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변환
"아저씨?"
"이 놈은 어디에서 들어온…… 어?"
잘 보니, 눈앞에 서 있는 남자는 나였다.
"나잖아?"
"아저씨의 분체인가봐요."
"이게?"
분체가 생긴다는 말은 미리 들어서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눈앞에 나타난 분체는 내 상상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
시아도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침묵했다.
아마 그녀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리라.
분체는 멍하니 서 있다가 쿵 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자기 의지라고는 전혀 없는 인형처럼.
물론 신경 쓰이는 건 그 부분이 아니었다.
"나라는 건 알겠는데, 왜 이렇게 살찐 거야?"
처음 실루엣을 봤을 때 <거구>라고 생각한 이유.
그건 내 분체가 엄청난 고도 비만이었기 때문이다.
이목구비가 파묻힐 정도로 오른 살.
역겨울 정도로 튀어나와서 접힌 뱃살. 허벅지는 처음부터 맞닿아 있을 정도로 퉁퉁하다.
얼굴이 같은데 동일 인물이라는 걸 알아보기까지 시간이 걸릴 정도면 말 다 했다.
자지에도 살이 붙었는지 나보다 더 커 보인다.
발기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아저씨. 분체는 하나 더 있어요."
"어?"
정말 한 명 더 있었다.
이번에는 어린애였다. 키가 내 허리께에 오는 소년.
"내 어릴 때 모습인데?"
특별히 살이 찌거나 하지는 않았다.
내 인생에도 한 번쯤 있었던,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시기의 나다.
시아는 헉하고 숨을 삼켰다.
"귀여워……!!"
"……."
거구의 분체와 마찬가지로, 어린 분체도 생리적 반응이 없다.
걷지도 못하고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널브러진다.
"분체마다 모습이 왜 이렇게 다른 거야?"
"아저씨의 어릴 때 모습 너무 사랑스러워…… 껴안고 싶어요……."
"시아, 정신 차려."
"핫…!"
시아는 빨개진 볼을 손으로 꾹꾹 누르며 뜨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아저씨…….
어릴 때 엄청나게 귀여웠네요."
"누구나 어릴 땐 귀여워."
이때는…… 뭐.
동네 누나, 아줌마들이 껌뻑 죽었지.
아무것도 모르던 어릴 때였지만.
"근데, 자지 크기는 왜 같은 거야."
어린애 몸에 성인의 자지가 달려있으니 그렇게 흉악해 보일 수가 없었다.
자지 크기가 더 부각되는 느낌이랄까.
"아저씨의 분체니까, 아저씨가 마음에 품은 몇 가지 가능성이 발현된 결과라고 생각해요."
"……확실해?"
"……그, 저를 예로 들면, 가슴 크기가 조금씩 다르거나….
눈 색깔이 미묘하게 다른 정도의 변화는 있어요. 아저씨는 그런 변화가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 같아요."
"한쪽은 고도 비만에, 한쪽은 어린애 몸이라니……."
얼굴은 나와 판박이다.
동일 인물이라는 소리를 듣고 자세히 뜯어 보면 '아!' 하게 되는 수준으로 같다.
자지까지 똑같으니 다른 사람의 몸이라고 생각할 여지는 없다…….
착잡한 기분이다.
"강림하면 다른 모습으로 고정되지는 않겠지."
"그런 일은 없어요.
만약에, 그렇게 된다고 해도…….
제가 옆에서 식단 관리, 퍼스널 트레이닝까지 확실하게 맡아 드릴게요!"
"그 정도로 저 살이 빠지겠어?"
내 몸에서 쌀 몇 가마니를 더 얹어야 저렇게 되는 거야?
"반대로 아이 몸이 되면……."
"제가 사랑과 정성으로 보살필게요!"
시아가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
"……분체는 봉인이다."
"그런! 조, 조종해보면 안 돼요? 아저씨……."
시아가 내 팔에 매달려 애원한다.
큭, 그러니까… 마음이 약해지네.
"너무 사랑스러워요. 아저씨의 어릴 때 모습.
다들 보면 난리 날 거예요!"
"……."
시아가 이렇게 흥분한 걸 보니 분체를 다룰 수 있게 되면,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별로 상관없잖아? 본체는 따로 있으니까.
이것들은 색다른 섹스를 위해 쓸 수 있는 몸.
그렇게 생각하면 분체도 나름대로 쓸모가 있다.
"요령을 가르쳐 줘."
"신체를 움직이는 것과 같아요.
집중해서 움직여 보세요."
바로 손을 뻗는다.
하지만, 분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반응이 없는데."
"으음…….
신들마다 개인차가 있다고 해요.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면,
조종하는 건 좀 어려울지도…."
