졸리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시 잘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적당히 끼닛거리를 늘어놓으면서, 나는 중2병과 대화를 시도했다.

    "그, 그래…."

    세상에 이것보다도 더 어색한 대답이 있을까. 그냥 길 좀 아냐고 물어본 것뿐이잖아?

    어젯밤 일이 생각나서 그래? 확실히 홀린 것처럼 빨아댔으니까, 나중 돼서 부끄러워지는 건 이해 못 할 것도 아니지만.

    "오들오들 떨지 말고 평범하게 말해. 너도 바프라에 잠입한 적 있으니까 잘 알잖아? 이런 건 자연스러움이 생명이라고."

    뭐, 바프라에 있을 때도 이 녀석의 행동은 그다지 자연스럽지 않았지만 말이야.

    중2병이 폭발해서 이상한 말이나 해댔고, 식당에서 걸린 시비는 피할 생각도 하지 않았으니까.

    아니. 오히려 그래서 더 자연스러운 건가? 설마하니 숨어든 놈이 그렇게 눈에 띄는 짓을 하고 다닐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테니, 그 틈을 찌르는 거지.

    만약 그게 다 계산하고 한 행동이라면….

    "그, 그렇군. 후우…이렇게 자연을 배경 삼아 이런 따뜻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니. 더 없는 한 때로군. 따듯한 빵의 향기에 시원한 숲의 향기가 얹혀서 코를 간질이니, 이보다 더…."

    그럴 리가 없나.

    "아니. 그러니까 평범하게 말하라고."

    "이, 이것보다도 더!?"

    그런가. 이 녀석, 진심으로 그런 대사가 평범한 거라고 굳게 믿고 있는 건가.

    표정으로 그런 생각을 여실히 드러내는 중2병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대체 어떻게 자라면 저게 평범한 거라고 믿는 거지? 설마 무성별자나 거근 신앙 같은 것처럼, 저것도 비스에서는 평범한 거였다는 결말은 아니겠지? 제발 아니기를.

    "…뭐, 아무튼 일단 먹자."

    "응. 응음!?"

    "왜 그래? 목이라도 막혔냐?"

    "응읍. 응긋. 아니. 정말로 갓 구운 것 같아서…."

    뭐야. 그냥 맛있어서 몸서리쳤던 거였어? 헷갈리게 하기는.

    하는 말은 그런 식이었어도, 식도락을 즐긴다는 것 자체는 진심인 모양이다.

    "어떻게 한 거야?"

    "별거 아니야. 이것도 여신께 받은 힘이라는 거지."

    "아음! 음응. 음. 여신은 그런 편리한 힘도 주는 건가…."

    그냥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가도 상관없었지만, 말하기 전에 입안에 있는 걸 오물오물 먹고 말하는 모습이 왠지 기특해서 나는 대충이나마 설명해주기로 했다.

    사실 인벤토리에 감탄하는 녀석을 만난 게 오랜만이라 신선하기도 했고 말이다.

    "이제 플리투스와 비스의 국경지대로 가야 하는데, 너도 가본 적 없지?"

    적당히 대화를 나누면서 식사를 한 다음, 나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녀석이 계속 풍경과 음식에 감탄하는 바람에 나까지 살짝 피크닉 기분이 되어 버리고 말았지만, 지금부터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집중할 때다.

    뭐, 피크닉 같은 식사도 싫은 건 아니었지만 말이야.

    "이쪽에서는 없어. 비스 쪽에서라면 가본 적 있지만."

    덕분에 이 녀석도 이제 오들오들 떨지 않고 평범하게 말하게 되었고.

    "그러면 길을 모르는 건 마찬가지네. 하는 수 없지. 일단 적당히 걷자."

    아라크네 클랜원들을 파견하면서 이 근방의 맵은 어느 정도 완성되어 있지만, 말 그대로 이 근방에 불과했다. 비스와의 국경까지 가는 거리를 생각해 보면 턱없이 부족하지.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처음부터 그림자 이동을 비스 국경 지대 근처에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만약 그랬다가 텔레포트 마법진이 누군가에게 발각이라도 되면 그게 더 골치 아파지니까 말이야. 좋게 생각하자.

    그런 이유로, 우리는 지금 국경지대를 향해 일직선으로 느긋하게 걷고 있었다.

    이 녀석도, 나도 이동 속도는 빠르니까 원래는 조금 더 속도를 내도 되겠지만, 이왕 도보로 이동하는 거니까, 도중에 혹시 있을지 모를 숨겨진 검의 흔적도 겸사겸사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후우우… 날씨 좋다."

    기지개까지 켜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중2병.

    엄청나게 여유롭고 한가로워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이래 봬도 일단 하늘을 보면서 전서구의 모습이 보이나 관찰하고 있는 거다. 아마도.

    "이런 날은 나무 그늘 밑에 들어가서 선선한 바람과 함께 낮잠이라도 자는 게 제일인데 말이야."

    "오오!"

    "왜, 왜 그래?"

    "너도 풍류가 뭔지 아는구나!"

