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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561화 (54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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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번째 첫날밤

    사라가 방을 나선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교대하듯 실비아가 방으로 들어왔다.

    들어왔다고는 해도, 문 앞에 서서 우물쭈물하고만 있을뿐 도통 내곁으로 올 생각은 안 하고 있었지만.

    "아, 안녕하십니까아…."

    이제 와서 인사하는 거냐.

    너 방금 전까지 나랑 같이 있었던 건 기억하지?

    아니. 방금 전이 문제가 아니라, 오늘 그냥 하루 종일 같이 있었던 거 기억하지?

    너무 나랑 자게 된 사실에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기억이 일부 날아갔다든가, 그런 거 아니지?

    "오냐. 안녕하다."

    나는 일단 실비아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최대한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히으으읏!"

    어째서냐?! 이렇게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줬는데 어째서 더 겁먹는 거냐?!

    안심하라고! 안 잡아먹을 테니까!

    …아니. 일단 잡아먹는 행위로 취급되는 건가?

    뭐, 아무래도 좋은가. 어쨌든 실비아도 그걸 원하는 것일 테니까.

    그리고 비록 사라 덕분에 스케일이 좀 더 커지긴 했지만, 일단 내게 진하게 안기는 상황 자체는 실비아도 어느 정도 마음의 대비를 하고 있었을 게 분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그렇게나 미리 말을 해놨으니까.

    "실비아. 내가 전에 했던 말 기억하지?"

    "네, 네헷?! 저, 전에 했던 말…말입니까아…?"

    "그래. 설마하니 기억 못하는 거야? 이거 실망인데. 전에 말했잖아. 돌아오면…."

    "으햐아! 흐아아아…! 기, 기억! 기억합니다아! 우, 우으으으…."

    거기까지 듣고 나서야 겨우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깨달은 듯, 실비아는 이제는 아예 내게 등을 돌리고 문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덜덜 떨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긴장하잖아.

    그렇게까지 긴장할 필요 없다고. 너 나랑 섹스는 벌써 몇 번이나 해봤잖아.

    그리고 단둘이 같이 자는 것 역시, 예전에 의뢰 하면서 몇 번 경험해봤잖아.

    둘이 합친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뭐,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 있으면 쟤가 지금 저러고 있지도 않겠지만.

    일단 장난이라도 쳐서 실비아의 긴장을 풀어 볼까.

    "뭐야. 그 자세는. 뒤로 해달라고?"

    "아, 아님니아아아! 으햐아아…."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실비아는 황급히 몸을 앞으로 돌렸다.

    하지만 그 말은, 바뀌말하면 나와 정면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됐다는 말이다.

    실비아는 그 상황을 버티기 힘들었는지,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말았다.

    저래서야 긴장이 풀어질 것 같지가 않네.

    아니. 재빨리 몸을 돌리기는 했으니, 그나마 조금 효과가 있기는 한 건가?

    아무튼 말로는 더 이상 실비아의 긴장을 풀어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든 나는, 그냥 다음 행동으로 강행하기로 했다.

    전보다 내성이 더 약해진 지금으로선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성자 스킬을 쓰면서 쾌감에 정신을 집중시키면 저런 반응도 조금은 완화가 될 테니까 말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던전에서 역시 전투 때는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분명 이 방법도 아직 효과가 있을 거다.

    "실비아. 그래서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모처럼 사라가 이런 기회까지 만들어줬는데, 그냥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다 끝낼 거야?"

    "웃…아, 아닙니다…."

    아까 전에도 사라의 제안에 황송하단 듯이 어쩔 줄 몰라 했던 실비아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사라에게 죄책감이 들었던 건지, 실비아는 몸에 힘을 줘서 억지로 자신의 떨림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하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럼 얼른 이리로 와야지?"

    "네, 네헤에엣…."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지만 말이다.

    내게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실비아는 다시 다리를 덜덜 떨기 시작했고, 침대 끝에 도달했을 때에는 이미 서있는 게 신기할 정도가 됐다.

    정말로 버티기 힘들었는지, 실비아는 그대로 침대 위에 다이빙하듯 앞으로 쓰러졌다.

    물론 실비아의 넘어진 몸이 도달한 곳은 침대가 아니라, 내 품 안이었지만.

    내 순발력을 얕보지 말라고.

    "하으으읏!"

    설마하니 내 품에 안기게 될 줄은 몰랐던 건지, 실비아는 마치 심장에 직격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가슴을 부여잡고 몸을 움츠렸다.

    "그렇게 긴장 안 해도 돼."

    "아, 안 하게쓥니다아!"

    일단 실비아의 귀에 그렇게 부드럽게 속삭여보기는 했지만, 예상대로 효과는 전혀 없었다.

    하아. 어쩔 수 없나.