"그냥 마네킹이랑 마찬가지란 소리야?"
"노력하면…! 일어나게 하는 정도는 가능할지도 몰라요."
"돌아갈래."
"히응……."
시아는 굉장히 아쉬운 듯하다.
살찐 쪽 말고. 어린애 쪽 분신이.
……그렇게 데려가고 싶은가.
나는 살짝 질투가 났다.
"내가 눈앞에 있는데 어릴 때 모습이 더 좋아?"
"둘 다 좋아요!"
…….
자기 자신에게 질투한 내가 한심하다.
아무런 의미도 없잖아…….
"아. 그럼 돼지 쪽은?"
"……."
"돼지 쪽도 좋아? 내 눈 보고 말해."
시아는 우물쭈물한다.
"됐어. 대답은 다 들었어."
"아, 아저씨라면……!
좋아요! 저 뱃살도, 제가 옆에서 같이 들어드릴게요."
"푸하하하."
시아의 각오를 듣고 폭소해버렸다.
"뱃살을 들긴 왜 들어?
확실히, 누가 들어줘야 할 것 같은 짐처럼 보이긴 하지만……."
"아저씨가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저씨라면 다 좋아요!
그저, 아저씨의 여러 가지 모습이 눈앞에 있다는 사실에…… 흥분해서……."
"알았어."
좀 진지하게 해볼까.
나는 눈을 감고 어린애 쪽 모습을 머리로 그렸다.
집중한다. 내 몸의 일부인 것처럼…….
그때, 무언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내 의식을 손에 잡을 수 있는 물건처럼 인식하고, 옮길 수 있는 기분이.
그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머릿속으로 보지 동굴과 두 분체, 그리고 내 본체를 또 다른 내가 보고 있는 것처럼 그린다.
본체가 걸어가서 어린애 쪽 분체의 손을 잡고 일으킨다.
그러자.
나는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바로 눈을 떴다.
"어……?"
"아저씨!?"
나는 고개를 확 들었다.
눈앞에 시아가 있다. 그리고 시아 옆에…… 쓰러진 내 본체가 있었다.
어어어? 뭐야 이거?
내 손을 본다.
작다. 어린애 특유의 보들보들한 피부다.
몸을 일으켰더니 시아가 이쪽을 봤다.
"아저씨…?"
"의, 의식을 옮겨버렸는데?"
헉?
이거 내 목소리야? 변성기도 안 왔잖아!
시아가 입술을 잘근 깨물고 날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내려다본다.
시아는 강한 욕구를 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저씨…….
그쪽 몸으로 간 거예요?"
"시, 시아? 왜 다가오는데?"
나는 어린 몸이 익숙하지 않아서 뒷걸음질 치다가 넘어진다.
시아가 나보다 크다니.
체격 차이가 엄청나게 와닿는다. 나는 지금, 그녀를 덮치는 쪽이 아니라 덮쳐지는 쪽이라는
걸 알았을 때.
자지가 빳빳하게 발기했다.
"아저씨. 분체에 이상은 없는지 확인해 볼 뿐이에요.
잠시……."
"윽…!"
위험하다.
이 몸으로 더 오래 있으면, 시아한테 붙잡혀서 좆물을 착취당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직,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
나는 의식을 다시 옮겨서 본체로 돌아왔다.
움찔.
"후……."
일어난다.
이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았다.
"이거 참……. 이런 거였군.
버튼 만지듯이 조작하는 건 줄 알았는데, 내가 직접 들어가야 하잖아?"
본체로 돌아오자, 시아는 조금 아쉬운 표정이다.
"꼬옥 안아보고 싶었는데."
"……그러면."
나는 추남 쪽으로 전환했다.
벌떡 일어난다. 뭐야. 생각보다 힘 있는 몸인데?
살 속에 근육이라도 잠들어 있나.
어쩌면 스탯의 영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힘을 발휘하는 데 체격은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퉁퉁한 손이라면 무엇이든 잡아서 부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아. 하던 거 마저 해봐.
이 몸으로 받아 줄게."
내 목소리도 살이 쪄서 그런지 음색이 변했다.
"아저씨, 혹시 화났어요…?"
"안아줄게. 시아."
나는 비대한 몸으로 다가가서. 시아를 안았다.
"우읏……."
우와.
여자를 억압해버리는 느낌이 장난 아니다.
본체도 힘을 쓰는 건 익숙해져 있었지만, 이건 그냥 체격이 달라서 그런지.
여자를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드는 느낌이 더욱더 강력했다.
"시아?"
혐오감에 굳었나?
하긴, 이런 돼지 몸인데…….
