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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52화 (5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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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드 퀘스트

    마지막 층에 도착해서야 겨우 구원은 디아나와 사라의 따가운 눈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다만 디아나는 왠지 평소보다 구원과 조금 떨어져서 걷는 게 가까이 다가가면 구원이 야외 플레이라도 시도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나 그런 취미 없다니까.

    전에 혼자 벗었을 때 서지도 않는 거 봤잖아?

    "디아나."

    "뭐, 뭔가?"

    "아니. 그냥 불러봤어."

    "구원. 적당히 하세요."

    구원은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는 생각에, 다가가려고 하면 움찔거리는 디아나의 반응을 이런 식으로 즐겼다.

    사라도 구원이 디아나를 가지고 놀고 있다고 눈치 챘는지, 결국 한 소리할 정도였다.

    미안.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그만.

    통로를 빠져나와 구원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맵과 길드 지도의 대조였다.

    이 근처의 맵은 빙빙 돌면서 완전히 밝혀놨으니 길의 모습이 확실하다.

    하지만 역시나 길드 지도와 같은 모양으로 길이 난 부분은 없어보였다.

    역시 여기와 정규루트는 이어지지 않은 건가.

    그렇다면 일단 웨어 울프들의 숨겨진 공간 건너편으로 가보는 게 맞겠지.

    일행은 그렇게 목표를 설정하고 길을 나섰다.

    "근데? 조금 이상하지 않아?"

    "뭐, 뭐가 말인가?"

    "웨어 울프가 너무 안 나오잖아."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정규 루트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여기서는 원래 웨어 울프와 오크 무리가 5 대 5의 확률도 등장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지 웨어 울프와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아직 전투를 몇 번 치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조금 심한데?

    "음. 어쩌면 웨어 울프들이 이곳으로 오는 길은 그 곳 한 군데뿐이었는지도 모르겠구먼."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맞겠지?

    게다가 웨어 울프들의 본거지가 우리가 아직 가보지 않은 그 통로의 반대편이라면?

    사실 그 공간에서 이쪽으로 나오면서 이쪽을 막고 있던 바위로 다시 초월체가 뚫은 반대편 땅굴을 막아버리고 왔다.

    게다가 땅굴을 빠져나오고 그 위를 다시 바위로 막아 이중으로 방해를 해놨으니 아직도 그 바위들을 못 치웠다면 이 상황도 충분히 납득된다.

    웨어 울프는 안 보이지만 여전히 오크 무리들은 우글우글 거린다.

    일행은 오크들을 상대로 전투를 계속하며 웨어 울프들의 비밀 공간을 향해 갔다.

    그렇게 어느덧 시간도 오후가 되었다.

    "이쯤에서 밥이나 먹고 갈까?"

    적당한 넓이의 공간에서 오크들을 물리친 후 구원이 점식식사를 제안하여 일행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인벤토리에서 오크 고기를 꺼내 이전처럼 디아나의 마법을 이용해 고기를 굽는다.

    이번엔 철저하게 소금까지 가져왔기 때문에 간까지 맞춰가며 자글자글 익히기를 수 분.

    "그르르르."

    던전 안에 군침 도는 고기 굽는 퍼져나갈 때쯤, 드디어 오늘 처음으로 웨어 울프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놈의 상태는 한눈에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도저히 눈이 붉게 충혈 되어있고 털도 왠지 모르게 푸석푸석한 느낌이 드는 게 정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저거 왜 저래?"

    밥 타임을 방해받아 기분이 나빠진 구원은 얼른 녀석을 정리하기위해 성자의 손길을 두르고 강하게 후려쳤다.

    "꾸엑!"

    어, 어라?

    웨어 울프는 구원의 주먹 한 방에 허무하게 다리가 풀리며 자빠졌다.

    몸을 꿈틀거리고 있는 걸 보니 죽은 건 아닌 것 같은데 뭐지?

