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충 이세계 최면물-51화 (51/414)
  • 대충 이세계 최면물 51편

    <--   -->

    "으음……."

    뻥 뚫린 벽에서 들어온 햇살이 눈 부시다.

    블라인드 기능은 없나…….

    눈을 뜨니, 이스티와 카렌이 내 품에 잠들어 있었다. 벨라는 이제 막 일어나서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중이었다.

    "어디 가? 벨라."

    "아침 준비."

    "흐암. 잠 깨면 갈게. 오늘 우리는 물과 풀 여관으로 돌아갈 거야."

    "엘프한테 얘기 들었어. 까칠한 심사관 얘기. 「리치」를 잡으라고 하다니, 웃긴 여자야."

    나는 두 사람을 깨우지 않게 조심스레 눕혀놓고 일어났다.

    "전 여신의 관점으로 봤을 때 어떻게 생각해?"

    벨라는 흐트러짐 없는 몸가짐으로 말했다.

    "공간 도약을 배웠다면, 어설픈 리치는 쉽게 따돌릴 수 있어. 하지만 문제는 합격한 후야. 잊었어? 그 세계의 용사와 마주치면 신이 간섭할 거야.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백이면 백 적대적일 테고."

    "……그렇지."

    일찍이 들은 적 있다.

    다른 신이 관장하는 세계에 대리인을 보내는 것은 금지된 일이라고.

    나는 최면으로 벨레이라가 금기를 깨도록 만들었고, 비교적 생존 조건이 편한 이세계로 갈 수 있었다.

    "저 빨간 머리 애. 용사 후보생이 되려는 거지? 그리고 주인님은 저 아이가 마음에 들었어.

    이대로 용사 학교에 가서, 재수 없이 용사랑 마주치면?"

    "바로 적대시 당할 수도 있다는 거야?"

    "그래. 주인님도 보는 순간 깨달을 거야. 상대가 용사이며 신의 대리인이라는 사실.

    어쩌면 그래서 생긴 법도일 수도 있어…."

    "그래서 생긴?"

    벨라는 결론을 내는 걸 망설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낭중지추라는 말도 있지. 같은 세계에 신의 대리인이라는 숙명을 짊어진 사람이 둘이나 있으면,

    그 재능과 특출난 성장 때문에 싫어도 서로 마주치게 되는 거야."

    "마주치는 게 큰 문제인가?"

    "주인님 본인도 알고 있겠지만. 신의 대리인은 인성으로 뽑히는 게 아니야.

    때로는 품위없는 인간도…. 아니, 주인님을 말하는 게 아니고."

    "……내가 무슨 말 했냐? 왜 제 발 저려?"

    "조, 조금 품위 없다고 생각한 것은 사실이야."

    "……."

    벨라는 숨김없이─숨길 수도 없지만─ 털어놓는다.

    나는 벨라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쳤다.

    "읏! 이런 게 품위 없다는 거야. ……좋아하는 나도 문제지만."

    "네가 인간 본성에 대해 무척 회의적이라는 사실은 알겠어.

    요컨대 카렌을 데리고 용사 학교에 갈 정도라면 대책을 생각하라는 얘기지?"

    "주인님이 영리한 건 불행 중 다행이야."

    "불행은 뭔데. 인마."

    "개변태라는 거…?"

    "이스티한테 네 말버릇이 옮아서 날 변태라고 하기 시작했어."

    "평소의 행실을 돌이켜보면 반박할 수 없을걸?"

    하하. 맞는 말이다.

    "주인님의 능력을 의심하지는 않아.

    〈그것〉은… 신이라고 해도 대항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어. 나름대로 조사해봤지만, 힘의 출처를 전혀 알 수 없었으니까."

    "조사했다고?"

    "응."

    벨라는 말을 아꼈다.

    두 사람은 자고 있지만, 〈최면〉이라는 얘기를 직접적으로 해서 좋을 일은 없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신의 대리인이니 뭐니 하는 것은 상관없다. 사실 최면 얘기를 꺼내도 기억을 지우면 그만이지만, 벨라의 조심성은 마음에 들었다.