    실비아하고 이렇게 제대로 같이 밤을 보내게 되는 건 처음인 데다가, 이 이후에 또 이런 일이 있을 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왕이면 좀 더 분위기 있는 상황을 연출해서 실비아에게 최고로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은데 말이야.

    아무래도 이 이상 분위기를 잡는 건 위험할 것 같았다. 주로 실비아의 생명이.

    때문에 조금 무드 없는 행위이기는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분위기를 만드는 건 포기하고 곧장 실비아와의 행위를 시작하기로 했다.

    "으응…! 읏…!"

    처음에는 성자의 손길을 약하게 발동하고, 가볍게 실비아의 몸을 쓰다듬듯 어루만졌다.

    그러자 실비아는 내 품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와중에도 미약하게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뭐, 그래도 여전히 내 품 안에 안겨있다는 부끄러움과 행복함 쪽이 훨씬 더 큰 모양이었지만.

    쾌감으로 주의를 돌릴 거면 아예 처음부터 스킬을 강하게 사용해야 되지 않냐고?

    그게 또 그렇지 않단 말이지.

    내 곁에 있다는 사실에 행복함을 느끼는 것보다는 조금 더 낫다는 거지, 얜 직접적인 쾌감에도 내성이 없으니까 말이다.

    만약 처음부터 강하게 스킬을 사용하면, 그건 그것대로 난리가 날 거다.

    여러모로 귀찮은 체질이란 거다. 뭐, 그 점이 귀여운 거지만.

    처음에는 가볍게 어깨를 쓰다듬던 손은, 그대로 목이나 팔, 등 쪽으로 돌아가면서 실비아의 전신을 쓰다듬어 갔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나는 서서히 성자의 손길의 위력을 높여갔다.

    "응…흐읏…구, 하응…구원니이임…."

    그러자 역시나, 점차 실비아의 몸의 떨림이 안정되어갔다.

    아니. 물론 여전히 떨리고는 있어. 쾌감에 의해 말이지.

    다만 아까 전에는 너무 심하게 떨었으니까, 오히려 이렇게 쾌감을 느끼며 떠는 게 안정되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란 거다.

    슬슬 실비아도 안정됐다는 판단이 들고 나서야, 나는 천천히 실비아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씻고 온 것일 텐데도, 실비아는 목욕 가운 차림이 아니라 제대로 평상복을 갖춰 입은 차림새였다. 그것도 속옷까지 확실히.

    하긴. 실비아가 대담하게 목욕 가운 차림으로 내 방에 들어오는 장면은 나도 상상이 안 되긴 하지만.

    "으읏! 구, 워언…하응…흐으으으으읏…!"

    내가 그 옷가지에 손을 대자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하고 떨었던 실비아였지만, 그 순간 내가 성자의 손길의 위력을 높이자 결국 내게 꽉 매달려오며 절정에 달해버렸다.

    여전히 나보다 레벨이 훨씬 높은 애라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손쉽게 느껴버리네.

    뭐, 하긴. 던전에 가기 전에는 키스만으로도 느껴버린 모양이니까.

    아무튼 실비아가 내 몸에 매달려 절정을 느끼는 사이에, 나는 황급히 실비아의 옷을 벗겨버렸다.

    마치 자기가 기사라는 걸 티라도 내듯, 실비아의 평상복 차림은 대부분 바지 차림이었다.

    게다가 그마저도 귀족들이 입을 것 같은 고급스런 옷이 아니라, 갑옷 안에나 입을 것 같은 질긴 질감의 옷이었다.

    하지만 그런 투박해 보이기까지 하는 옷을 한 꺼풀 벗겨내고 나면, 그 속에는 입고 있던 옷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내용물이 들어있다.

    그 누구보다도 가녀린, 기사라는 게 신기할 정도로 연약해 보이는 몸매.

    마치 자신이 귀족 영애라고 주장하듯이 잡티하나 없이 매끄럽고 고운 하얀 피부.

    그리고 그 몸을 감싸고 있는 새하얀 속옷까지.

    역시 기사라고 해도 실비아는 여자다.

    속옷까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던 건지, 실비아의 몸을 감싸고 있는 속옷은 입고 있던 겉옷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고급스러운 물건이었다.

    새하얀 원단은 실비아의 청순한 생김새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고, 결코 화려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수하지도 않은 자수는 군데군데 속이 비쳐 보이는 부분까지 있어서 은근히 섹시함까지 느끼게 해줬다.

    상반신에 착용하고 있는 속옷은 굳이 착용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잠깐 들기는…크흠. 아무것도 아니다.

    뭐, 유두가 쓸리면 아플 테고 말이다. 응.

    아무튼 이렇게 속옷 차림만 놓고 보면, 얘가 귀족 영애라는 사실이 다시금 실감이 난다니까.

    "실비아. 예뻐."

    "하우으으으읍!"

    나는 무심코 실비아의 귓가에 대고 그렇게 중얼거린 후, 그 부드러운 입술에 키스를 했다.