    성자의 손길에 스턴 효과가 있다고는 해도 이 정도는 아닌데?

    "아마 잠을 제대로 못 잔 것 같네요."

    그런가.

    사라의 그 한마디에 구원은 바로 납득이 됐다.

    하긴 보금자리가 비밀 장소 반대편에 있으면 못 잘만도 하지.

    우리가 길을 막고 왔다고는 하지만 아직 이쪽에 남아 있는 웨어 울프도 제법 있었을 거다.

    그런데도 웨어 울프가 전혀 보이지 않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만약 이쪽에 있는 웨어 울프들이 전부 이런 상태라면 납득이 간다.

    뭐 어찌됐든 웨어 울프가 전부 이런 상태면 우리도 편해서 좋지.

    구원은 가볍게 쓰러진 웨어 울프를 처리하고 식사를 하러 제자리에 돌아갔다.

    "야, 치사하게 너희끼리 먹고 있냐?!"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일세."

    디아나도 이제 슬슬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왔는지 천연덕스럽게 고기로 양 볼을 부풀리고 구원을 맞이했다.

    아무리 그래도 구운 걸 다 먹어버리냐?

    설마 이게 복수하는 건가?

    결국 구원은 새로 고기를 꺼내 구워야 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움직이자 곧 맵에서 밝아진 부분이 확 줄어든 장소로 도착했다.

    즉, 저번에 맵 그리기를 멈추고 웨어 울프를 미행하기 시작한 그 부근이다.

    저번에 돌아갈 때 걸린 시간을 생각해보면, 이대로 최단 루트로 가면 저녁 8시쯤에는 도착할 거다.

    어차피 그 시간에 도착해도 건너편을 확인하러 가기엔 애매한 시간이다.

    차라리 맵을 좀 밝혀두면서 돌아갈까?

    여전히 오크는 활발히 돌아다니고 있는 걸 보면, 오크도 숨겨진 통로 같은 게 있을 수도 있고 말이지.

    게다가 어차피 여기서 나흘을 머무르다 가기로 한 거다.

    물론 그동안 할 일중 최우선 사항은 건너편의 조사지만, 직업 레벨을 올리고 맵을 밝히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결국 일행과 상담해본 결과 오늘은 일단 이쪽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렇게 맵을 밝히며 돌아다녔지만, 딱히 이렇다 할 발견은 하지 못했다.

    굳이 꼽자면 중간에 기운 없는 웨어 울프들을 몇 마리 더 만난 정도일까?

    밤이 되어서야 일행은 웨어 울프들의 비밀 장소로 통하는 땅굴 앞에 도착했다.

    "이건 아직 그대로 있네."

    "음. 놈들이 여길 빠져나가지 못하고 고립됐다는 가설이 맞는 것 같군."

    막아뒀던 바위 곳곳에 웨어 울프의 발톱자국 같은 것이 새겨져있었지만, 결국 치우진 못한 모양이다.

    구원은 곧장 바위를 치우고 앞장섰다.

    이 바위는 못 치웠어도 반대편 바위는 치웠을 가능성도 혹시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저번에 초월체한테 한 짓이 생각나서 이런 땅굴을 지나가기가 싫어진단 말이지.

    남성의 트라우마를 제대로 자극하는 사건이었다.

    구원 스스로 벌인 일이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사건을 직시하자 땅굴이 조금 싫어졌다.

    물론 웨어 울프들이 구원의 물건을 세울 방법은 없을 테니 괜한 걱정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머리만 들이밀었을 때 타이밍 맞춰 기습이라도 하면 그 초월종처럼 샌드백 신세다.

    …혹시 모르니 손부터 통과하자.

    손만 움직일 수 있으면 성자의 손길로 시간을 벌 수 있다.

    구원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벌서는 것처럼 손을 머리 위로 뻗은 자세로 통과하는 수고를 들였지만, 반대편을 막아둔 바위는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좋아. 이걸로 이곳의 안전은 확실하게 보장됐다.

