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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566화 (55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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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의 본심

    그런 고로, 나는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집에서 하렘을 즐기게 됐다.

    …뭐, 정확히 말하자면 어제랑은 조금 느낌이 다르기는 하지만.

    하지만 뭐, 이건 이거대로 나쁘지 않다.

    아니. 이렇게 말하면 세상 남자들에 대한 기만인가.

    그래. 좋긴 하다. 좋긴 한데 말이야….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 저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구원님. 잠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여신님 감사합니다! 그래! 들어와!"

    그때 내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바넷사였다.

    언제나처럼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였지만, 나는 그 목소리가 마치 여신님이 보내주신 천사의 하모니처럼 들렸다.

    차라리 누구랑 얘기라도 하고 있으면 이 상황이 조금 나아질 테니까.

    뭐, 바넷사가 나랑 그렇게 오래 얘기해준다는 것도 상상이 안 되기는 하지만.

    "그럼 실례하겠…읏!"

    사무적인 태도로 내 방문을 열고 들어온 바넷사였지만, 이내 내 모습을 보고는 가볍게 숨을 집어삼키며 걸음을 우뚝 멈췄다.

    그리고 그 차가운 시선은 딱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고간에.

    "혹시 오해할 것 같아서 말해두겠는데. 얘 자고 있는 거다."

    "…알고 있습니다."

    아니. 거짓말하지 마라. 네가 아무리 무표정이라고 해도, 그 정도는 보면 알거든?

    내가 말하기 전까지 절대 착각하고 있었지.

    대체 무슨 상황이냐고? 간단하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우리 애들 모두가 내게 달라붙어서 마치 간병하듯이 대해줬던 거다.

    다만, 나 스스로 멀쩡하다고 말하기도 했고, 실제로 멀쩡한 모습을 계속 보여줬으니까 말이야.

    과연 우리 애들도 어제처럼 심각한 환자 다루듯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얘기를 들어보는 한, 우리 애들은 어젯밤에 디아나의 방에 다 같이 모여서 거의 밤을 지새웠다는 모양이다.

    물론 나하고 밤새 쉴 틈 없이 뒹굴었던 실비아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이제 슬슬 상황이 짐작이 되지?

    그래. 우리 애들은 지금 전원이 내게 달라붙어서 잠들어 있었다.

    그나마 실비아가 내게 달라붙어서 떨고 있었으니까, 얘랑 대화라도 하면서 시간을 죽이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힐링 섹스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나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로 인해 피곤이 쌓이긴 했는지, 결국엔 실비아도 잠들어버리고 말았다.

    뭐, 그냥 너무 좋아서 기절해버린 것일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덕분에 나는 몇 시간째 침대 위에서 이 자세 그대로 꼼짝달싹 못한 채로 가만히 누워있기만 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밤에 잠을 못잔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나도 자면 되는 거 아니냐고?

    그게 가능했으면 나도 그러고 싶어.

    그런데 생각을 해봐.

    왼쪽엔 마틸다가 팔을 벤 채로 내 몸에 그 볼륨 있는 가슴을 밀어붙이고 있었고, 오른쪽엔 마찬가지로 실비아가 그러고 있었다.

    뭐, 그래서 오른쪽에는 가슴 감촉이 느껴지지 않기는 하지만.

    아무튼 디아나는 아예 내 몸 위에 누워서 동글게 몸을 만 상태로 잠들어있었고, 레이아는 내 머리맡에 앉아서 무릎베개를 해준 상태로 잠들어있었다.

    참고로 커다란 가슴이 자연 차양막 효과를 주고 있어서 무척이나 훌륭했다.

    게다가 레이아가 숨을 쉴 때마다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천천히 상하로 움직이는 것이…할 수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달라붙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넷사의 시선이 고정되어있는 내 고간 말인데.

    사라가 내 다리 사이에서 자고 있거든.

    아니. 처음엔 그냥 허벅지를 베고 있었어.

    그런데 사람이 자다보면 말이야, 몸을 뒤척이기도 하고 그러잖아?

    뭐, 그런 거다.

    우윽. 사라야. 그거 먹는 거 아니야!

    뭐 먹는 꿈이라도 꾸니?

    네 입술 부드러운 거 잘 아니까, 너무 그렇게 문지르지 말아줄래?

    거긴 바지 위라도 민감한 데란 말이야.

    뭐, 그런 이유로 인해서, 나는 번뇌와 싸우느라 전혀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혹시 이거 신종 고문인가?

    게다가 바넷사를 보기 위해 내가 고개를 살짝 들자, 레이아가 잠결에 내 머리를 꼬옥 끌어안아오기까지 했다.

