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528화 (512/1,205)
  • 528====================

    처음 그때와는 다른

    "당신 차인 사람치고는 엄청 쾌활하네요."

    내가 그렇게 우리 애들과 장난을 치고 있자니, 옆에서 마틸다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응? 질질 짜는 편이 나아? 좋아. 그렇다면 지금부터 질질 짜서 마틸다의 동정심을 자극해보실…."

    "구, 구원씨! 실비아씨를! 실비아씨가!"

    "핫! 미안!"

    갑자기 마틸다가 말을 걸어오니까 그만 순간적으로 정신이 팔려버렸잖아.

    레이아의 재촉을 듣고, 나는 황급히 실비아를 끌어안고 있는 손을 뗐다.

    "으야아아아…."

    실비아는 거의 좀비 같은 소리를 내면서 방구석을 향해 필사적으로 기어갔다.

    뭐, 좀비라고 해도 세상에 저런 귀여운 좀비 소리가 있을 리가 없지만.

    겁주기는커녕 오히려 사람을 유혹하는 것 같은 소리다.

    방심하면 또 끌어안고 싶어진단 말이지.

    뭐, 이번에 끌어안으면 확실히 죽겠지만.

    나는 하는 수 없이 실비아를 포기하기로 하고, 다시 마틸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최대한 감정을 잡은 후 애절한 목소리를 쥐어짰다.

    "크흑…마틸다아…."

    "아아…핫! 어, 어설픈 연기하지 말아요! 그런 걸로 동정할 리 없잖아요!"

    순간적으로 연민 가득한 표정을 지은 마틸다였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새초롬하게 말했다.

    어설픈 연기라니. 반쯤 넘어올 뻔 했으면서. 뭐, 저주 때문이겠지만 말이야.

    "정말로…가끔 당신이 생각이란 걸 하고 사는 건지 의문이에요."

    야.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무뇌아처럼 말하지 마라.

    가끔 이성보다 감정에 몸을 맡긴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겠지만 말이야.

    "무슨 소리야. 이래 봬도 언제나 고민하며 살고 있다고. 예를 들어 네 일이라든가."

    "저, 저 말인가요오…."

    잘 버티는가 싶더니 또 이 상태냐.

    뭐, 지금은 이 상태인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 그러니까 내일은 수영연습 가지 말고 일정 비워놔. 할 얘기가 있으니까."

    "네?! 다, 단 둘이 말인가요? 하지만…."

    내 말을 들은 마틸다는, 웬일로 핑크빛 모드를 자력으로 금방 벗어나서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역시 나랑 단 둘이 되는 상황을 피하고 있어.

    게다가 그 모드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마틸다도 신경 쓰고 있는 것이 있다는 건가.

    "그래. 어차피 저주도 풀어야 되잖아? 나도 교황님한테 재촉 받았다고."

    "읏…! 그, 그렇…그렇지요…."

    떠보기 위해서 그렇게 말해보자, 마틸다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역시나 마틸다가 신경 쓰고 있는 건 교황 관련 일이 맞는 모양이다.

    게다가 이렇게 나와 단 둘이 되는 상황을 피하려 한다는 건, 역시나 마틸다도 교황청에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그게 저주의 영향이든, 아니든 말이다.

    "잠깐. 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나와 마틸다가 그런 얘기를 하고 있자, 옆에서 사라가 도통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야 모르는 게 당연하겠지.

    하지만 아직 마틸다와 제대로 얘기가 된 것도 아니고, 우리 애들한테까지 굳이 지금 말할 필요는 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응? 오늘 밤에 사라를 어떻게 혼내줘야 잘 혼내줬다는 소리를 들을까 하는 얘기."

    "뭣?! 그, 그런 얘기 아니었잖아!"

    "그런 얘기였는데. 디아나. 혹시 뭐 좋은 아이디어 없어?"

    "잠깐! 다른 사람한테까지 무슨 얘길 하는 거야?!"

    항상 괴롭힘 당하는 역할로서, 뭔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부탁해.

    내가 그런 눈빛으로 디아나를 쳐다보자, 디아나가 턱에 손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흐으음…. 그렇구먼…."

    "디아나까지! 이 바보가 하는 말에 굳이 어울려줄 필요 없어요!"

    "구원씨도 차암…. 사라씨를 너무 놀리시면 안 돼요."

    결국 그렇게, 나는 평소와 같이 우리 애들과 소란을 떨면서 식사를 즐겼다.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평소처럼 대해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차였다고는 하나 다른 여자와 데이트를 하고 온 건데도 말이다.

    역시 우리 애들은 최고야.

    뭐, 그거랑 별개로 사라는 혼 좀 낼 거지만.

    "큭. 큭. 큭. 자, 각오는 됐겠지?"

    식사를 마치고, 나는 사라와 단 둘이 방으로 돌아온 시점에서 표정을 사악하게 바꾸며 중얼거렸다.

