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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53화 (5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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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드 퀘스트

    다음 날 아침.

    자고 일어나도 여전히 디아나는 불퉁한 얼굴로 구원과 사라를 바라봤다.

    "디아나. 그만 화 풀어. 미안하다니까."

    "화 안 났네. 이 몸이 화날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렇게 화내놓고 화날 일이 뭐가 있냐니?

    뭐지 이건…. 설마 말로만 듣던 오빠가 뭘 잘못했는데? 같은 상황인 건가?

    "동료가 던전에서 위기감도 없이 행동한 거…?"

    "그, 그렇네! 바로 그거네!"

    다행이도 정답인가 보다.

    디아나는 과장될 정도로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요. 디아나. 앞으로는 조심할게요."

    사라도 구원의 옆에 서서 디아나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했지만, 어째선지 디아나의 표정이 더 불퉁해졌다.

    하아…. 아무리 디아나라도 연속으로 이렇게 몇 번이나 화나게 만드니까 쉽게 화가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이거 어쩌지?

    "자. 디아나. 이거 다 구워진 것 같은데? 어서 먹어."

    "디아나. 너무 뜨겁지 않아? 내가 불어줄게. 후우. 후우."

    "우와! 이거 엄청 맛있다. 내가 먹여줄까? 자, 아앙."

    "알겠네! 알겠네! 이제 그만하게!"

    아침식사를 하는 와중에도 구원이 어울리지도 않게 계속 디아나에게 애교를 부리며 챙겨줬다.

    디아나는 구원을 노려보더니 조그맣게 한숨 쉬었다.

    "자네 정말 반성하고 있는 겐가?"

    "그럼. 당연하지."

    "정말 반성하고 있어요. 그만 화 풀어요. 디아나."

    옆에서 사라가 거들자 디아나는 곧 복잡한 표정을 짓더니, 그 시선이 구원과 사라 사이를 왕복했다.

    "그렇다면…. 이 몸의 부탁을 하나 들어줄 수 있겠는가?"

    "응? 무슨 부탁? 아니, 말만해! 디아나 부탁인데 뭐든 못 들어주겠어?"

    "그……."

    디아나는 우물쭈물하며 한참을 주저하더니, 결국 결심을 한 듯 구원을 곧게 바라보며 말했다.

    "마을로 돌아가면 자네들이 관계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이, 이게 무슨 소리야?

    사라랑 섹스하는 걸 보여 달라고?

    "뭐, 뭐어?! 아니 그건 좀…."

    "뭐든 들어주는 것이 아니었나?"

    "아니, 난 상관없는데. 아무래도 사라는 좀…. 얘가 경험도 없는 애라…."

    "전 괜찮아요."

    구원이 당황해서 변명하는 와중에 옆에서 사라가 쿨하게 대답했다.

    괜찮은 거냐.

    "잘못한 건 구원뿐만이 아닌걸요. 저도 마찬가지잖아요. 그걸로 화가 풀린다면 상관없어요."

    사라는 디아나를 곧게 바라보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듣자 어째선지 부탁을 해온 디아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근데 우리가 하는 모습을 봐서 뭐하려고?"

    "으, 음? 그, 그야 물론 스킬 쓰는 모습을 관찰하려는 게 아니겠나?"

    "디아나는 정말 연구에 열심이네요."

    사라의 말에 디아나의 얼굴이 다시 한 번 복잡해졌다.

    하지만 그 대화를 끝으로 디아나는 적어도 불퉁한 표정은 짓지 않게 됐다.

    다행이다. 이제부터 새로운 장소에 가야 하는데 그 전에 디아나의 화를 풀 수 있어서.

    계속 그 상태였으면 여러모로 곤란했을 테니.

    식사를 마치고 모포를 정리한 후 일행은 드디어 반대편 통로를 향해 이동했다.

    그렇다고 해도 계층을 이동한 것도 아니니 딱히 뭔가 확 달라졌단 느낌을 받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우선은 좀 돌아다녀 보자."

    가장 먼저 할 일은 모양으로 어느 정도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맵을 완성하는 거다.

    조금 지나자 바로 기세등등한 웨어 울프 한 마리와 마주쳤다.

    "역시 여기 있는 애들은 쌩쌩하네."

    "음. 그렇다면 웨어 울프가 집결해있는 장소와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르겠구먼. 조심하도록 하세."