    정수리에 엄청나게 폭신한 감촉이 느껴진다.

    으악! 사라야! 그러니까 그거 먹는 거 아니야!

    아니 커지는 바람에 네 입에 들이미는 것처럼 되어버린 건 내가 미안한데 말이야!

    "크흠! 크흠! 크흠! 그래서 무슨 일인데?"

    내가 펠리시아의 기운을 풀어준 이후로는 나와 제대로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던 바넷사다.

    뭐, 그 와중에도 할 일은 제대로 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런 바넷사가 굳이 이렇게 찾아온 거니, 분명 뭔가 용무가 있는 거겠지.

    "선물입니다."

    "선물? 네가?"

    "……."

    "…그래. 누구한테서 온 건데?"

    네가 나한테 선물 같은 걸 줄 리가 없다는 건 잘 알겠으니까,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라.

    내가 이래 봬도 꽤나 상처받기 쉬운 몸이란 말이다.

    "레이첼님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바넷사는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침대에 누워서 고개만 간신히 들고 있는 상황이라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바넷사의 손에는 과일이 한가득 담긴 바구니가 들려있었다.

    즉, 전형적인 병문안 선물이었다.

    그런가. 역시 어제 그런 식으로 길드를 떠난 바람에 걱정 끼친 건가.

    하지만 그럼 왜 얼굴도 보고 가지 않고 저렇게 선물만 보낸 걸까?

    길드 일이 바쁘다보니 직접 오시진 못하고, 일단 사람을 시켜서 선물만 보낸 걸까?

    "…저택 앞에서 서성기고 계시기에 말을 걸어보니 가지고 계시던 바구니만 건네주시고 황급히 사라지셨습니다."

    내 표정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은 듯, 바넷사가 평소보다 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말투로 그렇게 내뱉었다.

    하지만 그 대답을 듣고 나서도 의문은 더 깊어질 뿐이었다.

    직접 오시기까지 한 거면 대체 왜 안 들어오고 도망간 거지?

    설마 디아나의 저택이니 부담스럽다든가 그런 이유는 아닐 텐데 말이지.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레이첼 누님이다.

    디아나는 길드장과 상당히 친해보였으니까 말이야.

    레이첼 누님 본인도 디아나와 꽤나 친분이 있어보였고, 말하는 걸 보니 바넷사도 면식이 있는 모양이고.

    그럼 나랑 소위 말하는 썸을 타는 사이니까, 우리 애들이 부담돼서 그런 건가?

    아니. 그런 것도 아닐 것 같은데.

    우리 애들이 병문안 온 사람에게 눈치를 줄 애들이 아니란 건 누님도 잘 알고 있을 거다.

    그게 아니더라도 누님은 의외로 꽤나 대범한 면이 있으니까 말이야.

    애초에 우리 애들이 부담되는 거면 길드에서조차도 나랑 제대로 잡담을 못했을 거다.

    보통 뒤에서 우리 애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니까 말이지.

    게다가 전에는 사라하고도 같이 카페에 가기도 했고.

    생긴 것만 따지고 보면 우리 애들 중에서 제일 부담되게 생긴 사라다. 생긴 건 차가운 도시 미녀니까 말이야.

    그런 사라하고도 아무 부담 없이 대화를 나눌 정도였으니, 우리 애들이 부담된다는 이유는 아닐 거다.

    그럼 대체 이유가 뭐지? 왜 선물만 주고 도망간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았다.

    나중에 누님께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으려나.

    "그럼 전 이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바넷사는 침대 옆 테이블에 과일바구니를 놔두고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서 방을 벗어나려고 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황급히 바넷사를 불러 세웠다.

    "잠깐! 스톱!"

    "…뭡니까?"

    요즘 얜 내 말을 대부분 무시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냥 무시하고 나가버리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이도 이번에는 발걸음을 멈춰주는 바넷사였다.

    "도와줘."

    "…뭘 말입니까?"

    "그러니까 이 상황을 말이야. 나 좀 움직일 수 있게 도와줘."

    "……훗."

    잠깐 동안 무표정한 시선으로 날 지긋이 바라본 바넷사는, 콧바람 소리인지 비웃음인지 모를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버렸다.

    저, 저게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저게 집사가 보일 태도야?!

    하지만 아쉬운 건 나였다.

    나는 최대한 머리를 굴려서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모색했다.

    뭔가 쟤가 걸음을 멈출만한 용무를 만들어야 돼.

    그래! 안 그래도 쟤한테 궁금한 게…아니. 물론 궁금하긴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그 질문을 하는 건 위험해.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멈춰."

