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694화 (67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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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미호가 되기 위한 조건

    "후우. 그럼 이제 가볼까. 아, 이왕 왔으니까 저것도 좀 챙기고."

    바지를 챙겨입은 나는 여전히 구석에서 빛나고 있는 팔찌의 배터리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하앗…하앗…그건 또 왜 가져가는 겐가?"

    아침부터 내게 고함을 질러대느라 진이 빠진 건지, 어깨를 위아래로 크게 들썩이면서 가쁜 호흡을 내뱉던 디아나가 내게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응? 아니. 그냥…훗. 또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고."

    "그 미소는 뭔가?! 쓸 일이라니 대체 뭔가?! 그걸로 대체 레이아양과 어떤…!"

    내가 일부러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꾸하자, 디아나는 얼굴을 붉히면서 다시 한 번 반사적으로 고함을 질렀다.

    "알고 싶어? 네 머리로는 상상도 못할만한 광란의 밤을…."

    "으아아아! 말하지 말게! 말하지 말게! 아아아아아아아!"

    뭐, 내가 대답을 해주려고 입을 열자마자 자기가 하려던 질문의 의미를 깨달았는지, 내 말을 안듣겠다는 듯 두 손으로 자기 귀를 팡팡 치면서 아아아아하고 의미없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아니. 그러니가 대마법사님. 네가 애냐.

    뭐, 귀여워서 좋기는 하지만.

    대마법사라고 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침묵마법을 걸어버리는 건 너무 차가운 대응이잖아?

    그렇게 생각해 보면 이런 것도 디아나 나름의 애교라고 볼 수 있는 건가?

    아무튼 디아나랑 노는 건 이쯤해둘까.

    지금은 디아나도 이렇게 장난스럽게 받아주고 있지만, 여기서 더 나갔다가 진짜로 화나게 만들수도 있는 일이고.

    "그럼 갈…뭐, 뭐야? 왜?"

    여전히 내 말을 듣지 않기위해서 스스로의 귀를 팡팡치며 아아아거리고 있는 디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슬슬 식당으로 향하려 했던 나였지만, 그런 내 앞에 바넷사의 차가운 표정이 들어왔다.

    아니. 바넷사의 표정은 아까 얼굴을 대면했을 때부터 계속 차가웠지만, 왠지 아까보다 시선이 더 더 차가워 보인다고 할까…경멸하는 표정처럼 보이는데. 내 기분탓 아니지?

    바넷사의 표정에 압도당한 나는, 디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손을 들어올린 자세 그대로 굳어져서는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

    하지만 그런 내게 바넷사는 어떠한 대꾸도 하지 않았다.

    다만 차가운 시선을 계속해서 보내올뿐.

    뭐, 뭐야. 내가 뭘했다고…아.

    바넷사의 무언의 압박에 나는 일단 방금 전에 스스로가 한 말을 되짚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바넷사가 어째서 저런 표정을 하고 있는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그랬다. 저 차가운 표정 때문에 알기 힘들지만, 바넷사는 나름 질투를 하고 있었던 거다.

    하여간 여기 디아나처럼 좀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해도 될텐데.

    "아니. 야. 상상도 못할 광란의 밤이라는 건 그냥 디아나한테 장난치려고 그런 거고."

    "……."

    내가 변명을 늘어놓자, 그제야 바넷사는 눈에서 조금 힘을 뺐다.

    "핫! …큿!"

    뭔가 깨달았다는 듯 미세하게 눈크기가 커지더니, 아까보다 더 격렬하게 적의를 담아서 날 노려봤다.

    뭐야?! 또 왜 그러는데?!

    방금 전에는 딱히 이상한 말도 안했…잠깐만.

    얘 설마 이제와서 내가 디아나를 가지고 놀았다고 화내는 거야?

    야. 얼핏 보기에는 내가 일방적으로 놀리는 것 같아도, 일단 우리 나름의 스킨십같은 거라고.

    디아나가 진짜로 화났으면 일단 마법부터 날리고 봤겠지.

    그렇게 변명했다면 바넷사도 금방 눈에 힘을 풀었겠지만, 나는 잠깐 생각한 끝에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왜? 이번엔 디아나한테 장난치지 말라고? 한 번 눈에 힘 풀어놓고 다시 준다고 해서 나한테 효과가 있을 것 같냐?"

    "큭…."

    내가 뻔뻔하게 웃으면서 말하자, 바넷사는 불찰이었다는 듯 낮게 신음성을 흘렸다.

    "그보다 말이야. 순간적으로 눈에 힘을 풀었다는 건, 디아나에대한 충의보다 잠깐이나마 질투심이 더 컸었다는 뜻? 그런가. 바넷사한테 내가 그렇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버린 건가. 하여간 이놈의 매력이란."

    그런 바넷사를 보면서,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는 그런 말을 던져봤다.