    아니. 모르는데, 그런 거. 난 그냥 적당히 맞장구쳐준 것뿐이야. 실제로 졸리기도 하고.

    그러니까 그 반짝반짝 빛나는 눈을 내 쪽으로 향하지 말고, 하늘이나 길 쪽으로 돌려서 흔적이나 찾아라.

    "에이. 아닌 척은."

    …확실히 편하게 대하라고 하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편하게 대하는 거 아니냐?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르면서 장난치는 중2병의 모습에, 나는 기가 막힌 걸 뛰어넘어서 대단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전환이 빠르지?

    "여어. 형씨들. 여행자인가?"

    그런 식으로 중2병과 길을 걷고 있자니, 뒤에서 다가온 마차가 우리 근처에서 속도를 늦췄다.

    "뭐, 그렇지."

    "이런 때에 도보 여행이라니. 목적지는 있어? 가는 길이 같다면 도중까지 태워줄 수 있는데."

    마부석에 앉아서 말을 걸어온 인상 좋은 아저씨에게 적당히 대답해주자, 아저씨는 또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자기 뒤에 있는 마차를 엄지로 가리켰다.

    사람보다는 물건을 싣는 목적의 짐 마차로 보였지만, 그래도 이렇게 걷는 것보다는 확실히 편할 거다. 위에 타고 있으면 그 상태에서도 주변을 둘러보며 흔적은 찾을 수 있고 말이다.

    "그래도 돼?"

    "그럼! 사람 한둘 더 늘어난다고 닳는 것도 아니니까!"

    "고마워, 아저씨."

    호탕하게 마차를 탕탕 두드리는 아저씨의 미소에, 나는 중2병과 함께 공중으로 훌쩍 뛰어올라서 마차의 지붕 위로 올라갔다.

    "어!? 거, 거기에 탈 셈이야?"

    "안 돼? 햇빛을 맞으면서 자는 걸 좋아해서."

    "아니. 안 되는 건…뭐, 괜찮아. 그럼 자다가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 출발한다! 이럇!"

    다시 마차를 모는 아저씨의 뒤통수를 잠깐 바라본 다음, 나는 지붕 위에 몸을 뉘이고 하늘을 쳐다봤다.

    "덕분에 편하게 가게 됐네."

    "…괜찮겠어?"

    그늘은 없지만, 아까 중2병이 말한 풍류와 비슷한 상황을 즐길 수 있게 된 거다. 그러니 중2병도 기뻐할 줄 알았는데, 중2병은 오히려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긴. 이 녀석도 바보가 아니니까 모를 리가 없나.

    "괜찮아. 편하고 좋잖아? 너도 누워서 흔적이나 찾아봐. 아, 넌 잠들면 안 된다?"

    "그렇게까지 긴장을 풀고 살지는 않아."

    아니. 아까 나한테 하던 모습은 완전히 긴장이 풀린 모습이었는데.

    뭐, 자기가 그렇다니까 믿어 줘야지.

    "그러냐. 그럼 잔다."

    "응. 잘 자…잘 생각이야!?"

    아까 내가 한 말 못 들었냐? 누구 때문에 난 아직 잠이 부족하단 말이야.

    손을 위로 들어서 적당히 휘휘 내저어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한 다음, 나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눈을 뜨세요."

    "으음…."

    "일어나세요, 용사여…."

    으응? 용사? 난 용사가 아니라…아니. 그보다 대체 누가 이런 말을 하는 거야?

    멍한 머리에서 잠기운을 쫓아내며 억지로 눈을 떠 보자, 바로 눈앞에서 황당한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는 중2병의 얼굴이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일어나는구나…."

    "무슨 말이야? 아니. 방금 그거 네가 한 말이야?"

    "응. 너무 안 일어나니까. 여신처럼 말해 보면 일어날까 해서."

    아니. 여신이랑 하나도 안 닮았거든. 넌 못 들어봤으니까 모르겠지만, 우리 여신은 조금 더…뭐, 그런 것보다.

    "그보다 여기는?"

    주변을 둘러보자 딱 봐도 아까 우리가 걷던 길과는 전혀 모습이 다른 것이, 아무래도 그사이에 마차가 다른 길로 빠져 버린 모양이다.

    "몰라. 하지만…."

    응. 얘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알겠다.

    확실히 이상하기는 하네. 비포장도로 수준이 아니다. 이거 아무리 봐도 마차가 갈 수 있는 길이 아닌데? 아니. 애초에 제대로 된 길도 아닌 것 같은데?

    사실 얻어 탈 때부터 수상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우리가 히치하이킹을 한 것도 아닌데 자기가 먼저 나서서 태워주겠다고 한 것도 수상했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마차 안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지붕 위로 올라가자 당황한 것도, 하지만 자겠다고 하니까 안심한 것도 수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는 길이 같으면 태워주겠다고 한 주제에 결국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는 물어보지도 않았잖아.

    그러니까 아마도 이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본격적일 줄이야.

