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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1007화 (991/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007화 >

    내 머릿속에 제일 처음 떠오른 생각은 바로 미약이었다.

    안 그래도 약에 절어있던 애가, 일어나자마자 별거 없는 자극에도 이렇게 과민 반응을 보이는 거니까. 당연히 제일 처음에는 약이라는 생각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미약을 쓰는 건 놈들의 최종 목적과도 부합한다.

    놈들의 최종 목적은 레이에게 바프라의 아이를 가지게 하는 것.

    약에서 깨어나자마자 전처럼 또 저항하고 도망가면 귀찮으니, 아예 일어나자마자 남자만 보면 눈이 돌아가게 미약까지 써놓으면 편하지 않겠어?

    그리고 원래 미약에 당해버린 미인이 생기고, 약 기운을 풀어줄 방법이 성교밖에 없어서 주인공과 관계를 맺게 되는 건 무협지에서도 흔히 있는 이벤트······아니. 딱히 무협 세계가 아니니까 이건 별로 관계없겠지만.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제일 처음 그런 종류의 미약에 당했다고 단정 지으려고 했다.

    레이는 남성과 관계를 맺지 않으면 풀 수 없는 종류의 미약에 당했다고.

    하지만 그렇게 단정을 내리기 직전에, 문득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그러고 보니, 이 세계에는 미약이라는 걸 본 적이 없단 말이지.

    여기 전쟁신의 세계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던전 밖. 그러니까 여신님의 세계까지 포함해서 하는 얘기다.

    성행위를 아이를 낳는 수단으로밖에 생각하지 않게 된 이곳이야 그렇다 쳐도, 여신님의 세계에서 섹스는 사활문제다.

    모든 능력의 근간이 되는 레벨을 섹스로 올릴 수 있는 거니, 미약이라는 게 발달했으면 오히려 그쪽이 훨씬 더 발달했어야 했을 거다.

    하지만 그쪽 세계에서는 미약 같은 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그 디아나가 내 성자 스킬 얘기를 듣고서는 신기하다며 접촉해왔겠어?

    그 정도로 이 세계에서는 사람을 강제로 흥분시킬 수 있는 방법이 드물었다.

    그런데 여신님의 세계에서조차 존재하지 않는 그 미약이, 전쟁신의 세계에서는 존재한다고?

    말도 안 된다. 아무리 바프라가 비열한 방법으로 싸우는 걸 장기로 삼는 세력이라고 하더라도, 여신님의 세계보다 이런 쪽으로 더 발달해 있다는 건 이해할 수 없었다.

    "야. 그 여자······."

    쓰레온도 레이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는지, 재수 없게 조금 얼굴을 붉히면서 내게 말을 건넸다.

    그리고 쓰레온의 얼굴을 본 순간, 나는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여자가 뭔가를 먹고 흥분하는 걸 바로 얼마 전에도 본 적이 있었지.

    그렇다는 말은······.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

    나는 레이의 몸을 안아 들고, 그대로 길 한복판에 설치되어있는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딱히 엄한 짓을 하려는 건 아니다. 이 녀석은 미모가 미모인 만큼, 헬레나처럼 쓰레온에게 맡긴다고 해결되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야.

    텐트에 들어온 나는 당장 바람의 정령을 불러서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고, 레이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아까 실비아와의 힐링 섹스로 조금 회복해두기는 했지만, 바람의 정령으로 소리를 막고 오래 버틸 수 있을 정도로 마나가 넉넉하지는 않았다.

    최대한 빨리 끝내 버려야지.

    "응흐읏······하앗······하앗······너······."

    그리고 당장 성자의 손길을 쓰려고 한 순간, 레이가 몽롱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처음으로 신음 이외의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조금만 참아."

    이왕이면 레이가 제정신이 아닐 때 전부 끝마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나는 성자의 손길을 발동했다.

    "응흐으으읏?!"

    그리고 그 순간, 레이의 하반신이 위로 크게 들썩이더니 레이는 그대로 절정에 달해버린 모양이었다.

    다만 레이는 절정 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극심한 반응을 보였다.

    전기작살에라도 맞은 것처럼 허리를 극심하게 떨면서 눈까지 까뒤집는 레이의 모습에, 나는 뭔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잠깐만. 그러고 보니 여기 놈들은 그냥 여신님의 마나에 닿기만 해도 흥분하는 놈들이었지.

    그렇다면 설마 성자 스킬도 그 효과가······이런 젠장. 얘는 딱 봐도 매력 수치가 엄청 높을 테니까, 딱히 힘 조절 같은 것도 안 하고 그냥 그대로 성자의 손길을 써버렸는데.

    황급히 스킬의 위력을 줄여봤지만, 이제 와서는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흐응읏! 흐읏! 으으읏!"

