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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493화 (47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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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폭풍

    차라리 화냈으면 좋겠다.

    아니. 레이아가 이성을 잃고 화내는 모습 같은 건 상상도 안 되긴 하지만.

    그래도 차라리 화냈으면 좋겠다.

    사라와 디아나를 침대에 옮기는 동안, 나는 몇 번이고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레이아는 내가 사라와 디아나를 침대 위에 옮기고 이불까지 덮어주는 동안,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 다 옮겼어."

    나는 그런 레이아의 앞까지 다가가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그렇게 고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그러지 말라고, 일어서시라고 말해줬을 레이아지만, 오늘만은 조용히 날 내려다보기만 할뿐이었다.

    "……미워요."

    그리고 한참의 침묵 후, 레이아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크허헉…!"

    짧은 한 마디에 불과했지만, 그 파괴력은 강렬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천사님이, 우리 천사님이 내가 밉대.

    나 천사님 입에서 저런 말 나오는 거 처음 봤어.

    "제가 유혹할 때는 착실히 거절하셨으면서…그때 얼마나 용기를 낸 거였는데…."

    슬프게 울리는 레이아의 목소리는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심장을 콕콕 찔러왔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죽일 놈이에요.

    그렇게 아무런 변명도 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던 나였지만, 이어지는 레이아의 말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역시 구원씨는…저보다는 디아나씨나 사라씨가 더 좋은 건가요?"

    "자, 잠깐 기다려! 아냐! 그런 거 절대 아니야!"

    대체 무슨 오해를 하는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하지만 항상 괴롭히는 것도 사라씨와 디아나씨만…구원씨는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괴롭히고 싶어 하는 성격이시잖아요? 생각해보니 전 한 번도 괴롭혀진 적이 없네요."

    한 번 그렇게 생각하자 사고 방향이 점점 그쪽으로 굳어져 가는지, 레이아가 점점 더 가라앉아가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잠깐. 잠깐 기다려. 레이아. 넌 지금 엄청난 오해를 하고 있어. 좋아하는 사람은 괴롭히고 싶어 하는 성격이라니. 그런 거 절대 아니야. 그리고 내가 너보다 사라나 디아나를 더 좋아한다는 것도 절대 아니야. 오해야. 확실히 아까 내가 한 짓은 변명의 여지도 없어. 하지만 지금 네가 하는 말들은 전부 오해야. 그것 하나만큼은 확실히 단언할 수 있어. 여신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할게."

    레이아의 목소리나 말하는 내용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낀 나는, 숨도 안 쉬고 필사적으로 그렇게 말했다.

    "오히려 사라나 디아나가 널 질투하는 거면 모를까, 네가 왜 그런 생각을 해. 내가 밤에도 너한테만 져주고 하는 거 너도 알 거 아냐. 사라는 같이 장난치면 재밌고, 디아나는 놀리면 반응이 귀엽고, 레이아는 항상 누님처럼 포근히 감싸주니까 응석부리고 싶어져서 그러는 것뿐이야. 그냥 너희 성격에 맞춰서 그렇게 행동한 것뿐이라고."

    이건 내 솔직한 감상이었다.

    물론 레이아를 사라나 디아나보다 더 좋아한다든가 하는 건 아니다.

    난 셋다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좋아하니까. 우열 같은 건 가릴 수 없다.

    "……."

    하지만 그런 내 열변에도 레이아는 납득하지 못하는 건지, 팔짱을 끼고는 지그시 날 내려다보기만 했다.

    지금만큼은 팔짱을 껴서 그 커다란 가슴이 강조되어 보인다든가 하는 멍청한 생각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온몸이 꽁꽁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기분을 이겨내고, 진심을 전하기 위해서 눈을 강렬하게 뜨고 레이아를 빤히 마주봤다.

    "아까 전 욕실에서도 그래. 그때 만약 내가 레이아의 안에 쌌다면, 레이아의 마음이 편했을까? 아니. 레이아는 그런 성격이 아니야. 레이아는 씻겨주는 것뿐이라고 말했지만, 분명 규율을 어겼다고 생각하고 혼자 괴로워했겠지. 난 고작 내 성욕 때문에 레이아가 그렇게 되는 걸 원치 않았어. 그래서 참은 거야. 그리고 지금 이건…너무 참다보니 머리가 조금 이상해져서…."

    과연 마지막 말은 스스로도 구차하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나는 점점 목소리에서 힘이 빠졌다.

    아니. 방금 한 말이 전부 사실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겠지.

    "…한 마디로 말해서, 저 때문에 더 참기 힘들어졌다고 하시는 건가요?"

    "아니. 아니아니. 그럴 리가. 그런 건 아니고…."

    "…역시 미워요."

    내 변명이 오히려 새로운 오해를 낳은 건지, 레이아는 한 번 더 토라진 목소리로 그렇게 내뱉었다.