    벨라는 건방지기는 해도 같은 편이면 한없이 든든하다.

    "벨라. 만약 다른 신의 개입으로 위험해지면 도와줘."

    "그 잘난 능력으로 어떻게든 할 거잖아?"

    "내 힘이 미치지 않는 부분도 있을 거야."

    "흐응. 어쩔 수 없네. 보지 노예한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것 같지만…….

    그럼 참견 좀 할게. 저 카렌이란 아이랑 헤어져. 그리고 세상 구석에서 조용히 사는 거야."

    "……그건."

    "알아. 그러고 싶지 않지? 알고서 굳이 말했어."

    "알고서 굳이? 나한테 깨닫게 하려고?"

    벨라는 팔짱을 끼고 자신만만한 태도로 말했다.

    "주인님은 비열한 개변태이기는 해. 꼴리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것 같은 사람.

    ……하지만 즐겁지 않다고 생각한 일은 하지 않아. 그래서 마음에 든 여자를 인형으로 만들어서 곁에 두거나, 죽여서 처분하려고 하지 않아.

    예전 세계에서도 그랬겠지? 길들인 여자에게 발목을 잡혔을 거야."

    "……."

    훌륭한 통찰력이다.

    벨라의 시점으로 본 나는 흥미롭다.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부 맞지는 않았다.

    "언제 그런 말 한 적 있지. 벨라.

    너는 내 머리 안에 뭐가 들었는지 모른다고."

    "……그랬었지."

    "나는 즐겁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도 할 수 있어.

    그러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될지 잠깐이나마 생각해본 적 있어?"

    "……."

    벨라가 움찔 몸을 떨었다.

    처음 보는, 그녀가 겁에 질린 얼굴이다.

    "무서워하지 마."

    나는 벨라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네 말대로, 내 여자한테 마음 쏟는 동안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네…. 주인님…."

    벨라의 귀에 가까이 가서 속삭인다.

    "지금처럼 나한테 복종하고, 어떻게 하면 날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하고 행동해."

    "네."

    "기대할게."

    벨라는 스스로 무릎을 꿇고 엎드려, 내 발등에 입맞춤했다.

    "일어나도 돼. 아침 식사, 맛있게 부탁해."

    벨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방을 나섰다.

    신 대책이라…. 솔직히 막막하다. 그런 대책을 짤 머리는 내게 없다.

    오히려 나는 그 사실을 깔끔하게 인정하기로 하고 머리를 비웠다.

    신을 어떻게 해보겠다고 어설프게 시도하는 것보다 지금은 인간들의 삶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

    그래. 오늘은 중요한 용사 선출 시험의 날.

    간만에 마물들을 사냥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들떴다.

    "오빠…?"

    카렌이 눈을 떴다.

    낯선 공간에서 자고 깨었기 때문일까.

    바로 나를 찾으며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귀엽다.

    "둘 다 잘 잤어?"

    이스티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달링. 무슨 일 있었어?"

    "아니. 벨라를 배웅한다고 잠시 일어났어."

    "……응."

    카렌은 눈을 비비적거리며 기지개를 켠다.

    나는 홀린 듯 카렌의 젖을 만졌다.

    "아이참."

    카렌은 웃으면서, 내 손이 마음대로 가슴을 만지게 내버려 두었다.

    "오늘은 던전에 가는 날이야. 잘해보자고."

    "응! 아, 좋은 매물이 있는지 모험가의 거리에 가야 해. 방패도 사야 하고."

    "이스티도 같이 갈래?"

    이스티의 낌새가 묘하다. 혹시 누운 채로 벨라와 나눈 대화를 다 들었나?

    그녀 나름대로 고민할 게 있는지도 모른다.

    "둘이서 가. 나는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어."

    "따로 해야 할 일?"

    "응."