    이제는 거의 소리가 되지 않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들썩이는 레이의 모습에, 나는 일단 몸이라도 들썩이는 걸 막아보려고 그 아랫배 쪽을 지그시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했다.

    "응그흐으으윽!"

    하지만 그게 또 레이의 하복부에 쾌감을 전해주는 꼴이 되어버렸는지, 레이는 허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대신 다리를 바동거리면서 손으로 내 옷을 꽉 움켜쥐면서 경련했다.

    아니. 야. 잠깐만. 젠장. 설마. 이거 설마 내 인생 처음으로 여자를 복상사시키는 건······.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른 순간, 나는 어느샌가 바지를 벗고 있었다.

    우리 애들이 필요하면 다른 여자와 섹스해도 좋다고 허락하기는 했지만, 사실 나도 양심이 있어서 웬만하면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 허락을 받은 이후로 결국 내 여자가 엄청 늘어나 버렸고, 그걸로 나라는 놈이 섹스와 애정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놈이라는 것도 절실히 느꼈으니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잠깐의 실수로 중요 인물을 복상사시켜 죽여버린다니. 아무리 코믹컬한 인생을 추구하는 나라도 그건 너무 많이 나갔잖아.

    속옷까지 황급히 벗어 던진 나는, 레이의 옷 역시도 벗겨버렸다.

    하지만 이놈의 암살자 코스프레 복장은 천 면적은 적은 주제에 묘하게 구조는 복잡해서, 좀처럼 쉽게 벗겨지지 않았다.

    젠장. 서두르지 않으면 진짜로 위험한 사태가······에잇! 모르겠다!

    결국 나는 힘으로 그 옷을 찢어버리고는, 황급히 레이의 다리를 들어 올렸다.

    빨리 속옷도······이 녀석! 안 입고 있잖아?! 아, 아니.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지.

    남자를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어서 일자로 꽉 다물어져 있는 그 음부에, 나는 재빨리 자신의 물건 끝을 가져다 댔다.

    평소라면 남자 맛을 모르는 풋풋한 핑크빛 속살이 검은 피부와 대비되어 강조되는 모습에 흥분하거나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만큼은 그런 생각조차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당황한 나머지 발기도 제대로 되지 않아서 오랜만에 되살아난 자존심 스킬까지 써서 겨우 세웠을 정도였다.

    "응그으읏?!"

    아무튼 그렇게 레이의 음부에 물건 끝을 맞춘 나는, 황급히 허리를 밀어 넣었다.

    중간에 아주 잠깐 내 물건이 가로막히는 느낌도 들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내 물건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단단한 막의 저항을 간단히 뚫어버리고, 나는 내 물건을 온전히 레이의 안에 삽입할 수 있었다.

    이걸로 일단 힐링 섹스는 발동이 되었지만, 물론 이걸로 아직 만족할 수는 없었다.

    지금은 그저 자연치유력이 높아지는 패시브만 발동되고 있을 뿐. 힐링 섹스의 진짜 효과 터뜨리려면, 역시 이 상태에서 한 번 느끼게 할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파과의 고통도 있을 테니까, 그것도 없애줄 필요가 있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손에 미약하게 성자의 손길을 두르고 레이의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면서, 천천히 허리를 흔들었다.

    그냥 성자의 손길만으로도 절정을 느끼게 하기엔 충분했지만, 그래서는 뭔가······조금 그렇잖아?

    본의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처녀를 가져가 버린 거다. 이왕이면 제대로 된 섹스로 느끼는 게 무엇인지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냥 내 자기만족에 불과하겠지만.

    "응흣······응······으읏! 흐으읏!"

    아무튼 정말로 여기 애들한테는 내 성자 스킬의 효과도 배가 되는 건지, 레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다시 절정에 달해버리고 말았다.

    휴우. 이걸로 일단은 한시름 돌릴 수 있겠네. 삽입은······그래도 레이가 완전히 정신을 차릴 때까지 이러고 있어야겠지?

    아까 날 바라보며 뭔가 말하려고까지 했던 레이였지만, 내가 성자의 손길을 쓴 순간 다시 완전히 정신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일단 눈은 뜨고 있고 신음도 흘리고 있지만 말이야.

    나는 성자의 손길을 풀고, 대면좌위 자세로 레이가 일어날 때까지 그 등을 천천히 쓰다듬어 줬다.

    "하아······하아······."

    그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불안정하던 레이의 호흡이 차분해지면서, 레이는 겨우 제정신을 차린 모양이었다.

    아직 아무 말도 하지는 않았지만, 그 음부가 절정할 때와는 다른 의미로 움찔움찔 떨리면서 물건을 꽉꽉 조여오기 시작했거든.

    아마 제정신은 차렸지만, 지금 이 상황에 당황해서 말이 안 나오는 모양이었다.