    하고나서 바로 아차 싶었지만 말이다.

    이런. 모처럼 실비아의 주의를 쾌감으로 돌려놨더니 이게 뭐하는 짓이야!

    실비아의 팔다리가 파닥파닥 떨리는 걸 보니, 실비아는 완전히 제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시, 실비아! 괜찮…."

    "개, 갠찬쓥니다아아!"

    나는 황급히 입술을 떼고 실비아의 상태를 살피려고 했지만, 그 전에 실비아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솔직히 방금은 꽤나 분위기를 잡고 말해버렸기 때문에, 기절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이 기절까지는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얼굴이 새빨개진 상태에서 눈을 꾸욱 감고 바르르 떨던 실비아는, 두 손으로 내 얼굴 양옆을 잡더니 그대로 다시 자신의 얼굴 쪽으로 끌고 오기 시작했다.

    실비아가 내게 이렇게 힘을 쓰는 경우는 좀처럼 없기 때문에 실감하기 힘들지만, 역시 고레벨 기사님. 힘이 장난 아니다.

    나는 그대로 실비아가 당기는 대로 끌려가서, 다시 한 번 그 입술에 키스를 하게 됐다.

    아니. 키스라고 하기에는 조금 투박한 행동이지만 말이다.

    그저 서로의 입술이 닿은 상태로 꾸욱 눌러오기만 할뿐, 혀도 입술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게 서로 입술박치기를 한 채로 한동안 가만히 있던 실비아는, 더 이상 숨을 참기 힘들어진 시점에서야 겨우 내 얼굴을 놔줬다.

    그러고 보니 얘, 숨도 안 쉬고 있었구나.

    "하앗! 하앗! 하앗! 구, 구원님!"

    "응."

    내게서 입술을 뗀 실비아는, 여전히 눈을 꾹 감은 채로 거칠게 호흡하면서 내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는 뭔가 결심이라도 한 듯, 큰 소리로 선언했다.

    "제, 제 상태는 신경 쓰지 마시고! 구원님이 원하는 대로 해주십시오! 시, 실비아는! 전부 참을 수 있습니다!"

    "아니. 실비아. 그 마음은 기특한데 말이야, 너 그러다가 죽…."

    "주, 죽어도 괜찮습니다아!"

    설마하니 죽음을 각오한 실비아였다.

    아니. 기사님. 이런 타이밍에 죽음을 각오하지 말라고.

    "아니. 네가 죽으면 내가 안 괜찮은데."

    "하으으읏!"

    거 봐라. 이런 가벼운 말에도 정신을 못 차리면서.

    하지만 그렇군. 물론 죽을 정도로 할 생각은 없지만, 실비아도 어느 정도 각오를 한 모양이니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더 강하게 나가도 될 지도.

    "그럼 실비아. 우선 키스 연습부터 해볼까?"

    "키, 키스, 키스 연습 말입니까아?!"

    "왜? 싫어?"

    "조, 조쓥니다아!"

    "좋아. 그럼 실비아가 나한테 해봐. 미리 말해두겠는데, 아까처럼 힘으로 밀어붙이듯 하면 안 된다? 손은 사용 금지야. 부드럽게, 네 말랑말랑한 입술 감촉을 내 입술에 전해주듯이 부드럽게 입맞춰봐."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실비아의 말랑말랑한 입술을 검지로 살짝 눌렀다 뗐다.

    음. 엄청나게 말랑말랑하다. 과연 귀족 영애. 아니. 이건 별로 상관없나.

    아무튼 언제까지 내가 먼저 키스를 하니까 실비아도 내성이 안 생기는 거다.

    방금 전 키스는 실비아가 먼저 하기는 했지만, 그건 제대로 된 키스라고 부르기는 힘든 행위였고 말이다.

    "아, 알게! 알게씁니다아!"

    내 명령에 기세 좋게 대답한 실비아는, 손은 사용하지 말라는 내 말을 지키기 위해 두 손을 내 가슴 위에 올려놓고는 얼굴을 내게 가까이 가져왔다.

    그렇게 날 정면에서 바라보는 순간, 실비아의 눈이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흐아아…하아…키, 키슈…키슈하게씁니다아…."

    마치 자신에게 들려주듯 그렇게 말한 실비아는, 패닉상태에 빠지면서도 천천히 고개를 내밀어왔다.

    그리고 내 입술 끝에 그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이 살짝 닿았다고 느껴진 순간, 실비아의 얼굴이 다가올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르게 멀어졌다.

    "죄, 죄숑함니다아! 무리임니다아!"

    아무래도 역시 이런 제대로 된 키스를 실비아가 먼저 하는 건 아직 무리였던 모양이다.

    …뭐, 그래도 일단 입술끼리 닿기는 했으니, 처음 시도 치고는 잘 했다고 해줄까.

    그리고 밤은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말이야. 난 포기 안 한다고.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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