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 괜찮아요. (7/19)

6. 괜찮아요.

목욕 시중!

에이든의 귓가에 천둥이 치는 것처럼 크게 들려왔다. 본능적으로 눈동자가 데굴 굴러가 얇은 옷 사이로 비치는 보드라울 게 틀림없는 올리비아의 살결을 훔쳐보았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젖가슴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며 만져 달라고 유혹했다.

꿀꺽 침이 넘어갔다. 아랫도리가 순식간에 솟구쳐 올랐다. 잔뜩 굶은 짐승처럼 허기가 졌다. 당장 품에 당겨 꽉 안고 저 붉은 입술을 맛보고 싶다. 말랑하고 촉촉하겠지.

나긋하게 안겨 드는 올리비아 안에 들어가면 환상적일 거다. 저 아이를 품고, 울리고 싶었다. 에이든의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점차 이성이 흐려지고 본능만이 남은 짐승 새끼가 되려 했다.

저 아무것도 모르는 해맑은 얼굴이 아니라면.

올리비아에게는 그 어떤 수줍음과 부끄러움이 없었다. 초롱초롱 순진하기만 했다. 에이든은 올리비아의 머릿속이 읽혔다. 정말 목욕 시중을 들 생각이다. 시중만. 그 이상에 대한 생각은 없었다.

원래 귀족은 목욕 시중을 받는다. 그러니 올리비아에겐 이게 일일 뿐이다. 목욕 시중에 뒤따르는 은밀함 따위는 모른다.

저 멍청한 계집이! 무슨 일을 당할 줄 알고! 큰일 당할 뻔한 지 며칠이 지났다고 무서움을 모르고 행동했다.

‘아니면, 나는 남자도 아니라는 거야?’

발끈하는 감정이 치솟는다. 너무 잘 믿는 건지, 아니면 범위 밖이라고 안도하는 것인지에 대한 짜증이 불처럼 타올랐다.

“당장 나가!”

올리비아가 점차 다가와 놀란 에이든이 아랫도리를 가리며 버럭 외쳤다. 큰 목소리에 올리비아의 눈이 똥그랗게 변했다. 저런 애를 건드리는 것은 죄다. 용서받지 못할 죄질이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으려고 해도 눈앞의 상황이 자극적이었다. 에이든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몰라 혼란스러워하는 올리비아에게 목에 핏대를 세워 가며 외쳤다.

“어서 나가!”

“네, 네!”

당황해서 크게 답한 올리비아가 후다닥 욕실을 나갔다. 뒤뚱뒤뚱 아른거리며 사라지는 둔부를 보니 에이든은 아래가 터질 것 같았다. 저런 멍청한 모습도 도발적으로 보이니 큰일이다.

‘젠장, 이게 무슨 일이래.’

갑작스러운 올리비아의 행동에 에이든은 씩씩거렸다. 기쁘기보다 화가 났다. 기대감보다 만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애탐으로 성질이 났다. 그녀가 눈에 보이지 않자 뒤집힐 것 같은 감정은 가라앉았다.

그렇지만 분신의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거 조금 봤다고 빳빳하게 서서 성질을 내고 있었다. 제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는 물건을 잠시 내려다봤다. 달래 줄 사람이 없어서 처량맞은 처지인 주제에 기세등등하게 서 있었다.

혼자서 하는 짓은 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 물건은 올리비아한테만 쓰려고 했는데. 하지만 오늘의 자극은 너무 강했기 때문에 절대 그냥 가라앉지 않을 것 같았다. 에이든이 눈을 딱 감고 그것을 손에 쥐었다.

꾹 감싸 쥐자 아득함에 목덜미의 솜털이 쭈뼛 섰다. 천천히 위아래로 손을 흔들었다. 혀끝에서 욕설이 쉼 없이 새어 나올 정도로 짜릿했다. 전율이 흐르고 팔뚝에 불끈 힘이 들어갔다. 손놀림이 빨라진다. 한없이 청승맞아지는 마음과 반대로 강해지는 쾌락에 손끝이 울컥 젖어 들었다.

진짜 구슬펐다. 쾌락을 맛보았는데, 허무하기만 했다. 허망하다. 세상을 잃은 기분이야. 그렇게 사정의 여운에 늘어져 있던 에이든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여태껏 올리비아가 목욕 시중을 든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그 아둔한 머리로 목욕 시중을 떠올렸을 리 없었다. 혹시 원래 목욕 시중을 들었던 적이 있는 걸까? 그게 뒤늦게 생각난 거지. 그래서 그런 옷차림으로도 아무렇지도 않았던 거고. 머릿속으로 촤르륵 상황이 정리되자 에이든의 눈이 뒤집혔다.

‘씨발. 어느 놈이야! 내가 어떻게 지켜 왔는데! 난 아까워서 손도 못 대는데!’

에이든은 억울하고 분통이 터졌다. 감히 저 속살을 먼저 본 괘씸한 놈이 있을 걸 생각하니 상대를 죽여 버리고 싶었다. 그 고운 손으로 다른 남자를 만졌다고? 기필코 그 녀석을 죽여 버릴 거다.

에이든이 씩씩거리는 그 시각. 도망치듯 욕실에서 나온 올리비아는 시무룩했다. 일을 제대로 해 보겠다고 들어갔다가 도련님에게 큰소리만 듣고 왔다. 얼굴을 터질 듯 붉히고, 눈을 무섭게 부라리며, 씩씩거리는 모양새가 많이 화나 보였다.

“씻고 나오셔서 또 혼내시면 어떡하지?”

호통이 싫은 올리비아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집사님이 가르쳐 주신 대로 하려고 했는데, 도련님의 기분을 상하게만 하고 말았다. 잘하고 싶었는데. 그러고 보니 올리비아가 무엇이든 잘하려고 할수록 오히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혼나는 일이 더 많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아까 집사님에게 제대로 일하지 못하고 있다고 훈계를 들었다. 아침엔 도련님이 깨어나기 전에 씻을 물도 준비해야 하고, 옷을 입는 것도 도와야 하고, 저녁에 주무시기 전엔 침실에 마실 물도 떠 놔야 했었지만 그동안 다 하지 않았었다. 이것저것 못한 게 많아서 혼쭐이 났다.

그래서 이제부터 잘해 보려고 했는데. 분명히 노크를 했는데 못 들으셔서 물에 빠지신 것 때문에 화나신 걸까? 아니면 혹시 따로 목욕 시중드는 방법이 있었던 걸까? 도련님이 씻고 나오셔서 호되게 혼내실까 봐 올리비아는 침실을 떠나지 못하고 맴돌았다.

그렇게 올리비아가 전전긍긍하는 사이에 욕실 문이 벌컥 열렸다. 목욕 가운을 걸친 에이든이 목까지 붉힌 얼굴로 씩씩거리며 나왔다.

“야!”

올리비아가 화들짝 떨며 도련님을 직시했다. 얼마나 다급하게 나왔는지 물기가 뚝뚝 떨어졌다. 도련님의 얼굴이 흉흉해 올리비아는 눈치를 보았다. 더 크게 소리치기 전에 올리비아는 잘못했다고 빌었다.

“잘못했어요. 집사님이 목욕 시중도 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제가 목욕 시중은 해 본 적이 없어서 도련님 기분을 상하게 했나 봐요. 노력하겠습니다.”

어떤 엄한 놈에게 목욕 시중을 들어 줬는지 따지려던 에이든은 올리비아의 자진 납세에 할 말을 잃었다.

‘그러니까 올리비아가 떠올린 것이 아니라 집사가 시켰단 말이지? 잭슨은 왜 쓸데없는 짓을 하고 그래.’

속으로 불만을 툴툴대면서도 에이든의 입가가 헤벌쭉하게 벌어졌다. 올리비아가 목욕 시중을 들어 본 적이 없다는 건, 다른 엄한 놈도 없다는 소리 아닌가. 질투로 뒤범벅되었던 옹졸한 마음이 싹 사라졌다. 언제 불쾌했냐는 듯 에이든의 기분이 좋아졌지만 고개를 숙이고 있던 올리비아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래서 또 사죄를 했다.

“죄송해요. 제대로 배워 올게요.”

“배워 온다고? 누구한테?”

잘 나가다가 왜 삐딱선을 탄단 말인가. 올리비아가 다른 사람한테 배우다가 이 짓도 당하고 저 짓도 당하는 험한 꼴을 떠올린 에이든이 버럭 성질을 냈다. 갑자기 펄쩍 뛰는 도련님의 음성에 올리비아는 깜짝 놀라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그, 다른 시녀님한테…….”

