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819화 (80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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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오늘 네 차례잖아."

    "읏?!"

    하지만 내가 간단히 그 말을 부정해버리자, 바넷사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역시나. 솔직히 확률은 반반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난 도박에서 승리한 모양이다.

    아니. 조금 냉정해진 머리로 생각해보니까 그럴 수도 있겠더라고.

    만약 사라가 뭔가 이벤트를 준비하려고 날 먼저 보낸 거라고 해도, 지금까지 오지 않는 건 아무리 그래도 시간이 너무 걸리잖아.

    그리고 바넷사 역시도 사라를 이용해 날 골탕 먹일 작정이라고 했으면서, 정작 섹스할 때는 그다지 밖을 신경 쓰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만약 진짜로 사라를 이용해 내게 복수할 생각이라면, 사라가 언제 오나 계속 신경 쓰고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바넷사는 뭔가 내가 안절부절못하고 자신이 이끄는 대로 고스란히 당하는 걸 보면서 만족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또 하나. 바넷사는 아까 내게 안아달라는 자기 여자도 안지 못할 정도로 겁쟁이냐고 도발을 했었다.

    자기 여자. 즉, 바넷사는 지금 집사가 아니라 내 여자로서 여기에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넷사 얘랑은 분명 어제 말로 다 풀었었잖아.

    그런데 얘 성격에 이제 와서 복수하겠다면서 이러는 게 이상하잖아.

    그래서 어쩌면 이라고 생각한 거다.

    뭐, 사실 눈 돌아가서 허리를 움직이고 사정까지 했을 땐 이런 걸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으니, 날 결국 유혹해냈다는 점에서는 바넷사의 승리가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걸로 겨우 사라가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는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어.

    사라 그 녀석, 굳이 저녁을 먹으러 가려고 했던 것도 그렇고, 날 먼저 보내면서 뭔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던 것도 그렇고, 알면서 일부러 말 안 해줬겠다?

    아니. 말만 안 해줬으면 다행이지. 바넷사도 이렇게 나온 걸 보면, 아마 둘이서 날 골탕 먹이려고 짠 거겠지.

    복수라고 할 정도로 거창한 마음은 아니겠지만, 그냥 너도 조금 당해보라는 생각 정도는 있었는지도 모른다.

    "언제부터…하아…알고 계셨습니까?"

    "그, 그런 건 별로 상관없잖아!"

    쓸데없이 날카로운 질문하지 마라!

    네가 나중에 사라한테 이르면 괜히 또 피곤해진다고!

    "아, 아무튼. 그 꼬리로 서서 하는 건 상당히 신선했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냈대. 나한테 철저하게 당한 게 억울해서 연습이라도 했어?"

    던전에서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괴롭히고 기분을 풀어줄 때까지 거의 2주라는 시간이 있었고, 그사이에 연습한 건지도.

    하지만 내가 기분을 풀어주자 결국 연습한 보람이 없이 끝나고 말뻔했는데, 사라가 날 골탕 먹일 제안을 하자 기회는 이때다 하고 연습했던 걸 써먹어 본 건지도 모른다.

    "……."

    뭐, 그건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고, 우리 집사님은 대답할 생각이 없어 보이셨지만.

    "그런 의미에서 한 번 더…."

    "구원. 미안. 늦어서. 아직 안 자지?"

    한 번 더 해줘. 바넷사에게 그렇게 부탁하려고 한 순간, 노크 소리와 함께 밖에서 사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 응? 자, 잠깐만. 사라의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나는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응…크흣! 뿌, 뿔! 놔주십시오!"

    그건 바넷사도 마찬가지였는지, 고개를 흔들며 황급히 그렇게 외쳤다.

    우와. 나 얘가 이렇게 당황하는 거 처음 보는 걸지도 몰라.

    그리고 이 뿔, 잡고 있으면 폴리모프 안 되는 거야? 두개골 안에 감춰두는 것도 아니니까 상관없지 않아? 아, 폴리모프를 하려면 집중해야 하는데, 만지고 있으면 집중을 못 하니까 그러는 건가.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정도로, 나는 머릿속이 새하얘져 있었다.

    "어머? 잠겼네?"

    그리고 철컥철컥하고, 문손잡이를 돌리려는 소리까지 들렸다.

    으, 응? 난 잠근 적 없는데?

    살짝 시선을 내려보자, 바넷사가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잠근 건가. 나이스! 바넷사!

    뭐, 그런다고 해서 위기에서 벗어난 건 아니지만.

    대체 사라가 갑자기 여길 왜 온 거지? 반응을 보아하니 바넷사도 몰랐던 것 같은데?

    아니. 그보다 대체 난 어떻게 반응해야 하지?

    "하아. 어쩔 수 없네. 그럼 그럼 잘 자"

    내가 당황해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 사이에 사라는 밖에서 한숨을 푹 내쉬더니, 곧장 포기한 듯 인사하고 문에서 멀어져갔다.

    응? 잠깐만. 이게 뭐하자는 거지? 쟤가 이렇게 쉽게 포기할 애가 아닌데?