    "뭐, 이왕 이렇게 됐으니 도착할 때까지 얌전히 있자고. 그보다 흔적은 어땠어? 없었어?"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기는 했지만, 이 녀석도 이 상황이 두려워서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건 아닐 거다. 내 성자 스킬에 어이없이 져 버렸다고는 하지만, 명색이 비스의 숨겨진 검. 전투력만 놓고 보면 세계에서도 손에 꼽을 강자니까.

    그래서인지 중2병은 불안한 표정과는 대조적인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해 줬다.

    "없었어. 역시 국경 근처까지 가지 않으면 찾기는 힘들 것 같아."

    역시 그렇게 쉽게 발견될 리는 없나.

    그러면 그냥 이렇게 느긋하게 걸어서 이동하는 것보다는, 스킬을 팍팍 써가면서 빠르게 국경지대까지 가버리는 게 나으려나?

    뭐, 오늘은 슬슬 저녁이 가까워지는 시간대고.

    "도착했다! 내려 이 새끼들아!"

    이렇게 하루 묵을 곳도 준비되었으니까, 빠르게 이동한다고 해도 내일 일이 되겠지만.

    아까의 그 인상 좋은 아저씨에서 180도 태도를 바꾼 아저씨의 말투에, 나와 중2병은 지붕에서 사뿐히 내려섰다.

    "오오. 생각보다 꽤 크잖아. 대체 얼마나 해 처먹은 거야?"

    "긴장감이 없군."

    마차가 도착한 곳. 누가 봐도 도적 무리의 아지트로 보이는 곳을 둘러보면서 감탄하고 있자니, 옆에서 중2병이 황당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익숙하니까."

    "익숙해!?"

    뭐, 게임에서의 얘기지만.

    이렇게 도적과 만나 아지트까지 끌려가는 건, 게임 초반에 흔히 있는 전개 중 하나거든.

    설마 이 세계에 오고 이 레벨이 된 다음에야 이런 이벤트를 겪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덕분에 나는 지금 살짝 추억에 빠진 기분마저 느끼고 있었다.

    "뭐, 아무튼 그런 거니까."

    "무, 뭐냐 너희는! 얘들아! 다 나와봐!"

    너무도 태연한 우리의 모습에서 도적 아저씨도 뭔가 불길한 예감을 느낀 거겠지. 몰고 온 짐 마차를 향해 소리를 질러 봤지만, 마차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마차 안에 있는 지원군을 기대하는 거라면 포기해."

    대신 중2병의 엄숙한 선고만이 내려졌을 뿐.

    상황을 보아하니 아마도 짐 마차 안에 다른 도적들이 더 숨어 있었던 모양인데.

    "너 설마 오는 중에 다 해치워 버렸냐?"

    "내가 아니야. 너도 느껴지잖아."

    아니. 실은 난 너희처럼 기감이 좋은 게 아니라서 말이야.

    하지만 중2병이 해치운 게 아니라면 대체 누가?

    "사내새끼가 벌써 죽는소리 내지 마! 자, 빨리 세워! 내가 빌 때까지 돌려먹는 거 아니었어!?"

    짐 마차의 뒤로 다가가서 조용히 천막을 걷어보니, 거기에는 하반신을 드러낸 채 뻗어 있는 수명의 남성과 중앙에서 남자 위에 올라타 허리를 흔들고 있는….

    "칸나 쟨 여기에서 뭐 하는 거야…."

    "…아, 아는 사이야?"

    "아니. 모르는 녀석이야."

    도저히 저런 애랑 아는 사이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어 버렸다.

    뭐, 좋아. 지금은 그런 것보다, 이 도적 아지트부터….

    "응? 그 아저씨 어디 갔어?"

    "저기."

    "적스으읍! 적습이다아아!"

    중2병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눈으로 좇아보니, 거기에는 커다란 징을 울리며 소란을 피우는 아저씨의 모습이 보였다.

    "안 말리고 뭐 했냐."

    "마, 마차 안의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하긴. 나한테조차도 충격적이었는데, 이 녀석한테는 오죽했겠어.

    "하는 수 없지. 너 혼자 정리할 수 있지?"

    인벤토리에서 이 녀석이 원래 차고 있던 권갑을 꺼내서 건네주자, 중2병의 눈이 상황에 안 맞게 초롱초롱 빛났다.

    "바, 받아도 돼!?"

    "그래. 원래 네 거잖아."

    뭐, 얘가 이걸 찬다고 해서 내가 제압을 못 하는 것도 아니니까.

    적당히 대답하며 건네주자, 중2병은 어렸을 때 생이별한 가족과 상봉한 표정으로 권갑을 끌어안았다.

    "고마워! 이것만 있으면 난…크으으! 내 팔에 잠든, 다리에 잠든 흑염룡이 꿈틀거린다!"

    아니. 그러니까 대체 뭐가 흑염룡이라는 거야. 그리고 그런 거 깃들일 거면 적어도 어디 한군데만 해주지 않겠어? 정석인 오른팔이라든가. 뭘 사지에 다 깃든 것처럼….

    "받아라! 흑룡파천!"

    잠깐만! 뭐야 저거!? 쟤 지금 진짜로 오른팔에서 흑룡 나간 거야!? 멋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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