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256화 (24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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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어져가는 던전의 비밀

    "안녕하세요. 레이첼 누님. 저번에 말씀하셨던 의뢰하러 왔어요."

    오늘은 던전에 가기 위해서,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바로 길드로 왔다.

    디아나의 마석 조사뿐만 아니라 길드에서 직접 의뢰한 내용도 처리해야 하니, 던전에 들어가기 앞서서 레이첼 누님을 픽업하기 위해 찾아왔다는 얘기다.

    "어머, 안녕하세요. 구원씨. 빨리 오셨네요. 그, 그런데 뒤에 분들은…."

    날 보고 여느 때처럼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하던 레이첼 누님은 내 뒤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살짝 당황한 표정이 됐다.

    언제나 안내 데스크에 앉아서 영업 미소를 짓고 있는 인텔리 계열 누님의 이런 표정은 처음 보는군. 꽤나 깜찍하잖아. 뭐, 당황하는 기분은 이해가 되지만.

    "마법사 협회의 각 학파 수장 누님들이에요."

    "여, 역시나…의뢰를 한 건 저희니까 이런 말 할 입장은 아니지만, 너무 거창하지 않나요?"

    "아, 저 누님들은 전에 디아나가 말했던 마석 조사 때문에 같이 가게 된 거에요."

    라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나였지만, 실은 나도 좀 거창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법사 협회의 망토에는 각 학파의 심벌이 새겨져 있는데, 그 색도 입고 있는 마법사의 수준에 따라 다르다는 모양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 뒤에서 디아나를 감싸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누님들의 망토색은 전원이 은색. 최고의 마나 효율을 자랑한다는 값비싼 광물로 만들어진 저 망토가 바로 최고위 마법사의 상징이라고 한다.

    입고 있는 본인들 말로는 미스릴이 중요한 게 아니라 디아나의 은발과 비슷한 색이라 게 더 중요하다는 모양이지만.

    디아나의 머리색은 좀 더 흰색에 가까운 백은발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뭐, 디아나의 아름다운 머리색을 재연할 수 있는 소재 따윈 존재하지 않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우리가 바로 최고위 마법사다!’ 라고 광고하고 다니는 것 같은 인물들이 우르르 몰려다니고 있으니, 당연히 현재 엄청나게 주목받는 중이었다.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우리와 지나치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저거, 마법사 협회의 수장님들이 전부 모여 있는 거 아냐?"

    "저분들이 왜 저렇게 모여계시는 거지? 혹시 최심부에서 뭔가 심각한 문제라도 생긴 거 아냐?"

    "저기 가운데에 있는 아이는 누구지? 누군데 저렇게 저분들이 둘러싸고 있는 걸까?"

    "앗, 저기 봐! 저 흑발 흑안의 미남! 밀크 로드 메이커 아냐?!"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릴 바라보면서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마지막은 누구냐! 어떤 놈이 밀크 로드 메이커라고 불렀어!

    뭐, 미남이라고 불렀으니까 이번만 특별히 용서해 주지.

    미남이라.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야.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지.

    그래. 문제는 저렇게 대놓고 시선을 무진장 끌고 있는 마법사 협회 누님들이다.

    나도 처음엔 텔레포트 마법진을 설치하러 갔을 때처럼 관련 학파 한 명만 데려갈 줄 알았는데, 디아나의 말에 따르면 그럴 수 없다는 모양이다.

    "아무리 전생을 하여 약해졌지만 이 몸이 한 눈에 해석할 수 없었던 마석이라네. 조사하는데 꽤나 애먹을 것이 분명하니, 정확한 조사를 위해선 이 자들의 도움이 필요할 걸세."

    라는 게 디아나의 말이었다.

    그럼 적어도 저 눈에 띄는 망토라도 좀 어떻게 할 수 없을까요? 라고 물어봤지만, 그 역시도 거절당했다.

    디아나님을 상징하는 은색을 버릴 순 없다나 뭐라나.

    참고로 말해서 같은 집에 살면서 좀 친해진 건지, 요즘 저 누님들도 디아나를 텔루나님이 아닌 디아나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디아나는 저 누님들이랑 놀아주는 걸 그렇게 질색하면서도 결국 친해지고 있긴 하단 말이지. 귀여운 녀석.

