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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협회
일단 침입에는 성공했지만, 여기서 디아나를 어떻게 찾아야할지 막막했다.
바네사는 여기 구조를 좀 알고 있으려나?
"크아아아. 최고다 텔루나님!"
구원이 바네사에게 말을 걸려는 순간, 이쪽으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들뜬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흑.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봤냐? 그 커다란 눈망울. 오똑 선 콧날. 앵두 같은 입술."
"심지어 저 모습이 전생한 거라면서. 대체 전생 전에는 얼마나 아름다우셨단 거야."
"야. 그걸 말이라고 하냐? 당연히 대륙 최고로 아름다우셨겠지!"
"마치 지금은 아니란 듯이 말한다? 너 이 새끼 수상해. 이단 아니야? 흑마법사 개새끼 해봐."
"흑마법사 개새끼다 이 새끼야! 잠깐 말실수 한 거 가지고 꼬투리 잡지 마라. 당연히 지금도 대륙 최고 미인이시지."
목소리는 남자 둘.
뭔가 아이돌 오타쿠들 같은 대화를 나누면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구원과 바네사는 얼른 코너에 몸을 숨기고 놈들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이쪽으로 다가온 순간, 한 번에 제압한다.
"그 분의 존안을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날이 오다니. 난 이제 죽어도 좋아."
"훗. 그릇이 작은 놈이군. 난 더 큰 꿈이 있다. 텔루나님의 3미터이내로 접근해 본다는 큰 꿈이."
"뭣이? 그럼 내 꿈은 이제 텔루나님과 손이 닿을 거리까지 가까이 접근해 보는 거다!"
"그럼 난 손을 직접 잡아보겠어!"
"아니, 좀 실현 가능한 꿈을 가져라."
"여, 역시 손을 잡아보는 건 너무 꿈이 큰가…?"
"너희가 직접 손을 잡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직접 손을 잡아본 적 있는 내 손이라면 잡게 해주지. 이걸로 너희들도 텔루나님과 간접적으로 접촉한 게 되는 거야."
구원은 코너에서 튀어나가 자연스럽게 대화에 녹아들며 양 손을 내밀었다.
"정말로?!"
"너 좋은 놈이구나!"
다가오던 둘은 척수반사처럼 구원의 손을 덥석 잡았다.
"뭘 이정도 가지고."
"…응? 그런데 넌 누구냐?"
"처음 보는 얼굴인데."
"누구긴. 너희에게 천국을 보여줄 사람이지."
구원은 곧바로 성자의 손길을 발동했다.
"아헤에엣!"
둘의 바지가 동시에 진하게 물드는가 싶더니, 놈들은 다리를 후들후들 떨면서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구원은 악수를 한 손을 놓지 않았다.
감히 디아나를 노려? 앞으로 삼일은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보내주지.
잠시 후, 구원의 발밑에는 두 남자가 엉덩이만 들고 엎드린 자세로 쓰러져있었다.
간헐적으로 허리를 꿈틀꿈틀 대는 걸 보아, 죽진 않았다는 건 확실했다.
"성자란 직업이 대단하긴 하군요."
기분 탓인지 구원을 바라보는 바네사의 얼굴이 약간 창백해보였다.
"훗. 나한테 걸리면 누구라도 천국을 맛보게 되지."
자, 일단 디아나를 노리는 악의 무리는 토벌했고.
이제부터 어쩔까.
이곳저곳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변장이 좀 필요할 것 같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발밑에 쓰러져있는 두 놈의 로브를 빼앗아 있는 거지만…저걸 뺏어 입기에는 거부감이 너무 심하게 들었다.
그도 그럴게, 정액이 묻었을 지도 모르잖아.
바지를 입고 있다고는 하지만, 너무 싸버리게 해서 로브에 묻었을 가능성이 있다.
조금이라도 묻었을 가능성이 있는 이상, 저걸 입는 건 싫었다.
"바네사. 아무래도 변장을 해야 될 것 같은데, 쟤들 로브 하나 뺏어 입을래?"
"아뇨. 전 괜찮습니다."
바네사도 싫은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지. 조심해서 가자."
"네."
"그런데 바네사. 여기 구조는 좀 알아?"
"네. 오래 전 일이지만, 디아나님을 따라 몇 번 와본 적이 있습니다."
"그거 잘됐네. 그럼 혹시 디아나가 어디에 있을지 짐작 가는데 없어?"
"탑의 꼭대기에 계실 겁니다."
"꽤나 확신을 가지고 말하네?"
"마법사 협회의 모든 지부에는 디아나님을 모시기 위한 공간이 존재합니다. 이 마탑은 꼭대기 층에 디아나님을 모시기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있죠."
언제 올지 모를, 아니 어쩌면 영원히 한 번도 안 올지도 모를 사람을 위해 공간을 마련해두다니.
이쯤 되면 그냥 빠돌이 빠순이라고 폄하하기도 힘들 정도다. 진짜 클래스가 다르네.