시녀고 나발이고 믿을 수 없었다. 목욕 시중을 가르쳐 준다는데 감시할 수도 없고, 엉뚱한 것을 배워 올까 두려웠다. 에이든이 격하게 소리를 질렀다.

“안 돼! 안 돼! 넌 목욕 시중들 필요 없어! 알겠어? 배우기만 해 봐! 가만 안 둘 거야!”

“네. 안 배울게요. 절대 목욕 시중들지 않을게요.”

다그치는 도련님의 말에 올리비아가 꼭 그러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에이든 도련님은 목욕 시중받는 걸 정말 싫어한다고.

“그래. 그런 거 하지 마.”

올리비아의 끄덕끄덕 열렬한 고갯짓이 들어간 다짐에 에이든은 어쩐지 제 무덤을 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솔직히 올리비아의 손길을 온몸으로 느끼고 더한 분위기로 발전할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였다.

‘역시, 아까운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닐까? 아니다.’

하지만 곧 에이든은 제 욕심을 순식간에 날려 버렸다. 저 멀뚱멀뚱한 얼굴을 봐라. 무슨 생각이 있나. 지금 올리비아와 무언가를 한다면 그건 에이든이 그렇게 욕했던 돼지 새끼와 다를 바 없는 추잡한 놈이 되어 버리는 거였다. 올리비아의 내면에 아직 그날의 충격이 무의식적으로 남아 있을지 모르는데, 벌써 그녀에게 손대는 것은 말도 안 됐다.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중요한 순간에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올리비아가 놀랄지도 몰랐다. 짜증 나지만, 그런 안 좋은 기억이 더 흐려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올리비아의 맹함 덕분에 그게 멀지는 않을 거란 걸 알아 참을 수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 정한 선인 올리비아의 생일이 내일이기도 하고.

여러모로 지금은 치졸한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화 안 나신 거죠?”

‘그런데……. 생각할수록 화가 나네?’

에이든은 올리비아의 질문에 다시 불퉁해졌다. 소리치지 않으려고,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려 할수록 울컥하는 마음이 더 심해지는 것을 느꼈다. 특히, 올리비아의 맑은 눈동자를 보니 더 화가 났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런 옷을 입고, 욕실 가운만 입은 남자 앞에서 경계하는 빛이 조금도 없었다. 가운 아래의 물건은 한 번 뺐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 신뢰 가득한 눈빛을 보니 그렇게 억울할 수 없었다.

“넌 겁도 없어?”

결국 에이든은 또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러 버리고 말았다. 큰소리 낸 것을 잠깐 후회했지만 무슨 뜻인지 몰라 멍한 올리비아의 얼굴을 보니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얼마 전에 남자한테 나쁜 일을 당할 뻔하고 그런 차림으로 오면 어떻게 해? 너 그러다가 큰일 나면 어쩌려고!”

“하지만 도련님은…….”

저 조그맣게 예쁜 입술에서 ‘안전하잖아요’라는 말이 나올 것이 뻔해 에이든은 눈이 뒤집혔다.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참고 있는데! 그런 망발을 한단 말인가.

“나도 남자거든!”

올리비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끔뻑끔뻑 느리게 움직이는 눈동자에 에이든이 분통에 차 외쳤다.

“나도 남자야! 나도 네가 두려워할 일을 할 수 있다고! 또 큰일 나고 싶어?”

“저, 전 그게…….”

올리비아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렸다. 충격으로 덜덜 떠는 모습에 에이든은 괜히 제 성질을 전부 쏟아 냈다고 후회했다. 여태 잘 참아 왔으면서 왜 이런 실수를 하는지. 하지만 올리비아가 자꾸 무방비한 모습을 보이니 심통이 났다.

그녀에게 남자로 인식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이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혼자만의 짝사랑은 가끔 비참함을 전해 줬다. 짝사랑 자체는 괜찮다. 간이고 쓸개고 다 빼 줄 만큼 좋아하니까.

하지만 이렇게까지 올리비아에게 이성으로 인식이 안 된다는 것은 끔찍했다. 함께하는 것만으로 좋다는 것은 멍청하고 오만한 말일 뿐이다. 에이든은 올리비아의 전부를 원했다.

원하고 원해서, 이런 식으로 가망이 없는 상황을 견딜 수 없었다. 더 있다가는 정말 모진 말을 쏟아 내서 올리비아를 상처 입힐 것 같았다. 에이든은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며 감정을 가라앉혔다.

“나가.”

“도, 도련님…….”

“내가 진짜 화내기 전에, 나가.”

이 순간 애절하고 가느다란 올리비아의 음성마저 에이든에겐 유혹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더 서글펐고 그만큼 단호하게 내쳤다. 정말 이성을 잃고 덤벼 버리기 전에 그녀를 내보내는 것이 최선이었다.

거듭되는 에이든의 경고에 올리비아가 후다닥 침실을 나갔다. 침대에 몸을 던지다시피 누운 에이든이 손등으로 이마를 덮은 채 큰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여러모로 진정할 필요가 있었다.

* * *

올리비아는 헐레벌떡 아래층 주방으로 뛰어 들어가 구석에 웅크렸다. 절대 도련님이 오실 리 없는 장소를 찾아 본능적으로 선택한 곳이었다.

쿵쿵쿵 쉴 새 없이 심장이 뛰었다. 너무 빨리 뛰어서인지, 도련님이 큰소리를 쳐서 그런지, 그것도 아니면 도련님이 말씀한 내용 때문인지 올리비아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떡해…….”

그저 초조해 발을 동동 굴렀다. 얼마 전의 사건으로 에이든 도련님이 말한 두려워할 일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때의 귀족 나리가 하려던 일 같은 거겠지. 밤시중.

올리비아의 얼굴이 뜨끈뜨끈해졌다. 이상했다. 심장이 엄청 두근거리긴 하는데, 그때처럼 두렵지는 않았다. 무섭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올리비아는 알 수 있었다.

‘어쩐지 에이든 도련님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올리비아는 처음으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무던한 신경 덕분에 어지간한 일에도 잠을 설친 적이 없었다. 하다못해 귀족의 시중을 억지로 들 뻔했을 때도 쿨쿨 잘만 잤다.

그런데 눈을 감을라치면 도련님의 음성이 떠올라 화들짝 눈을 떴다. 가슴이 간질간질한 것 같으면서도, 꾹 쥐어짜는 것 같은 반복적인 느낌에 벌떡 일어났다.

이상하게 얼굴이 뜨거워 뺨을 두들기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 일의 반복이었다. 잠들지 못한 것은 처음이었다. 결국, 멍한 눈으로 새벽을 맞이했다.

도련님이 무서운 걸까? 그 감정엔 아니라고 단호하게 답할 수 있었다. 어제도 분명히 생각했다. 에이든 도련님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고.

지금도 그렇다. 버럭 화를 내도 도련님은 크게 무섭지 않았다. 손찌검하거나 굶기는 등의 체벌은 하지 않았으니까. 소리만 크게 내고 귀찮은 일을 만들 뿐 도련님의 화는 가벼운 편이었다. 빽빽 소리는 치지만 중요한 순간엔 자신을 보살펴 줬다.

그러니 낯선 사람을 상대할 바엔 도련님이 훨씬 낫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왜 잠을 못 잔 것일까? 고민해도 이유를 알 수 없어 올리비아가 제 머리를 쿡 쥐어박고 일어났다.

잠을 자지 못했어도, 이유를 알지 못해서 찜찜해도, 일은 해야 했다. 올리비아는 하녀니까.

* * *

뽈뽈뽈, 쪼르르, 쫄래쫄래. 올리비아가 움직일 때마다 절로 소리가 지원되는 것 같았다. 오늘따라 무엇이 그리 바쁜지 올리비아는 짧은 다리를 쉬지 않고 움직였다.

에이든은 그 모습을 보며 좋다가도 뚱해졌다. 어제 그렇게 말했으면 자신을 조금 의식하거나, 경계라도 해야지 무시도 이런 무시가 없다. 저 둔한 계집에게 무엇을 바랬을까. 에이든은 처량함에 한숨을 쉬었다.

저런 애가 뭐가 예쁘다고 생일 준비를 하는지. 사실, 오늘이 에이든이 고대하고 고대하던 올리비아의 생일이었다. 정식으로 손을 댈 수 있는 경계선. 그 이유만으로 감격해야 했지만 어제 제 입으로 쏟아 낸 말 때문에 에이든의 마음은 심란했다.

불편한 마음은 불편한 것이고, 올리비아를 위해 오늘은 주방장에게 근사한 저녁과 특제 케이크를 부탁했다. 무려 한 판을!