    아무튼 저 누님들이 다른 망토를 입는 건 한사코 거부하는 바람에, 나도 포기하고 그냥 이대로 왔다는 얘기다.

    훗, 괜찮아. 주목받는 건 이미 익숙해져있다고.

    "아무튼 갈까요? 누님."

    "앗, 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누님은 안내 데스크에 ‘옆쪽 창구를 이용해주세요.’ 라는 팻말을 걸어놓고, 그대로 안쪽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내 다시 모습을 드러낸 누님은, 판타지 세계의 엘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마치 나뭇잎을 모아서 그대로 옷으로 만든 것 같은 모양의 경갑이었다.

    정말로 갑옷 역할을 할 수는 있는 걸까?

    뭐, 던전에 간다니까 입고나온 걸 보면, 갑옷 역할이겠지만.

    아무튼 매일 정장 차림만 보던 레이첼 누님의 이런 모습은 꽤나 신선했다.

    "그럼 갈까요?"

    "네."

    레이첼 누님과 같이 일행이 기다리고 있던 뒤편으로 가자, 마법사 협회 누님에게 둘러싸여있던 디아나가 쏜살같이 내게 다가왔다.

    야. 같이 연구하러 가는 건데 좀 놀아줘라. 그렇게 탈출하지 말고.

    "음? 조사에 레이첼양이 같이 가는 겐가?"

    "앗, 네. 잘 부탁드려요 디아나님."

    "음. 그럼 얼른 가세나."

    텔레포트 마법진을 지나 2계층의 마을로 도착하자, 역시나 이번에도 시선이 엄청나게 몰렸다.

    저 대단하신 분들이 2계층엔 대체 무슨 일로?! 라는 반응이었다.

    "그러고 보니 레이첼 누님. 몬스터 성기나 비밀 통로에 관한 얘기, 아직 길드에서 공개하지 않은 건가요?"

    "네. 이왕이면 한 번에 발표하기 위해서 준비 중이에요. 이번에 제가 나머지 정보도 확인했다고 보고하면, 바로 발표할 것 같네요."

    "과연. 그럼 그때까지 개미굴은 좀 숨길 필요가 있겠네요. 그나저나 레이첼 누님."

    "네?"

    "안 더우세요?"

    그야 시원해 보이는 차림이긴 하지만 말이야. 하지만 레이첼 누님의 저 옷, 피부 노출이 꽤나 많단 말이지.

    우리처럼 옷에 더위 방지용 강화를 물론 했겠지만, 저렇게 피부 노출이 많으니 과연 의미가 있을지 조금 의문이었다.

    더위랑 별개로 강렬한 빛은 꽤나 따갑다고.

    "괜찮아요. 마법을 쓰고 있거든요."

    레이첼 누님도 내 시선을 눈치 챘는지, 피부 노출이 있는 가슴골에 살짝 손을 얹으면서 말했다.

    "자네 대체 어딜 보면서 말하는 겐가?"

    "으, 응? 아니. 그냥 순수하게 걱정이 돼서 말 한 거야. 가슴 안 봤어!"

    반사적으로 말해놓고, 나는 아차 싶었다.

    디아나가 언제나 레이아의 가슴을 질투하니까, 레이아만큼은 아니더라도 확실히 거유인 레이첼 누님의 가슴을 무의식중에 언급하고 말았다.

    정말로 가슴 본 거 아닌데!

    "그 말은 가슴을 봤다고 실토하는 걸로 들리는데?"

    "역시 가슴인가!"

    레이아의 영향으로 요즘 거유를 적처럼 생각하게 된 디아나가 바로 화를 내면서 내게 토닥토닥 공격을 해왔다.

    야. 레이아는 몰라도 레이첼 누님한테까지 질투할 거 없잖아.

    성장하면 레이첼 누님보다 네가 더 크다고! 뭐, 지금은 작지만.

    "어머, 부끄러워요. 그래도 아름다우신 세 분을 놓고 제 가슴을 봐주시다니 조금 영광이네요."

    레이첼 누님은 상황을 파악한 건지, 살짝 즐거운 말투로 그런 공격을 해왔다.