"아저씨. 푹신푹신해요."
"……푹신푹신?"
시아가 내 뱃살을 느끼고 있다.
"살에 파묻히는 느낌이 들어요."
"말 그대로 파묻히고 있으니까."
분체라기에 분신술이라도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아니었네.
그냥 예비 몸이 생긴 기분.
내가 여기 와 있으니까, 본체도 어린 몸도 영혼 빠진 것처럼 꿈쩍도 안 한다.
나는 투실투실한 자지를 시아의 몸에 문질렀다.
오오…….
문지를 때 뭔가…….
온몸으로 비벼대는 느낌이 더 강한데……?
"아흐으……. 응…."
"어떤 기분이야? 솔직히 말해 줘."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그건 동감한다.
"……아저씨한테 온몸이 눌려서, 전혀 저항할 수 없는 느낌이…….
조금…… 좋을지도…."
"좋군.
분체 상태를 유지하고 밖에 나갈 수도 있어?"
"네. 차원 마법을 쓴다면…."
"원하는 몸으로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뜻이네"
나는 떨어져서,
의식이 없어졌을 때 쓰러지지 않도록 자리에 누운 후 어린 몸으로 이동했다.
"자. 내 어릴 적 모습이야. 시아."
"꺄아…!"
나는 시아에게 달려가 안겼다.
시아는 어쩔 줄 모르며 내 머리를 막 쓰다듬었다.
"너무, 너무 귀여워요! 아저씨."
"어린애 모습도 괜찮은데……."
시아의 배에 얼굴을 파묻는다.
여자한테 안겼을 때 이런 느낌을 받다니.
진짜 애로 돌아간 기분이다.
목소리까지 완전히 어린애…….
…….
시험해 볼까?
나는 고개를 쓱 들었다.
"시아… 누나……."
"……."
시아가 날 와락 안았다.
"시아, 진정해…!"
"응! 누나야! 누나가 뭐 해줄까?!"
엄청나게 효과적이었다.
평소에도 헌신적인 시아지만, 지금 모습으로 부탁하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줄 기세였다.
"시아. 슬슬 놓아 줘.
원래 몸으로 돌아가게."
"아쉬운데……."
나는 의식을 옮겨 본체로 돌아왔다.
역시 오래 지낸 몸이라 그런지 가장 안정감 있다.
신체 능력도 제일 뛰어나고.
하지만 분체도 충분히 쓸모 있을 듯했다.
"좀 진정됐어?"
"……네. 저의 흐트러진 모습은… 잊어주세요…."
시아의 볼이 빨갛다.
흥분한 시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나도 갈색 피부 일진 버전 시아와 연상 폭유 버전 시아가 있었더라면 정신을 못 차렸을 테
니까.
"멋진 선물 고마워. 시아.
더 즐거운 최면 섹스를 할 수 있겠어."
"신으로 돌아온 것. 축하해요. 아저씨."
"지금부터 바빠?
괜찮다면 시아의 몸으로 시험해보고 싶은데."
"매력적인 제안이지만…….
벨리사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만 해요."
어쩔 수 없군.
시아는 지금 가장 바쁜 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르미나 변기화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웬만하면 방해하지 않는 편이 좋
겠지.
짬을 내서 질싸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았어. 잘 부탁해."
"어려운 일은 제게 맡겨 주세요.
매끄럽게 처리해 보일게요."
"믿고 있어. 내 시종이니까."
시아는 배시시 미소 지었다.
우리는 함께 고기 동굴에서 귀환했다.
대목욕탕 앞에서 시아와 헤어진 후, 나는 <추남 분체>로 몸을 바꿨다.
확실히 이 몸은 본체보다 영양 상태가 좋다.
과할 정도로.
근소한 차이지만 키도 더 큰 것 같고, 자지 두께나 길이도 훨씬 더 흉악해졌다.
이런 몸으로 선이 가느다랗고 예쁜 여자를 깔아뭉개서 보지 능욕하면……?
……상상했더니 자지가 빳빳하게 발기했다.
괴물 같은 자지다.
이런 거근으로는 최면의 도움 없이 여자와 즐겁게 섹스하는 건 어렵겠지.
하지만 최면이 있을 때는 얘기가 다르다.
일반적인 여성의 기준에서 매력이 한참 떨어진다고 할 수 있는 이 외모로, 생식 능력만은
정점을 찍을 수 있다.
능욕 최적화된 분체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스테이터스 메뉴를 오픈했다.
첫 시험 대상을 누구로 할지는 마음속에 정해 두었다.
[작품후기]
별 표시는 중요한 기믹이 추가되는 에피소드라고 생각되어 구분하기 위해 넣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