선물로는 푸른색 리본 끈을 준비했다. 가운데 금색 자수가 들어가고 끈 바깥쪽으로 흰색 레이스가 달린 귀여운 끈이었다. 지금은 값비싼 물건을 쥐여 줘 봐야 사용하지도 못할 테니 늘 몸에 달고 다닐 수 있는 것으로 골랐다.

하늘거리는 긴 은발을 땋아 끝에 대롱 매달아도 귀여울 것 같고, 한껏 높이 올려 포니테일로 묶어도 살랑살랑 사랑스러울 것 같다. 활짝 웃으면 정말 예쁘겠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황홀한 상념에 에이든이 퍼뜩 놀라 손을 휘휘 저었다. 한동안 예쁜 모습 상상도 금지다. 한계선을 지났다. 이러다 진짜 사고 칠지 몰랐다.

‘케이크와 선물만 주는 거야. 그리고 화낸 거 사과하자. 오늘은 그걸로 끝이야.’

딱, 요만큼만 하자. 누가 알아주지 않을 노력이란 것을 알면서도 에이든은 스스로 한계를 또 정했다. 일부러 선물의 감동을 극대화하기 위해 오늘은 올리비아에게 후식인 케이크를 넘기지 않았다.

아침 식사를 끝마칠 때쯤 당연히 제 것인 줄 알았던 케이크를 에이든이 홀랑 먹어 치우는 모습에 올리비아가 큰 눈망울을 흔들며 처량하게 응시했다.

점심땐 더했다.

“아아! 맛있어!”

일부러 이런 소리를 냈더니 올리비아는 눈물까지 흘리려 했다. 입을 앙다물고 눈가를 발갛게 물들이며 원망스럽게 응시하는 것을 모른 척하느라 힘들었다. 생일이라 더 서러웠을 거다. 오늘따라 심술을 부리고 기다리게 하는 건 절대 욕구 불만의 투정이 아니다. 곧 케이크 한 판을 줄 건데, 미리 맛보면 감동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에이든은 점심 후식인 케이크를 맛있게 먹었다. 에이든 앞에 있던 케이크가 전부 사라진 것을 확인한 올리비아는 배신감 가득한 얼굴로 완전히 토라졌다. 일하는 내내 올리비아는 뚱해서 돌아다녔다. 에이든은 그게 귀여워 일부러 졸졸 쫓아다니며 말을 걸었다.

“올리비아.”

“왜요.”

뚱한 목소리와 움직이는 손끝에서 신경질이 묻어났다. 원래 길게 화내는 타입이 아닌데, 저렇게 오후 내내 짜증을 내는 것을 보니 혼자 케이크 먹은 게 매우 속상했나 보다.

“오늘 케이크 주지 않아서 삐졌어?”

“아니에요!”

정곡을 찔려 붉게 물든 얼굴을 했던 올리비아가 아니라고 우겼다.

“에이, 삐진 것 같은데? 정말 아니야?”

“그, 그건 원래 도련님 것이잖아요. 안 삐져요.”

“정말 안 삐졌어? 이제 저녁 먹을 건데, 이번에도 케이크 안 줘도 돼?”

에이든은 순간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올리비아의 얼굴에 적나라한 충격과 갈등이 떠올랐다.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하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모습에 더 놀렸다가는 정말 울 것 같아 올리비아를 이끌었다.

“이리 와 봐.”

귀엽긴 한데 어떻게 케이크 하나에 울기까지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에이든은 뽀뽀 하나에 감격의 눈물을 흘렸던 자신의 과거는 싹 잊었다.

“어?”

준비한 장소에 도착해 문을 열자, 안에 보인 광경에 올리비아가 외마디 소리를 냈다. 눈동자만 흔들며 당혹스럽게 에이든을 응시했다.

“자, 들어가자.”

올리비아가 쭈뼛거리며 에이든을 따라 들어섰다. 그가 올리비아를 데리고 간 곳은 1층에 있는 식당이었다. 평소 그는 이곳을 이용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예외였다. 분위기 좀 내 주는 것이 좋을 테니까 저녁을 식당에 준비해 두라고 다른 하녀에게 미리 말해 놨다.

테이블 한가운데엔 올리비아가 그렇게 좋아하는 산딸기 케이크 한 판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고, 주위엔 평소 올리비아가 먹기 힘든 고급스러운 음식이 자리했다. 가까이 선 올리비아가 황홀한 눈빛으로 케이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소박한 준비인데 올리비아는 눈에서 별이라도 쏟아 낼 기세였다.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에이든이 올리비아의 곁에 나란히 서서 속삭였다.

“저 케이크 전부 네 거야.”

“도, 도련님……!”

감격해 말을 잇지 못하는 올리비아에게 에이든은 선물을 건넸다.

“생일 축하해.”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한 진귀한 음식도 과분한데, 케이크 한 판과 선물이라니. 인간이지만 하녀는 단순한 재산일 뿐이다. 재산이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됐다.

하지만 선물을 건넨 이가 도련님이었다. 도련님이 주는 선물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올리비아는 머뭇거리며 선물을 받아 들고 조심스럽게 포장지를 뜯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울릴수록 올리비아의 코끝이 찡했다.

푸른빛의 끈이 너무 예뻤다. 이런 좋은 물건을 써도 되는지 두려울 정도였다. 아까 에이든 도련님이 케이크를 주지 않아서 조금 서운했었다. 아니, 많이 서운해서 잔뜩 불퉁한 마음으로 도련님 밉다고 속으로 욕했었다.

사실 하녀의 생일을 일일이 챙겨 주는 귀족은 없었다. 그랬기에 생일 축하란 운이 좋으면 평소보다 조금 더 좋은 음식을 얻어먹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깜짝 선물이라니.

올리비아는 인생에 두 번째로 받아 보는 선물에 숨 막히는 감동이 내면에서 휘몰아쳤다. 이 기쁨과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목이 메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에이든 도련님에게 이 행복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 이럴 때 할 행동은 하나다. 올리비아가 키 차이 때문에 까치발을 들고 목표를 향해 다가갔다.

“저 큰 케이크가 전부 네 거라니까? 얼른 먹어…….”

에이든이 케이크를 가리키며 머쓱한 음성을 냈다. 그때 올리비아가 팔을 잡는 것을 느꼈고,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던 에이든은 살포시 입술에 닿는 감촉에 일시 정지 상태가 되었다.

올리비아의 혼란스러운 두 눈이 코앞에서 마주쳤다. 에이든은 입술에 닿는 황홀한 촉감에 머릿속과 심장에서 벼락이 쳐 제정신이 아니었다.

에이든 도련님이 갑자기 고개를 돌릴지 몰랐기 때문에 입술이 예기치 못한 곳에 맞닿았다. 노렸던 뺨이 아니라 입술이 부딪혀 버린 상황에 올리비아도 그대로 얼음이 되어 버렸다.

숨도 쉬지 못한 채 그렇게 맞대고 있길 몇 초,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에이든이었다. 그는 후다닥 놀라 몸을 뒤로 뺐다. 놀라서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이 엄청난 행운에 귓가까지 새빨갛게 달아오른 에이든이 팔을 들어 제 얼굴을 가리며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이야!”

“도, 도련님이 고개를 돌리셔서 그런 건데요.”

올리비아답지 않게 더듬거리면서도 반박을 했다. 그녀의 뺨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에 더 당황한 에이든이 버럭 외쳤다.

“너 내가 어제 경고했지! 큰일 날 수도 있다고!”

생일 축하를 해 주며 어제의 실수를 사과하려던 에이든의 계획은 너무 혼란스러워 머릿속에서 싹 지워졌다. 도리어 멍청하게 화를 내고 말았다. 후회와 당혹감으로 씩씩거리는 에이든의 귀로 올리비아의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아요…….”

“뭐?”

순간, 올리비아가 한 말의 의미를 알아채지 못한 에이든이 언성을 높였다. 그래서 올리비아는 작지만 또박또박 에이든에게 다시 한번 알려 주었다.

“도련님이라면 괜찮아요.”

도련님이라면 괜찮다니. 괜찮다니? 괜찮다니!

에이든의 머릿속에 천둥과 번개가 마구 쳤다. 방금 들은 말을 믿을 수 없어 입만 뻥긋거렸다. 올리비아의 수줍음 한 조각 떠오르지 않은 맑은 얼굴을 보아 그녀는 자신이 한 말이 얼마나 의미 있는 말인지 모르는 듯했다.

참아야 한다고. 이건 아니라고. 조금 더 생각해 봐야 한다고. 실낱같은 이성이 말렸지만 에이든은 참을 수 없었다.

‘자세히 모르면 어때. 올리비아가 직접 말한 거야. 지금이 아니면 못할지도 몰라!’

