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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세계 최면물-181화 (181/414)
  • 대충 이세계 최면물 18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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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마법을 쓴 거야?"

    방을 나오자마자, 디아나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음?"

    "아버님의 태도가 돌변한 게 이상했어."

    틸리아는 디아나와 대조적으로 낙천적인 모습이었다.

    "뭐 어때? 아버님이 흔쾌히 허락해 주셨는데."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에요. 언니."

    디아나는 내가 예전에 모종의 수단을 써서 도적단을 제압했던 일을 잊지 않았다.

    굳이 은밀하게 일을 진행할 생각은 없었지만,

    아버지가 변심한 원인이 내게 있다는 걸 추론할 근거는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이제 두 사람에게는 알려 주어도 좋은 시점이다.

    "맞아. 이야기가 복잡해질 것 같아서, 내가 단순하게 정리했어."

    "아버님이 그런 결론을 내리도록 유도했다는 거야?"

    "그래. 어렵게 설득할 필요 없어."

    디아나는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스티아 정도로 고지식한 소리를 할 생각은 없지만, 이런 방식으로 얻어낸 결과가 올바른지 의심스러워."

    지당한 말이군.

    "그럼 나와 헤어지고 싶어?"

    "……."

    "나는 그게 싫어서 힘을 쓴 거야. 확실하게 하려고."

    틸리아는 선선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일이 잘 풀렸으니까 기뻐하면 돼.

    나는 이제 데칼이 없는 삶은 상상도 할 수 없는걸."

    "내 자지가 없는 삶이겠지."

    나는 손을 뻗어 틸리아의 엉덩이를 만졌다.

    "데칼, 하는 짓이 변태 아저씨 같아."

    "아버님의 몸에는 아무 문제도 없는 거지?"

    이번에는 디아나가 물었다.

    따질 건 따지고 넘어갈 생각인 것 같다.

    소중한 아버지에 대한 문제고, 최면으로 입막음하지 않았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다.

    "걱정하지 마.

    몸에 해가 될 일은 하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가주님의 건강을 지켜냈다고도 말할 수 있지."

    "지켜내?"

    디아나가 눈을 깜빡이며 되묻는다.

    "그야, 딸들이 나 같은 놈에게 붙들려 있다는 걸 알면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하시겠어?"

    "역시 좋지 못한 일이야. 아버님을 배신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

    "디아나. 너와 네 가족에게 나쁜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 약속해."

    "……그런 식으로 말하면, 더 캐물을 수도 없잖아."

    나는 디아나를 살며시 안았다.

    디아나는 품에 쏙 들어와서 안겼다.

    "앞으로 같이 지낼 일만 생각하자. 알았지?"

    "……."

    "디아나."

    나지막이 이름을 부른다.

    그러자 디아나는 흠칫 떨었다.

    "내가 떠나길 바라?"

    "그런 말은 안 했어."

    "그럼 골라."

    질 나쁜 협박으로 디아나를 궁지에 몰아넣는다.

    나는 그녀가 무슨 선택을 할지도 알고 있었다.

    "……떠나지 마."

    "그리고?"

    디아나는 내 옷을 꼬옥 쥐고 말했다.

    "데칼이랑 함께할 수 있어서 기뻐."

    "솔직해졌네."

    나는 디아나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아이참. 등교하려고 머리카락 세팅했는데. 헝클어지잖아…."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디이나는 기분 좋은 듯 배시시 웃었다.

    "틸리아. 저택에 있는 메이드 하나를 우리 성에 데려가고 싶은데. 괜찮아?"

    "응? 아, 저택 일이라면 디아나에게 물어봐.

    나는 그런 거 손 뗀 지 꽤 됐으니까."

    어디 내놓은 자식이냐.

    틸리아는 이미 마음이 다른 데로 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학교 갈게.

    데칼이 용 급이 됐으니까, 오늘 올라가려고."

    올라가려고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린다.