    "크허흐흑…."

    안 돼…. 이젠 틀렸어…. 마음이 꺾일 것 같아….

    천사님한테 두 번이나 밉단 소리를 들었어.

    난 이제부터 대체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지만 제일 미운 건…."

    으, 응? 잠깐. 그렇게 운을 띄운다는 건….

    레이아. 사라랑 디아나는 잘못 없어. 전부 내가 잘못한 거야. 난 아무리 욕해도 좋으니까, 너희끼리 싸우는 건 제발 봐줘.

    그렇게 돼버리면 진짜로 내가 어떻게 할 수 없게 되어버리니까. 부탁이야.

    "레이…."

    나는 사라와 디아나는 아무 잘못 없다는 걸 밝히고, 레이아에게 엎드려 빌 각오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보다 레이아가 말을 마무리짓는 게 더 빨랐다.

    "저예요…."

    "사라랑 디아나는…응? 뭐, 뭐라고?"

    "문 건너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었는데도,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었는데도, 규율에 얽매여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제 자신이…제일 미워요."

    그 말을 듣고 나는 맘대로 사라나 디아나를 미워할 거라고 생각했던 스스로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우리 천사님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어. 천사님은 이렇게 천사님이셨는데.

    "레이아. 그건…."

    "…구원씨. 아 공간에서 이불 한 장 더 꺼내주실 수 있을까요?"

    내가 레이아를 위로하려고 했을 때, 레이아가 내 말을 끊고는 그렇게 말했다.

    천사님이 내 말을 이렇게 끊는 것도 좀처럼 없는 일이라 또 제법 마음에 데미지를 입었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꾹 참아서 내색은 하지 않았다.

    "이불?"

    "네. 이불이요."

    눈이 서서히 어둠에 익숙해져가서, 흐릿하게나마 레이아의 표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표정은…무언가를 결심한 표정이었다.

    이불을 꺼내달라고 하면서 뭔가 결심한 표정….

    서, 설마…오늘은 더 이상 나랑 자고 싶지 않으니까 따로 자겠다는 뜻인가?

    "여, 여기…."

    나는 머리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끼면서, 인벤토리에서 이불 한 장을 꺼내 레이아에게 내밀었다.

    천사님이…천사님이 나랑 각방 선언을….

    "이리 오세요."

    하지만 내 예상은 한 번 더 빗나갔다.

    천사님은 내 손을 잡더니 날 일으켜 세우고는, 그대로 침대로 인도했다.

    "레이아? 대체 무슨…?"

    "구원씨를 위해서라면…구원씨를 위해서라면 전…."

    레이아는 사라와 디아나를 밀어서 한쪽으로 치우더니, 날 눕히고 바지를 벗기기 시작했다.

    그제야 나는 레이아가 지금 뭘 하려고 하는지 깨달았다.

    "레이아?! 자, 잠깐만! 이럴 필요 없어! 정말로!"

    "아뇨! 있어요! 아까도, 지금도 계속 제 규율이 문제였던 거잖아요! 그렇다면 전!"

    레이아는 전에 없이 격앙된 목소리로 그렇게 외치고는, 내 바지와 팬티를 벗겨냈다.

    그리고 전혀 준비되지 않은 내 물건을 보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내 얼굴을 쳐다봤다.

    "…그게 아니면…또 거절하시는 건가요? 저만?"

    "아, 아니. 그런 게…."

    어쩔 수 없잖아.

    방금 전까지 2 대 1로 해서 둘을 기절시키고 온 거라고.

    아무리 나라도 이런 상황에선 자연적으로 서지 않아. 스킬을 쓴다면 서겠지만 말이야.

    "그럼…세워주실 거죠?"

    "넵."

    나는 당장 스킬을 썼다.

    "후우…후우…그럼…."

    내 물건이 제대로 준비가 된 걸 보고는, 레이아는 심호흡을 하더니 내 위로 올라타서는 아까 건네받은 이불을 뒤집어썼다.

    자신의 몸은 물론, 나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이불 안에 들어오도록.

    그리고 이불 안에서, 레이아의 옷가지가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 나서, 이불 밖으로 무언가가 휙하고 던져졌다.

    너무 어두워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마 레이아의 옷이었겠지.

    "응읏…흐읏…."

    그 후 곧바로 내 물건 끝을  무언가 따뜻한 것이 감쌌다.

    순간적으로 레이아가 곧장 삽입해버린 건가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레이아가 혀를 내밀어서 내 물건을 자신의 타액으로 적시기 시작한 거다.

    "레, 레이아. 정말로 이런…."

    "아무 말도 하지 말고…가만히 계세요."

    나는 아무래도 레이아가 무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어떻게든 막아보고 싶었지만, 레이아는 강한 어조로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번에야 말로, 내 위에 걸터앉아서 천천히 물건 끝을 자신의 음부에 맞댔다.