    궁금하기는 했지만 캐묻지는 않기로 했다. 이스티가 하는 일이다. 나도 믿음을 줘야지.

    "아직 밥 준비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거야. 다들 씻으러 갈까?"

    "셋이서? 가자!"

    "이스티도 괜찮지?"

    "응, 좋아."

    어제 벗어 던졌던 옷을 주워서 입는다.

    카렌은 친구를 대하는 것처럼 이스티한테 붙어 끊임없이 말을 건다. 이스티는 대꾸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무척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

    어제 일을 계기로 해서, 이스티와 카렌이 더욱 가까워진 것 같다.

    대목욕탕에서 몸을 씻고 식당으로 간다.

    벨라의 조식은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처럼 깔끔하고 가볍게 완성된 식단이었다.

    "며칠간 조개 성에서 보내니까 어떘어? 카렌."

    "좋았어. 이스티와 친해졌고, 유니크 스킬도 배웠고, 오빠랑 잔뜩 임신 섹스도 했고.

    다시 나가기 싫을 정도야."

    나도 카렌과 같은 마음이다.

    이대로 멈췄으면 할 정도로 꿈같은 시간이었지만, 꿈은 깨기 마련.

    슬슬 현실에 닥친 문제를 정리해야만 한다.

    "우리 힘이 닿는 데까지 해보자."

    "심사관님이 우리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걸?"

    스킬이 없는 세상에 살았을 때는 느껴본 적 없는 감각이다.

    마물을 쓰러뜨리고 힘을 키우고 싶다.

    결국은 벨라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이런 특출난 재능을 선사 받고 어떻게 얌전히 살아?

    처음에는 나도 죽은 듯이 안전한 삶만 살려고 했다.

    칼 맞고 죽기까지 했는데 다시 위험을 겪고 싶겠는가?

    하지만 나는 이세계로 이동만 한 게 아니다.

    다시 태어난 것과 마찬가지. 빼어난 재능을 가진 삶을 선물 받았다.

    숲에서 대충 떨어져 시작한 이세계 생활인데, 결국 갈 곳을 찾아가는 것처럼 나는 높은 곳으로 향하고 있고.

    그것은 어쩌면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친 후 나와 이스티, 카렌은 물과 풀 여관으로 돌아왔다.

    허름한 여관방을 보니 돌아왔다는 실감이 든다.

    "달링. 카렌. 먼저 가볼게."

    이스티는 갈 길을 서두르는 것처럼 떠났다.

    "오빠! 모험가의 거리 가자. 방패 골라 줘."

    "방패가 무슨 옷이냐. 내가 봐서 뭐가 좋은지 어떻게 알겠어?"

    "그냥 기분이야. 기분."

    "차라리 속옷을 골라 달라고 하면, 내가 제일 야한 거로 골라줄게."

    "그럼 속옷도…… 골라줄래?"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왔다.

    팔색 조개 성에서 보낸 시간이 카렌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특훈 중에 나랑 임신 섹스를 하는 게 당연하다는 암시 하나만으로, 카렌의 꿈을 왜곡시켰다. 그녀는 자신의 미래에 내 좆집이 된다는 선택지를 만들었다.

    트리거로 끌어낼 수 있는 최고의 성과다.

    애초에 암시를 내 좆집이 되라고 걸었으면 이렇게 유도해서 스스로 말하게 하는 성취감이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물과 풀 여관을 나서서 모험가의 거리로 갔다.

    아침부터 모험가들로 북적이는 거리.

    마른 마을의 활기는 여전했다.

    "오빠. 여기 방패 있어!"

    "어디."

    놀랐다. 잡화상이 길거리에 보자기를 펴놓고 방어구랑 무기를 팔고 있었다.

    이것들이 무슨 관광용 특산품도 아니고…… 뒤를 보니, 짐수레에 상당히 많은 매물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구경하세요! 뭘 찾으십니까?"

    "방패요! 마법 공격에 효과적인 방패 없어요?"