    그러니까 한 마디로…날 엿먹이려고 다 알면서 일부러 찾아왔다?

    "야이…!"

    "이런 꼴로 어딜 나가시려는 겁니까!"

    내가 황급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바넷사가 쾅 하고 문을 치면서 막았다.

    너 나한테 매달려서 삽입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벽쿵은 하는 구나.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놔! 보여줄 거야! 저 녀석한테 보여줘서 3P를!"

    "이런 모습을 본다고 같이 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사라는 하거든?!

    그렇게 반박하고 싶었지만, 마지막 인내심을 짜내서 그 말만은 내뱉지 않았다.

    후우. 그래. 일단은 참자. 착한 내가 참자.

    "하지만 아무리 장난이라도 이건 너무 심하잖아. 나한테만 하는 거면 몰라도, 바넷사 너한테도 말 안 하고 이러는 건. 오늘은 네게 정식으로 차례가 돌아온 첫날인데. 내일 보면 단단히 한 마디…."

    "읏…아니요. 저한테는…얘기했습니다."

    내가 흥분을 억누르며 그렇게 다짐하자, 바넷사가 묘하게 주저하면서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해왔다.

    "…응?"

    "저랑 같이 꾸민 일입니다."

    하핫. 얘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네가 드물게 당황하는 모습을 내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아니. 그렇게까지 감싸줄 필요 없거든. 너도 당황했…아니. 잠깐만. 그러고 보니 넌 애초에 집사 능력으로 사라가 다가오는 거 알 수 있었잖아. 당황할 필요가 없는데?"

    "……."

    말하다 말고 그 사실을 깨달은 내가 추궁하자, 바넷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게서 시선을 피했다.

    이 녀석 혹시…그런 거야? 우리 완벽 집사님이 그런 거야?

    "너무 좋아서 잠깐 까먹었냐?"

    "…잊어버리지 않았습니다. 대비를 충분히 하지 못 했을 뿐입니다."

    내 말에 바넷사는 반박이랍시고 반박을 했지만, 내 귀에는 그게 그걸로 드렸다.

    결국 쾌락에 흐느끼느라 사라가 다가오는 것도 신경을 못 쓰고, 문도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겨우 잠근 거잖아.

    "그리고 대비를 못 한 이유는?"

    "……후읏."

    내가 놀리면서 말하자, 바넷사는 살짝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날 보더니 갑자기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리고는 그 몸이 천천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 뭐야? 다시 해주려고?"

    "…해주길 원하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과연. 계속 나한테 놀려지느니, 차라리 자기가 주도적으로 움직이면서 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건가.

    "부탁드립니다!"

    바넷사의 속내는 눈치챘지만, 어차피 나도 나쁠 게 전혀 없었기 때문에 나는 즉각 놀리는 걸 그만두고 즐기기로 했다.

    "정식으로 제 차례가 된 건 처음이니, 오늘만 특별히 해드리는 겁니다."

    아, 아까 내가 했던 말 신경 쓰고 있었구나.

    난 그렇게 신경 써줬는데, 자긴 사라랑 장난이나 꾸민 게 조금 미안하기는 한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바로 자기랑 같이 꾸민 일이라고 실토하기도 했고.

    그러니까 이것도 사과 대신이라는 건가.

    뭐, 그렇다고 해서 나도 이 좋은 걸 오늘만 즐길 생각은 전혀 없지만, 일단은 수긍하는 척해야지.

    그렇게 해서, 나는 바넷사가 녹아내리지 않고도 적극적으로 섹스에 협조해주는 섹스를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중간에 이런저런 소동이 있기는 했지만 결국 만족스러운 밤을 보낸 나는, 기분 좋게 눈을 떠서 내 위에 있는 바넷사를 바라봤다.

    응. 잠들어있었다. 그 바넷사가. 원래라면 나보다 훨씬 먼저 일어나서 일하러 갔을 텐데.

    레이첼 누님도 워커 홀릭의 증상을 보이기는 하지만, 바넷사는 그보다 훨씬 더 심하니까 말이야.

    하지만 오늘은…아, 그러고 보니 얘, 오늘 낮에 시간 비워놨다고 했었지.

    응? 잠깐만. 그 말을 했을 때가 그제니까…어젯밤이 자기 차례라는 건 이미 정해진 다음 아니야? 그렇다는 말은 즉.

    "하여간 얘도 참…."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딱딱한 표정과는 정반대로 말랑말랑한 바넷사의 뺨을 가볍게 꼬집었다.

    근데 얘는 어떻게 잘 때까지 표정이 딱딱하냐.

    "…뭡니까."

    하지만 그 순간, 바넷사가 갑자기 내 말에 반응하면서 눈을 떴다.

    "깜짝이야. 깨어있었냐."

    "네."

    "그럼 왜 자는 척하고 있었던 건데."

    "……."

    아니. 야. 그러니까 너 불리해지면 아무 말 안 하는 거 진짜 나쁜 버릇이라니까?