이 극적인 순간을 모른 척 넘어갈 수 없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 오지 않을까 봐 두려움도 생겼다. 이성을 던져 버리고 본능적으로 결정했다. 에이든은 올리비아를 어깨에 들쳐 메고 뛰었다.

“앗! 도련님!”

비명을 지르는 올리비아의 부름에 일일이 답해 줄 여유가 없었다. 침실을 박차고 들어가 다급한 마음에 침대 위에 내동댕이치듯 내려놓았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올리비아의 위에 올라타 침대를 짚으며 내려다보았다. 하, 제 아래에 이 가냘픈 몸이 있다는 것만으로 페니스가 아플 정도로 부풀었다.

“도련님?”

예쁘디예쁜 올리비아의 얼굴 위엔 정말로 두려움이 떠오르지 않았다. 붉은 입술이 탐스럽게 눈앞에서 우물거렸다.

정말 괜찮은 것일까? 터질 듯한 이 물건을 저 순진한 애한테 넣고 욕심을 챙겨도 되는 것일까?

“네가 무슨 말을 한 건지 알아?”

에이든의 목소리엔 벌써 짙은 갈망이 드러났다. 욕정에 정신이 흐려지고 있었다.

“알아요.”

알긴 뭘 아는가. 에이든은 버럭 소리칠 뻔했다. 대답하는 올리비아의 얼굴엔 맑음만 떠올라 있었다. 욕망, 수줍음, 두려움, 호기심, 설렘. 그 어떤 은밀한 감정이 담기지 않은 맹한 표정에 속이 뒤집히면서도 에이든은 멈출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납게 얼굴을 일그러트린 에이든이 거칠게 고개를 내리눌러 올리비아의 입술을 빼앗았다. 하지만 그 거친 시작과 다르게 가만히 입술을 붙인 채로 멈췄다. 그저 입술이 맞닿았을 뿐인데 뺨에 닿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황홀함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 작은 접촉만으로 절정에 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숨 쉴 때마다 폐를 채우는 올리비아의 향기 때문에 어지러웠다. 흥분을 주체하지 못해 옷 안쪽에서 찔끔찔끔 젖어 드는 감촉이 그대로 느껴졌다.

에이든은 가까스로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 수 있었다. 천천히 말랑거리는 입술을 핥았다. 꿀을 발라 놓은 것처럼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어서 열어 달라고 몇 번이나 두드리며 할짝이자 굳게 닫혀 있던 입술이 벌어졌다.

눈치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던 올리비아가 오늘따라 환장하게 눈치가 빨랐다. 틈을 놓치지 않고 혀를 밀어 넣었다. 타인의 열기가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입안을 탐험했다. 가느다란 치열을 건드려 보고, 매끈거리는 점막을 비벼 보고, 물컹거리는 혀를 옭아매 보고, 양 뺨을 잡고 느릿하지만 깊게 올리비아를 탐했다.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라서 멈추지 않고 계속 입술을 맛보았다. 툭툭, 다급하게 어깨를 두들기는 올리비아의 주먹이 아니었다면 평생 붙이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푸하! 하아, 하아, 하아…….”

다급한 몸짓에 입술을 떼었더니 올리비아가 섹시함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숨소리를 토해 냈다. 호흡 곤란으로 새빨개진 얼굴도 예뻤다. 헐떡이느라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도 탐이 났다.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움켜쥐었다. 물컹하고 손끝에 번지는 감촉에 머릿속이 쭈뼛했다. 이런 접촉만으로 좋아서 미칠 것 같았다.

“하아, 이런 것보다 더한 것도 할 거야. 정말 괜찮겠어?”

당장 격하게 욕망을 풀고 싶으면서도 가까스로 마지막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에이든은 지금도 한계라 여겨질 정도로 흐릿한 정신이었다. 어서 결정해 달라고. 도망갈 마지막 기회라고.

술에 취한 것도 아닌데 자꾸 초점이 어긋나 눈에 힘을 주어 올리비아를 응시했다. 아직도 가쁜 숨을 정리하지 못한 올리비아가 색색대며 속삭였다.

“하아, 괜찮, 괜찮아요.”

마지막 기회까지 차 버린 것은 올리비아였다. 망설일 이유가 사라진 에이든의 이성의 끈이 사라졌다.

“씨발, 이젠 진짜로 못 멈춰.”

에이든은 다시 올리비아에게 입을 맞추며 틀어쥔 그녀의 가슴을 더욱 꽉 움켜쥐었다. 이 말랑한 감촉을 직접 느끼고 싶었다. 옷을 벗기는 시간도 아까워 우악스럽게 천을 잡아당겼다.

“도련님! 옷을 찢으면 어떡해요!”

투둑 하며 단추가 날아가고 옷이 뜯기는 소리에 올리비아가 버럭 소리쳤다.

‘지금 그게 중요해? 어? 옷 찢어지는 게 중요하냐고!’

버럭 외치고 싶었지만 올리비아의 원망 어린 그 눈동자에 에이든은 조급하게 답했다.

“다시 사 줄게!”

그제야 다시 얌전해진 올리비아의 모습에 속으로 욕설을 뇌까린 에이든이 희고 가느다란 목덜미에 입술을 댔다. 올리비아의 체향이 더욱 짙게 느껴졌다. 입술이 닿은 곳이 너무나 부드러워 녹아 버릴 것 같았다.

손안에 가득 담긴 가슴은 또 어떠한가, 말랑말랑하고 포근하니 손을 떼기 힘들 정도였다. 게걸스럽게 목덜미와 가슴을 탐했다. 동그란 유실이 쫑긋 서서 유혹해 참지 못하고 입에 담았다.

“읏…….”

쭉 빨아들이자 올리비아가 낮은 신음을 흘렸다. 잘근잘근 아프지 않게 씹자 더욱 우뚝 서고 물기를 머금는 것에 에이든의 숨결이 거칠어졌다. 야해, 너무 야했다. 이대로 몸이 터져 나갈 것 같았다.

페니스가 한계치였다. 전희고 뭐고 할 여유가 없었다. 더듬거리며 치마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은 에이든이 올리비아의 속옷을 단번에 벗겨 냈다. 당황해 눈을 동그랗게 뜨는 올리비아를 무시하고 아래로 내려갔다.

치마를 걷어 올린 후 다리를 오므리지 못하게 허벅지를 벌렸다. 수풀 속에 감춰져 있던 분홍빛의 속살이 드러났다. 공기 중에 노출된 탓인지, 타인의 시선에 완벽하게 노출된 탓인지 움찔움찔 떨리는 입구의 황홀하게 아름다운 모습에서 에이든은 시선을 떼지 못했다.

“도, 도련님?”

흔들리는 올리비아의 목소리에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에이든은 망설이지 않고 벌름거리는 곳을 핥았다.

“흐윽!”

“하, 씨발. 여기 진짜 예뻐.”

길게 혀를 빼 아래쪽부터 길게 클리토리스까지 핥아 올리자 올리비아가 움찔 허벅지를 떨었다. 여린 곳이라 혀로 조심스럽게 비벼 주고 찔러 주자 떨며 반응했다. 굉장했다. 쿰쿰한 냄새조차 향긋했다.

핥을수록 말간 액체가 흘러나왔다. 입으로만 놀아 주기 아까워 손가락을 하나 집어넣어 보았다. 혀로 헤집어 놓은 탓에 폭 하고 쉽게 손가락이 들어갔다. 말랑하면서 촉촉하고, 뜨끈하게 엉켜드는 감각에 뒷덜미가 쭈뼛했다.

“하, 엄청 조여. 손가락이 끊어질 것 같아.”

과연 제 물건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걱정일 정도로 올리비아의 안쪽은 좁았다. 넓히기 위해 피스톤질 하듯 손가락을 넣었다가 뺐다. 몇 번을 반복하자 액체가 흥건하게 흘러나와 움직임이 수월해졌다. 미치겠다. 손가락인데 제 물건을 넣고 쑤시는 것처럼 아득했다.

“흐읏, 도, 도련님…….”

올리비아의 흐느낌이 강해졌다. 중지로 안쪽을 넓히고 문지르며 엄지로 클리토리스를 살살 긁어 주자 올리비아의 엉덩이가 흔들렸다.

“아읏!”

안쪽을 세게 누르고 짓눌러 주자 올리비아가 다리에 힘을 주어 막았다. 방해받는 것이 짜증 나 올려다보니 눈물을 글썽이며 쾌감에 어찌할 줄 모르는 표정이 보였다. 순진함과 맹함을 날려 버린 쾌락에 물든 야한 얼굴이 너무나 아름다워 만족스러웠다.

