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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의 주인-60화 (60/76)

#60화. 장악 (1)

명품 매장이 즐비한 거리에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미리 대기 중이던 미소가 상냥한 직원이 두 사람을 맞았다.

주인은 먼저, 독경의 옷부터 골랐다.

타고난 골격이 워낙 좋은 데다, 운동도 부지런히 해서 탄탄한 근육을 가진 그는 정말이지 어떤 옷이든 다 잘 소화했다.

보고 있는 그녀가 다 흐뭇할 정도로 말이다.

주인은 독경이 마지막으로 입고 나온 짙은 회색빛 정장을 선택하고는, 어두운 보라색 계열의 넥타이를 짝으로 맞췄다. 보라색은 태성을 상징하는 색이었다.

그녀가 직접 넥타이를 매는 동안, 그가 작고 하얀 귀에 입술을 대고 나직이 물었다.

“어때요? 맘에 들어요?”

“응, 멋있어. 잘 어울려.”

주인이 화사하게 웃었다. 그러자 독경이 단아한 이마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두 사람을 지켜보던 직원이 어머, 하며 낮은 탄성을 질렀다.

“이번엔 선배 차례예요.”

그의 말에 그녀는 몇 벌의 원피스와 투피스를 골라 순서대로 갈아입었다.

등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랐던 예전과 달리 살이 오른 지금, 그녀의 몸은 가슴과 둔부의 굴곡이 살아나며 한층 옷맵시가 났다.

“진짜, 너무 예뻐요!”

독경이 감탄 섞인 시선으로 딱 달라붙은 원피스를 걸친 유려한 곡선의 전신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주인이 거울 속 제 몸을 보며 멋쩍게 웃고는, 민망할 정도로 노골적인 시선을 슬쩍 피했다.

“한 벌만 더, 입어 볼게.”

그녀가 탈의실로 이동한 사이, 그가 직원에게 은밀하게 몇 마디를 건넸다.

직원은 매섭지만 잘생긴 얼굴이 제 쪽으로 바짝 다가오자, 볼을 약간 붉히며 고개를 끄덕인 뒤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그사이, 독경이 탈의실 쪽으로 뚜벅뚜벅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다급히 문을 두들기며 외쳤다.

“선배, 문 열어 줘요. 급한 일이에요!”

이제 막, 등 뒤의 지퍼를 절반쯤 올린 주인이 허겁지겁 문을 열었다.

“뭔데, 무슨 일 생겼어?”

숨도 쉬지 않고 던지는 질문에 독경은 대답 대신, 반질반질한 구두코를 문틈으로 쑥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뭐 하는 거야?”

당황한 주인이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그가 그녀에게 바짝 다가서며 얄궂게 웃었다.

“빨리 보고 싶어서, 장난 좀 쳤어요.”

“뭐어? 당장 나가!”

그녀가 목소리를 높이며 너른 어깨를 손바닥으로 밀었다. 그가 새하얀 손목을 은근하게 쥐었다.

“뒤돌아봐요. 지퍼 올려 줄게요.”

독경이 벽에 걸린 거울을 통해 그녀의 등을 빤히 보며 말했다. 주인이 얼굴을 붉히며 천천히 뒤를 돌았다.

집요하고 노골적으로 등줄기의 솜털 하나까지 세세히 훑는 눈길이 거울에 선명하게 비쳤다. 그의 굵고 거친 손끝이 그녀의 깊게 파인 등골을 홀린 듯 천천히 쓸어내렸다.

“음, 간지러워....”

주인이 낮은 신음을 간신히 삼키며 중얼거렸다.

독경이 무척이나 진지한 표정으로 지퍼 손잡이를 꾹 잡았다. 그러고는 지퍼를 올리는 대신 서서히 아래로 끌어 내렸다.

“이독경?”

놀란 주인이 황급히 몸을 돌리려 했지만, 이미 독경이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골반을 꽉 쥔 채 몸을 틀지 못하게 막았다.

그가 제 입술을 그녀의 어깨뼈에 진득하게 가져다 댔다.

“선배....”

독경이 딱 맞붙은 살갗 틈으로 애달프게 그녀를 불렀다. 주인이 반쯤 벌어진 입으로 곤혹스럽게 답했다.

“이독경, 여기서 이러면....”

“괜찮아요, 잠깐은.... 커피 좀 사다 달라고 부탁했거든요.”

그의 입술이 등골을 타고 조금씩 흘러내렸다.

“하아....”