    "마법 공격에 효과적인 방패라면, 여기에 있는 세 개! 차례대로 30골드, 55골드, 80골드입니다."

    "……그, 그렇게 비싸요?"

    장사꾼은 자신 있게 가슴을 펴고 말했다.

    "여기서는 성능 대비 제일 싸다고 자부합니다! 마법 방패는 소재부터 희귀하고, 가공하기도 어렵기 때문이죠."

    "으음…."

    나는 뭘 사도 상관없는데 카렌이 고민하는 것 같다.

    장사꾼은 눈썰미 좋게 내 표정을 읽고 말했다.

    "남자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렇게 예쁜 여자친구분이 있으시면 몸을 지키기 위해, 좋은 방패가 필요하겠죠?"

    오호. 그렇게 나오시겠다?

    "여, 여자친구라니. 그런…."

    카렌은 손사래 치지만 아주 싫지도 않은 듯 헤실헤실 웃는다.

    나는 팔을 카렌의 허리에 감아 보란 듯이 밀착하고, 가슴을 주물렀다.

    "오, 오빠."

    "카렌. 내가 사줄게. 제일 오른쪽에 있는 방패가 좋아 보여?"

    "읏……."

    내가 카렌의 젖을 만지는 걸 보고 장사꾼이 눈을 둘 곳을 몰라 당황한다.

    "오빠를 지키려면 좋은 방패가 있어야 해. 그러니까… 오른쪽 것…."

    "좋아. 사줄게."

    나는 제일 우측에 있는, 가장 비싼 마법 방패를 가리켜 말했다.

    "저거 70골드에 줄래요?"

    "시, 십 골드씩이나 깎는 것은……."

    "좋은 구경 했잖아요? 눈요기 값으로."

    카렌이 볼을 붉히고 고개를 푹 숙인다.

    "……70 골드. 감사합니다!"

    흥정은 일사천리로 끝났다.

    카렌은 구매한 방패를 바로 왼손에 장착했다. 정말 이런 작은 버클러가 마법 막는 데 도움이 될까?

    파이어 애로우라도 한 번 쏴 볼 걸 그랬나?

    파는 물건에 그런 짓은 할 수 없었겠지만…….

    "오빠. 그 사람이 여자친구인 줄 알면 어떻게 해…."

    "뭐 어때?"

    "사실 난 오빠의 좆집인데…. 여자친구라니. 그런……."

    "그렇다고 남들한테 그런 식으로 소개할 수는 없잖아?

    난 카렌이 여자친구여도 기쁠 것 같은데."

    "……."

    카렌은 내 말을 듣고 용기를 얻었는지 내 팔에 팔짱을 끼고 밀착했다.

    카렌의 훌륭한 젖탱이가 꾹꾹 닿는 것이 기분 좋다.

    "저기 여성용 속옷 파네. 같이 들어갈까?"

    "……응."

    나는 모험가의 거리를 둘러보며 필요한 물품을 사는 겸, 카렌에게 다양한 속옷을 입혀보고 구경하는 것도 즐겼다.

    그렇게 쇼핑했더니 백 골드가 우습게 사라졌다.

    대부분 방패값이기는 했지만…….

    "오빠. 준비는 충분한 것 같아. 바로 갈까?"

    "모험가 길드에 들르자."

    "길드에?"

    "아티팩트가 완성됐나 궁금해서."

    "아!"

    카렌도 생각이 난 것 같다.

    우리가 씬 울프의 사체를 맡겼다는 것을.

    "보르도 던전 탐사 임무가 있으면 탐사 명목으로 영혼석도 좀 받아서 가고."

    "응, 바로 가자!"

    나는 카렌을 데리고 모험가 길드로 들어갔다.

    카렌이 내 팔에 꼭 붙어있는 걸 보고 몇몇 남자들이 탄식을 흘린다.

    매번 올 때마다 재밌네. 이제 즐기는 경지까지 온 것 같다.

    매력적인 여자를 좆집으로 둔 숙명이니 즐기지 않으면 손해다.

