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107화 (10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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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법사 협회

    원래 이 세계에서 마법은 지금처럼 정형화된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선천적으로 마나를 느끼고 다룰 수 있는 몇몇 특별한 사람들이 그저 직감적으로 마나를 사용하는 것뿐이었다.

    디아나도 원래는 그렇게 직감적으로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호기심이 많은 디아나는 그때까지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았던 마법의 작동원리에 대해 궁금해졌다.

    그래서 디아나는 뜻이 맞는 몇 명과 함께 마법의 원리를 연구하기 위한 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졌다.

    그 모임이 바로 마법사 협회의 전신이다.

    디아나가 마법이 발동하는 원리를 분석하고 정립시키기 시작하면서, 디아나의 뜻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그에 따라 소수의 마법사들 모임에 불과했던 모임은 규모를 점차 늘려가며 어느 샌가 마법사 협회라는 하나의 단체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마법사 협회는 그저 마법사들이 서로 모여서 마법에 대해 토론하고 연구하는 학회와 비슷한 느낌의 단체였다.

    시간이 흘러 디아나와 같이 연구를 하던 마법사들은 하나둘씩 수명을 다해갔다.

    결국 마법사 협회의 초기 멤버는 선천적으로 전생마법을 다룰 줄 알았던 디아나만이 남게 됐다.

    그러자 마법사 협회의 느낌이 조금 바뀌었다.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토론을 나누던 학회 같은 느낌에서, 디아나가 다른 마법사들에게 마법 이론을 전수하는 학교 같은 느낌으로.

    물론 디아나를 제외한 다른 마법사들은 전과 마찬가지로 서로 토론하면서 연구를 계속했지만, 디아나는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제자들에게 마법을 가르치고 질문을 받으면서 디아나 역시 새롭게 깨닫는 바가 있었고, 혼자만의 연구시간도 아직 충분했으니까.

    그러면서도 디아나가 정립한 마법체계는 점점 더 많은 곳으로 퍼져나갔다.

    결국 어느 샌가 마법사 협회는 전 세계의 마법사들이 모두 소속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거대한 단체가 되어있었다.

    그 창립자이자 현존하는 마법체계를 모두 정립한 디아나의 명성이 하늘을 찌를 듯 높아진 건 말할 것도 없겠지.

    하지만 규모가 너무 커지자 문제점이 발생했다.

    마법사 협회가 가진 영향력이 말 그대로 대륙을 통일할 수 있을 정도로 커져버렸다는 거다.

    여러 국가에서 마법사 협회를 위험시하기 시작했고, 곧 전 세계적인 마법사의 탄압으로 이어질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때 디아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바로 마법사 협회를 여러 학파로 쪼개버리고 자신은 마법사 협회장의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한 거다.

    사실 디아나는 이때 조금 지쳐있었다고 한다.

    안 그래도 협회가 커지면서 디아나가 처리할 일도 많아졌고, 마법을 연구할 시간은 점점 더 줄어만 갔다.

    그러던 차에 여러 국가들에서 협회를 위험시하자, 잘됐다 싶어서 협회를 쪼개고 자기는 물러나 버린 거다.

    여러 학파로 쪼개진 협회 하나하나도 영향력이 대단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전처럼 국가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구심점인 디아나가 있는 이상 언제든지 다시 협회가 뭉칠 수 있다.

    여러 국가들은 아직 불안해했지만,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

    일단 디아나의 조치로 디아나에게 권력욕이 없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고, 섣불리 디아나에게 위협을 가했다가 정말로 마법사 협회가 하나로 뭉쳐 국가전복이라도 일으키면 돌이킬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디아나는 자신이 가진 거대한 권력을 포기하면서 마법사들을 지켜낸 마법사가 되어, 그 명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특히 마법사들 사이에서 디아나는 신과 같은 위상을 뽐낼 정도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디아나의 생활도 안정되는가 싶었다.

    처음 몇 년은 디아나도 다시 마음껏 마법 연구를 하며 느긋하게 보낼 수 있었다.

    가끔 내킬 때마다 협회 한 곳에 들러서 마법 교육을 하면서 느긋하게 생활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법사들 사이에서 신과 같은 위상을 지니게 된 디아나가 가끔 한 곳만 들르는 게 문제가 됐다.

    디아나는 그냥 내키는 대로 아무 곳이나 간 거지만, 마법사들은 디아나가 들른 곳이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학파이기 때문에 그곳에 갔다고 생각했다.

    점차 학파들 간의 경쟁이 가열되기 시작했고, 디아나를 자기 학파로 모시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시작했다.

    사태를 깨달은 디아나는 황급히 각 학파에 전부 들렀고, 도덕을 저버리면서까지 마법을 연구하는 건 이단으로 취급하여 사태는 조금 진정됐다.