    누님 지금 즐기고 계시죠!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구원씨…."

    레이아 누님이 실망스런 표정으로 내 팔을 끌어안으면서 가슴을 꾹 눌러왔다.

    심지어 저기 실비아마저 실망스런 표정으로 자신의 납작한 가슴을 내려다보고 있는 걸 보니, 내가 가슴을 안 봤다는 사실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모양이다.

    정말이에요! 제가 거유를 보고 싶으면 천사님 가슴을 봤겠죠!

    "아니야! 난 정말 억울해!"

    "변명하지 마!"

    결국 사라에게까지 꼬집히고, 아무 오해도 풀리지 않은 채로 우리는 개미굴로 향하게 됐다.

    진짜로 억울해….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정말로 레이첼 누님의 가슴을 쳐다봐주겠어! 맘껏 즐겨주겠어!

    아무튼 한바탕 소동이 있었던 후에 개미굴로 가기 위해서 마을을 나섰는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지금 우리 뒤를 따라오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거다.

    이렇게 대단하신 분들이 2계층에 와있는 거다. 그야 당연히 궁금하겠지. 이해한다.

    하지만 뒤를 밟는 건 좀 매너가 없는 행동 아닐까?

    처음에는 그냥 신기해서 쳐다만 보는 줄 알았다.

    이 마을은 2계층을 탐험하는 모든 모험가들의 거점이 되는 곳. 마을 근처에는 모험가들이 많은 게 당연하니까.

    그런데 마을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곳까지 이동할 때도, 우리 뒤에 꽤나 많은 수의 모험가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일단 꽤나 멀찍이 떨어져서 몬스터들과 전투하는 척이나 탐험하는 척을 하고 있지만, 명백히 우리 뒤를 밟고 있었다.

    시야가 탁 트인 2계층인 만큼, 전부 빤히 보인다고.

    높으신 분들 뒤를 따라가다 보면 콩고물이라도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따라오는 사람들이 엄청 많은데. 쟤들 어떻게 할 수 없을까?"

    "흠. 왜 없겠나. 자네."

    "네."

    디아나가 가볍게 눈으로 신호를 보내자, 마법사 협회의 누님들이 바로 대답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우리 뒤를 밟던 모험가들이 갑자기 동요하는 게 보였다.

    "뭐야? 뭘 한 거야?"

    "투명화 마법일세. 저자들 눈에는 이 몸들이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보이겠지."

    디아나는 가슴을 쭉 펴고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아니 이 마법 네가 쓴 게 아니잖아. 왜 네가 그런 표정을 짓냐?

    물론 레벨이 높아지면 디아나도 이쯤은 그냥 가능하겠지만 말이야.

    "후우. 피곤하구먼. 자네. 업어주게."

    게다가 점입가경으로, 디아나는 한 건 했다는 표정으로 내게 업히려고 했다.

    그러니까 네가 마법을 쓴 게 아니잖아.

    뭐, 예전에 약속한 게 있으니까 업긴 업겠지만 말이야.

    "앗, 디아나님. 그런 것이라면 제가…."

    내가 디아나를 업기 위해서 몸을 낮추려고 하자, 마법사 협회의 누님 한 분이 곧바로 마법을 썼다.

    그러자 디아나의 몸이 두둥실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러자 디아나의 표정이 순식간에 안 좋아졌다.

    누님. 얘 진짜로 피곤해서 그런 거 아니에요. 아무리 전생을 했어도 일단 레벨이 100가까이 되는 앤데, 고작 그거 걸었다고 피곤해하겠어요?

    "……고맙네."

    "아닙니다!"

    누님. 저거 진짜로 고맙다는 뜻 아니에요.

    저렇게 대단하고 덤으로 미모도 출중하신 마법사 협회의 수장들이 왜 하나같이 결혼을 안했는지, 아니 못했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저 누님은 디아나를 위해서 한 행동인데, 저걸로 디아나한테 찍히는 건 불쌍하니까. 내가 좀 도와줄까.

    "누님. 죄송한데 저희한테도 그 마법좀 써주실 수 있을까요?"

    "응?"