    고블린 주둔지에서조차 압도적인 스탯만 믿고 설치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웨어 울프 정도 되는 애들이 모여 있는 곳은 오죽할까.

    만약 그런 곳을 발견해도 그냥 돌아가는 게 좋겠지.

    무한 리스폰이라도 이용해보겠다고 도발했다가 웨어 울프가 우르르 몰려나오면 도망가기도 힘들 거다.

    이름 : 구원

    종족 : 인간 24

    직업 : 성자 41 / 모험가 10 / 무투가 21

    레벨 : 41

    생명 : 10300/10300

    정기 : 4100/4100

    근력 : 110

    내구 : 100

    민첩 : 86

    체력 : 74

    지력 : 50

    정신 : 56

    매력 : 95

    보너스 스탯 : 45

    상태 : 보통

    구원의 스탯이 이정도로 많이 올랐다고는 해도 말이다.

    물론 이쯤 되니 이제 웨어 울프 한 마리 정도는 이제 구원 혼자서도 요리할 수 있다.

    구원은 바위를 든다고 엄청나게 올린 근력을 바탕으로 손쉽게 웨어 울프를 처리했다.

    그 이후로도 맵을 돌아다니는 동안 웨어 울프가 이상할 정도로 많이 나왔다.

    게다가 놈들은 비밀 통로 쪽에서 나온 구원에게 엄청난 적의를 보였다.

    몬스터란 놈들이 원래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덤벼드는 놈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평소보다 더 흉폭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물론 화나봤자 구원 일행의 상대는 아니기 때문에 별 탈 없이 처리하며 맵을 완성해 나가길 두어 시간.

    드디어 맵의 모양이 어느 정도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맵을 그릴 수 있었다.

    "얘들아 잠깐만 기다려봐."

    구원은 길드에서 구입한 지도를 꺼내 맵과 대조해보기 시작했다.

    제발 맞는 곳이 있어라.

    1계층은 끝자락은 모험가들이 활발하게 다니는 장소라 그런지 지도도 상당히 넓어서 일일이 모양을 비교해보는 것도 꽤나 수고가 들었다.

    끈질기게 지도와 맵을 비교하며 대조해본 결과, 드디어 구원은 현재 있는 맵과 똑같은 모양의 장소를 길드 지도에서 찾을 수 있었다.

    "여기다! 아마 지금 우리 여기에 있는 모양이야!"

    구원이 손가락으로 집은 곳은 길드 지도에서도 꽤나 안쪽의 한적한 곳이었다.

    위치상으로는 위로 올라가는 길보다는 2계층의 입구라고 쓰여 있는 곳과 가까운 느낌이다.

    "흠. 이 곳인가. 그렇다면 저번에 잡은 놈은 여기 나오는 놈일지도 모르겠구먼."

    디아나가 지도의 한 편을 가리기며 말했다.

    구원 일행이 있는 곳과 가까운 위치인 그곳은 붉은색으로 괴수의 머리가 그려져 있었다.

    이게 바로 초월종 표시인가?

    그런데 맵 군데군데 몇 군데 더 그런 표시가 보인다.

    "무슨 초월종이 이렇게 많은 거야?"

    "전부 웨어 울프의 초월종들일세. 원래 초월종이라는 것이 개체별로 하나만 있는 게 아닐세. 위에서 발견한 놈들이 특이한 케이스였지. 그리고 어째선지 다음 계층과 가까운 곳은 초월종들이 유독 많다네."

    과연.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난이도가 상승하는 건가.

    "그럼 이 보라색 머리는 뭔가요?"

    "그건 계층의 주인일세. 각 계층의 마지막을 지키고 있는 녀석이지. 그 힘은 초월종과도 비할 바가 아니니 조심해야할 걸세."

    사라의 질문에 디아나가 그렇게 설명해줬다.

    계층의 보스인가.

    초월종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할 정도면 대체 얼마나 강한 거지?

    "얼마나 강한데? 지금 우리 실력으로 상대할 수 없을 정도야?"

    "음. 놈을 잡을 생각이라면 우선 자네들이 직업 레벨을 더 올리기를 추천하겠네. 그리고 임시로라도 좋으니 힐러도 하나 영입하고 말일세.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파티가 놈을 쓰러뜨렸을 때 다음 계층으로 넘어가는 것이네만."

    그 정도인가.