    아니. 뻔뻔한 소리라는 건 알지만, 이럴 때는 좀 강하게 나갈 필요도 있다고.

    게다가 바넷사의 경우에는 특히 이런 걸 의식시킬 필요가 있으니까.

    사도 임명이 안 된 것도 어쩌면 아직 바넷사의 마음속에서 나보다 디아나의 비중이 더 크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물론 디아나를 향한 마음이 날 향한 것과 같은 종류의 사랑은 아니지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모르는 거잖아?

    게다가 꼭 사도 임명이 관련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바넷사의 마음에서 디아나에 대한 의존도가 조금 줄어드는 건 좋은 경향이었다.

    디아나에게 의존하는 마음은 용인족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것과도 아주 연관이 없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디아나에 대한 존경심이나 충성심같은 것까지 전부 버리라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적당한게 좋다는 거다.

    "…헛소리도 적당히 하십시오."

    아무튼 그렇게 나도 나름 생각이란 걸 하면서 한 대응이었지만, 역시나 바넷사에게는 반쯤 장난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뭐, 디아나에 대한 존경심은 트라우마와 같이 대를 거쳐가며 견고해진 것일 테니까.

    얘가 아무리 날 좋아한다고 해도, 그렇게 쉽게 풀릴리는 없나.

    "그렇게 차가운 소리 하지말고 솔직히 대답해도 되는데. 어차피 디아나한테는 안들리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그렇게 말하며 옆에 있는 디아나를 가리켰다.

    참고로 디아나는 여전히 귀를 팡팡 치면서 아아아거리고 있었다.

    커다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려서 나와 바넷사의 표정을 번갈아 엿보면서, 언제쯤 이걸 그만둬도 될지 재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바넷사는 화난 표정이고 난 장난스런 표정이니까, 아직도 우리가 어제있었던 광란의 밤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여간 귀엽다니까.

    "헛소리 그만하시고 그만 식사나 하러 가시죠. 다른분들이 기다리십니다."

    하지만 우리 쉽지 않은 집사님은 몸을 홱 돌려서 뒤를 바라보고, 그대로 뚜벅뚜벅 걸이서 방을 나섰다.

    아, 저 녀석. 결국 도망가다니.

    질투정도는 했다고 인정해줘도 되잖아.

    "그럼 디아나. 우리도 가자."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도 더 이상 바넷사를 밀어붙일 생각은 들지 않았다.

    디아나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아아아아아…하아…하아…끄, 끝났는가?"

    그제야 겨우 디아나는 자신의 귀에서 손을 떼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부루퉁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봤다.

    "응."

    "대체 무얼 했기에 그렇게 오래…말하지 말게! 말하지 말게! 이 몸은 안 궁금하네!"

    "아니. 궁금해하지 않아주면 그건 그거대로 좀 섭한데. 나랑 레이아가 그렇게 광란의 밤을 보냈다니까? 질투나지 않아?"

    "무, 물론 질투가 아주 나지 않는 건 아니네만…."

    "그래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는 건 부끄럽다고."

    "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럼 나중에 몸에 직접 가르쳐줄 수밖에 없겠네."

    "음. 그게 좋겠…어, 어째서 그렇게 되는가?!"

    내가 아무렇지 않게 말하자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던 디아나는, 황급히 도리질을 치면서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날 올려다봤다.

    그 표정이 너무나도 함정에 빠진 사람의 그것을 잘 나타내주고 있어서, 솔직히 저 표정만으로도 차고 넘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고 그만둘 내가 아니지.

    남자라면 좀 더 위를 노려야하는 법 아니겠어?

    응? 슬슬 디아나가 진짜로 화낼지도 모르니까 그만 놀리는 거 아니었냐고?

    하핫. 바넷사랑 말하면서 잠깐 휴식시간을 가졌으니까 괜찮아.

    "그야 그렇잖아. 궁금하기도 할꺼고. 질투난다고 했으니까. 레이아한테 지지 않게, 어디 한 번 디아나도 나랑 둘이서 광란의…."

    "이, 이 몸은 됐네!"

    "뭐어어엇!?"

    "왜, 왜 그렇게 놀라는 겐가?!"

    "돼, 됐다니…사랑이 식었어!"

    "어째서 그렇게 되는 겐가!"

    "사랑의 라이벌이잖아! 좀 더 날 두고 경쟁하라고!"

    "싸움이 나도 중재해야 할 사람이 싸움을 부추기는 말을 하지 말게!"

    "그야 물론 치고박고 싸우면 몸을 던져서라도 뜯어 말리겠지만, 이런 건 선의의 경쟁이잖아. 그런 걸로 다음 디아나의 차례에는 광란의 밤으로 결정이다?"

    "이 몸은 동의하지 않았네! 평범하게 해도 되지 않은가! 평범은 좋은 걸세! 사랑도 충분히 느껴지고! 좋지 않은가!"

