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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494화 (47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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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폭풍

    물론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나와 레이아는 착실히 이불을 덮고 있었다.

    하지만 어제 디아나 자신이 그런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내 위에서 자지 않았는데 레이아가 내 위에서 자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불 위로 드러난 레이아의 어깨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노출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우리가 연결된 채 자고 있다는 건 누가 봐도 명백해 보이는 모양이었다.

    고함소리에 잠이 깨서는 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니, 디아나가 손가락으로 우리를 척 가리킨 자세로 뻣뻣하게 굳어있었다.

    …아, 과연. 이런 거였나.

    뭐, 어쩔 수 없지. 원래는 천사님 차례였던 날에 그런 짓을 한 거니까.

    사라랑 디아나한테 구박 좀 받더라도 레이아를 커버 쳐줄 수밖에.

    게다가 이건 오히려 기회일지도 모른다.

    난 디아나가 일어나자마자 당연히 어제 일을 추궁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디아나는 지금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정신이 팔린 모양이었다.

    어쩌면 이대로 어제일은 그냥 흐지부지 넘어갈 수도….

    그렇게 생각하고 나서 입을 열려고 했을 때, 나와 마찬가지로 디아나의 고함소리에 잠에서 깬 레이아가 나보다 한 발 앞서 움직였다.

    "으응…디아나씨? 앗, 응…으읏…하앗…! 후우…. 어, 어머? 제가 왜 구원씨 위에…."

    곧장 허리를 띄워서 내 물건을 빼낸 후, 이불을 끌어안으며 어설픈 연기를 선보인 거다.

    …하지만 천사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무리수가 심하지 않을까요?

    "빤히 보이는 연기 하지 말게!"

    "꺄응!"

    "히잇!"

    천사님의 연기를 도발로 받아들였는지, 디아나는 새빨개진 얼굴로 레이아의 엉덩이 부근을 찰싹 때렸다.

    물론 전혀 아프지 않았겠지만.

    오히려 레이아는 조금 색기 있는 목소리를 내면서 이불 안에서 꼬리를 바르르 떨었다.

    그리고 그런 꼬리를 보면서, 디아나는 또 트라우마가 발동했는지 자기가 비명을 질렀다.

    "야. 디아나 넌 무슨 자기가 때리고 놀라냐. 그보다 미안. 이건 말이지…끄아아악…!"

    어차피 얼버무리는 건 불가능하다.

    레이아도 그걸 알면서 그냥 한 번 해봤던 것에 불과할 거다.

    아마 날 조금 골탕먹일 생각이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어젠 그렇게 천사다움을 뽐내며 좋게 좋게 넘어가줬지만, 역시 아무리 그래도 나한테 화가 전혀 안 나진 않았을 거니까.

    이걸로 벌을 대신한다는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디아나에게 상황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손에서 엄청난 격통이 밀려왔다.

    사라를 잡고 있던 손에서.

    "설명. 해줄 수 있겠지?"

    어느새 일어난 사라가 내 손을 두 손으로 꽉 잡고는 손가락을 꺽어 온 거였다.

    "지금! 지금 하려고 했잖아! 야 잠깐 타임! 부러져! 부러져!"

    "흥!"

    "허억…허억…. 야. 너희가 그러면 안 되지. 어제 너희가 무슨 짓을 했는지 잊었어? 따져보면 원래는 레이아 차례였는데 그런 짓까지 한 거니까, 이 정도는…."

    "사라양은 그렇다 치고 이 몸이 무슨 잘못을 했다는 겐가?!"

    나는 뻔뻔하게 그렇게 말해봤지만, 디아나는 오히려 그 말에 격분하면서 외쳤다.

    "잠깐! 디아나?! 전 그렇다친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뜬금없이 팀킬을 당한 사라가 곧바로 항의했지만, 디아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네는 이 자에게 스스로 달려들지 않았나! 이 몸은! 이 몸은 혼자서 조용히 해결할 셈이었는데 이 자가…!"

    …아. 그러고 보니 그랬지.

    아니. 응. 진짜 미안. 생각해보니까 넌 억울할만하네.

    나중에는 디아나도 스스로 달려들긴 했지만, 그것도 따지고 보면 나랑 사라가 그렇게 만든 거고.

    사라랑 레이아는 중간부터 상황을 봤을 테니, 디아나가 날 화장실로 유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 응. 미안. 실은 디아나가 화장실에서 혼자 자위…으읍!"

    "자네는! 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네!"

    내가 아직 정확한 자초지정을 모르는 사라와 레이아에게 어제일을 차근차근 설명해주려고 하자, 디아나가 내게 달려들어서는 토닥토닥 어택을 감행했다.

    얼마나 화가 난 건지 긴 귀가 끝까지 완전히 새빨개져있었고, 내 가슴을 두드리는 주먹에도 평소보다 더 힘이 들어간 것처럼 느껴졌다.

    "헤엑…헤엑…헤엑…."

    물론 그래봤자 토닥토닥 공격.

    데미지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디아나의 체력이 줄어드는 속도만 더 빨라질 뿐이었다.