    사라도 나와 마찬가지로 식사를 하기 전에 씻은 모양이라, 오늘은 모처럼 둘이서 식당부터 사이좋게 오게 됐다.

    "흥. 보기 좋게 차인 주제에 자기 여자 앞이라고 강한 척 하기는."

    "크헉…. 야. 너어…."

    그러자 정말 예상치도 못하게, 사라가 평소처럼 쿨한 표정으로 돌아와서는 신랄하게 언어의 폭력을 행사했다.

    완전히 노가드 상태로 한 대 얻어맞은 거라, 마음에 데미지가 더 크다.

    설마 이런 상황에 공격을 해올 줄이야. 얘 제정신인가? 아니면 설마….

    "너…설마 괴롭힘 당하고 싶어서 일부러 그러는 거냐? 그런 거라면 그렇다고 말을…."

    "그, 그런 거 아니거든! 이 바보야! 어차피 내가 무슨 짓을 해도 괴롭힐 거잖아! 그러니까 괜히 먹히지도 않는 애교를 떨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아…. 그건 또 참…현명한 판단이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보통 인간적으로 애교를 떨기 마련이잖아?

    큭. 이것도 바로 용사의 피가 가지는 결단력인가.

    의미 불명이라고? 말하는 나도 별 생각 없이 말하는 거니까 신경 쓰면 지는 거다.

    그리고 지금 사라의 해볼 테면 어디 해보라는 태도를 통해서, 나는 오늘 사라와 할 플레이 내용을 정했다.

    사라하면 역시 이미지 플레이 아니겠어?

    자, 그럼. 지금부터 그 어떤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 고고한 용사가, 음란한 고문을 통해 타락하는 플레이를 해볼까합니다.

    괴롭히는 건 어디 갔냐고? 음란한 고문이 괴롭히는 거 아니면 뭐겠어.

    아무튼 내 역할은…그래. 용사에게 음란한 고문을 가하는, 음마 정도로 해둘까.

    성자가 서큐버스의 상위호환이라고 깨달은 이후에 스스로 음마를 자처하는 건 상당히 미묘한 기분이지만 말이야.

    "크크큭. 과연 용사. 이런 상황이 돼서도 잘도 그렇게 입을 놀릴 수 있군."

    "뭐? 잠깐. 그건 또 갑자기 무슨…."

    "하지만 그 태도가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응? 용사여. 넌 이미 우리 마왕군에게 사로잡힌 몸이라는 걸 잊은 건 아니겠지? 설마 동료의 도움이라도 기대하고 있는 건가? 크크큭. 그렇다면 유감이로군. 네 동료들 역시 이미 다 잡혀 들어왔다. 지금쯤 내 친구들에게 꽤나 귀여움 받고 있는 중이겠지."

    "아아…그런 거…."

    사라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내가 설명조로 말해주자 즉시 상황을 파악하고는 황당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상하다? 왜 저런 표정을? 내 대사에 이상한 점 없었지? 만화나 소설 같은 거 보면, 악당들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말하잖아.

    그야 나도 읽을 때는 쟤들은 대체 왜 저렇게 일일이 설명을 하고 싶어 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말이야.

    "크, 크윽! 지, 지금부터 뭘 할 속셈이지?!"

    아무튼 사라도 상황을 파악하고는, 내 장단에 맞춰주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철저하게 괴롭혀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런 식의 플레이가 낫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내가 이런 플레이를 통해 철저히 괴롭힐 거라곤 상상도 못한 채로 말이다.

    하지만 그건 그렇고 연기가 어설프네.

    대사를 읊으면서도 부끄럽다는 티가 팍팍 나잖아.

    넌 괜히 상황에 맞춰서 연기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있으면 되니까.

    그럼 나 혼자 알아서 즐길 테니까.

    네 평소 모습이 그냥 고고한 용사님 그 자체야.

    "속셈이라. 용사님은 순진한 소리를 하는군. 그걸 정말 몰라서 묻는 건가?"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검지를 세워서 그 끝을 사라의 입술에 가져다댔다.

    그리고는 그대로 피부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치듯 주욱하고 미끄러져 내리게 했다.

    아름다운 턱선을 지나, 길고 하얀 목덜미로. 그리고 섹시하게 파인 쇄골을 지나, 적당한 크기로 여문 가슴에.

    "흐으읏…! 큭!"

    비록 얇은 옷을 입고 있는 상태라고는 하지만, 내 손가락이 몸을 타고 기어오르는 감각은 확실하게 느껴진 모양이다.

    참고로 속옷은 입고 있지 않았다.

    어차피 식사 후에는 바로 이런 짓을 할 테니까, 샤워한 후 벗고 온 모양이었다.

    저택에 나 말곤 여자밖에 없으니 가능한, 대담한 행동이다.

    봉긋한 가슴라인을 스치듯이 타고 올라가서 가장 위쪽에 있는 유두에 도달하자, 사라가 반사적으로 신음소리를 내려다가 스스로 입을 틀어막았다.

