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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242화 (22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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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도 임명

    "마인? 뭔가 그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디아나도 마인이라는 건 들어본 적 없는 모양이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는 이 얘기를 하기 위해서 디아나를 따로 불렀다. 메이드들의 귀에 들어가 봤자 좋을 게 없다는 생각에 말이다.

    디아나는 내가 불러서 기쁜 건지, 아니면 마법사 협회 사람들에게 시달리지 않아서 기쁜 건지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따라왔다.

    하지만 마인에 대해 질문하자,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오히려 내게 마인이 뭔지 되물었다.

    "아니, 모르면 됐어. 실은 사라한테 사도 임명을 하고 스탯 창을 확인해보니까 사라의 종족이 마인이라는 종족이더라고. 디아나는 뭐 아는 게 있나 싶어서."

    "아무리 이 몸이라도 이 세계의 모든 종족명을 다 알고 있는 건 아닐세. 자네는 이 세계에 얼마나 많은 종족들이 있다고 생각하는 겐가. 이 세계에 원래부터 있던 종족만이라면 모를까, 예전에는 여러 세계에서 다양한 종족의 이방인들이 수도 없이 흘러들어왔던 걸세. 아마 사라양의 조상 중에 그런 식으로 흘러들어온 이방인이 있었던 것이겠지."

    디아나는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다.

    내가 아침에 생각했던 것처럼, 디아나 역시도 그냥 수많은 이방인의 피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역시 내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 건가.

    마인이라는 단어가 주는 선입관이 너무 강해서 쓸데없이 심각하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만약 내가 지금 게임을 하고 있는 거라면 100% 뭔가의 떡밥이라고 생각하고 파고들어 봤겠지만, 이 세계는 게임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런가. 응. 알았어. 알려줘서 고마워."

    "…자, 잠깐 기다리게. 할 말은 그게 전부인가?"

    내가 방을 나가려고 하자, 디아나가 왠지 안절부절못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나하고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도 있겠지만, 그것보단 더 큰 이유가 있겠지.

    "야. 그래도 너 좋다고 쫓아다니는 애들이잖아. 가서 좀 놀아줘라."

    "무, 무슨 소린지 모르겠구먼. 그리고 쫓아다닌다고 다 놀아주면 철이 안 드는 법일세."

    "그 누님들 나이가 몇인데 철이 드네 마네 하냐? 아, 하긴 너에 비하면…."

    "지금 뭐라고 했나?"

    "아뇨. 우리 디아나는 언제 봐도 파릇파릇하고 탱탱한 것 같다고요."

    역시 놀리는 것도, 디아나가 받아주는 수준에서 해야지.

    너무 나가는 건 좋지 않다.

    "하아. 어쩔 수 없구먼. 던전에서 발견한 마석 얘기도 해봐야 할 테니."

    "응? 그 사람들한테도 얘기하게?"

    "음. 이 몸이 거기에 눌러 앉아 연구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나. 며칠 동안은 이 몸도 살펴볼 계획이네만, 지속적으로 알아보는 건 그 아이들에게 맡길 생각이네."

    "그렇게 되면 개미굴에 들어갈 방법도 알려줘야 겠네."

    "흠. 생각해보니 그렇구먼. 이 몸이 말해두면 그 아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말할 리는 없다고 생각하긴 하네만…."

    "아니. 이왕 이렇게 된 거, 길드 쪽에 연락해서 공개해버리자."

    "음? 그래도 되겠는가?"

    "응."

    어차피 마왕 토벌 같은 거창한 목적이 사라진 이상, 던전에 대한 욕심도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내가 무슨 모험심이 투철해서 저 던전을 누구보다도 빨리 답파하고 말겠다는 야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성기가 열쇠가 된다는 것을 공개하면, 모험가로서 명예도 얻고 덤으로 길드에서 보상도 받는 게 좋겠지.

    다만 문제는 성기가 커진 상태로 드랍하는 조건을 밝힐 것인지 어떨지 인데.

    열쇠란 걸 밝히면, 커진 상태의 성기 수요가 증가할 거다.

    그럼 성기를 파는 게 돈이 더 되긴 하겠지만, 문제는 내가 성자라는 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는 거다.

    내가 성기를 어떻게 얻는지 다른 놈들도 금방 알게 될 테지.