    어쩌지? 내가 먼저 말을 걸어야 하나? 하지만 뭐라고? 아니. 우선은 삽입부터······윽!

    그렇게 생각하고 허리를 빼려고 한 순간, 움찔움찔 떨리던 레이의 음부에 힘이 꽉 들어가면서 내 물건을 꾸욱 조여왔다.

    물론 레이가 일부러 조이려고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아마 긴장해서 몸에 힘이 들어간 거겠지.

    "너······이게 뭐 하는 거야?"

    역시나, 레이는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내게 그런 질문을 던져왔다.

    바넷사로 단련된 덕분에 사람의 감정을 읽는 건 꽤나 잘한다고 스스로 자부해왔던 나였지만, 지금 레이가 내뱉은 말에 도대체 어떤 감정이 실려있는지는 쉽게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해서 표정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아니. 그러니까 이건 말이지. 음······그러니까······."

    어쩌지? 미약을 풀어주려고 했다고 거짓말을 할까?

    아니. 따지고 보면 사실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었다.

    물론 발정 효과를 없애는 데에 딱히 삽입까지 할 필요는 없었······그러고 보니 결국 삽입해버려서 그것도 제대로 못 알아보게 됐네. 뭐, 그래 봤자 내 예상이 맞을 것 같지만.

    아무튼 지금은 그런 것보다 레이에게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다.

    "네가 과거에 어떤 일을 겪었고, 그것 때문에 이런 걸 싫어하는 건 아는데 말이지."

    그냥 미약 때문에 그랬다고 거짓말을 해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좀처럼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물론 레이한테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그것보다 왠지 지금 이 상황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사라와의 첫 경험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과거 때문에 남자와의 관계를 혐오하는 여자. 하지만 그 여자가 생명의 위기에 처하게 되고, 결국 힐링 섹스를 발동하기 위해 섹스를 하는 게 정말로 그때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아니. 지금 상황뿐만 아니다. 그냥 레이의 과거부터 전부. 레이의 존재 자체가 그때의 사라를 떠올리게 했다.

    젠장. 그런가. 어쩐지 전부터 얘는 계속 신경이 쓰이더라니. 옛날 사라가 떠올라서 그런 거였구나.

    드디어 이 녀석이 유독 신경 쓰이던 이유를 깨달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 우선 뭔가 변명부터 해야 할 때였다.

    아무리 그때의 사라랑 겹쳐 보여서 마음이 싱숭생숭하다고 해도, 이 녀석은 사라가 아니야. 얘한테 거짓말을 해서 안 될 이유는 하나도 없어. 그냥 해버리자.

    "나도 어쩔······."

    "우선 이거, 어떻게 해 봐."

    마음을 다잡고 미약 탓으로 돌리려고 한 순간, 레이가 한 박자 빨리 그런 말을 해왔다.

    "어, 어? 응."

    그래. 더 이러고 있을 필요는 없기는 하지.

    레이는 몸을 전혀 가누지 못하는 모양이었기 때문에, 나는 레이의 허리를 잡아서 천천히 그 몸을 들어 올려 삽입을 풀기로 했다.

    뭐, 인생에서 처음 느낀 절정이 자칫하면 복상사로 이어질 수 있었을 만큼 강렬한 것이었으니, 그야 몸을 가눌 수 없겠지.

    "응흐읏······으읍······."

    아무튼 내가 천천히 그 몸을 들어 올리자, 레이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콧소리가 흘러나왔다.

    자기도 부끄러운지 황급히 손으로 입을 틀어막아 버렸지만.

    "하아······하아······."

    그렇게 삽입을 풀고 앞쪽에 내려주니, 레이는 그대로 주저앉아서는 뭐라고 형용하기 힘든 눈빛으로 빳빳하게 선 내 물건을 지그시 바라봤다.

    어쩔 수 없잖아. 나는 안 쌌으니까 발기가 쉽게 풀리지 않는다고.

    솔직히 말해서 나도 남자다. 그것도 성자가 되면서 성욕이 남들보다 훨씬 더 강해진 남자.

    외모만 따지고 보면 최상급인 레이 같은 여자의 처녀를 뚫었고, 그 여자가 내게 안긴 채 흐느끼면서 몸을 떨어댄 거다.

    솔직히 삽입하고 있는 동안 그대로 허리를 흔들고 싸버리고 싶은 충동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 되겠지.

    그런데도 손끝 하나 대지 않고 가만히 참고 있었던 거다.

    진짜로 누구한테 칭찬이라도 받고 싶은 심정이야.

    뭐, 애초에 삽입을 하게 된 게 내 실수에서부터 비롯된 만큼, 칭찬받을 자격이 없다는 건 스스로도 잘 알고 있지만.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007화 > 끝

    ⓒ CurtainCall#o87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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