    나보다 강한 틸리아가 용 급에 가는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지만…….

    "왜 곰급에 머물러 있었어?"

    "응? 떨어진 거야."

    "떨어져?"

    "멜브릿의 전훈장은 꽤 치열해.

    전훈장의 성적은 용사 후보 선별에 가장 영향을 끼치니까.

    데칼과 바덱이  했던 것처럼 대부분의 점수를 걸고 부딪쳐 싸우는 경우도 적지 않아."

    상위 랭커들은 식당에 앉아 밥을 탑처럼 쌓아서 먹을 수도 있겠군…….

    점수를 그런 식으로 벌 수 있다면, 헤르카는 대체 몇 점일까.

    내 점수는 현재 2,302pt.

    기숙사에서 머물지 않았으니까 2pt 깎여서 2,300점이다.

    꽤 여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그러면, 틸리아는 용 급 후보생들이랑 싸우다가 떨어진 거야?"

    "승률은 괜찮아! 하지만, 마지막에 그 부학생회장이랑 부딪치면 꼭 깨진단 말이지."

    네리스 리케. 그녀인가.

    "멜브릿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 알았지?

    결국, 전투 쪽으로는 가장 우수한 사람들만 선별되어 나가는 거야."

    "흠, 잘 알았어."

    "간다!"

    "기다려."

    나는 팔색 진주를 꺼내서 틸리아에게 튕겼다.

    틸리아는 순발력을 발휘해서 한 손으로 가볍게 잡아챘다.

    "뭐야. 이건?"

    "몸에 지니고 있어. 선물이야."

    "알았어!"

    틸리아는 의욕 넘치는 모습으로 떠났다.

    얼른 점수를 벌고 싶은 것 같다.

    그녀에게는 비교적 간단한 일이지만, 다른 후보생에게는 가혹한 도전이다.

    애초에 틸리아와 점수를 걸고 싸워 줄 후보생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래서 멜브릿 꼭대기는 고일 대로 고여서 만성 인재 부족인 모양이다.

    "디아나. 메이드 한 명 데려가도 돼?"

    "메이드라면…… 혹시 셀레네?"

    "셀레네의 동의는 받았어. 허락해주지 않을래?"

    "흐응……. 셀레네가 꽤 마음에 들었나 보네. 어디 성이라고 했지?

    무슨 모험가가 성을 갖고 있어?"

    "내가 성주 같은 거지만 엄밀히 말하면 내 성은 아니고, 인맥으로 얻은 거야."

    "성을 가진 가문…….

    몇 개 생각나는 데가 있기는 한데. 모두 너와 연결점이 없네."

    알 리가 없지.

    애초에 이 세계에 있는 성이 아닌걸.

    "내 성은 출입이 허락된 소수 인원만 들어올 수 있어.

    방금 틸리아에게 준 보석이 성의 입장권이라고 할 수 있지."

    나는 디아나의 손에 팔색 진주를 쥐여주었다.

    "이게 입장권…?"

    "그래. 네 방도 있어."

    "정식으로 초대받은 셈이네. 기대하고 있을게."

    "셀레네를 성에 고용해도 돼?"

    "마음대로 해.

    셀레네가 바란 일이라면 말릴 생각 없어. 하지만, 네가 셀레네를 힘들게 하면 다시 데려갈 거야."

    "……."

    내가 뻣뻣하게 굳어 있자, 디아나는 한숨을 쉬었다.

    "……야한 의미로 힘들게 하는 거 말고."

    "아, 당연하지. 우리 성은 손이 안 가는 편이라서 오히려 한가할 거야."

    "야한 의미로 힘들게 할 생각이네."

    "뭐, 순서가 돌아오면.

    지금은 내 좆이 좀 바빠서."

    디아나는 기가 막힌 듯이 말했다.

    "가끔은 네 머릿속이 궁금해.

    틸리아 언니와 나를 두고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야."

    "언제나 섹스 생각뿐이지."

    "지치지도 않네.