    "괜찮아! 먼저 들어가!"

    구원은 다시 땅굴을 빠져나가 사라와 디아나를 들여보냈다.

    왜 다시 나왔냐고?

    물론 이 구멍을 막기 위해서지.

    구원은 근력에 보너스 스탯을 더 투자한 후 바위를 머리 위까지 들고 다시 땅굴로 들어가 입구를 완전히 막았다.

    "와! 완전히 안전한 휴식처가 생겼네요!"

    "음. 이걸로 불침번도 걱정할 필요 없이 쉴 수 있겠구먼."

    사라와 디아나도 어지간히 기쁜 모양인지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3박은 묵어야 하니 그야 기쁘겠지.

    구원 역시도 불침번은 지긋지긋하기 때문에 상당히 기뻤다.

    일행은 여유롭게 식사를 마치고 슬슬 잠을 자기로 했다.

    인벤토리로 운반걱정 없이 모포는 물론 솜이불까지 넉넉히 챙겨왔기 때문에, 모포를 먼저 깔고 그 위에 솜이불을 깔면 잠자리는 아마 상당히 편할 거다.

    "아, 셋이 붙여서 깔게나."

    구원이 얼른 잠자리 준비를 나서자 알람 마법을 준비하던 디아나가 그렇게 말을 했다.

    "응? 왜? 나랑 붙어 자고 싶어?"

    "무, 무슨 소릴 하는 겐가! 이 몸은 안전을 위해 그렇게 말하는 걸세! 이곳은 던전이란 걸 잊지 말게나!"

    그냥 농담 한 번한 건데, 디아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고 항변해왔다.

    뭐 지당하신 말씀이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그래도 그렇게까지 얼굴 붉히고 화낼 건 없잖아?

    혹시 아직도 내가 이런데서 야릇한 짓을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뭐 사라랑 디아나 머리 바로 위에서 하긴 했지만.

    그러고 보니 날짜 상으로는 오늘이 사라와 할 차례다.

    설마 오늘도 하자고 하진 않겠지?

    구원은 바닥에 모포를 까는 사라의 옆모습을 힐끗 바라봤다.

    사라는 언제나처럼 쿨한 표정이라서 전혀 밤에 그런 일을 벌일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얼굴이었다.

    "응? 왜 그래요?"

    사라는 구원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설마 오늘은 안 그러겠지.

    물론 구원도 좋기야 했지만 전처럼 디아나에게 들키지 않고 끝나리란 보장이 없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고 말이지.

    결국 오늘도 모포를 나란히 하여 왼쪽부터 사라, 구원, 디아나의 순서로 나란히 자게 됐다.

    통로도 전부 막혀있고, 혹시 몰라 이 공간 전체에 디아나가 알람 마법도 설치했으니 불침번은 서지 않기로 했다.

    불침번도 서지 않고 셋이서 나란히 놓여서 잠을 자니 살짝 하렘 기분이기도 하다.

    난 지금 기분만은 다 대 일까지 경험한 카사노바야.

    구원은 흡족하게 잠에 들려다가 문득 머리에 뭔가가 떠올랐다.

    어라? 다 대 일?

    으아아앗! 오늘 며칠이지?!

    구원은 황급히 날짜를 계산해봤다.

    이런 젠장! 에이미네랑 만나기로 한 거 오늘이잖아!

    내가 왜 이 중요한 걸 까먹었지?!

    그러고 보니 어제 뭔가 기억날 듯 말 듯 하면서 안 났었는데 그게 이거였나!

    이런 멍청한 놈! 아무리 던전에서 조난당해 정신이 없었어도 까먹을 게 따로 있지!

    "구원? 왜 그래요?"

    머리를 감싸 안고 괴로워하는 구원을 옆에서 사라가 의아한 듯 쳐다봤다.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젠장. 잠이나 자자. 자서 잊어야지.

    구원은 스스로의 멍청함에 눈물을 흘리며 잠이 들었다.

