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815화 (799/1,205)
  • <-- . -->

    "헤헤. 사라야. 사랑해."

    사라의 분노를 온몸으로 맛본 식사시간으로부터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

    나는 사라의 뒤에 달라붙어서 그 몸을 끌어안고는 사라의 귓가에 끊임없이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뭐, 사라의 반응은 그다지 신통치 않았지만.

    "떨어져 이 변태야. 너 그거 세워서 엉덩이에 비비기만 해봐. 진짜 죽는다."

    하지만 말은 이렇게 해도, 사라는 그다지 화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화낼 때 화끈하게 화내는 대신, 화내는 건 그 순간뿐이고 질질 끌지 않는 게 또 사라니까.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달리 요즘은 쿨하게 생긴 값을 잘 못 하고 있는 사라였지만, 이런 점은 여전히 생긴 대로 쿨하다니까.

    뭐, 생긴 값을 못 하고 있는 건 내 앞에서뿐인 건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화내고 뒤끝이 없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여서, 식사 때에 분노를 전부 쏟아낸 만큼 사라는 그다지 화난 상태가 아니었다.

    그 증거로 사라는 뒤에 달라붙어 있는 날 딱히 떨어뜨려 내려고는 하지 않고 있었고.

    화는커녕 오히려 내심 살짝 좋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화난 연인의 감정을 풀어주려면 키스가 제일 효과적이라고 언젠가 본 기억도 있으니까.

    "에이. 왜 또 그래. 난 그저 우리 예쁜 사라한테 순수하게 사랑을 속삭이는 것뿐인데."

    그렇게 화는 다 풀렸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계속해서 사라에게 사랑을 속삭이며 그 뺨에 쪽쪽 하고 입술을 맞춰줬다.

    속으로는 화가 다 풀렸으면서도 이렇게 화난 척을 하고 있다는 건, 나 아직 화났으니까 빨리 애교든 뭐든 부리면서 풀어달라는 신호 아니겠어?

    하여간 우리 사라는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나랑 알콩달콩이 하고 싶은 거라면, 그냥 그렇다고 말하면 되는데.

    "사랑아. 사라해."

    "…너 그거 한 번만 더 해."

    "죄송합니다."

    아, 지금은 살짝 진심으로 짜증 냈다.

    응. 뭐, 그야 그렇지.

    나도 남들이 내 이름 가지고 장난치는 건 별로 안 좋아하니까.

    "아무튼 화 풀어. 응? 응? 응?"

    "그 얼굴로 귀여운 척 하지 마. 이 바보야. 하여간 덩치는 곰처럼 커서는."

    …야. 아무리 그래도 말이 조금 심하지 않냐? 내 얼굴이 어때서?! 확실히 귀염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천사님한테는 귀염둥이로 통하거든?!

    "허나 거절한다. 네가 화를 풀 때까지, 난 귀여운 척을 멈추지 않겠어! 응? 응? 사라야? 응?"

    "아, 정말! 귀찮게 하지 말고 좀 떨어져! 할 일도 없어?!"

    내가 굴하지 않고 애교를 부리며 사라의 어깨너머로 얼굴을 들이밀고 그 뺨에 뺨을 마구 비벼대자, 사라는 살짝 짜증 난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내 얼굴을 손바닥으로 밀었다.

    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는 모습을 보면, 역시 말은 이렇게 해도 통하고는 있단 말이지.

    "내 할 일이란 바로 우리 사라랑 하루종일 알콩달콩하는 거지."

    "누구 마음대로. 난 바쁘니까 가서 다른 볼일이라도 보시죠."

    또. 또 이런다. 바쁘기는. 자기도 딱히 용무 같은 거 없는 주제에.

    그 증거로, 사라는 지금 자기 방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서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

    내가 뒤에 달라붙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정말 일이 있다면 뭐든 시작하려고 했겠지.

    "……."

    "읏!"

    그리고 내가 그 말에 진짜로 떨어지자, 사라는 살짝 몸을 움찔거렸다.

    말로는 그래놓고, 막상 내가 진짜로 떨어지니까 아쉬운 모양이다.

    하여간 귀엽기는.

    "어? 자, 잠…!"

    하지만 난 그걸 알면서도, 사라에게서 떨어져 그대로 방을 나섰다.

    뒤에서 사라가 날 멈춰 세우려고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내 발이 멈추는 일은 없었다.

    "다녀왔어."

    "꺅!"

    그리고 약 3분 후.

    나는 태연한 표정으로 다시 문을 열고 사라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사라는 문 바로 앞에 있었던 건지, 내가 들어오자 화들짝 놀라며 거리를 벌렸다.

    갑자기 내가 말도 안 하고 가버리니까, 혹시 진짜로 화났는지 걱정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화는 자기가 난 척 하고 있었으면서.

    "기다렸지. 자, 다시 나랑 놀자."

    그런 사라의 모습에 내심 흐뭇해하면서도, 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그 몸을 껴안았다. 이번에는 정면에서.