    그렇다면 아예 처음부터 성기 드랍 조건도 공개해서 명예와 보상금을 챙기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인벤토리에 쌓여있는 성기들을 전부 처리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저거 숨기느라 계속 인벤토리에 쌓아놓고만 있었단 말이지.

    그나마 오크 같이 원래 성기가 드랍 되는 놈들 것은 팔고 있었지만, 다른 놈들 것은 쌓여만 가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그럼 길드에 갈 준비를 해야겠구먼!"

    "아니, 그냥 나 혼자 가도…그래. 같이 가자. 준비하고 와. 난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시무룩해지는 디아나를 보고 마법사 협회 애들이랑 놀아주란 말을 할 수도 없어서, 그냥 같이 가기로 했다.

    사실 요즘 마법사 협회 누님하고도 좀 친해져서 살짝 미안한 마음이 생겼지만 어쩔 수 없지.

    처음에는 디아나의 광신도같아 보였지만, 요즘엔 디아나 성분을 적절히 보충해서 그런지 다들 거대 협회의 수장답게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게 됐다.

    덕분에 식사 중에 대화도 간간히 하고, 저택에서 오가며 인사도 하게 되면서 꽤나 친해졌다.

    나이로만 따지면 할머니뻘인 사람들에게 내가 누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다 친해졌기 때문이지.

    미안하군. 누님들. 디아나는 내거니까 어쩔 수 없잖아?

    그래서 나는 디아나의 준비가 끝날 때까지 현관에서 대기하게 됐다.

    여자의 준비는 원래 오래 걸리는 법. 이런 건 가만히 기다려줄 수 있는 게 좋은 남자란 거겠지.

    참고로 오늘은 개별 행동을 하기로 해서, 다들 저택에 없었다.

    레이아는 여느 때처럼 신전에 갔고, 사라도 뭔가 살 게 있다면서 밖으로 나갔다.

    어제 쇼핑을 해놓고 또 살게 있다니. 여자란 왜 저렇게 쇼핑을 좋아하는 걸까?

    그러고 보니 신전도 한 번 가긴 해야 되는데. 대사제님한테 안부를 물으러 간지도 한참 된 것 같다.

    솔직히 이제 상식 수업은 안 들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대사제님도 요즘은 날 믿게 돼서 크게 신경 안 쓰는 눈치였지만, 그거 꽤나 도움 되고 재미있단 말이지.

    무엇보다 예비 장모님인데 잘 보여서 나쁠 건 없지.

    "흠. 미안하네. 시간이 조금 걸렸구먼."

    내가 그렇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자, 디아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디아나의 은발과 잘 어울리는 새하얀 드레스를 잘 차려 입은 그 모습은 마치 요정처럼 깜찍했다. 게다가 긴 머리도 양 갈래로 묶고 있어서, 안 그래도 귀여운 얼굴이 더 어리고 깜찍해보였다.

    "음? 실비아양도 같이 가는 겐가?"

    그렇게 완벽하게 외출 준비를 마친 디아나는, 오자마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응? 그게 무슨…우왁! 너 언제부터 있었냐?"

    디아나가 바라보는 쪽을 향해 돌아보자, 그곳엔 실비아가 가만히 서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언제부터 있었던 거지?

    "그, 그게…방에서 나오셨을 때부터…. 그…폐가 되신다면…."

    "아, 아냐. 그런 거 아냐. 그럴 리가 있나. 그래. 너도 같이 가자."

    그러고 보니 얘는 단순하게 날 가까이서 보고 싶단 이유로 스토킹까지 했던 애다.

    다른 용무가 있다고 어디 갈 애가 아니지.

    아침에 너무 조용히 있어서 완전히 까먹고 있었어.

    나는 실비아의 머리를 가볍게 툭툭 두드려주고, 같이 길드에 가기로 했다.

    디아나는 바로 내 팔에 팔짱을 끼고 매달렸지만, 실비아는 뒤에서 가만히 쫓아오기만 했다.

    성노예라기 보다는, 뭔가 애완 동물을 데리고 다니는 기분이다.

    아니, 애초에 실비아가 말했던 성노예 같은 조건으로 우리 클랜에 넣은 것도 아니긴 하지만.

    "실비아. 너무 뒤에서 쫓아오지 말고 좀 붙어."