    웨어 울프 초월종을 손쉽게 때려잡아서 나름 자신감에 차있었는데 역시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는 모양이다.

    하긴 그 초월종도 제대로 된 방법으로 잡은 건 아니지만.

    "그럼 이제부터 직업 레벨을 올리는데 초점을 맞춰야겠네."

    "음. 그전에 정말 이 장소가 지도상의 그 위치가 맞는지 확인하고 말일세."

    하긴 그렇구나.

    우연히 지형이 같은 곳일 수도 있는 거고.

    게다가 그걸 확인하는 방법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냥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2계층의 입구를 확인하고 오면 된다.

    아무리 우연으로 지형이 같아도 이런 것까지 같을 수는 없겠지.

    일행은 지도를 확인하며 2계층의 입구로 가는 최단루트를 걸었다.

    그리고 도착한 곳에는 엄청난 위압감을 뽐내는 웨어 울프가 있었다.

    아니, 저게 정말 웨어 울프가 맞기는 한건가?

    초월종과도 또 한층 격이 다른 그 존재는 몸집이 3미터는 넘어 보이고 목 주변에 사자같이 복슬복슬한 갈기까지 난 놈이었다.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도 살기가 줄줄 흘러나오는 모습에 구원은 그만 닭살이 돋고 말았다.

    "저거 진짜 1계층 몬스터가 맞기는 맞아?"

    "적어도 힘만 놓고 보면 절대 1계층 몬스터가 아니지. 상대한다면 주의해야할 걸세."

    아니, 주의고 뭐고 간에 덤볐다간 그냥 뼈도 못 추릴 것 같은데?

    일행은 발걸음을 죽이고 살금살금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 장소를 벗어난 뒤에도 여전히 팔에 닭살이 돋아있는 게 느껴졌다.

    저런 놈을 진짜 우리 파티 하나 만으로 잡을 수 있기는 한 건가?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이미 상대해봤을 디아나가 말했으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란 얘기겠지.

    그래. 어차피 우린 마왕을 상대해야할 파티다. 이 정도로 물러날 순 없지.

    구원은 다른 사람이 저 놈을 잡을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우리가 강해져서 잡기로 결심했다.

    "우선 직업 레벨이나 올리자."

    "그래요. 그게 좋겠어요."

    사라의 눈에서도 호승심이 느껴졌다.

    역시 용사. 이정도로는 겁먹지 않는다는 말이겠지.

    그 후로 구원 일행은 이왕이면 길드 지도에 표시가 안 된 부분을 돌아다니며 몬스터를 상대해 직업 레벨 올리기에 열중했다.

    그건 그렇고 이거 꽤나 지루하네.

    구원은 방금 만난 웨어 울프를 가볍게 처리하며 생각했다.

    저번에 직업 레벨 업 노가다를 했을 때는 사라와 섹스하겠다고 늑대개를 상대로 학살했을 때다.

    그때는 섹스에 눈이 돌아가서 열심히 하기도 했고, 늑대개의 동료 불러 모으기 때문에 나름 스릴도 있었으니 이렇게까지 심심한지 몰랐는데.

    따로 돌아다니는 웨어 울프나, 고작해야 몇 마리 뭉친다고 위협도 안 되는 오크들을 상대로 싸우고 있자니 그냥 반복 작업을 하는 기분이라 너무 심심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절정 속박도 걸지 말아볼까?

    얼마나 심심했으면 구원이 그런 미친 생각을 할 정도였다.

    게다가 이게 또 마냥 미친 소리인 것도 아닌 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정신공격을 피하면서 싸우는 건 무투가의 레벨을 올리는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진짜 해봐?

    다음 만난 몬스터는 오크 세 마리였다.

    좋아. 한 번 해보자.

    어차피 주의하면 충분히 피할 수 있잖아?

    이것도 다 빨리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다.

    구원은 이번엔 절정 속박을 걸지 않고 오크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오크가 죽기도 전에 사정을 하기 시작했다.

    훗. 다 대기하고 있었다고!

    구원은 화려한 몸놀림으로 정액을 피했지만, 뒤에서 지켜보던 사라와 디아나는 상당히 놀란 모양이다.

    "구, 구원! 스킬을!"

    "자, 자네! 절정 속박을 잊었네!"

    "알아! 일부러 그런 거야!"