안쪽에 담긴 손가락만 살살 돌렸더니 올리비아의 뒤틀림이 더 강해졌다. 질벽이 손가락을 부러뜨릴 듯 조여 왔다.

“흐흐흑…….”

진짜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에이든은 당장 이 쫀득한 곳에 제 물건을 쑤셔 넣지 않으면 살인이라도 저지를 것 같았다.

“힘 빼고 다리 벌려.”

쾌감에 헐떡거리느라 듣지 못했는지 올리비아는 더욱 몸을 웅크렸다. 초조한 에이든이 빙글빙글 돌려 대던 손가락 장난을 멈추고 소리쳤다.

“힘 빼라고. 어서!”

그제야 올리비아가 살짝 힘을 풀었고, 에이든도 손을 빼낼 수 있었다. 끈적끈적한 액체로 푹 젖어 손가락과 올리비아의 입구에 은빛 실이 이어졌다. 옷을 벗을 여유 따위는 없었다. 에이든은 그곳을 노려보며 다급하게 바지춤만 풀었다. 튕겨 나오듯 솟아 나온 물건을 잡고 두어 번 흔들며 에이든이 올리비아의 허벅지를 쳤다.

“하아, 다리, 제대로 벌려.”

웅크렸던 몸을 펴며 제대로 누운 올리비아가 다리를 벌렸다. 침대에 흐트러진 모습으로 누워 있는 것조차 예뻤다. 올리비아와 이런 순간까지 왔다는 것에 참을 수 없을 만큼 좋았다.

질질 쿠퍼액을 흘리는 페니스를 올리비아의 입구에 가져다 댔다. 끝에 매끈한 살이 닿는 것만으로 오싹했다. 에이든의 몸이 덜덜 떨렸다. 제게 다가올 일을 모르고 헐떡거리는 올리비아를 바라보며 천천히 삽입했다. 무리 없이 선단이 들어가고 조금 더 전진하자 올리비아의 입이 벌어졌다.

“아, 아악! 도, 도련님!”

눈을 크게 뜨고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고통을 호소했다. 아픔으로 인해 힘을 주어 페니스를 조여 대 에이든도 미칠 것 같았다.

“하, 젠장, 힘 빼!”

불가능하다는 것처럼 올리비아가 울먹이며 도리질했다. 처음의 고통이란 것을 안다. 하지만 에이든은 더 참을 도리가 없었다. 이 상태론 안 되겠다 싶어 허벅지를 잡고 무자비하게 올려붙였다.

“아악!”

쑥 하고 페니스가 전부 들어가자 올리비아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에이든은 신경 써 줄 여유가 조금도 없었다. 올리비아와 이렇게 하나가 되길 늘 바라 왔었다. 꿈을 수도 없이 꾸었다. 상상도 미치도록 했다.

그런데 그런 것은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실제로 겪는 이 황홀한 쾌감은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다. 올리비아의 안쪽에 페니스를 전부 묻는 순간.

촉촉하고, 뜨끈하며, 쫀득한 것이 아찔했다. 온몸이 전율하는 아득한 쾌락이었다. 처음 페니스를 받아들인 올리비아의 내벽이 밀어내듯 움직여 더욱 조여들었다.

사방에서 옥죄는 이 엄청난 압박감은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그렇게 순식간에 찾아오는 쾌감에 오싹했다. 에이든은 위험함을 느꼈다. 본능적으로 힘을 주며 외쳤다.

“아, 안 돼!”

하지만 에이든의 필사적인 외침을 몸뚱이는 들어주지 않았다. 빠듯하게 물어 쥐는 질벽의 힘을 에이든은 버티지 못했다. 페니스의 끝에서 정액이 쏟아져 나왔다. 척추를 타고 오르내리는 저릿한 쾌락에 시트를 움켜쥐며 에이든은 욕설을 삼켰다.

씨발, 1초. 아니 2초는 버텼나.

몸속으로 퍼지는 사정의 쾌락 속에서도 에이든은 죽고 싶었다.

기다려 온 세월이 너무 길었나 보다. 사정감이 멈추지 않았다. 수치심에 미칠 것 같은데 질펀하게 싸지른 덕분에 하반신에서는 녹아 버릴 것 같은 쾌감이 몰려왔다.

에이든의 허리가 움찔움찔 떨렸다. 잠결에 허망하게 속옷에 저지른 것도 아니고, 바라 마지않던 올리비아와 결합된 상태에서의 사정이었다. 좋아 죽을 것 같은 행복감이 밀려와야 했는데, 2초라는 숫자는 좌절감을 불러내기 충분했다.

‘2초라니. 내가 2초라니. 크흑…….’

그 상태 그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에이든은 올리비아의 어깨에 고개를 묻고 흘러나오는 눈물을 참았다. 휘몰아치는 서글픔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에이든이 자괴감에 뭉개져 있을 때 덕분에 휴식 아닌 휴식을 갖게 된 올리비아는 격한 숨을 몰아쉬며 점차 통증에 익숙해져 갔다. 도련님이 움직이지 않으시니 살 것 같았다. 안쪽에서 엄청 크게 느껴지던 것도 작아진 것 같고.

관계를 맺는다는 게 이렇게 아플 줄은 몰랐다. 밤에 하녀들이 수다 떨 땐 좋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걸 하면서 좋을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마지막 전까지는 야릇하긴 했는데, 마지막이 아프면 다 소용없지 않은가. 이렇게 아플 줄 알았으면 하지 말 걸 그랬다.

‘아니지, 어차피 누군가와는 했을 테니까 역시 도련님이랑 하는 게 나았나?’

멍하니 늘어져 있다가 몸을 짓누르고 있는 도련님의 몸이 무거워 올리비아는 바르작거렸다. 그런 움직임을 느낀 에이든이 슬쩍 상체를 일으켰다.

“도련님 이제 끝난 건가요?”

자책감에 음울한 에이든에게 올리비아는 순진한 얼굴로 잔인하게 비수를 꽂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올리비아는 그저 궁금해 던진 말이지만, 땅굴을 파고 있던 에이든에겐 벌써 끝났냐는 비웃음처럼 들렸다.

마음의 상처에 다시 무너져 내렸다. 어흑, 소리 내 울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사나이 에이든,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었다. 오기가 생겼다.

“아직, 아직이야!”

실수를 만회해야만 했다. 이렇게 최악을 올리비아에게 처음으로 기억되게 할 수는 없었다. 한 번 더 할 수 있었다. 이번엔 제대로 버텨 낼 테다. 에이든이 의지를 다지며 벌떡 상체를 일으키고 올리비아를 내려다보았더니, 그녀의 눈동자엔 두려움이 떠올랐다.

“왜, 왜?”

괜히 에이든의 음성이 떨렸다. 올리비아가 울먹이며 중얼거렸다.

“아, 아픈데요.”

씨발, 자존심이 무너져 내리며 욕설이 절로 떠올랐지만 겉으로는 웃었다. 살짝 입을 맞추며 올리비아를 달랬다.

“괜찮아. 처음이라 그래.”

“정말 처음만 아파요?”

올리비아의 순수함에 자꾸 에이든의 마음이 뭉개졌다. 첫 기억이 고통이라니. 못한다고 비꼬는 것 같았다.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음을 참았다.

“그럼. 이번엔 괜찮을 거야.”

더 대화를 나눴다간 안 될 것 같아 뺨에 입을 맞추고 목덜미를 살살 핥았다. 가슴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매만졌다. 입술과 손에 닿는 부드러운 살결에 자괴감은 사라지고 급속도로 흥분이 몰려왔다.

황홀함에 다시 정신없이 올리비아의 피부를 쓰다듬었다. 힘없이 늘어졌던 물건이 다시 힘을 받기 시작했다. 가녀린 목도 귀엽고, 쇄골도 섹시했다. 흐트러진 표정도 예쁘다. 풍만한 가슴은 관능적이다. 왜 이렇게 향긋하고 달콤한지. 이러니까 못 버티지. 그 와중에 에이든은 조금 전 실수를 합리화했다.

“읏!”

손가락 끝으로 유두를 비틀었더니 올리비아가 신음을 흘리며 안쪽을 조였다. 아직 결합된 상태였기에 페니스가 압박받아 오싹하니 너무 좋았다. 또 쌀 것 같다. 에이든은 끌려가지 않기 위해 정신을 바짝 다잡았다. 이번엔 꼭 올리비아를 만족하게 할 테다!

벌어진 허벅지를 잡고 살짝 허리를 뺐다가 집어넣었다.

“흐윽!”

올리비아의 날카로운 흐느낌에 깜짝 놀라 멈췄다. 미간이 고통으로 좁혀져 있었다. 에이든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직도 아파?”