    "아무리 투명 마법을 걸었다고는 해도, 발자국은 남으니까요. 좀 더 확실히 따돌리려면 그게 좋을 것 같아서요. 부탁드립니다."

    "흠. 확실히 철저히 하는 게 좋긴 하겠구먼."

    넌 몸도 튼튼한 놈이 갑자기 웬 투정이냔 표정을 짓고 있던 누님은, 디아나의 말을 듣고 바로 전원에게 공중부양 마법을 걸어줬다.

    솔직히 말하자면 별로 필요 없지만 말이야.

    모험가들은 그래도 안 들키게 미행한다고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따라오는 중이었고, 그 정도 거리면 우리가 있는 곳으로 도착할 때 쯤 발자국은 바람에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될 거다.

    그걸 알고 있으니까 투명 마법만 걸었던 거겠지만, 디아나가 철저히 하는 게 좋겠다는데 누가 토를 달겠는가.

    누님. 누님은 모르시겠지만, 방금 저한테 빚 하나 진거라고요.

    "저 초월종을 잡으면 성기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군요."

    투명 마법과 공중부양 마법을 써서 우리는 순식간에 모기 초월종이 있는 곳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몬스터는 사람보다 감각이 예민한 건지 중간에 만난 모기 몬스터들은 투명 마법을 써도 이쪽에 달려들었지만, 물론 다가오기도 전에 마법을 맞고 사라졌다.

    "네. 잠깐만요. 제가 먼저 성자스킬을 써야 하니까요. 모기들이 저한테 충분히 다가오면 잡아주세요."

    저 많은 모기들 중 어떤 게 수컷인지 모르는 이상, 스킬을 쓰려면 성역 선포를 써야한다.

    그러려면 일단 나 혼자 일행과 떨어져서 모기들만 범위에 들어오도록 만들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실비아는 성역 선포를 받으면 민감하게 반응할 테니까.

    내가 실비아를 힐끔 곁눈질로 바라보자, 날 빤히 보고 있던 실비아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니까 보려면 그냥 대놓고 보래도 그러네.

    넌 집에 가면 지옥의 특훈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아라.

    아니지. 쟤 같은 경우는 특훈이 싫어서 죽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너무 좋아서 그러는 거니까, 지옥의 특훈이 아니라 천국의 특훈인가? 아무튼 기대해라.

    나는 실비아를 철저하게 훈련시키기로 굳게 다짐하고, 모기떼에게 다가갔다.

    모기떼와의 전투는 묘사할 것도 없을 정도로 싱거웠다.

    내가 다가가서 성역 선포를 쓰고, 놈들이 나에게 달려들자 마법 한 방 맞고 펑! 이다.

    괜히 성자 스킬로 잡아보겠다고 쇼하지 않는 이상, 얘들보다 허무한 상대도 없다.

    얘들은 오히려 전투보다 마석 캐내는 게 귀찮단 말이지.

    "이게 성기…? 저, 정말로 곤충에게서도 다른 부위가 나오는 군요."

    레이첼 누님은 모기의 꼬리를 들고 감탄한 표정으로 말했다.

    "훗. 제게 걸리면 곤충이든 뭐든…."

    잠깐만. 이거 자랑할 게 아닌 거 아닌가?

    "구원씨. 그 모기의 성기, 샘플용으로 하나 얻고 싶은데 길드에 팔 수 없을까요? 가격은 후하게 쳐드릴게요."

    "네. 물론 가능하죠."

    어차피 성기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후한 값에 사준다면 나야말로 고맙지.

    그렇게 얻은 모기 성기를 레이첼 누님께 건네주고, 우리는 드디어 개미굴에 들어갔다.

    들어가기 전에 일단 사라가 주변을 둘러보면서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이 안찼는지 마법사 협회 누님들은 침묵 마법에 환영 마법 등등 온갖 마법을 사용하여 개미굴의 존재를 완벽히 은폐했다.

    경쟁적으로 마법을 사용하는 걸 보니, 아까 디아나가 철저히 하는 게 좋겠다고 했던 걸 아직도 의식하고 있는 모양이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챕터명은 주말에 바꾸겠습니다.

    너무 밀려서 편수 확인하면서 바꾸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안톤엄마나날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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