아무튼 덕분에 이쪽은 갈 길이 확실해 졌지만.
"좋아. 그럼 가볼까."
구원은 발걸음을 죽이고 조용히 위로 올라가기 위한 계단으로 향했다.
"이쪽은 구원. 이쪽으로 진행하는 건 문제없어 보인다. 바네사 그 쪽 상황은 어떤가?"
구원은 벽에 등을 대고 고개만 살짝 내밀어 나아갈 길을 확인한 후,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보다시피 아무도 없습니다."
바네사는 멀뚱히 서서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
거 분위기 못타네.
이럴 땐 좀 이렇게 자세도 잡고 하는 게, 살짝 잠입 액션 게임을 하는 기분도 들고 재밌잖아.
골판지 상자 하나만 있으면 완벽한데.
그때 구원이 고개만 내밀어 바라보고 있던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봤어? 텔루나님이 날 보셨어!"
"무슨 소리하는 거야. 날 보신 거야!"
"아냐! 눈이 똑바로 마주쳤어!"
상당히 들뜬 목소리로 떠들며 다가오는 마법사들의 수는 이번에도 둘이었다.
게다가 둘 다 여자였다.
역시 같은 여자마저도 저런 반응인 건가.
뭐 그건 그렇고 마침 잘 됐다.
안 그래도 여자 마법사를 만나고 싶었는데 말이지.
"안녕 아가씨들. 그리고 잘 가 아가씨들."
구원은 이번에도 기습적으로 튀어나가 양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뭐…히아아앙!"
반응 좋고.
가슴을 덥석 잡힌 여자 둘은 그 자리에 새된 신음소리를 내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참고로 가슴은 굳이 잡으려고 해서 잡은 게 아니다.
그냥 양 손을 앞으로 내밀었을 뿐인데, 가장 돌출된 부분이 잡힌 것뿐이다. 정말이다.
구원은 양 손에 힘을 줘 부드럽게 주물렀다.
이것도 사심이 들어간 행동이 아니다.
난 신사니까 말이야.
비록 필요에 의해서 이런 짓을 하기는 하지만, 난폭하게 굴 필요는 없지.
최대한 부드럽게 가자고.
"이, 이게 히으읏! 하앙! 안 돼! 뭐야 이거! 하아아앙!"
결국 여자들도 극도의 오르가슴을 느껴 눈을 뒤집으며 기절해버렸다.
여자들이 완전히 기절하자, 구원은 당장 둘의 로브를 벗겼다.
"좋아. 변장도구를 획득했다. 바네사 너도 얼른 이거 뒤집어써."
"하지만…."
"어서."
"…네."
바네사는 내키지 않는 기색이었지만, 구원은 재촉에 하는 수 없이 로브를 뒤집어썼다.
왜 그래? 시커먼 사내놈이 정액을 싸지른 로브보다는, 그래도 여자가 싸지른 쪽이 더 낫잖아?
지금은 두 눈을 뒤집어 까고 있어서 조금 그렇지만, 저 정도면 둘 다 얼굴도 제법 반반한 편이고.
아니, 같은 여자 입장으로선 차라리 남자 것이 더 낫나?
흠. 어려운 문제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구원과 바네사는 마법사 협회의 일원으로 변장을 마쳤다.
여성이 입던 로브라 구원에게는 크기가 조금 작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내놈 것을 입을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 이후로 구원은 당당하게 마탑을 돌아다녔다.
마탑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상당히 소란스러웠다.
스쳐지나가는 사람마다 저마다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하는 대화 내용에 귀를 기울여 보면, 전부 디아나 얘기뿐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네."
무려 마법사 협회의 모든 학파가 한 자리에 다 모여 있다는 마탑이다.
그 명성에 걸맞게 탑의 크기도 굉장히 컸는데, 그에 반해 탑을 돌아다니는 마법사의 숫자 자체는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았다.
"던전 탐험을 위해서 라고는 해도, 모든 학파의 마법사들이 모여 있는 장소니까요. 예전에는 마법사 협회를 위험시 했던 만큼, 마탑에 머무르는 인원의 수는 국가에서 제한을 걸고 있습니다. 학파들 간에 사이가 벌어진 지금에 와서는 관리도 소홀해진 모양입니다만."
과연 그렇군.
우리 입장에선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마법사의 숫자가 적으면 그만큼 정체를 들켰을 때 상대해야 되는 숫자도 적어진다.
하지만 숫자가 적기 때문에 서로의 얼굴을 전부 알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 오히려 정체를 들킬 확률이 올라간다는 소리가 된다.
일단은 최대한 얼굴을 마주치지 않도록 돌아다닐까.
그렇게 길을 빙빙 돌아가며 마탑 내부를 돌아다니다가, 구원은 한 가지 마법 장치를 발견했다.
커다란 원반이 공중에 둥둥 떠 있었고, 옆에 패널 같은 곳에는 큼지막한 마석이 박혀있었다.
원래 세계와는 상당히 모습이 다르지만, 이거 아무리 봐도 엘리베이터 같지?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어.