그녀가 벽에 양손을 짚은 채 흐느꼈다.

부드러운 혀끝이 어느새 엉치뼈까지 내려왔다. 인내심이 바닥난 독경이 치마를 성마르게 끌어 올렸다.

“아, 안 돼!”

주인이 힘줄이 바짝 돋은 손을 다급하게 붙잡았다.

“하아, 선배.... 하고 싶어요. 하게 해 줘요....”

그가 봉긋하게 올라붙은 탄력 있는 엉덩이에 제 얼굴을 묻으며 뜨거운 숨결을 토했다. 그녀가 그 열기에 숨이 막힌 것처럼 헐떡이면서도 재빨리 수습하려 애썼다.

“여기 말고 다른 데! 다른 데로 가자!”

주인의 말에 독경이 고개를 번쩍 쳐들며 두 눈을 번뜩였다. 사냥감을 낚아챈 포식자처럼 흥분감과 성취감이 어렸다.

“그럼, 차로 갈래요?”

그가 굽혔던 무릎을 곧게 펴며 일어섰다.

그러고는 자신의 질문에 대답을 종용이라도 하듯, 그녀를 뒤에서 꽉 끌어안았다. 잘록한 등허리로 크고 딱딱한 무언가가 묵직하게 닿았다.

“하, 저런.... 선배도 흥분했네요?”

독경이 야릇하게 웃으며, 거울 속 여자와 눈을 맞췄다. 그녀는 반쯤 눈을 감은 채 상기된 얼굴로 숨을 몰아쉬다가, 이내 부끄러운지 제 얼굴을 외면했다.

“빨리 나가고 싶은 거 아니었어?”

주인이 물었다.

“아아, 그렇죠....”

그가 헝클어진 제 머리를 느른하게 쓸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짤막하게 덧붙였다.

“근데 생각이 바뀌었어요. 선배 얼굴을 보니까 안 되겠네요. 차까지 가는 시간에 키스를 한 번 더 하고 말지.”

독경이 픽 웃었다. 그러고는 곧장 주머니에서 휴대 전화를 꺼내 이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접니다. 예약해 주신 매장이 마음에 들어서 오늘 하루 전부 빌리고 싶습니다. 하루치 매상의 두 배만큼 지불할 거예요. 단, 둘이 조용히 구경하고 싶으니 직원들은 모두 내보내라고 해 주세요. 뒷정리도 저희 쪽에서 할 거라고 전달하시고요.”

통화를 하는 동안에도 그는 끊임없이 다른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고, 볼을 만지작거리더니, 제 엄지를 피가 몰려 붉어진 입술 틈으로 밀어 넣었다.

주인이 새하얗게 텅 빈 머리로 무슨 행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사이, 밖은 약간 소란스러워지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다들 나갔나 보네요. 이제, 집중할까요?”

독경이 주인의 턱을 손끝으로 잡아 거울을 바라보게 했다. 그러고는 뒤에서 그녀의 어깨를 잘근잘근 씹으며, 그 또한 거울을 뚫어지게 보았다.

주인은 난폭한 욕정으로 타오르는 눈동자에 잡아먹히는 자신을 느끼며, 눈을 질끈 감았다.

“감지 마요.”

어느새 독경이 가는 목덜미를 혀로 쓸며 귓가에 속삭였다. 그러고는 치마를 걷으며 그 사이로 손을 넣었다.

“앗!”

그녀가 작게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그가 혀로 제 입술을 축이며 만족스러운 기색을 띠었다.

“벌써 이렇게 젖었어요? 더 준비할 것도 없겠네요. 바로 할게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가 지퍼를 내리고는 제 것을 꺼내 그녀 안으로 거침없이 삽입했다.

“윽!”

내벽 안으로 단단한 성기가 묵직하게 차오르자, 그녀가 고개를 젖히며 신음했다. 그가 그 얼굴을 거울을 통해 지켜보며, 제 혀를 작은 귓구멍에도 밀어 넣었다.

이윽고 독경이 그녀의 등 뒤에서 힘껏 제 몸을 쳐올렸다. 살과 살이 맞부딪히는 찰기 어린 소음이 좁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아흐... 으윽....”

주인의 몸이 함께 들썩거렸다. 소리를 내고 싶지 않아 입술을 깨물었는데도, 자꾸만 신음이 샜다.

그가 그녀의 상태를 눈치채고는 어깨를 부둥켜안으며 말했다.

“아, 선배.... 여기엔... 우리 둘밖에 없어요, 하아....”