    "네? 하지만 디아나님의 방해가…."

    "길드에 일 보러 가는 건데 그런 게 어디 있어. 그치? 디아나?"

    "음. 같은 클랜 아닌가. 실비아양도 너무 눈치 볼 것도 없네."

    사도 임명을 받은 이후로 디아나도 좀 관대해진 건지, 아니면 실비아가 너무 불쌍해 보여서 그런 건지, 그것도 아니면 정말 내가 실비아에게 마음을 주지 않을 거라고 믿는 건지, 디아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해줬다.

    이렇게 질투를 안 해주니까, 그건 그거대로 뭔가 복잡한 기분이다.

    "그,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디아나까지 그렇게 말해주자, 실비아도 그제야 내 옆에서 걷기 시작했다.

    디아나처럼 딱 붙는 건 아니고, 손이 닿을 듯 닿지 않을 듯 미묘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뭐, 실비아의 입장에선 이 정도가 적당한 거리일지도 모르겠다.

    나로선 좀 더 양손의 꽃 같은 기분을 만끽하고 싶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지.

    "아, 길드에 가기 전에 잠깐 들를 곳이 있어."

    그렇게 길드로 향하던 도중,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성기의 특수 드랍 조건을 공개할 거라면, 그 전에 내가 가진 성기들을 비싸게 팔아먹는 게 좋지 않을까?

    돈이 궁한 것도 아니고, 길드에서도 꽤나 엄청난 보상금을 줄 것 같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득볼 수 있는 건 최대한 보는 게 좋겠지.

    그래서 우리는 길드에 들어가기 전에, 근처에 있는 잡화점 한스 & 에리나에 먼저 들르기로 했다.

    "어서 오세요! 오, 자네인가. 그제 오더니 또 온 겐가?"

    "손님이 자주 와주면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무슨 말버릇이야. 이 곰탱이는."

    "하핫. 그냥 드문 일이라서 좀 놀란 것뿐일세. 요즘은 드물지 않았나?"

    이젠 날 상대하는 방법도 완전히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 넘기는 한스였다.

    옆에선 에리나씨가 그런 우리 모습을 보면서 쿡쿡 웃고 있었다.

    여전히 둘이 동갑이란 게 믿기지 않는다니까. 진짜 사기 치는 거 아냐?

    평소 같으면 한스를 무시하고 에리나에게 계산을 부탁했겠지만, 아무리 나라도 디아나 앞에서까지 그럴 용기는 없었다.

    아니, 평소에 에리나한테 계산한 게 딱히 바람필 의도로 그런 건 아니지만 말이야.

    그냥 단순히 곰 같은 사내새끼보단 깜찍한 아가…아줌마가 낫다는 생각에 그런 것뿐이야.

    "오늘은 특별히 아주 귀한 아이템들을 가지고 왔다. 감사하도록."

    "귀한 아이템 말인가?"

    사내새끼가 고개 들이밀지 마라.

    나는 카운터의 위에 내가 가지고 있는 성기들을 종류별로 각각 하나씩 올려뒀다.

    "…이게 뭔가?"

    "보면 몰라? 성기잖아. 몬스터의 성기."

    "처음 보는 종류들이로군."

    "그러니까 귀한 아이템이지. 프리미엄이 붙어서 비싸게 팔리지 않겠어?"

    "흠. 역시 소문은 사실이란 말인가."

    "응? 잠깐만. 소문? 무슨 소문?"

    "자네 모르는가? 자네 모험가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해지지 않았나. 그 왜 밀크 로드…."

    "네가 그건 또 어떻게 알아?!"

    "하핫. 모험가들 상대로 장사하는 거 아니겠나. 그 정도는 다 귀에 들어오게 되네. 아무튼 전에 사막 오크의 성기가 대량으로 들어온 적이 있었다네. 그래서 물어보니 자네의 이름이 나오는 거 아니겠나. 밀크 로드 메이커는 성자라는 특수직을 가지고 있어서, 질 좋은 성기를 드랍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나 뭐라나. 모험가들 사이에선 꽤나 소문이 도는 모양일세."

    이런 젠장! 뭐 그런 미친 소문이!

    사실 2계층에서 오크 웨이브를 저지했을 때, 발기된 성기가 대량으로 유출되기는 했다.