운동하고는 인연이 없을 마법사들이 사는 탑인데, 이 높은 탑을 마법사들이 그냥 걸어 올라갈 리가 없지.
"바네사. 이거 조작할 줄 알아?"
"마법사 협회에서 발급하는 신분증이 있어야 작동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아마 지위나 소속 학파에 따라서 갈 수 있는 층도 제한되어있겠죠."
"그렇단 말이지. 좋아. 다른 사람이 타는 거에 끼어 타자."
구원은 즉시 결정했다.
이런 편한 방법이 있는데, 미쳤다고 이 높은 탑을 걸어서 올라가냐.
방법은 간단하다.
구원과 바네사는 엘리베이터가 보이는 통로 끝에 가서 조용히 대기했다.
이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설마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놈이 한 명도 없겠어?
적어도 걸어서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것 보다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놈이 나타나는 게 빠를 거다.
운 좋게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마법사는 금방 나타났다.
"잠깐만요! 같이 타요!"
마법사가 엘리베이터에 올라서자, 구원은 황급히 뛰어가며 말했다.
"빨리 오게."
"휴, 감사합니다."
"아니…네, 네놈은!"
태평하게 대답하려던 마법사는, 구원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고 갑자기 언성을 높였다.
"네놈이 여기 어쩐 일이냐! 아니, 대체 어떻게 들어온 거냐!"
"아저씨 나 알아?"
"텔루나님의 저택에서 보지 않았냐!"
"아."
듣고 보니 기억이 났다.
아까 디아나의 저택에서 얼굴을 기억해 놨던 사내 놈 중 하나였다.
어쩔 수 없지. 되도록 온건한 방법으로 얻어 타려고 했는데.
이제 와서 들킬 순 없거든.
탓하려거든 내 얼굴을 기억한 자신을 탓해라.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발통해 놈의 몸에 가볍게 툭 가져다댔다.
"이, 이게 무슨 짓이냐!"
어, 어라?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놈은 신음성을 내지르지도 몸을 부들부들 떨지도 않았다.
그저 소스라치게 놀라서 구원의 손을 뿌리쳤을 뿐이었다.
성자의 손길이 먹히지 않아?
자세히 보니 바지 앞섬이 부풀어 올라 있는 것이, 아주 안 먹힌 건 아닌 모양이었다.
위력을 저렇게 상쇄시킬 수 있을 정도의 레벨이라는 건가?
"역시 좋지 않은 목적으로 잠입한 거였군! 텔루나님의 저택에서부터 그런 놈일 거라고 생각했다! 받아라!"
고속 캐스팅이라는 걸까? 마법사는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한 속도로 입을 움직여 마법을 영창하더니, 순식간에 구원에게 마법을 쏘아 보냈다.
"큭!"
마법사와 근접해있던 구원은 피할 새도 없이 그대로 마법을 복부에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
한 대 맞자마자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그렇게 순식간에 만든 마법이니, 이 마법사 기준으로 그렇게 위력이 강한 마법은 아닐 거다.
하지만 지금까지 마법저항력과 관련된 정신 쪽에 한 번도 보너스 스탯을 배분한 적이 없는 구원에게는 충분한 위력이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살벌한 데미지에, 구원은 정신이 없어졌다. 욱신거리는 배를 한 손으로 감싸 쥐고 나머지 손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턱.
하지만 구원의 주먹은 마치 벽을 친 것 같은 느낌과 함께 튕겨져 나왔다.
젠장. 실드 마법인가.
그 사이에 마법사는 구원과 조금 거리를 벌리고, 본격적으로 마법을 날려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원도 그동안 폼으로 던전에 다녔던 게 아니다.
아까는 갑작스런 데미지에 잠깐 정신이 없어졌지만, 구원은 이내 정신을 차렸다.
생각을 해보자.
차례차례 날아오는 마법을 가까스로 피하며 생각을 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구원은 필사적으로 이 사태를 해쳐나갈 방법을 생각해봤다.
보너스 스탯을 정신에 찍어야 하나?
하지만 만약 보너스 스탯을 찍어도 마법 방어력이 모자란다면?
보너스 스탯을 정신에 투자해도 마법의 데미지를 상쇄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마법 하나하나의 위력이 매서웠다.
그리고 만약 정신에 모두 투자하여 마법을 버텨낼 수 있게 된다고 해도, 공격 수단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방금 구원은 공격은 실드에 가볍게 막혔으니 말이다.
그냥 좀 더 오래 버티는 샌드백이 될 뿐이다.
그럼 아예 전부 근력에 찍어?
근력을 더 찍으면 과연 실드를 뚫을 수 있을까?
빨리 결단을 해야 했다.
이대로 가면 소동을 눈치 챈 마법사들이 더 몰려오기 시작할 거다.
좋아. 어디 한 번 도박을 해볼까.
구원은 한 가지 결심을 하고 스탯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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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꾸914, SheerBliss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그 외에도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