    하지만 학파들 간에 생긴 골은 메워지지 않았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디아나를 자기 학파로 모시기 위한 신경전은 계속됐다.

    게다가 이번엔 계속해서 여러 학파를 전전하느라 디아나의 개인시간이 없어지고 말았다.

    디아나가 안가면 그만일 뿐인 얘기지만, 그러면 이제는 디아나의 광신도가 되어버린 협회에서 죽는 소리를 냈다.

    안 그래도 착실한 성격인데다가, 그래도 자신이 만든 단체라 애착도 있었고 책임감도 느끼고 있었던 디아나로서는 나 몰라라 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디아나의 개인 시간은 완전히 사라진 채로 여러 학파를 전전하는 생활이 계속됐다.

    그러다가 구원을 만나기 얼마 전에, 결국 디아나가 견디지 못하고 자취를 감춰버렸다.

    당연히 디아나 빠돌이 빠순이들의 모임인 마법사 협회는 난리가 났고, 모든 정말 오랜만에 학파가 힘을 합쳐서 디아나를 찾는데 총력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맘먹고 사라진 디아나의 종적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만 갔다.

    그러다가 어제 디아나가 클랜을 만들고, 길드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다시 위치가 알려진 거다.

    당연히 마법사 협회는 긴급히 사람을 보냈다.

    저택에 찾아온 자들은 각각 다른 학파의 대표로 찾아온 사람들이다.

    이상이 바네사가 말해준 디아나와 마법사 협회의 관계였다.

    …진짜로 기네.

    아니, 그야 남는 게 시간이라고 하긴 했지만 말이야.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말한 거야.

    "근데 걔들이 전부 다른 학파였다고? 그런 것 치곤 힙합퍼 혼자서만 계속 떠들어댔잖아."

    "힙합퍼 말입니까?"

    "아, 그 시끄러운 놈 말이야."

    "어차피 그들의 목적은 우선 디아나님을 다시 협회로 모셔가는 것. 어느 학파부터 모실지는 나중 문제일 겁니다. 의견도 같은데 괜히 모두가 시끄럽게 떠들어봤자 디아나님의 기분만 나빠질 거라는 생각에 발언권을 한명에게 몰아준 것이겠죠. 그 중에선 그 자가 가장 강력한 마법사였고 말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서로 경쟁심 장난 아니라면서? 그렇게 쉽게 의견이 통일 돼?

    "잠깐. 그렇다면 걔들 그대로 디아나를 안 돌려보낼 가능성도 있는 거 아니야?"

    "아마 필사적으로 붙잡고 늘어지겠죠."

    "으아! 그걸 알면서 넌 왜 디아나를 그냥 가게 내버려뒀는데? 디아나가 싫어하는 거 뻔히 보였잖아?"

    이 슈퍼집사라면 걔들 정도는 혼자서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자들이 아무리 애원해도 결국 디아나님이 확실하게 거절하시면 그자들은 별 수 없습니다. 결국 디아나님이 선택하실 문제입니다."

    젠장. 결국 집사는 수동적인 존재라 이거냐.

    구원은 설명을 다 듣고 나자 디아나가 오늘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아니, 이미 충분히 밤이라고 불러도 될 시간이다.

    아직까지 안 돌아오는 건 이상하지 않아?

    "안되겠어. 바네사. 지금 디아나가 정확히 어디로 갔는지 알아?"

    "마탑입니다. 이 던전 도시는 그 특수성 때문에 모든 학파의 지부가 마탑 한 곳에 모여 있습니다."

    과연. 그러니까 그렇게 의견이 쉽게 통일됐던 거였군.

    "좋아. 지금부터 거기로 쳐들어간다. 마차를 준비해."

    "진심이십니까?"

    "당연하지. 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바네사는 지긋이 구원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뭐, 뭐야. 갑자기 왜 그래? 거부하는 거야?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렇게 서로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던 것도 잠시, 바네사는 곧 대답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뒤로 돌면서 잠깐 보인 바네사의 입가는 왠지 모르게 희미하게 미소를 띠고 있는 것 같았다.

    마차를 타고 구원은 곧바로 마탑에 도착했다.

    일단 오기는 했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니까 뭐라고 하면서 쳐들어가야할지 막막했다.

    에잇. 모르겠다. 우선은 정면 돌파다.

    입구에 경비병 같은 거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입구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이리 오너라!"

    구원은 하는 수 없이 큰 소리로 외쳤다.

    "…뭔야 넌?"

    곧이어 마법사 하나가 심각하게 짜증난다는 얼굴로 나왔다.

    "세이비어스의 클랜장이시다!"

    "뭐? 그게 뭐하는 덴데?"