    "……."

    다급한 마음에 일단 명령을 내려 봤는데, 바넷사는 의외로 우뚝하고 걸음을 멈췄다.

    여전히 내게서 등을 돌린 상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잠깐의 침묵 사이에, 나는 바넷사가 날 도울 수밖에 없는 말을 생각해낼 수 있었다.

    "싸, 쌀 것 같아."

    "……네?"

    다시 내 쪽으로 몸을 돌리고 한쪽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의문을 표하는 바넷사.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계속했다.

    "몇 시간 째 화장실을 못가고 있어서 슬슬 쌀 것 같아. 너도 내가 이 상황에서 싸버리면 어떤 대참사가 일어날지 예상이 되지? 그러니까 도와. 빨리. 급해."

    "……후우."

    내 다급한 말투에 바넷사는 다시 한 번 시선을 내 고간에 고정시키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한 차례 절레절레 흔든 후 내 쪽으로 다가왔다.

    존경해 마지않는 주인님이 내 위에 있으니, 바넷사도 돕지 않고 지나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뭐, 지금 이 자세에서 싸버리면 제일 큰 피해를 입는 건 사라겠지만.

    바넷사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지, 디아나가 아니라 제일 먼저 사라부터 손을 댔다.

    사라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머리를 들어 올리고는….

    "…읏!"

    짧은 침음성을 흘리더니 날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 물건이 손에 닿았기 때문이다.

    사라는 지금 얼굴을 내 고간에 박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 얼굴을 들어 올리기 위해서는 당연히 내 고간에도 손이 닿을 수밖에 없다는 거다.

    하지만 이건 나도 변명의 여지가 있었다.

    "아니. 야. 나도 일단 남자인데 이런 상황에서 안 커지는 게 이상하잖아."

    "…끝부분이 젖어있습니다만."

    하지만 그런 내 변명에도 불구하고, 바넷사는 날 노려보는 걸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더욱 눈매를 사납게 만들며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응? 야, 야. 그거 내거 아냐. 침이야. 침."

    "……."

    사라는 뭐 먹는 꿈이라도 꾸는 건지 내 물건을 입술로 깨물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날 노려보는 걸 보니, 바넷사는 그런 내 변명을 전혀 믿어주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래도 도와주기는 하려는 듯, 바넷사는 다시 한 번 사라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서 살짝 들어 올리고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자세를 바꿔서 베개를 받쳐줬다.

    그 사이에 바넷사의 손이 몇 번이나 내 물건을 스치게 됐고, 내가 반사적으로 물건을 움찔거릴 때마다 바넷사가 이를 으드득 가는 건 상당히 무서웠다.

    다행이도 얘가 눈이 돌아가서 내 물건에 해코지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사라에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내 양옆에서 팔베개를 한 채 자고 있는 실비아와 마틸다도 무사히 내 팔을 빼내고 그 아래에 대신 베개를 받쳐줬다.

    마지막으로 내 머리를 끌어안고 있는 레이아의 팔을 살며시 풀고, 몸을 일으키면서 내 위에 있던 디아나를 대신 레이아의 허벅지를 베고 눕히게 하는 걸로 겨우 나는 저 천국 같은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후우. 고맙다. 덕분에 살았어."

    "…어서 화장실이나 가십시오."

    "응? 아, 그거 거짓말이었는데?"

    으드득.

    내 대답과 동시에, 바넷사가 이를 갈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니까 무섭다고 이것아.

    집사가 그런 행동을 해도 되는 거냐?

    아니. 뭐, 본의 아니게 거기까지 만지게 만든 건 조금 미안하지만 말이야.

    "그, 그보다 바넷사. 할 말이 있어."

    나는 바넷사가 폭발하기 전에, 황급히 화제를 전환하기로 했다.

    할 말이 있다는 건 정말이다.

    아까부터 궁금한 게 있기는 했지만, 여기서 할 말은 아니라서 참고 있었던 거니까 말이다.

    나는 바넷사의 손목을 붙잡고 황급히 방을 나섰다.

    뭔가 저항이라도 보일 줄 알았던 바넷사는, 내가 손목을 붙잡을 때 잠깐 몸을 움찔 떤 것 말고는 아무 말 없이 내가 이끄는 대로 따라왔다.

    "…그래서, 할 말이란 게 뭡니까."

    그리고 아무도 없는 빈 방으로 이동한 후에야, 바넷사는 날 노려보면서 차가운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얼굴 표정이나 말투나 냉랭하기 그지없었지만, 그 몸은 어째선지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시 전후로 한 편 더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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