끄덕이는 올리비아를 보니 망설여진다. 정신이 돌아오니 이게 안 좋았다. 멈춰야 한다와 멈출 수 없다 사이에서 저울질하던 이성을 다잡았다.

“기분 좋게 해 줄게. 조금만 참아. 알았지?”

에이든은 굉장히 파렴치한 놈이 된 느낌이 드는 말을 쏟아 내며 올리비아의 입에서 원망이 흘러나오기 전에 눈을 딱 감고 잘게 허리를 치댔다. 진짜 좋아 죽을 것 같다. 당장 쌀 수 있을 정도로.

올리비아를 절정으로 이끌어야 하는데, 먼저 가게 생겼다. 에이든은 이를 악물고 몰려오는 사정감을 참으며 이곳저곳 내부를 찔러 봤다. 그러면서 아래에서 흔들리는 올리비아의 표정을 살폈다.

“으응…….”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 올리비아에게서 콧소리가 흘러나왔다. 살짝 미간이 접혔지만 기분이 야릇해지기 시작하는지 슬쩍슬쩍 미묘한 기운이 서렸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그에 에이든은 용기를 내서 조금 더 적극적이고 크게 움직였다.

한 번의 사정으로 안쪽에 들어찬 정액 덕분에 움직임에 무리가 없었다. 살짝살짝 들쑤시던 것을 크게 뺐다가 집어넣었다. 내벽이 더욱 질척하게 페니스에 엉켜들었다. 아, 씨발 진짜 좋다.

“으읏, 으응, 으응…….”

달콤함이 들어간 숨소리가 너무 좋았다. 쾌감이 고조되어 이가 아드득 물렸다. 꿈에 그리던 올리비아와의 섹스다. 너무 좋아서 현실감이 없었다. 전부 꿈만 같았다. 이 감각조차 자신의 헛된 욕심이 만들어 낸 환상 같았다.

페니스부터 전부 먹히고 있었다. 자꾸 정신이 날아갈 것 같았다. 올리비아의 허리가 반응해 작게 흔들렸다. 내벽은 더욱 꿈틀거리며 수축했다. 본인 몸에 떠오른 감각이 뭔지도 모르면서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후욱, 올리비아, 읏, 어때?”

“흐응, 응, 모, 몰라요.”

도리질 치는 얼굴에 붉은 열기가 감돌았다. 처음 찾아온 자극에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만큼 페니스를 물어 쥐는 질벽의 반응이 뚜렷해졌다. 제대로 느끼고 있다.

“하아, 그게 기분 좋은 거야.”

올리비아의 상태를 알려 주었더니 큰 눈이 빠르게 깜빡거렸다. 이게 기분 좋은 거구나, 그런 표정에 만족감이 커져 흥분이 거세졌다.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에 용기가 생겼다. 골반을 틀어쥐고 허리를 강하게 튕겨 보았다. 하체끼리 닿으며 철썩이는 소리를 자아냈다.

“아앙!”

예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에이든도 짜릿했다. 말랑한 허벅지를 움켜쥐고 제 욕심을 채우기 시작했다. 좁은 입구를 헤집고 들어가는 페니스가 터질 것 같았다. 쾌감에 뒷덜미가 오싹오싹 당겼다.

이제 더 이상 올리비아의 얼굴에 고통은 떠오르지 않았다. 제대로 쾌락을 느끼느라 아래쪽이 흥건해져 페니스를 박아 넣는 것이 한결 수월해졌다. 미치도록 좋았다.

“헉, 올리비아 기분 좋지?”

“으응, 으응, 기분 흣, 좋아요!”

올리비아는 부끄러움을 모르기 때문에 솔직했다. 숨김없이 제가 느끼는 것을 인정했다. 이 순진함이 좋았다. 시트를 쥐고 어찌할 줄 모르는 올리비아의 손을 떼어다가 목에 걸어 주었다. 올리비아가 강하게 당기는 것이 귀여워 살짝 입을 맞췄다.

“흐흣, 더 세게 쑤셔 줄까?”

“응응, 더 세게, 흐읏, 쑤셔 줘요!”

쾌감에 취해 적나라한 말도 아무렇지 않게 따라 했다. 자극을 위해 맞닿은 가슴을 비비고, 엉덩이를 흔들며 졸랐다. 예뻐서 미칠 것 같다. 요구대로 올리비아의 골반을 틀어쥐고 앞뒤로 강하게 허리를 치댔다.

“아앗!”

자지러지는 신음에 신나 에이든은 열성적으로 올리비아를 탐했다. 그러다 깊게 묻고 느릿하게 허리를 돌렸다. 내부를 휘젓듯 움직였다.

“하아, 어때? 이게 좋아?”

“으응, 좋아.”

대답은 좋다고 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 교성이 잦아들고 페니스를 물어 쥐는 내벽의 강도가 약해졌다. 이번엔 엉덩이를 잡고 짧고 빠르게 쑤셨다. 정액과 애액이 묻은 성기가 올리비아의 몸 밖으로 반쯤 뽑혔다가 들어가길 반복했다.

“후우, 후우, 이건? 이건 좋아?”

“흐윽, 으응 좋아.”

이번에도 소리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느끼긴 해도 절정에 달하기 부족해 보였다. 엉덩이를 잡아 더 끌어당겼다. 에이든이 상체를 일으켜 더욱 몸을 겹치며 무릎을 잡아 벌렸다. 반으로 접히다시피 한 올리비아의 몸 위에 에이든이 올라타듯 무게를 실었다.

무릎을 잡고 찍어 내리듯 허리 짓했다. 퍽 소리를 내며 박아진 페니스가 무게 중심이 흔들리며 내부에서 미끄러졌다.

“아앙! 아앙!”

올리비아의 입에서 쾌락의 신음이 터져 나왔다. 다시 크게 찍어 넣었지만 방금의 신음은 아니었다. 이번엔 넣고 허리를 밀어 올렸다. 깊숙하게 들어선 페니스가 내벽을 훑고 지나가자 올리비아가 입을 벌리며 바르르 떨었다.

“이, 이잇, 이게 하악, 좋지?”

페니스를 조이는 강도가 달랐다. 포식자가 물어뜯듯 무자비하게 압박했다. 올리비아에게 발라 먹힐 것 같았다. 아득한 쾌락에 에이든은 가까스로 버텼다.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올리비아가 크게 고갯짓했다.

쾌감에 정신없어 보였다. 쉴 새 없이 찍어 올렸다. 좋아서 미칠 것 같다. 올리비아의 몸도 쾌락에 뒤틀렸다. 한계까지 다다랐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올리비아의 뺨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하아, 하아, 이제 쌀게.”

“으응, 으응, 어서, 어서, 싸 줘요. 흑!”

올리비아의 허락에 에이든은 깊숙이 페니스를 박아 넣으며 사정했다. 올리비아도 절정에 달았는지 내벽이 요동을 쳤다. 바들바들 두 사람의 몸이 사정없이 떨렸다.

아득한 쾌락에 에이든이 올리비아의 엉덩이를 바짝 끌어당겼다. 빈틈없이 들어간 페니스가 울컥울컥 남은 한 방울까지 정액을 쏟아 냈다. 에이든이 그렇게 고대하던 첫 경험은 황홀하단 말로는 부족했다.

* * *

원래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은 뭐든 쉬웠다. 에이든은 맘껏 올리비아를 안고 있었다. 그녀는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밤에 잠들기 전에도, 아침에 눈 뜨자마자 원해도, 낮에 응접실에서도 에이든이 손을 내밀면 언제든 응해 왔다.

덕분에 에이든은 요정의 축복을 받아 등 뒤에 날개라도 달린 듯 동동 떠다녔다. 올리비아를 마음껏 품을 수 있다는 것에 세상이 황홀하기만 했다.

이복형이란 작자의 생일 파티와 거물 초대 손님의 등장으로 어수선한 본채 건물과 다르게 별채는 평화롭고 야릇하게만 흘러갔다.

오늘도 에이든은 서재의 책을 정리 중인 올리비아의 뒷모습을 구경했다. 까치발을 쫑긋 세우고 낑낑거리며 책을 집어넣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일부러 높은 곳의 책을 빼놓는 것을 올리비아가 알면 화내겠지.’

모든 움직임이 살랑살랑 요염하게 유혹하는 것만 같았다. 분명히 아침에도 안았는데, 또 입안이 바짝 말랐다. 하복부에 은근한 열기가 몰렸다.

예전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어디 조절 기관에 문제가 생기기라도 했는지 시도 때도 없이 물건이 서서 곤란할 지경이었다. 야한 모습을 보지 않았는데도 페니스가 팽팽하게 부풀어 바지 아래에서 꽉 눌렸다.