    구원은 화려하게 정액들을 피하면서 대답하고 가볍게 오크들을 전부 쓰러뜨렸다.

    어때? 빠른 레벨 업을 위해 이 한 몸 희생하는 모습. 멋지지?

    오크의 마석을 캐내고 의기양양하게 돌아오는 구원이었지만, 어째선지 구원이 다가가자 사라와 디아나가 뒤로 물러났다.

    사라의 안색은 어째선지 새파랗게 질려있었고, 디아나는 어제 구원과 사라가 뒤엉켜 있는 모습을 봤을 때보다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놀란 모습이다.

    "응? 너희들 왜 그래?"

    "구, 구원…."

    "자네 그런 취미였나?"

    이게 무슨 소리지?

    사라와 디아나의 알 수 없는 반응에 순간 구원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취미? 무슨 취미?

    내가 방금 뭐 했나?

    구원은 잠시 방금 전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봤다.

    그냥 레벨 업 빨리 하려고 절정 속박을 안 건 것밖에 없는데?

    …으응? 이런 씨발 설마…!

    "야! 너희 설마 이상한 상상하는 거 아니지?!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사, 사람은 각자 다양한 취미가 있는 법이니 말일세. 이 몸은 이해해주겠네."

    "아니라니까?! 내가 너 같은 변태인줄 아냐?! 사라야? 넌 나 믿지?"

    "네?! 네, 네에! 그, 그럼요…."

    사라야? 내가 한 걸음 다가갈 때마다 한 걸음씩 뒷걸음치고 있는데.

    정말 그 말을 믿어도 되겠니?

    구원은 필사적으로 자신이 왜 절정 속박을 쓰지 않았는지 역설해야 했다.

    구원의 감정실린 호소에 결국 사라와 디아나도 이해해준 모양이다.

    한참을 설명하고야 겨우 사라와 디아나도 구원의 가까이에 다가왔다.

    "전 처음부터 믿고 있었어요."

    "흠. 흠. 그렇게까지 자기 발전에 힘쓰다니. 역시 이 몸이 눈여겨본 사내답군."

    이것들이 어디서 되도 않는 거짓말을!

    구원은 사라와 디아나의 그런 모습이 가증스러웠지만, 한편으론 자신의 존엄성을 회복했다는데 안심했다.

    하마터면 부X케 당하기 좋아하는 변태가 될 뻔 했네.

    "앞으론 그런 오해하지 마라. 난 차라리 하는 걸 좋아하지 당하는 건 죽어도 싫다고."

    "하는 건 좋아하는 겐가…."

    "그럼 칸나씨와 세레나씨 때는 역시…."

    어, 어라? 잘 나가다가 막판에 또 말실수를?!

    사라와 디아나의 눈초리가 다시 변태를 보는 눈으로 변했다.

    왜, 왜? 그래도 나름 일반적인 취향 아니야?

    생각해보니 아니었다.

    이 세계는 섹스로 레벨 업 하는 세계.

    섹스 중에 남자가 절정을 해야 여자는 레벨을 올릴 수 있다.

    한마디로 남자가 하다가 중간에 빼서 몸에 싸버리면, 여자는 몸을 대주고도 레벨 업을 할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이거 완전히 자기 욕구만 충족시키고 끝내는 개새끼잖아?

    레벨 업과 상관없이 하는 섹스라면 모를까, 레벨 업이 절실한 모험가들 상대로 그러면 완전히 쓰레기다.

    "아뇨. 차라리 당하는 것 보단 하는 게 좋다는 거지, 제가 그런 걸 좋아한다는 게…."

    때늦은 변명을 해봤지만 물론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구원은 결국 그날 하루 종일을 사라와 디아나에게 변태라고 낙인찍힌 채 보내야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조아라 오류로 난리가 났었네요.

    간밤에 아무리 연타해도 글이 안 올라가서 그냥 잠이나 잤는데 설마 연타한 게 다 올라갈 줄은….

    본의 아니게 낚시를 하게 되서 죄송합니다.

    점심에서야 확인하고 삭제했는데 거기 있는 추천과 댓글들을 보니 삭제할 때 눈물이 나더군요.

    조아라에 연락도 해봤지만 댓글들을 한 화로 옮기는 건 불가능하다고 하길래 하는 수 없이 그냥 삭제했습니다.

    지워진 글들에 댓글 남겨주신 분들, 추천주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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