    성역 선포를 켜고 다니면서 미친 듯이 쓸고 다녔었는데, 전투가 끝난 이후로 그 오크들의 마석을 내가 전부 회수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으니 말이다.

    그래도 오크는 원래 성기를 드랍하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설마 그런 미친 소문이 돌고 있었을 줄이야.

    질 좋은 성기를 드랍하게 만드는 능력이 어디 있어?! 그냥 발기하는 동안 잡으면 되니까 그렇게 나오는 거지!

    좋아. 이걸로 완전히 결심이 섰다.

    내 명예를 위해서라도, 성기 드랍 조건은 무조건 밝힌다.

    아니, 잠깐. 이 세계는 게임이 아니잖아?

    만약 게임이라면 특정 직업으로만 잡았을 때 드랍 가능한 레어 아이템이 존재할 리가 없다. 그러면 바로 망겜 소리 듣겠지.

    하지만 이 세계에선 꼭 그렇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설마 진짜로 발기가 조건이 아니라, 내 스킬에 맞는 게 조건은 아니겠지?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확인을 해볼 수도 없는 게, 성자 스킬을 쓰지 않고 대체 무슨 수로 몬스터를 발기시켜?

    "아무튼 이거 각각 가격 좀 매겨봐!"

    "흠. 잠깐만 기다려 보게나. 어디보자…이건 제법 단단하군. 좋은 소재가 되겠어. 이건…."

    한스는 몬스터의 성기를 들고, 뭔가 돋보기 같은 것도 꺼내서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곰 같은 사내새끼가 성기를 손에 들고 꼼꼼히 살펴보는 광경이라니. 끔찍하기 짝이 없다.

    심약한 사람이 보면 트라우마에 걸릴 레벨 아니야?

    나는 우리 귀여운 두 여자의 시력 보호를 위해, 양팔로 각각의 머리를 껴안고 두 눈을 꼭 가려줬다.

    내가 안자마자 실비아는 딱딱하게 굳어졌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이것도 다 네 안구 보호를 위해서야. 가만히 있어.

    "각각 이정도 가격으로 어떤가?"

    그렇게 한참을 살펴보던 한스는, 드디어 감정이 끝났는지 꽤나 괜찮은 가격을 제시해왔다.

    저 중엔 1계층에서 잡았던 고블린의 성기까지 있는 걸 감안해서 생각해보면, 그 레벨대 몬스터에게서 드랍된 물건들 치곤 가격이 상당히 셌다.

    이거라면 협상할 필요도 없겠군.

    "좋아. 그럼 그 가격으로 계산해줘."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인벤토리에 있는 성기들을 모조리 꺼냈다.

    당연한 얘기지만, 성기들은 카운터를 가득 메우는 것도 모자라서 바닥에 쌓여가기 시작했다.

    "자, 잠깐! 이게 뭔가?!"

    "뭐긴 뭐야. 네가 방금 감정한 물건들이지. 아 개수는 다 세어놨으니까 걱정 마."

    인벤토리에 넣어두면 x몇 개로 나오거든.

    "아, 아무리 그래도 한 번에 이렇게 많은 양을 다 살 수는 없네!"

    "그래? 안사면 후회할 텐데. 장담하는데 이거 엄청 팔릴 거야. 이정도 구비해놔도 없어서 못 구할 정도일걸?"

    완전히 근거가 없는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다.

    열쇠라고 밝혀지는 순간, 직접 구하기 힘든 모험가들은 사려고 나설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다만 내가 드랍 조건도 밝혀버릴 거라는 게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으음…. 그 말. 확신은 있는 건가?"

    "그건 나한테 묻지 말고, 상인으로서 네 감에 물어봐야지. 살 거야, 말 거야? 안 살 거면 그냥 딴 데 팔게."

    "자, 잠깐 기다리게. 거 왜 그렇게 급하나. 사겠네. 사면 될 거 아닌가!"

    역시 거래에는 배짱이 최고야.

    내가 몰아붙이자, 한스는 결국 백기를 내걸고 몽땅 사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한스에게 모든 악성재고를 떠넘기고, 우리는 가게를 나섰다.

    그럼 이제 저 성기들이 드랍되는 조건을 알려주러 가볼까!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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