    내가 기억하는 것만 스무 번은 넘게 사정했던 것 같은데…….

    식사를 준비시킬 테니까. 먹고 가."

    "고마워."

    나는 디아나의 이마에 입맞춤했다.

    디아나는 수줍은 얼굴로 내 눈을 피했다.

    "……내가 네 와이프야?"

    "그럼 이제부터 와이프와 학교에 가는 건가."

    부르는 말만 와이프로 바꿨을 뿐인데 뭔가 범죄적인 느낌이다.

    "멜브릿이야. 남녀가 오손도손 함께 들어갈 수 있을 리 없잖아.

    감점투성이가 돼서 쫓겨날걸."

    "……흐음."

    그랬었지.

    멜브릿의 답답한 규칙은 아직도 그대로다.

    집행관들은 후보생들이 불건전한 이성 교제에 노출되지 않도록 사소한 부분까지 간섭하여 감점을 매기고,

    사고를 친 후보생을 가두기도한다.

    "조만간 멜브릿도 변할 거야."

    "……?"

    나는, 우선 그렇게 일러두었다.

    식사를 마친 후 디아나를 정문에서 기다리게 하고, 근무 중인 셀레네를 만났다.

    "주인…. 어흠. 데칼 님?"

    "셀레네. 디아나에게 허락받았어."

    나는 복도에서 대놓고 셀레네를 안았다.

    셀레네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허락? 무슨 말씀이신가요?"

    "떠나도 된대. 우리 성으로 가자."

    "아……."

    "짐은 챙겼어?"

    셀레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하지만, 조금만 기다려주실 수 없을까요.

    떠나기 전에 인사는 드려야 된다고 생각해서……."

    "천천히 해."

    나는 셀레네에게 팔색 진주를 주었다.

    "준비가 되면, 나한테 말해. 알았지?"

    "……네. 주인님."

    "셀레네가 내 메이드라니. 너무 좋은데?"

    셀레네를 안은 팔에 힘을 넣는다.

    셀레네는 부드러운 녹색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주인님.

    저를 안고 계실 때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등을 쓸어드릴까요? 키스할까요?"

    "뭐든 좋아.

    포옹하는 게 좋아서 어쩔 수 없다는 느낌으로, 젖가슴을 밀착해 줘."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옷 너머로 셀레네의 젖가슴이 가진 부드러움과 따뜻함이 전해진다.

    아아……. 치유된다.

    "디아나가 기다리고 있으니 가볼게."

    아쉽지만 떨어질 시간이다.

    이대로 계속 안고 있다간 복도에서 덮칠 것 같고.

    셀레네는 그야말로 주인을 대할 때와 같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서 나를 배웅해 주었다.

    "좋은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주인님."

    "셀레네도."

    나는 뱅가드 저택을 나섰다.

    "그런데 우리, 왜 같이 가고 있는 거지?

    네 말대로, 멜브릿에 들어가면 견우와 직녀처럼 떨어져야 할 신세인데."

    "견우와 직녀? 뭐야 그게."

    "그런 게 있어. 헤어진 연인이 슬퍼하며 만날 때를 기다린다는 말이지."

    "여, 연인…."

    디아나는 내 얼굴을 힐끗거리며 손가락을 꼼질거렸다.

    "감점 세례를 받기 전까지는.

    멜브릿 정문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같이 있어도 되잖아.

    그것도 아니면, 나랑 같이 가고 싶지 않아?"

    "좋아. 아예 손도 잡을까?"

    디아나의 보드라운 손을 쓱 잡는다.

    디아나는 뜨거운 물건에 덴 것처럼 손을 뺐다.

    "그, 그건 안 돼!

    밖에서는 보는 눈이 있으니까."

    "뭐 어때.

    스티아와 손을 잡고 걸었던 적도 있는데?"

    거리에서 카렌과 함께 스티아를 놀렸던 게 생각났다.