    나는 카렌과 함께 아셀린이 있는 접수대에 가까이 갔다.

    "안녕하세요. 데칼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셀린이 나를 알아보고 친절하게 미소 짓는다.

    "보르도 던전 탐사 임무 아직 있어? 중간 크기 영혼석 5개 받아 가고 싶은데."

    "네, 보르도 던전 탐사 임무의 권장 사항은……."

    아셀린은 말을 멈췄다.

    우리 생각이 같은 듯하다.

    "설명은 넘어가도 돼."

    "네. 중간 크기 영혼석 5개입니다. 그리고 라이센스 갱신을 도와드리겠습니다."

    "라이센스 갱신?"

    "씬 울프 처리 공적으로, 데칼님은 지금 골드 등급 모험가로 등록되셨어요."

    "오."

    벌써 승격인가.

    길드 마스터가 날 밀어주는 게 느껴진다.

    "골드 등급이 되면 집도 받는다고 했던가?"

    "네. 7번가에 있는 빈집이 데칼님의 명의로 등록되었어요."

    "오빠. 축하해!"

    카렌도 함께 기뻐해 주었다.

    멋진 복지 혜택이다.

    "씬 울프 납품하면서 아티팩트 받기로 했는데, 그건 어떻게 됐어?"

    "금일 완성 되어 데칼님이 오시면 제가 전달해드릴 수 있도록 맡고 있었습니다."

    아셀린이 작은 보석함을 꺼냈다.

    크기를 봐서는 반지인가? 보석함을 열었더니, 예상대로 장식 없는 은반지─실제로 은인지는 알 수 없지만─가 있었다.

    "오빠. 이거…."

    카렌도 눈치챈 듯싶었다.

    정령을 보는 감각을 익혔기 때문일까? 아티팩트에 깃든 신비한 힘이 아우라처럼 퍼지고 있는 게 보였다.

    "씬 울프 소재의 아티팩트, 「죄 없는 자의 반지」입니다. 데칼님의 공헌에 대한 보상으로 증정하는 물품입니다."

    "만져도 돼?"

    아셀린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명실공히 데칼님의 물건이에요. 만약 분실하더라도, 마른 마을에 씬 울프의 물건이라고 하면 다들 데칼님이 주인이라는 걸 알고 있을 정도로요."

    그 정도야? 뿌듯하네.

    나는 바로 반지를 들어서 정보를 확인해 봤다.

    [죄 없는 자의 반지][유니크 등급]

    [고독한 왕, 기만하는 씬 울프의 마법이 깃든 반지. 신비로운 힘으로 몸을 숨길 수 있다.]

    [「은폐의 장막」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몸을 숨기는 마법을 쓸 수 있게 해준다고? 유용하겠는데?

    "좋아. 고마워. 아셀린."

    "다음 방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여신의 가호, 강력한 공격 마법, 벽을 넘을 수 있는 엘프의 정령술, 유니크 아이템에 의한 은신까지.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스킬 가짓수가 늘어나는 건 반길 일이다.

    나는 길드를 나서면서 말했다.

    "카렌. 이 반지는 내가 사용해도 될까?"

    "응?"

    카렌은 오히려 물어볼 줄 몰랐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은폐의 장막〉은 마법사인 내가 다루는 게 더 유용할 것 같아서."

    "오빠가 잡은 씬 울프인 걸. 나는 좋은 방패를 받았고, 아티팩트는 오빠가 가지는 게 맞아."

    "고마워."

    나는 바로 반지를 장착했다.

    (〈은폐의 장막〉을 습득했습니다)

    새로운 스킬이 추가되었음을 알리는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제 던전으로 갈까?"

    "응!"

    우리는 자신 있게 마른 마을을 나섰다.

    ========== 작품 후기 ==========

    앞으로도 〈대충 이세계 최면물〉은 00시에 꾸준히 올라옵니다. 독자분들의 후원과 지지는 깨지지 않는 약속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