    "응? 러브러브한 분위기의 광란의 밤으로 하고 싶다고?"

    "사람 말을 좀 듣게! 러브러브한 광란이라니 대체 뭔가?!"

    "디아나도 참. 그렇게 궁금해? 그럼 우리 던전에 하루만 더 늦게 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내일은 던전에 가는 걸세!"

    신변의 위협이라도 느낀 건지, 디아나는 몸을 바르르 떨고는 필사적인 말투로 그렇게 외쳤다.

    아무튼 그런식으로, 바넷사의 뒤를 다라 식당으로 향하는동안 나는 디아나와 계속해서 농담 따먹기를 했다.

    "…야. 구원. 레이아한테 대체 뭘 한거야?"

    그 농담따먹기도, 식당에 들어선 순간 계속할 수 없게됐지만.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차가운 사라의 시선이 날 향해 내리꽃혔다.

    그러고 보니 레이아가 먼저 식당으로 도망갔었지.

    그렇다는 말은 레이아가 부끄러워하며 도망쳐오는 모습을 다들 목격했다는 얘기가 된다.

    "뭐?"

    "나도 다른 사람과의 밤일까지 참견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레이아가 도망쳐올 짓을 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니야?"

    사실 보통 내가 다른 여자와 지난 밤에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하는 게 우리 사이에서 암묵적인 룰처럼 자리잡고 있었다.

    방금 전에 디아나가 귀를 틀어막고 안 들으려고 노렸했던 것도 어떻게 보면 그 일환이라고 볼 수 있었다.

    뭐, 디아나가 레이아한테 배운 건지 누나행세를 하면서 주도권을 잡으려고 한적도 있었던만큼 자기들끼리 모여있을 때는 또 그렇지만도 않아서 나름대로 정보공유도 하고 하는 것 같았고, 사라하고 디아나가 말싸움이 났을 때는 서로 공격용으로 얘기를 꺼낼 때도 없는 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적어도 내 앞에서는 다른 여자와 지낸 밤에 대한 얘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 편이었다.

    하물며 이렇게 진지한 분위기로는 절대.

    뭐,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야 나랑 같이 밤을 지냈던 사람이 아침에 혼자 도망쳐오는 건 처음있는 일이니까 말이야.

    사라도 심각하게 받아들여버린 거겠지.

    하지만 사라야. 아마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로 레이아가 도망친 거 아니니까.

    "사, 사라씨. 괜찮아요. 정말로 별 일 아니니까요."

    실제로 사라의 옆에서 레이아가 사라의 팔을 붙잡고 얼굴을 붉히며 말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눈으로 내게 엄청나게 아이컨택트를 하고 있었다.

    ‘제가 팔찌 찬 모습에 흥분했다는 말은 하지 않으실 거죠?’ 라고 말이다.

    "아뇨. 레이아는 구원의 어리광을 너무 받아줘요. 가끔씩 따끔하게 말을 안해주면 저 변태는 진짜로 끝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사라는 여전히 진지한 표정으로, 마음약한 레이아를 대신해서 자기가 해주겠다는 표정으로 날 노려봤다.

    보통은 다른 애들한테 질투심을 제일 불태우는 사라지만, 역시나 이럴 땐 이렇게 해준다고 할까.

    이러니까 진짜로 좀 용사님 같잖아?

    뭐, 이러는 것도 질투심이 아예 섞이지 않은 건 아니겠지만.

    게다가 저렇게 진지하게 나오는 것도 완전히 헛다리 짚어서 저러고 있는 거지만.

    아니. 그보다 사라야. 네 안에서 나는 대체 얼마나 변태가 되어있는 거냐.

    그야 너랑 변태같은 이미지 플레이를 많이 한 건 사실이지만…응. 그러네. 변태라고 생각해도 할 말이 없기는 하네.

    "야. 디아나. 네가 나 대신…."

    "우읏…광란…."

    하지만 아무래도 이건 오해를 풀려면 내가 직접 말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입을 빌리는 게 빠를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대충이나마 사정을 알고 있는 디아나를 쳐다봤지만, 디아나는 시선을 레이아한테 고정시킨 채로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굳어져 있었다.

    얜 틀렸군. 그럼 사정을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있을 바넷사라도….

    "……."

    야. 너 아직까지 화내고 있냐?

    어쩔 수 없군. 결국 나 자신을 변호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건가.

    "응. 훗. 별거 아니야. 그냥 광…."

    나는 디아나에게 했던 것처럼, 최대한 장난스러운 말투로 거기까지 내뱉었다.

    하지만 어떤 사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서, 중간에 황급히 말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광?"

    "아니. 음…사라야. 그게 말인데."

    "…역시 말 못할 짓을 한거지? 레이아한테 사과해."