    금방 지친 디아나는 내 가슴 위에 두 손을 올리고는 뻗어서 씩씩거리기 시작했다.

    "…뭐. 아무튼 디아나랑 있었던 일은 내가 일방적으로 잘못했다는 얘기야. 미안. 얘들아. 내가 좀 쌓인 바람에 이성을 잃었었어."

    아까 자위라는 단어가 나왔기 때문에 사라와 레이아도 대충 상황을 짐작했는지, 안쓰러운 표정으로 디아나를 쳐다봤다.

    체력이 방전된 디아나는 내 몸 위에 뻗어서 굴욕에 부르르 떨기만 할 뿐이었지만.

    "뭐, 사라는 완전히 사라 잘못이지만."

    "나, 나도 피해자거든?!"

    "뭔 소리야. 넌 자기가…."

    "우, 우으으으으…우에에엥! 구워으은!"

    "야! 그건 치사하지 않냐?!"

    내가 사라의 잘못을 따지려고 하자, 사라가 갑자기 스스로 내 손을 놓고는 어린애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다.

    확실히 여자의 눈물은 무기라는 말이 있기는 한데 말이야, 너 사용법이 좀 잘못된 거 아니냐?!

    게다가 지금, 울음이 터지기까지의 시간이 어제보단 좀 길지 않았냐?

    "훌쩍…내가 이런 상황인 걸 알면서…흐윽…떼놓고 갔잖아…. 그리고 화장실에서도 내가 떨어질 수 없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도 않고…난 분명 멈추려고 했는데…."

    "알았어. 미안해. 진짜 미안해. 다 내 잘못이다."

    설마 자는 동안 깰 줄은 몰랐지.

    결국 나는 사라의 눈물 공격에 어쩔 수 없이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뭐, 생각해보니 사라도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고 말이다.

    "아무튼 레이아한테도 어제 일이 들켜서, 이렇게 됐다는 말이야. 레이아를 탓하지 마. 다 내 잘못이니까."

    "누가 레이아를 탓한다고 했어? 나도 전부 구원 잘못인 거 알아."

    "그렇네! 이 변태! 호색한! 색정광!"

    다행히 사라도 디아나도 레이아를 탓할 마음은 없는 모양이다.

    정말 다행이다. 얘들끼리 싸움이라도 나면 진짜로 감당이 안 될 것 같으니까.

    얘들도 그걸 알기 때문에, 되도록 그런 상황은 피하고 있는 걸지도.

    뭐, 사라랑 디아나는 틈만 나면 투닥대긴 하지만, 그건 서로 일정 선을 넘지 않으면서 하는 장난 같은 거니까.

    용사님이랑 대마법사님이 진심으로 싸우면 아마 피로 피를 씻는….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보단 이렇게 내가 구박 받기 게 훨씬 낫다.

    "뭘 잘 했다고 웃고 있는 겐가! 자네 반성을 하고 있기는 한 겐가?!"

    "응. 물론이지. 엄청 하고 있어. 미안. 진짜 미안."

    "진심이! 느껴지지! 않네!"

    내가 웃으면서 말하자, 디아나가 다시 토닥토닥 공격을 감행해왔다.

    다만 아까 전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은 건지, 아까처럼 공격이 격렬하진 않았다.

    야. 너무 그러지 마라. 이래 봬도 정말로 반성하고 있는데, 네가 그렇게 귀엽게 행동하면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잖아.

    격렬히 화내는 디아나와 대조적으로, 사라는 그렇게까지 화를 내진 않았다.

    그저 눈물 젖은 눈으로 날 찌릿하고 노려보기만 할뿐이었다.

    아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역시 본인 스스로도 자신이 나에게 붙어있어야만 하는 이 상황 자체가 어제 사건의 발단이란 자각은 있는 모양이었다.

    "안 되겠네! 자네 거기 정좌하게!"

    "넵."

    "꺄아악! 구, 구원씨 바지! 바지요!"

    "으읏! 내, 내 손 잡고 그러고 있었던 거야?!"

    "자네느은! 자네느은!"

    "앗! 미안!"

    레이아의 애액에 젖은 내 물건을 보고 조금 충격 받은 사라와 디아나에게 나는 다시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하앗! 하앗! 하앗! 안 되겠네. 오늘은 반드시 사라양을 어떻게든 하고 말겠네!"

    그리고 겨우 소동이 일단락 된 후,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있는 날 팔짱끼고 내려다보면서 디아나가 엄숙하게 선언했다.

    참고로 얘가 이렇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건, 물론 그 사이에 또 한 번 토닥토닥 공격을 했기 때문이다.

    "저, 저를요?"

    내게 떨어질 수 없는 사라는 내 어깨에 손을 얹은 채 서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릎 꿇고 있는데 옆에서 이렇게 어깨를 짚고 서있으니까 뭔가 미묘한 기분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애초에 이 모든 사건들이 사라양이 이 자에게서 떨어질 수 없기 때문에 생긴 일 아닌가!"

    "으읏…그, 그건 그렇죠…."