    그리고 그 입술에 가볍게 쪽쪽 버드 키스를 하자, 사라는 잠깐동안 내가 하는 대로 당해주다가 황급히 고개를 흔들며 고개를 뒤로 뺐다.

    "잠깐. 뭐 하고 온 거야? 갑자기 왜 나갔던 건데?"

    "응? 아, 볼일 보고 오라고 해서 볼일 보고 온 건데."

    사라는 정말로 궁금한 모양이었지만, 실은 난 사라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었다.

    사라가 볼일 보고 오라고 해서, 정말로 볼일 보고 온 것뿐이야.

    "이 짧은 시간에?"

    내 말에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사라였지만, 난 당당했다.

    왜냐하면 진짜니까.

    "큰 건 안 마려웠거든."

    "……."

    그리고 내가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사라는 드디어 내가 뭘 하고 왔는지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황당해하고 있는 사라에게, 나는 있는 힘껏 멋진 미소를 지어 보이며 엄치를 척 들어 올렸다.

    "걱정하지 마. 제대로 손 씻고 왔으니까."

    "그 볼일 보고 오라고 한 거 아니거든, 이 바보야!"

    "아얏!"

    야. 그렇다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찰싹찰싹 때릴 건 없잖아.

    뭐, 힘 조절을 했는지 아프지는 않았지만.

    "그럼 내가 그 볼 일 아니면 무슨 볼일이 있다고 그래?"

    "넌 할 일도 없어?!"

    "…응. 없어…."

    사라의 되물음에, 나는 살짝 쓸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없어.

    딱 하나 있다면 던전에 내려가는 건데, 그건 내일 바넷사하고 한 약속이 있으니 빨라도 모레는 되어야지 출발할 수 있고.

    저번에도 바넷사를 기대하게 만들고 그냥 던전에 내려가 버렸는데, 이번에도 그럴 수는 없잖아?

    그러니까 던전을 제외하고 나면 위에서 뭔가 할 일이 없냐는 건데, 내가 위에서 하는 일은 보통 정해져 있었다.

    밤을 보내지 않는 내 여자들을 찾아다니며 같이 못 자는 걸 대신하듯 섹스를 하거나, 펠리시아의 성욕을 해소해주러 가거나.

    하지만 펠리시아의 성욕은 어제 풀어줬고, 다른 애들을 찾아가 섹스를 하는 것도 이제 반드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어차피 이제는 전원 한 번씩 번갈아 가면서 차례가 돌아오는 거니까.

    그리고 그동안에는 위에서 지낼 때 같이 안 자는 애들 위주로 상대해 주느라, 정작 낮에 사라나 디아나, 레이아와 지내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건 나도 자각하고 있었다.

    특히 여자가 늘면서 점점 더 그런 경향이 강해지고 있었지.

    때문에 이제 다들 똑같이 하루씩 자기로 결정된 지금, 나는 그동안 낮에 같이 있어 주지 못했던 삼인방 중 하나인 사라에게 달라붙어 있는 거다.

    물론 사라의 화를 풀어주려고 그런 것도 있었지만, 그것만이 이유가 아니라는 얘기다.

    단순히 화만 풀어줄 목적이었으면, 아까 애교부리던 시점에서 이미 충분히 목표는 달성했었으니까.

    "……."

    아무튼 할 일이 없다는 내 쓸쓸한 대답에, 사라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살짝 안쓰러운 눈으로 날 쳐다봤다.

    야.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그렇게 보니까 꼭 내가 안 될 인간 같잖아.

    아니. 사라가 화난 척을 그만둔 건 좋지만 말이야.

    뭔가 분위기가 묘해진 걸 느낀 나는 일단 장난으로 분위기를 전환하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 그렇게 필사적으로 무슨 일이었냐고 물어보다니. 우쭈쭈. 우리 사라 당황해쪄요?"

    "너 진짜 죽는다?!"

    다만 장난이 살짝 지나쳤는지, 내 도발에 사라가 순간 욱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다시 화나게 만들어버렸다. 모처럼 애교부리면서 거의 다 풀어놨었는데.

    "계속 안 놀아주고 딴 데 가라는 말만 하니까 그렇잖아. 사라 잘못이야."

    "내 차례라고 생각했으면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레이첼씨랑 실컷 해댄 네 잘못이잖아, 이 바보야!"

    …그, 그거야 그렇죠.

    완벽한 카운터 펀치를 먹은 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잠깐만.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고 누가 그래?"

    "그랬잖아?!"

    "안 그랬거든? 언제 네가 난입할지 두근두근하면서…."

    "더 질이 나빠 이 바보 변태 멍충아!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야?! 하다못해 날 찾아와서 무슨 일인지 물어보기라도 하든가!"

    장난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자연스럽게 넘기려고 했던 나였지만, 아무래도 이번에는 주제가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라는 다시 생각하니까 또 열 받기 시작했는지,

    설마 바보 변태에 이어서 멍충이까지 붙다니.

    이렇게 된 이상, 넘어가려면 더 강한 개그가 필요하겠어.