    "하아. 으응. 하앗."

    구원은 전신에 느껴지는 기분 좋은 감촉에 서서히 정신이 각성했다.

    뭐지? 잔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아침인가?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들고 뿌연 시야의 초점을 맞추자, 바로 눈앞에 한 쌍의 아름다운 호박색 눈동자가 보였다.

    "사, 사ㄹ으읍!"

    "쉿. 디아나가 깨면 어쩌려고 그래요."

    사라가 구원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말했다.

    정말 그게 걱정이면 이런 짓을 애초에 하지 않아야 되는 거 아니니 사라야?!

    어느새 구원의 모포 안에 들어온 사라가 몸을 밀착시키고 한 손을 구원의 바지에 넣어 물건을 주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오늘은 제 차례잖아요. 잊었어요? 제 차례에 소홀히 하면 다른 남자랑 자버릴 거예요. 흐읍!"

    뭐?! 그건 안 되지!

    던전 안에서 사라가 당장 다른 남자를 찾을 수도 없겠지만, 구원은 사라의 그 말에 눈이 돌아가 사라의 허리를 잡아 바짝 몸을 밀착시키고 입을 맞췄다.

    "으읍. 하음. 츄릅."

    구원은 혀를 넣어 딥키스를 나누며 사라를 들어 몸 위에 올리고, 힐끗 눈만 돌려서 디아나를 살폈다.

    그러자 신비로운 은색의 눈동자와 제대로 마주쳤다.

    으헉?! 구원은 그 자세 그래도 굳어버리고 말았다.

    "하음. 구원? …아."

    구원이 굳어버리자 이상함을 느낀 사라는 구원과 입을 떼고 입가를 슥 훑더니 그제야 디아나가 깨어있단 사실을 눈치 챈 모양이다.

    "자, 자, 자, 자네들으은! 대체 던전에서 뭐하는 짓인가! 거기 정좌하게!"

    ""네, 네!""

    디아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한동안 부들부들 떨더니, 벌떡 일어나서 호통을 쳤다.

    "자네들은 모험가로서 기본자세부터 틀려먹었네! 애초에 말일세!"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화를 내는 디아나를 앞에 두고, 구원과 사라는 그저 무릎을 꿇고 앉아서 듣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어려 보여도 역시 나이는 나이인지 디아나는 설교는 일상생활의 꼬투리까지 번져서 계속 이어졌다.

    "알겠는가! 앞으로 던전에서 이런 일은 절대 금지일세!"

    ""네. 죄송합니다.""

    한참을 이어진 디아나의 설교는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끝을 고했다.

    "…들켜버렸네요."

    흥흥 거리며 모포 안에 들어가는 디아나를 보며 왠지 미소 짓고 있는 사라가 묘하게 인상적이었다.

    얜 그렇게 오랫동안 꾸중 듣고 대체 뭐가 좋다고 웃는 거지?

    구원의 의문을 뒤로 한 채 사라는 얌전히 자기 자리로 돌아가 모포를 덮었다.

    미소는 짓고 있었지만 역시 그렇게나 꾸중 듣고도 다시 레벨 업을 하자고 얽혀올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대체 저 미소의 의미는 뭘까?

    돌아가신 할아버지라도 떠올랐나?

    …모르겠다. 그냥 나도 잠이나 자자.

    구원은 더 이상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잠이나 자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다음 동료가 훨씬 일찍 나올 예정이었는데 쓰다 보니 사라와 디아나 얘기가 늘어나서 늦어지네요. 그래도 아마 머지않아 나올 것 같습니다.

    코모에 // 생각해 놓은 게 몇 개있긴 한데 아마 상당히 뒤에서나 짧게 나올 겁니다. 그냥 잊고 있어 주세요.

    selene0 // 이 글은 일인칭이니 적어도 구원은 새로 눈을 떴다고 생각한 거죠. 진실은 저 너머에….

    BanaBanana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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