    "아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는 몰라도, 아마 네가 생각하는 이상한 짓은 전혀 안했거든?"

    "그럼 뭘 했는데?"

    "아니. 그러니까. 그게…나중에 둘이 있을 때 말해줄게."

    "다른 사람 앞에선 말 못할 짓을 한 거야?!"

    "아니. 그러니까 진짜로 딱히 변태같은 짓을 한 게 아니라…."

    "그럼 뭔데?!"

    "아, 진짜! 그냥 어제 너무 불타올라서! 레이아도 자기가 막 들이댄게 부끄러워서 저러는 거라고!"

    결국 말하지 않으면 오해를 풀 수 없을 것 같아서, 나는 두 눈을 꼭 감고 사실대로 실토할 수밖에 없었다.

    "하으읏…!"

    팔찌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충분히 부끄러워할만한 사정이 밝혀진 덕분에 레이아는 결국 얼굴을 감싸안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헷? 엣? 아, 아니. 레이아. 그러니까 전…미, 미안해요. 전 설마 그런 거라고는…."

    그리고 겨우 사정을 알게 된 사라는 당혹스런 표정으로 레이아에게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그 이상 말하지 말아주세요…."

    이 얘기가 계속 나오는 것 자체가 부끄러워 죽을 것 같은지, 레이아는 얼굴을 감싸쥔 채로 그만해달라는 듯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우리 사라는 가끔 정의감이 너무 투철해서 탈이라니까.

    평소에는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하는 것처럼 날카로운 주제에 가끔씩 이런다니까.

    "울렸대요. 울렸대요."

    아무튼 당황하는 사라를 보면서, 나는 농담조로 그렇게 놀려댔다.

    이 미묘한 분위기를 타파하려면 장난으로 넘어가는 게 제일이기도 하고, 그것말고 또 하나 피하고 싶은 사태도 있고.

    "아, 안 울렸거든! 레, 레이아? 우는 거 아니죠?"

    "이상 피고의 변명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아니라니까?! 애초에 아침에 그렇게 도망나오면 오해할 수밖에 없잖아! 그럴 거라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겠어?! 그런…아침이 되어서야 도망나올 정도로…불타오른…하앗…대체 얼마나 불타오른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사라의 표정은 점점 당황한 사람의 그것에서 흥분한 사람의 그것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게다가 숨까지 거칠어지는 게, 벌써 돌이킬 수도 없을 정도로 시동이 걸린 모양이었다.

    아, 역시나. 혹시나 농담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역시 그렇게 일이 잘 풀리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이럴 것 같아서 말 안한 거였는데. 하여간 누가 변태인 건지.

    "야. 구원…."

    질투로 눈동자를 이글이글 불태우면서도, 한편으론 뭔가를 참듯 아랫입술을 바르르 떨면서 내 이름을 부르는 사라.

    그런 사라를 보고,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 사라랑 잠깐 얘기좀 하고 올게. 먼저 식사들 하고 있어."

    그러고 나서, 나는 황급히 사라의 손목을 붙잡고 방으로 달려갔다.

    사라 얘가 완전히 발동 걸리기 전에.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기대하시는 분들을 위해 미리 말하자면, 다음화는 씬으로 이어지는 거 아닙니다. 그냥 넘어갈 거에요.

    hendell // 그 얘기를 하려면 우선 설정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요.

    구원이 게임 시스템으로 쉽게 스킬을 습득하는 건 맞지만, 그 직업이 쓸 수 있는 모든 스킬을 전부 스킬 포인트를 분배하여 배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스킬의 종류는 구원이 스킬 포인트로 쉽게 얻을 수 있는 일반 스킬 외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성자의 전력처럼 기존의 스킬을 응용하여 사용하는 걸로 얻을 수 있는 파생스킬.

    불굴의 성욕처럼 특정 조건을 만족해서 개방 시키는 히든스킬.

    다른 사람에게 전수 받는 것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전승스킬.

    디아나의 전생마법처럼 특정인물만이 태어날 때부터 쓸 수 있는 고유스킬등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스킬들은 정해진 조건을 통해서만 습득할 수 있습니다.

    디아나처럼 다른 사람의 고유스킬까지 해석해내서 사용하는 케이스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는 디아나가 특별한 겁니다.

    배우고 있는 스킬의 마력조절도 연습한 것만 겨우 해내는 구원이 따라할 수 있는 수준이 절대 아니죠.

    고아원의 카일이 썼던 변장은 어렸을 때부터 암살자 집단에서 혹독한 수련과정을 거치며 습득한 전승기술입니다.

    따라서 구원이 누구한테 그 스킬을 따로 배우는 게 아닌 이상 사용 불가능합니다.

    닭구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죄송해하실 필요 전혀 없습니다. 세세하게 봐주고 계신다는 뜻이니 작가로서는 기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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