    "아니. 그런 모습을 보이면 우리 변태 사라가 흥분해서 덮칠 테고, 그러면 나중에 죽을 땐 죽더라도 일단 3P는 하고 죽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 변태가 진짜! 누가 누구보고 변태라는 거야?! 너 진짜 바보지?!"

    아니. 사라씨. 인정할 건 인정하자고요. 저처럼 말이죠.

    제가 변태라는 건 인정합니다만, 그렇다고 사라씨가 변태가 아니게 되는 건 아니거든요?

    사라씨 성벽도 충분히 변태의 범주에 들어가는 성벽이라고 생각해요.

    뭐, 자긴 그런 성벽 없다고 필사적으로 부정하고 계시지만.

    "바보라니! 어찌 그리 심한 말씀을! 로망을 쫓는 자라고 해줘! 사라와의 3P라면, 내 생애에 한 점의 후회도 없어!"

    "하, 한 적 있잖아! 이 변태야!"

    내가 한쪽 주먹을 위로 번쩍 치켜들면서 쓸데없이 근엄하게 외치자, 사라가 그 기세에 살짝 압도되어서는 그런 말을 내뱉었다.

    뭐, 확실히. 디아나랑 하기는 했지.

    그걸 제대로 된 3P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말하는 3P는 그렇게 둘이 연달아서 하는 수준의 얘기가 아니라, 좀 더 셋이서 적극적으로 얽히는 그런 걸 말하는 건데.

    그렇게 생각하기는 했지만, 여기서 사라랑 3P의 정의에 대해서 토론해봤자 의미가 없는 짓이다.

    때문에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여 인정해줬다.

    "응.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겁도 모르고 나대고 있잖아. 언제 죽더라도 그 추억을 간직하며 썩 좋은 인생이었다고 웃으면서 죽을 수 있어."

    "이, 이 변태가 진짜…."

    내가 이렇게 당당하게 나오자, 사라도 점점 이런 변태랑 진지하게 말싸움을 하는 게 바보 같다고 느끼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후우. 역시 나야. 이번에도 제대로 위기를 모면했군.

    하마터면 또 두개골에 금 갈뻔했네.

    "하아…. 어제도 잘하면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꿈 깨셔. 만약 정말로 내 차례였어도 그렇게는 안 됐거든?!"

    사라는 정말로 질렸는지, 내가 그런 변태 같은 말을 해도 아까처럼 격분하거나 하지 않고 그냥 가볍게 내 말을 넘겼다.

    하지만 사라야. 정말로 그럴까?

    "정말로?"

    "당연하잖아."

    "그럼 상상해봐."

    "상상? 뭘?"

    "네가 내 방으로 들어왔는데, 내가 레이첼 누님이랑 섹스하고 있는 장면을. 그것도 너 보란 듯이 대놓고 뻔뻔하게."

    "……씨이…."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사라가 눈에 살짝 살기까지 띠며 날 노려봤다.

    음. 이 살갗을 파고드는 짜릿한 살기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진짜로 상상해본 모양이다.

    "그럼 지금부터 잠시 신체검사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라를 보면서, 나는 한 손을 그대로 사라의 바지 안쪽으로 집어넣었다.

    오늘도 몸에 딱 붙는 스키니진을 입고 있는 사라였기 때문에 바지에 손을 집어넣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난 어떻게든 손을 집어넣는 데 성공하고는 손가락을 움직여 그 음부 쪽을 헤집어봤다.

    "으응!"

    그리고 역시나, 사라의 음부는 살짝이지만 젖어있었다.

    "사라씨. 아까 뭐라고요?"

    "구원이 만지니까 이런 거 아니야. 이 변태야."

    그 감촉을 확인한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지만, 사라의 반응은 뻔뻔하기 그지없었다.

    뭐, 굳이 인정하게 만들 생각도 없었지만.

    그냥 이렇게 바지에 손을 넣어도 그 점에 대해선 아무 말 안 하게 됐으니,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아까 화난 척 해대던 것에 비하면 훨씬 상황이 나아진 거니까.

    "사라야. 근데 너 아까부터 바보라느니 변태라느니 하는 말 너무 많이 한 거 아니냐? 멍충이라고도 했지? 오빠는 어쨌어. 오빠는."

    나는 사라의 입술에 가볍게 버드 키스를 하면서, 연인들끼리 귓속말로 장난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속삭였다.

    "응. 지금부터 하면 되잖아. 변태 오빠."

    "아니. 앞에 변태라고 붙이면 플러스마이너스 제로잖아. 하는 수 없지. 지금부터 하는 동안 쭉 오빠라고 부르기다?"

    "하는 동안?"

    "에이. 알면서 왜 그래?"

    그렇게 말하고, 나는 그대로 사라의 바지를 벗겨서 허벅지 중간까지 내렸다.

    "하아…이 변태."

    그리고 분명 아까 바쁘다고 했던 사라는, 그런 내 손길을 전혀 거부하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월하승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