오늘은 일하게 내버려 두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올리비아.”

“네?”

에이든의 부름에 올리비아가 돌아봤다. 해맑은 얼굴에 미안한 마음이 슬쩍 들었지만 에이든은 욕망에 솔직하기로 했다.

“이리 와.”

나직해진 목소리, 성욕으로 이글거리는 눈동자를 숨기지 않아 올리비아는 에이든이 원하는 것을 눈치챘다. 제 허벅지를 두드리는 에이든의 행동에 올리비아는 움직이는 대신 손에 든 책을 들어 보였다.

“아직 일 다 못했어요.”

“괜찮아. 이리 와.”

올리비아가 에이든에게 다가가 양손으로 허리를 짚었다. 그리고 짐짓 인상을 찌푸렸다.

“아이참, 며칠째 도련님 때문에 제대로 청소를 못 했단 말이에요. 이러면 제가 혼나요.”

양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불만을 표하는 모습도 귀여웠다. 에이든이 피식 웃었다. 요즘 너그럽게 대해 줘서 그런지 저렇게 투정도 부리곤 했다.

“괜찮아. 네 주인은 나잖아. 내 말을 들어야지?”

에이든은 단호했다. 올리비아는 정말 곤란했다. 도련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어려운 것도 아니니 잠깐 응해 주면 된다. 그런데 일할 때 자꾸 부르니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어지르지를 말지, 틈만 나면 책을 빼 읽고 아무 데나 놔서 정리는 늘 그녀의 몫이었다.

‘이렇게 계속 어지르면 혼나는 것은 나인데.’

올리비아는 입을 비죽이다가 도련님의 집요한 눈동자에 결국 졌다. 올리비아는 에이든 도련님의 말을 따랐다. 정리하던 책을 옆으로 내려놓고 다리를 벌려 도련님의 허벅지 위에 마주 보게 올라앉았다.

그러자 단단한 팔이 허리를 감싸 당기며 입을 맞춰 왔다. 올리비아는 익숙하게 입술을 벌려 도련님의 혀를 받아들였다. 물컹거리며 넘어온 살덩이가 혀끝에 닿았다.

도련님이 아까 드신 레모네이드의 향이 남아 상큼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돌았다. 올리비아는 저도 모르게 그 맛을 찾아 혀를 움직였다. 그러자 도련님이 허리를 꽉 움켜쥐며 혀를 더욱 다급하게 움직였다.

두 개의 혀가 엉켜들수록 올리비아는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엔 숨 쉬기도 힘들 정도였지만, 이제는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다. 입안을 문지르기만 하는데도 찌릿찌릿했다.

에이든 도련님이 느릿하게 입술을 떼어 내어 올리비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가까이서 보이는 주홍빛의 눈동자가 아름다웠다. 그러고 보면 도련님은 참 아름다운 사람이다. 여태까지 보아 온 사람들 중에서 최고로.

그래서 자꾸 훔쳐보고 싶었고 사실 몇 번 몰래 훔쳐보기도 했다. 입술 끝이 아릿하고 괜히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 같았다. 도련님의 손이 머리 뒤쪽으로 파고들어 뒤통수를 감싸고 문질렀다. 그럼 다리 사이가 저릿저릿해졌다.

“왜?”

도련님의 물음에 올리비아는 고개만 저었다. 자신도 뭐가 뭔지 모르는데 뭐라고 답한단 말인가. 그냥 기분이 묘하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자 도련님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러고 보면 요즘 도련님의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예전엔 매일 짜증을 내더니 최근엔 이렇게 자주 웃어 주셨다. 그러면 이상하게 올리비아도 배 속이 간지러운 느낌이었다. 올리비아는 영문을 모르면서 그저 마주 웃었다.

키스하자마자 미소 짓는 올리비아를 보니 에이든은 마냥 들떴다. 정말 환장하게 예뻤다. 키스를 받고 이런 애교를 피우는 것도 좋았다. 키스로 갈증만 풀려던 에이든은 더욱 욕망에 불타올랐다. 아주 잠깐 찰나의 고민을 한 에이든은 그냥 치마 속으로 손을 넣었다.

“해도 되지?”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여 허락했다. 에이든의 심장이 두방망이질 쳤다. 손바닥에 닿는 허벅지의 피부가 매끄러워 신음이 흘러나올 뻔했다. 처음 만지는 것도 아닌데, 늘 처음처럼 떨리고 황홀했다. 에이든은 가는 목덜미에 코를 박고 숨을 들이켜며 올리비아의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손끝에 느껴지는 감촉에 숨을 멈췄다.

“축축하네.”

“으응…….”

속옷 위로 갈라진 틈을 문질러 주자 올리비아에게서 콧소리가 흘렀다. 벌써 흥분한 것일까? 에이든은 더욱 고조되는 감정을 느꼈다. 속옷을 밀치고 더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질척한 수준이 아니라 흥건해서 놀랐다. 손가락을 넣었더니 쑥 빨려 들어갈 정도였다.

“왜 이렇게 젖었어?”

에이든은 손가락을 넣었다가 빼며 질구를 자극했다. 올리비아의 양 뺨이 쾌감으로 붉게 물들었다. 또랑또랑하던 눈동자가 열기에 흐릿하게 휩싸였다. 에이든은 올리비아의 욕망으로 풀린 이 야한 얼굴이 제일 좋았다.

“아침에 하면 그래요. 도련님 것이 자꾸 흘러나와서 축축해져요. 아침엔 안 하면 안 돼요?”

올리비아의 투정에 에이든은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그러니까 오늘 아침에 한 흔적이라는 것 아닌가. 자신의 씨앗을 계속 품고 있었다는 음란함이, 그러면서도 그 음란함을 모르는 맹함이 아찔하게 다가왔다.

“싫은데. 난 매일 네 안에 쌀 건데.”

올리비아는 투정 대신 입만 씰룩였다. 에이든은 참지 못하고 손가락 하나를 더 집어넣었다. 무리 없이 들어간 손가락을 질구가 아득하게 물었다.

에이든은 얼른 넣고 싶다는 욕심에 손가락을 조급하게 움직였다. 올리비아의 호흡이 가빠지고 슬쩍슬쩍 엉덩이가 들썩였다. 몇 번 더 들쑤시다가 올리비아가 적당히 달아올랐다 싶어 손가락을 빼냈다. 그리고 올리비아의 귀에 속삭였다.

“직접 넣어 봐.”

바짝 붙어 앉아 있던 올리비아가 슬쩍 물러나 에이든의 바지를 내려 페니스를 꺼냈다. 작은 손의 감촉에 더 부풀 것 없다 생각했던 물건이 더욱 단단해졌다. 그 와중에 올리비아가 무의식적으로 손으로 가볍게 페니스를 문질러 에이든은 이를 악물었다.

‘이 무슨 환장할 습관이냐고!’

그사이 올리비아가 치마 때문에 보이지 않아 감각으로만 귀두를 찾아 질구에 맞췄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주저앉자 두툼한 끝이 조그마한 입구로 빨려 들어갔다.

“으, 으으…….”

점차 삽입되어 가는 감각이 미칠 것 같았다. 에이든은 보이지 않는다는 자극에 엉덩이가 들썩이는 걸 느꼈다. 씨발, 너무 좋아서 욕설밖에 안 나온다.

“다, 다 들어갔어요?”

“아직이야. 더 앉아야지.”

버거운지 낑낑대는 올리비아가 안쓰러워 에이든이 손으로 엉덩이를 잡아 끌어당겼다. 그제야 쿡 하고 제 물건이 전부 올리비아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하아…….”

에이든은 낮은 탄성이 절로 나왔다. 페니스 전부가 올리비아의 질벽에 감싸져 오물오물 씹히고 있었다. 이 아득한 쾌락은 해도 해도 질리지 않았다.

올리비아가 귓가에 대고 가쁜 호흡을 흘렸다. 그녀가 품에 기대 이러고 있으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가만히 더 이 순간을 음미하고 싶지만 더 기다렸다간 제 물건이 먼저 터져 나갈 것 같았다. 에이든은 기대 있던 올리비아를 세웠다.

“네가 움직여 봐.”

“흐으, 네…….”

올리비아가 에이든의 어깨에 손을 얹고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젖어 있었기 때문에 무리 없이 움직여졌다. 잘게 움직이던 것이 쑥 빠져나갔다가 푹 박혀 들었다. 올리비아가 요염하게 슬슬 허리를 돌리며 움직여 제대로 자극받았다.