    유두의 끝에 살며시 닿고 있는 손가락에서, 사라의 유두가 점점 더 딱딱해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이런 상황에 흥분한 건 아닐 거다.

    뭐 이렇게 간질이듯 건드리고 있으면 그야 반사적으로 딱딱해 지겠지.

    하지만 현재 음마 역할을 맡고 있는 나로서는 그냥 그렇게 순순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호오. 생각 외로 귀여운 신음소리로군. 유두도 점점 딱딱해지고 있고. 설마 이 정도로 느끼는 건가. 이거 이거. 평소엔 그렇게 혼자 고고한 척은 다하던 용사님이, 실은 이렇게 민감한 몸을 하고 있을 줄이야."

    "크윽! 그, 그런 거! 응읏!"

    내 중얼거림에, 사라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는 반박했다.

    아까 전에 보였던 발연기와는 다르게, 뭔가 점점 연기에 혼이 실리는 것 같은데 말이야.

    야. 설마 연기하다가 진심이 되어버렸냐?

    아니. 뭐, 그건 그것대로 재미있다만.

    아무튼 반박하려고 하는 사라의 가슴을 내가 손바닥 가득 힘껏 움켜쥐자, 사라가 다시 비음을 흘리면서 반사적으로 다리를 꼬듯이 스스로의 허벅지를 비볐다.

    아무리 그래도 우악스럽게 가슴을 잡은 것치고는 너무 반응이 좋지 않냐고?

    그야 그렇겠지. 나 지금 미약하게나마 성자의 손길을 쓰고 있으니까.

    말했잖아. 괴롭힐 거라고.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응?"

    "응읏! 큭!"

    "뭐냐. 이 다리는. 스스로 안타깝다는 듯이 허벅지를 비벼대고. 벌써 해줬으면 좋겠는 거냐? 응?"

    "누, 누가…! 흐으읏!"

    내가 사라의 허벅지 사이에 손을 집어넣고 중얼거리자, 사라가 분한 표정으로 외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내가 허벅지를 만지는 손을 더 위로, 고간 근처에 가져가자, 사라의 허벅지가 부들부들 떨렸다.

    근육과 지방이 절묘한 비율로 섞인, 탱탱한 허벅지가 부들부들 떨리는 감각이 손바닥 전체를 타고 전해지는 감촉은 꽤나 재미가 있었다.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지만, 얘도 참 어딜 만져도 감촉이 끝내준다니까.

    "으읏…하아…."

    하지만 위로 올라가던 내 손은 이내 다시 움직임을 멈췄다.

    다리와 고간이 맞닿은 접힌 부분에 닿은 채로 말이다.

    하지만 내가 허벅지에 손가락을 파묻듯 힘을 주고 있어서, 아슬아슬하게 음부까지는 손이 닿지 않았다.

    이 손에도 역시 미약하게나마 성자의 손길을 발동하고 있는 만큼, 사라가 느끼는 안타까움은 더 커졌겠지.

    "뭐냐. 그 안타까운 소리는. 설마 좀 더 만져줬으면 하는 거냐? 어딜 만져줬으면 하는 거지? 자, 말해봐. 부탁하면 만져줄 수도 있다고!"

    "큭! 그 더러운 손으로 만져줬으면 하는 곳 따위 없거든!"

    …아니. 사라야. 그러니까 아까부터 연기에 괜히 혼이 실리지 않았냐?

    아니. 매우 바람직하지만 말이야.

    얘가 저런 표정으로 저런 말을 하니까 정신에 데미지가 장난 아닌데.

    처음 만났을 때 이후로는 거의 맛보지 못해서, 지금까지 잊어버리고 있었던 감각이다.

    다른 남자들이 사라한테 다가오지도 못하고 그렇게 겁먹는 것도 이해가 간다니까.

    "크크큭. 그 강한 척이 과연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성자의 손길의 위력을 아주 조금 더 늘렸다.

    "흐읏! 이, 이건 비겁…!"

    순간적으로 몸을 바르르 떨면서 말했던 사라였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비겁? 용사님께선 재밌는 말을 하는군. 우리 마왕군에게는 더 없는 칭찬밖에 되지 않는다. 날 그렇게 칭찬해주고 싶은 건가? 아니면, 그런 말을 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 정도로 힘들어 진 건가?"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허벅지에 닿고 있던 손을 다시 위로 움직였다.

    여전히 음부에는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손끝으로 팬티의 삼각 라인을 따라 그리듯 천천히.

    그리고 어느 정도 올라온 시점에서, 나는 이번엔 손을 옆으로 이동시켰다.

    그러자 내 손끝이 사라의 음핵 위를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고 지나가면서 옆쪽의 팬티 라인으로 이동됐다.

    "흐으읏! 크흑!"

    혹시나 음핵을 만져줄 거라고 기대했던 건지, 사라는 몸을 바르르 떨다가 안타깝기 그지없는 신음소리를 흘렸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