그 말을 내뱉는 독경의 호흡도 세차게 헐떡였다.

그가 그녀의 앞섶을 거칠게 풀어 헤치며 보들보들한 가슴을 한 손에 꽉 움켜잡더니 흥분에 못 이겨 중얼거렸다.

“하아, 선배.... 어떡하지? 너무 좋아, 너무 좋아요....”

독경이 그녀의 어깨에 제 얼굴을 파묻었다. 주인이 벽을 짚고 있던 손을 떼, 그의 머리카락을 꽉 쥐었다.

“아아, 이독경....”

달뜬 부름에 그가 그녀의 몸통을 꽉 끌어안은 채 허리를 더욱 격렬하게 치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독경의 굵은 성기가 주인의 쫄깃한 내벽을 짓누르며 거친 마찰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자극은 곧장 단전을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하더니, 저릿한 감각을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뜨렸다.

어느새 뒤엉킨 두 사람의 몸이 하나가 된 것처럼 같은 호흡으로 오르내렸다.

“아, 아아!! 흣!!”

신음의 간격이 점차 짧아지다 이내, 숨 쉬는 법을 잊은 듯 우뚝 멈췄다.

뜨거운 액체가 밖으로 터지면서, 울컥울컥 쏟아졌다. 두 사람의 몸이 쾌감으로 바들바들 경련을 일으켰다.

독경이 뼈를 으스러뜨릴 것처럼 세게 그녀의 몸을 틀어쥐었다. 주인이 품 안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사지를 축 늘어뜨렸다.

“하....”

주인과 독경은 한동안 미동 없이 강렬한 절정이 휩쓸고 지나간 뒤의 여운을 느꼈다. 잠시 후, 그가 배시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한 번 더 해요, 우리.”

한 번으로는 절대 만족할 리 없는 독경이 아니나 다를까 동의도 얻지 않은 채, 주인의 몸을 돌려세우더니 한쪽 다리를 들어 자신의 허리에 얹었다.

그녀가 그런 그를 굳이 밀어내지 않았다.

독경이 그녀의 턱을 잡아 입을 벌린 후, 자신의 혀를 집어넣었다.

주인이 제 혀로 그의 혀를 매끄럽게 감싸며 받아들였다. 그러고는 양팔을 넓은 어깨에 단단히 둘렀다.

혀와 혀가 엮이는 젖은 마찰음이 다시 좁은 탈의실 안에 꽉 찼다. 펄펄 끓는 두 몸에서 뿜어지는 열기로 거울은 이미 뿌옇게 흐려진 지 오래였다.

독경이 바짝 선 주인의 유두를 엄지로 쓸며, 제 것을 그녀의 아랫배에 살살 문질렀다. 순식간에 피가 한곳으로 쏠리며 처음인 양 성기가 빳빳하게 부풀었다.

그가 흡족한 미소를 띠며 좁지만 아늑하고, 부드럽지만 동시에 탄력이 느껴지는 안으로 잠식해 갔다.

“으응....”

주인이 허리를 휘며 신음을 터뜨렸다.

“아아, 야하기도 해라.”

그가 땀으로 이마에 달라붙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상냥하게 떼며 읊조렸다. 그러고는 동그랗게 붙은 엉덩이를 한 손으로 꽉 쥔 채, 다시 허리를 치대기 시작했다.

독경의 두 눈에 핏발이 잔뜩 오르며, 목에 힘줄이 바짝 섰다. 어금니를 으득 깨물자, 날렵한 턱 근육이 경직됐다.

“아.... 아흑....”

그러는 사이, 주인은 다시금 배 속에서 절절 끓다 사방으로 뻗어 가는 쾌감에 정신을 놓을 것 같았다.

그러나 점점 희열로 일그러져 가는 그의 얼굴을 놓치고 싶지 않아, 두 눈을 부릅떴다. 그 순간, 두 사람의 눈이 맞닿았다.

접안한 새카만 눈동자에 애정과 집착과, 욕망과 연민 같은 온갖 감정이 줄줄 쏟아졌다. 그 모든 감정을 고스란히 담기가 벅차 주인은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때, 독경이 동굴 안처럼 낮게 울리는 음성으로 애달프게 속삭였다.

“주인아, 주인아, 주인아....”

자신을 부르는 나직한 소리에 그녀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터졌다.

그리고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된 채 가쁜 숨을 내뱉는 그녀를 보며, 그도 조금 이르게 사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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