    그럼 내가 맞춰야 하는데, 넌 무표정이라 맞추기도 힘들다고.

    "먼저 일어났는데 자고 있는 날 두고 어찌할 바를 몰라서?"

    "큿…."

    뭐, 그러면서도 맞춰버리는 게 바로 나라는 남자지만.

    훗. 존경해도 좋아.

    "그래서 구원님은 자고 있는 줄 알았던 절 보면서 무슨 말이 하고 싶으셨던 겁니까."

    상황이 불리해졌다고 느꼈는지, 바넷사는 그렇게 말을 돌렸다.

    하지만 바넷사야. 그거 제 발로 지뢰밭에 걸어 들어가는 꼴이거든?

    "아니. 너 진짜로 날 좋아하는구나 싶어서."

    "…갑자기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가 웃으면서 말하자, 바넷사가 일부러 표정을 더 딱딱하게 만들며 대꾸했다.

    "일부러 자기 차례 다음 날 낮에 일을 비워둔 거잖아. 그렇게 나랑 둘이서 오래동안 같이 있고 싶었어? 그렇게 내가 좋아?"

    하지만 그런 바넷사를 보면서, 나는 더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다.

    자, 이번에는 어떻게 반응할래?

    "…당연하지 않습니까."

    기대하며 바넷사를 쳐다본 나였지만, 바넷사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예상과는 조금 다른 대답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러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 그건 그렇죠.

    바넷사가 너무 정색하고 대답하자, 놀릴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던 나로선 할 말이 없어졌다.

    야. 넌 안 그래도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잘 안 보여주니까, 이럴 때만이라도 조금 부끄러워하면 안 되냐?

    아주 잠깐 그렇게 생각한 나였지만, 그냥 아무 말 않고 넘어가 주기로 했다.

    왜냐하면 바넷사의 귀 끝이 미묘하게 빨개져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럼 아침은 거르고 계속 이러고 있을까?"

    "아뇨. 그래도 식사는 제대로 하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 그런 제안을, 바넷사는 또 무표정으로 거부했다.

    야. 사람이 기껏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려고 하는데 너무하지 않냐?

    "너 너무 직업 정신이 투철한 거 아니냐."

    "…집사가 아니라 구원님의 여자로서 하는 말이었습니다."

    응?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그냥 내 여자로서 순수하게 내 몸이 걱정돼서 한 말이라고?

    "그런 말은 조금 더 부드럽게 해주면 안 되냐?"

    "…날 때부터 이런 얼굴이라 죄송합니다."

    내가 한탄하듯 말하자, 바넷사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툭 내뱉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얘 설마 삐졌나?

    "에이. 날 때부터는 아니지. 어제도 그렇게 녹아내린 표정…으읍!"

    내가 놀리려고 하자, 바넷사는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아서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야. 무력 진압은 너무하잖아.

    내가 양손을 들어 올려서 항복하는 제스처를 취하자, 바넷사는 겨우 내 입을 틀어막고 있던 손을 떼줬다.

    "다음부터는 입술로 막아주면 안 되냐."

    "우선 다음부터는 이럴 일이 없도록 주의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아, 그건 불가능하니까. 그러니까 네가 입술로 막는 걸 검토해줘."

    "…그렇게 막아봤자 구원님만 좋을 뿐 아닙니까."

    내가 곧바로 못한다고 말하자, 바넷사는 살짝 한숨 섞인 목소리로 대꾸했다.

    "무슨 소리야. 너도 좋잖아."

    "……."

    아니라고 잡아떼도 될 텐데.

    이런 걸 부정은 안 하는 것만큼은 참 솔직하단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결국 우리는 메이드를 불러서 식사를 따로 방에 가져오게 하고는 계속해서 같이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저녁 시간이 되어서, 나는 식사를 하기에 앞서 먼저 사라부터 찾았다.

    "뭐, 뭐야? 왜"

    사라는 어젯밤에 자기가 한 일이 있어서 찔리는지, 나랑 단둘이 되자 눈에 띄게 불안해하면서 나와 시선을 맞추려고 하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라. 바넷사가 나서서 같이 꾸민 일이라고 해주기도 했으니, 그것가지고 뭐라고 할 생각은 없어.

    애초에 장난은 나도, 아니. 내가 제일 많이 치니까.

    지난밤에 쫓아가려고 했던 것도 날 놀려서 그런 게 아니라, 바넷사와의 밤에 바넷사를 배려해주지 않은 줄 알고 그랬던 거였고.

    나만 당한 거라면, 내가 고작 장난 가지고 남한테 뭐라고 할 처지는 아니지.

    그러면 왜 사라를 따로 불러냈냐. 이유는 간단했다. 확인해보고 싶은 게 있거든.

    "오늘 밤은 진짜로 네 차례 맞지?"

    "푸흡!"

    내가 그렇게 물어본 순간, 살짝 긴장하고 있던 사라가 빵 터졌다.

    "웃을 일이 아니거든 이것아!"

    네가 이틀 연속으로 한 번 당해 봐!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닭구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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