    정말 오랜만에 디아나의 기세에 기가 죽은 사라는, 미안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화장실에서 자위하다가 나한테 덮쳐진 디아나였는데, 거길 또 사라가 습격하기까지 했으니까.

    사라도 양심상 도저히 디아나한테 큰소리를 낼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한다니…어떻게 한다는 건데? 뭔가 뾰족한 수라도 있어?"

    그런 게 있었으면 진작 내가 시험해봤을 텐데 말이야.

    내가 그렇게 질문하자, 디아나가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방법은 지금부터 찾으면 그만 아닌가!"

    "아니. 그러니까 그게 가능했으면…."

    "이 몸을 얕보지 말게. 지금까지 마나 연구를 하면서 이 몸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생각하는 겐가. 실험에는 이골이 났네. 계속 반복해서 사라양이 저렇게 되는 조건을 알아보다보면, 해결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걸세. 사실 정신적인 문제이다 보니 자연적인 회복을 기다리는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했네마는…더 이상 참을 수 없네!"

    우리 대마법사님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엄청나게 믿음직스런 말투로 힘 있게 그렇게 말씀하셨다.

    "여러분.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 전에, 우선 식사부터 하시는 게 어떨까요?"

    "…그렇구먼."

    곧바로 목소리에서 힘이 빠졌지만 말이다.

    식당에는 이미 우리를 제외한 모두가 모여 있었다.

    아무래도 방 안이 소란스러운 걸 보고 바넷사가 조금 기다려줬던 모양이다.

    나는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곧장 구석으로 달려갔다.

    "실비…! 야. 왜 막냐."

    내 손을 단단히 잡고 있는 사라가 따라 와주지 않는 바람에 그 시도는 실패로 끝났지만.

    "막다니. 난 그냥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구원이야 말로 자리에 안 앉고 어디가려고? 또 실비아를 괴롭히려고?"

    "괴롭히다니! 난 그저 조금 정신의 안정을 얻고 싶었을 뿐이야!"

    물론 거의 대부분 내 잘못이었다고는 하지만, 어젯밤부터 아침까지 사건이 너무 많았으니까 말이다.

    힐링섹스의 효과를 받으면서 잤는데도 정신적으로 피곤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럴 땐 역시 실비아 테라피가 최고 아니겠어?

    나는 사라를 다시 한 번 당기려고 했지만, 사라는 살짝 토라진 얼굴로 온 몸을 반대쪽으로 빼면서 필사적으로 버텼다.

    이게 진짜…그렇다면…!

    "햣!"

    나는 오히려 사라에게 다가가 그 몸을 꽉 껴안았다.

    그러자 사라가 허를 찔렸는지, 답지 않게 귀여운 비명을 질렀다.

    후하핫. 어떠냐. 네가 아무리 버텨봤자지.

    나는 사라의 몸을 번쩍들고, 사라째로 실비아에게 다가갔다.

    "우, 우아아아…."

    "어, 야! 잠깐!"

    하지만 사라를 안은 채로는, 반대쪽 구석으로 재빨리 도망가는 실비아를 잡을 수 없었다.

    "후흥. 바보. 날 안은 채로 실비아를 잡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큭. 사라가 조금만 더 가벼웠다면…으악! 아파! 항복! 농담! 농담이야! 사라는 가벼워! 깃털 같아!"

    치사하게 손바닥에 마나 둘러서 때리지 마라!

    "…진짜 안 무겁지?"

    의외로 신경이 쓰는 모양이다.

    모델같이 완벽한 프로포션을 자랑하는 주제에.

    "그럼. 무거울 리가. 하루 종일이라도 들고 있을 수 있어."

    하지만 사라가 가벼운 것과는 별개로, 사라를 안은 채 실비아를 잡는 건 불가능했다.

    큭.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실비아. 이리 온."

    "웃…!"

    나는 스스로 쫓아가는 대신 실비아가 내 쪽에 오도록 명령했다.

    그러자 실비아의 몸이 우뚝 서더니, 덜덜 떨리면서 내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훗! 보라! 내게는 이 절대 명령권이…! 뭐, 없지만.

    "그래. 그래. 착하지."

    나는 사라를 살며시 내려놓고, 다가온 실비아의 머리에 손을 얹어서 쓰다듬어줬다.

    "구원 말이야…실비아는 개가 아니니까…."

    "실비아, 싫어?"

    "좋습니다아!"

    "본인이 좋대잖아. 자, 실비아. 오늘은 내 위에서 먹자."

    나는 실비아를 허벅지 위에 올리고, 실비아 테라피를 맘껏 즐기며 식사를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사라는 살짝 질투하는 표정으로, 레이아는 장난꾸러기 아이를 쳐다보듯 포근한 미소로 바라봐줬다.

    디아나? 디아나는 어떻게 사라의 유아퇴행을 치료할지 고민 중인지 고개를 숙이고 뭔가 중얼중얼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틸다는 마틸다대로, 우리를 보면서 뭔가 고민하는 표정으로 혼자 생각에 잠겨있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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