    말랑말랑한 레이아의 음부살이 물건 끝부분에 느껴졌다.

    하지만 그 상태로 허리를 내리지는 않은 채로 레이아는 가만히 움직임을 멈췄다.

    그럼 그렇지. 그렇게 신앙심이 투철한 레이아가, 성직자로서의 규율을 정면으로 어기려고 하는 거다. 그리 쉽게 가능할 리가 없겠지.

    "레이아. 괜찮으니까. 이러지 않아도…으윽!"

    "흐으응"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레이아가 허리를 내렸다.

    레이아의 음부는 아직 젖지 않은 상태였지만, 내 물건에 미리 타액을 발라놨었기 때문에 빡빡한 느낌이 들기는 해도 어떻게든 삽입이 됐다.

    그리고 삽입이 되자마자, 레이아의 음부 안쪽이 순식간에 젖어가는 게 느껴졌다.

    이 감촉은…구미호 상태가 된 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레이아가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

    "흐읏! 어, 어때요! 저도! 저도 이쯤은…!"

    구미호 상태로 변했기 때문에 욕망에 몸을 맡겨 허리를 흔들면서도, 레이아는 날 보고 그렇게 말했다.

    "이제 이런 규율 같은 걸로 구원씨와의 사이를 방해받지 않겠어요! 저도! 저도…!"

    허리를 격렬히 흔들고, 입술을 내 입술에 격렬히 비비면서, 레이아는 열기 가득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 목소리는 규율을 어겼다는 배덕감과 죄책감, 쾌락에서 오는 흥분, 나와의 관계를 앞으로 더 진전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 등 많은 감정을 담고 있었다.

    "아직은 아직 이렇게 이불을 덮고 하는 것이 고작이지만, 언젠가는…언젠가느으은…!"

    "레이아…."

    결국 나 때문에 레이아는 성직자로서의 규율을 어기게 됐구나.

    가장 떠오른 감정은 미안함이었지만, 이윽고 레이아가 날 이렇게나 좋아해준다는 사실에 행복함마저 느끼게 됐다.

    그 레이아가 규율보다 나와 이어지는 걸 택한 거다. 이렇게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나는 결국 레이아의 허리 움직임에 맞춰 나도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구원씨는 가만히 계세요!"

    "아, 넵."

    …레이아. 혹시 아까부터 계속 나한테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거, 마음 단단히 먹기 위해서라든가 집중하기 위해서라든가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성벽 때문에….

    아니. 우리 천사님이 그럴 리가 없지.

    오늘만 하더라도 벌써 몇 번이나 우리 천사님의 천사다운 행동에 내 예상이 빗나갔잖아.

    이번에도 분명 그런 걸 거야.

    결국 레이아는 구미호 상태가 풀릴 때까지 난 움직이지도 못하게 하고 스스로 허리를 흔들었다.

    "미안해. 레이아. 결국 이렇게 규율을 어기게 만들어서."

    행위가 일단락 된 후, 나는 레이아의 몸을 끌어안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뇨. 괜찮아요. 규율은…제 의지인 걸요. 구원씨도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지금 전 규율을 어겼다는 죄책감보다, 구원씨와의 관계에 벽이 한층 더 허물어졌다는 사실에서 오는 행복감을 더 느끼고 있으니까요. …성직자 실격일까요?"

    "아니. 그럴 리가. 레이아는 최고의 성직자야. 성자인 내가 장담할게."

    "후훗. 성자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무척 믿음직스럽네요."

    레이아는 내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오늘은 원래 레이아 차례였는데. 배신하는 짓을 한 것도 미안해."

    "아니에요. 제가 욕실에서 좀 더 확실히 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예요. 으응. 그 이전에 사라씨 옆에서도 할 수 있었다면 제대로 오늘은 구원씨와 자고 있었을 거예요."

    …그 말은, 사라가 내 몸에 손을 닿게 한 상태에서 나와의 밤을 보낸다는 말?

    아니. 그건 그거대로 제대로 레이아하고만 보내진 못했을 것 같은데. 그러기엔 사라의 성벽이 말이지.

    "그리고 또…."

    "응?"

    "후훗. 비밀이에요."

    레이아는 뭔가 말 하려다가, 싱긋 웃고는 얼버무렸다.

    그 말의 의미를, 나는 다음 날 아침에서야 깨달았다.

    "이, 이, 이, 이게 무슨 상황인가아아아!"

    아침에 일어난 디아나가, 연결된 채로 잠들어있는 나와 레이아를 본 후 내지른 고함소리 덕분에 말이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ziozia // 맞습니다. 가끔 손가락이 꼬이면 자판이 멀리 떨어져있는 글자끼리도 오타가 나곤 하더군요.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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