    자세한 건 쏙 빼놓고 스티아와 손잡고 걸었다고 하니, 디아나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손잡을래."

    "보는 눈은?"

    "그런 거 신경 안 써. 손잡아 줘. 얼른."

    디아나는 손을 내밀었다.

    그냥 잡아 오면 될 것을.

    "내 손을 잡고 리드할 수 있는 영광을 줄게.

    잡아도 좋아."

    어느 나라 공주님이냐.

    "영광입니다."

    웬만한 공주님보다 예쁜 그녀이기에, 받아주기로 했다.

    우리는 고급 주택가를 손잡고 걸었다.

    흘낏 보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웬만해서는 무관심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가.

    멜브릿의 엄격한 규칙은 후보생인 우리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일 것이다.

    "……."

    디아나가 손을 꼼질거린다.

    아가씨는 시선을 꽤 의식하고 있는지 긴장한 모습이었다.

    나는 디아나의 손을 꼬옥 잡았다.

    이런 것도 나쁘지 않네.

    어제 내 몸 아래에 깔려서 허덕이던 디아나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떠올라서, 살갗을 대고 있으면 마치 지금도

    연결이 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도착했다."

    "아…."

    디아나는 아쉬운 듯이 소리를 냈다.

    "왜. 손 더 잡고 싶어?"

    "……이, 이런 건 처음이라서 조금 신선했을 뿐이야."

    잡고 싶다는 얘기로군.

    "이따 보자."

    "나도 언니 따라서 올라갈 테니까. 기다려. 데칼."

    "혹시 모르지. 내가 떨어질지도."

    디아나는 예쁘게 웃었다.

    디아나와 헤어진 후 가야만 하는 곳이 남자 기숙사라니…….

    나는 내가 잘 적응한 줄 알았는데 갑자기 이런 데 있기 싫어졌다.

    시아도 있으니, 어떻게든 해볼까.

    "데칼!"

    기숙사 앞에서 아바와 마주쳤다.

    "아바."

    나는 아바의 얼굴을 보자마자, 어제 일을 떠올랐다.

    "어제는 말도 없이 가버려서 미안."

    "괜찮아. 그다지 보여주고 싶은 모습도 아니었고."

    디아나한테 패배한 걸 신경 쓰고 있는 것 같다.

    "네 형님은 좀 어때?"

    "형은……. 충격이었나 봐."

    "음……."

    아바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바덱을 때려눕혔을 때는 아무런 죄책감도 들지 않았지만, 아바를 보고 있으니 괜히 미안해졌다.

    그런 공기를 읽은 듯 아바는 나를 보며 멋쩍게 웃었다.

    "데칼은 신경 쓰지 마.

    형이 너무 자만했다고 생각해. 데칼이 강하다는 건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너무 과했다고는 생각해."

    다시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짓밟았지.

    그렇게 잘난 척하고 깨지면 나라도 한동안 우울했을 거야.

    하지만 후회하고 있지는 않다.

    "형이라면 극복할 수 있을 거야."

    "어른스러워진 것 같다. 아바."

    형 앞에서 벌벌 떨기만 하던 녀석이, 이제는 형을 걱정하다니.

    아바가 새롭게 보였다.

    "최근에……. 조금 좋은 일이 있었어."

    "좋은 일?"

    아바는 실없이 웃으며 뜸 들인다.

    "이런 말 해도 되나.

    멜브릿인데……. 데칼. 비밀 지켜줄 거지?"

    "뭔데?"

    "여, 여자친구가 생겼어."

    전혀 예상 못한 말이었다.

    "뭐야. 축하할 일이잖아.

    멜브릿에서 여자를 사귀다니 제법 하는데?"

    "하하…….

    나도 믿기지 않아."

    "어떤 여자야? 말해 봐. 이럴 게 아니라 방으로 가자."

    나는 아바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서로의 침대에 걸터앉아서 마주 보고 진지하게 여자 얘기를 나눈다.

    "어떻게 만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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