    …뭐 어제 만든 클랜이니 당연한 반응이다.

    근데 딴놈들은 몰라도 마법사는 그러면 안되는 거 아니냐?

    "네가 그러고도 마법사냐? 지고의 마법사님이 소속된 클랜의 이름도 모르다니."

    "아, 거기의…뭐? 클랜장? 네가 바로 텔루나님을 꼬신 그 이방인 놈이냐? 과연 듣던 대로 생긴 것만 번지르르한 놈이군."

    놈은 구원의 정체를 파악하자마자 바로 이빨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이 마탑에는 이미 구원의 신상 정보가 어느 정도 퍼진 모양이다.

    "훗. 내가 좀 잘생기긴 했지."

    잘생겼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짜릿한 감각이 몸을 타고 흘렀다.

    커스터마즈에 그렇게 공을 들이길 잘했지. 언제 느껴도 새로운 감각이야.

    역시 잘생긴 게 최고야.

    "칭찬한 거 아니다! 그 클랜장이란 놈이 무슨 일로 온 거냐?"

    "무슨 일이긴. 당연히 너희가 납치한 우리 클랜원을 돌려받으러 왔지."

    "…꺼져!"

    그게 무슨 뜻인지 잠깐 고민하던 마법사는, 바로 구원의 말뜻을 깨닫고 문을 닫으려고 했다.

    하지만 구원의 반응이 조금 더 빨랐다.

    "잠깐. 우리 클랜원을 맘대로 데려가 놓고 그런 태도를 하면 쓰나."

    "이, 이익. 이놈이…!"

    마법사는 필사적으로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그래봤자 연구나 하고 마법이나 뿅뿅거리던 놈들이다. 구원의 힘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이거나 먹어라!"

    마법사는 문에서 손을 놓고 곧바로 마법을 영창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구원의 반응이 더 빨랐다.

    "너나 먹어라."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두른 주먹으로 마법사의 복부를 가볍게 후려쳤다.

    사실 구원이 혼자서도 이렇게 자신감 넘치게 쳐들어 온건 아무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다.

    오로지 마법사들만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충분히 구원 혼자서도 할 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근거는 얼마 전에 던전에서 디아나가 했던 말이다.

    디아나는 구원이 오크 주술사 상대로 상성이 좋아서 쉽게 이겼다고 했다.

    성자의 손길 때문에 제대로 주술을 부릴 수 없으니 말이다.

    그 말은 오크 주술사뿐만 아니라 마법사에게도 그대로 통용되는 말이다.

    세상에 어떤 마법사가 구원이 주는 쾌락을 느끼면서 제대로 마법을 영창할 수 있을까?

    전생 전 디아나처럼 아예 구원의 스킬이 먹히지 않을 정도로 레벨 차이가 난다면 또 모를까.

    즉, 구원은 일단 접근만 할 수 있으면 모든 마법사들의 손쉽게 무력화 시킬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으히이잇!"

    구원의 예상대로, 마법사는 마법의 영창이 끊기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으아. 시커먼 사내새끼의 신음소리라니.

    난데없이 이 무슨 고막테러야.

    구원은 짜증이 나서 진심으로 한 대 후려치려다가 참았다.

    그래도 디아나도 마법사 협회에 애착이 없는 건 아닐 텐데, 괜히 이 이상 문제생길 행동을 할 필요는 없지.

    이미 쳐들어 온 시점에서 충분히 문제생길 행동이지만, 이것까진 어쩔 수 없다.

    곧이 곧대로 디아나를 데려가게 내버려둘 수는 없으니 말이다.

    "잠깐 기절이나 하고 있어라."

    구원은 가볍게 주먹을 몇 번 더 휘둘러 마법사를 기절시켰다.

    "아힛! 히잇! 으헥!"

    기절한 놈의 표정은 왠지 천국이라도 다녀온 듯 편안해보였다.

    바지의 고간부분이 진하게 젖어있어서, 상당히 찝찝할 텐데도 말이다.

    "…왜 한 방에 기절시키지 않고 저런 방식을 취하신 겁니까?"

    조용히 뒤를 따라오던 바네사도 조금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어딜 어떻게 어느 정도 세기로 때려야 기절하는지 몰라서."

    안 그래도 힘 스텟이 무식하게 높은데, 이 비리비리한 마법사 놈 상대로 힘 조절 잘못해서 죽기라도 하면 큰일이고.

    나라고 사내새끼 신음소리 듣기가 좋아서 이러는 게 아니야.

    이건 희생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작업에 불과해.

    구원은 결연한 표정을 짓고 마탑 안으로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구멍동서라니…그런 거 아닙니다.

    이 작품에서 ntr같은 건 절대 안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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