매일같이 했더니 올리비아도 행위에 익숙해져 이제는 제법 잘 조였다. 처음엔 끊어 버릴 것처럼 공격적으로 물어 대던 안쪽이 요즘엔 적당히 조이고 풀리길 반복했다. 그리고 올리비아 스스로 쾌감을 좇을 줄도 알았다.

에이든이 그녀가 움직이기 쉽도록 허리만 살짝 받쳐 주자 올리비아의 움직임이 더욱 수월해졌다.

“하읏, 하응!”

올리비아 혼자 헐떡이며 엉덩이를 들썩였다. 흥분해 더욱 커지는 움직임에 에이든도 이를 악물고 쾌락에 버텼다. 올리비아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교성이 강해지고 허리를 흔드는 움직임은 빨라졌다.

“으응, 으읏, 도, 도련님!”

쾌감에 어찌할 줄 모르면서도 더욱 닿고 싶어 하는 이율배반적인 움직임을 보이던 올리비아가 비명을 지르며 절정에 달했다. 그 순간 강하게 경직되는 내벽에 에이든도 지독한 쾌락을 얻었다.

아찔한 순간이 지나가자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에 어지러울 정도였다. 축 늘어진 올리비아를 더 쉬게 해 주고 싶었지만 에이든은 아직 사정하지 못했다. 그도 이제 제법 행위에 익숙해져서 더는 2초의 실수를 하지 않았다. 의지의 에이든이 된 것이다.

올리비아가 먼저 절정에 달할 때까지 버텼다는 뿌듯함에 웃으며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위로 쳐올렸다.

“아앗!”

“웃, 금방 끝낼게.”

쾌감에 바동거리는 올리비아를 더욱 움켜쥐고 허리 짓을 계속했다. 절정의 여운에 노곤하게 풀려 있던 질벽이 다시 움찔거리며 조여들었다. 그만큼 에이든도 조급해졌다.

“아흑, 아, 그만!”

올리비아의 입에서 달콤한 쾌락이 흘러나왔다. 미끈거리는 안쪽이 쑤실수록 경련을 일으키며 페니스를 빈틈없이 감았다. 머릿속이 저릿저릿했다. 쾌락의 끝으로 치닫기 위해 크게 쳐올리며 사정했다.

“아아!”

또 절정에 달한 올리비아가 자지러지는 소리를 내며 품으로 쓰러져 바짝 끌어안았다. 방출했어도 몸이 충만한 기분. 에이든이 격한 숨을 토해 냈다. 아득한 여운에 눈앞이 흐려졌다.

에이든은 천국에서 사는 것만 같았다.

* * *

세상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행복한 나날인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에이든은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주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서늘한 기분.

올리비아를 보면 헤벌쭉하다가도 때때로 이상한 기시감을 느꼈다. 명확한 것을 좋아하는 그의 성격상 이런 애매한 느낌은 꺼림칙했다. 찜찜해서 그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생각이 깊어질 틈이 없었다. 왜냐하면 이성을 빼앗는 올리비아가 고개를 여기로 돌려도, 저기로 돌려도 어디에나 존재했다. 그렇게 예뻐 죽겠는 올리비아가 눈앞에 사랑스럽게 있으니까. 에이든은 냉철함을 떠올릴 새가 없었다. 더군다나 이제 자신의 여자가 아닌가.

‘그냥 올리비아가 아니라, 내 올리비아.’

그것만으로 에이든의 입은 헤벌쭉 벌어지고 이성은 느슨해졌다. 닿으면 안 된다는 간절함으로 아예 절제를 할 때는 몰랐다.

그런데 한번 손에 넣고 나니 에이든은 더욱 올리비아를 열망하게 되었고 그 욕심을 주체할 수 없었다. 올리비아가 눈에 보이지 않는 걸 견딜 수 없어서 에이든은 그녀를 찾아다녔다.

에이든을 호위하는 케일럽이 질겁할 정도로 그는 올리비아의 꽁무니를 쫓아다녔다.

“그만 좀 쫓아다니십시오! 변태 같습니다!”

“상관하지 마.”

“아! 진짜 주인 쫓아다니는 개새끼라도 됩니까?”

“나 개새끼인 거 몰랐어?”

케일럽이 이딴 망발로 대놓고 반항해도 에이든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인정하는 개새끼니까. 진정한 개새끼는 남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법이다. 케일럽이 며칠을 투덜댔지만,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에이든의 태도에 그도 결국 포기했다. 말하는 자신이 더 지친다나?

어쨌든 오늘 하루도 에이든은 넘치도록 만족스러웠다. 하루 종일 올리비아가 낑낑거리며 일하는 것을 구경하고 밤엔 욕심껏 그녀를 안았다.

고생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일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올리비아는 듣지 않았다. 일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펄쩍 뛰어서 억지로 쉬라고 하지는 않았다. 주인이 허락했으니 쉬면서 편하게 살면 될 텐데, 그런 요령이 없는 점이 참 올리비아다웠다.

에이든은 눈앞에 보이는 올리비아의 흰 목덜미가 요염해서 연신 입술을 내리찍었다.

“도련님, 이제 비켜 주세요.”

올리비아에게서 끙끙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침대에 고개를 처박고 엉덩이를 치켜들어 엎드린 그녀의 뒤에 에이든이 올라탄 형세였다. 방금 사정을 마치고 쾌락의 여운을 즐기는 달콤한 상태인데 벌써 비켜 달란다.

“싫어.”

아직 후희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에이든은 올리비아의 요청을 단번에 잘라 냈다. 올리비아는 불만을 내뱉지 않았다. 하지만 불편한지 아래에서 꿈틀꿈틀 몸이 움직였다.

에이든은 모른 척 그녀의 피부를 더욱 더듬었다. 침대에 짓눌린 봉긋한 가슴을 쥐고 주물럭거리며 등줄기를 따라 입을 맞췄다. 그러자 올리비아가 힘겹게 고개를 틀어 에이든과 눈을 마주쳐 왔다.

“또 하시려고요?”

울망울망 흔들리는 눈동자는 힘겨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만둬 줬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에 에이든은 한숨을 쉬었다. 해도 해도 부족한데 올리비아는 슬슬 힘겨움을 표현하고 있었다.

하긴 피곤할 만했다. 시도 때도 없이 자신에게 안기고 낮엔 쉬지 않고 일했다. 그러니까 일 따위는 하지 말고 침대에서 같이 뒹굴기만 하면 될 텐데.

“알았어, 그만할게.”

에이든은 마지막으로 올리비아의 날개뼈에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에이든이 침대에 벌러덩 눕자 그녀의 표정이 환해졌다.

저 미소가 예쁘면서도 아쉬움과 얄미움이 남는 것은 무슨 감정일까. 이럴 때 에이든은 그 찜찜함을 강렬하게 느꼈다. 이 느낌이 뭘까?

올리비아가 욕실로 들어가 젖은 수건을 가져와 에이든의 몸을 닦았다. 모든 일을 열심히 하는 올리비아답게 집중해서 닦아 냈다. 뒤이어 자신의 몸을 닦은 올리비아가 침대를 내려가려 해서 에이든이 팔목을 잡아채 품에 안았다.

나신으로 맞닿아 있는 것만으로 황홀했다. 방금 안았는데 또 불끈할 것 같은 천상의 기분이다. 부드러운 피부를 음미하는 에이든과 다르게 올리비아는 불만인지 볼을 부풀렸다.

“다 닦았는데요.”

또 한다는 것인 줄 아나 보다. 에이든은 울컥했다.

‘내가 무슨 짐승 새끼인 줄 아나!’

물론 최근 짐승 새끼처럼 시도 때도 없이 몸을 섞고 있긴 하지만 지금은 그냥 온기를 느끼고 싶은 거란 말이다. 하여튼 눈치 없어서 사람 기분 깨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

“더 하지 않을 거야.”

“그럼 놓아주세요. 이제 주무셔야죠.”

이럴 때도 에이든은 불만이었다. 품에 안고 조금 더 노닥거리고 싶은데, 올리비아는 그런 감정이 조금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짜증 나서 놓아주자 올리비아는 시트를 끌어 에이든의 몸에 덮어 주는 것이 아닌가. 눈치라고는 조금도 없지! 에이든이 다시 올리비아의 손을 잡았다.

“이리 와 같이 자자.”

“제가 도련님과 한 침대를 쓰다니요! 그건 절대 안 돼요!”

몸을 겹치는 것은 마음대로 허용하면서 같은 침대에서 자는 건 절대 안 된다니 무슨 심리란 말인가. 에이든은 불만이 차올라 입술이 씰룩이는 것을 겨우 참았다.

요즘엔 최대한 올리비아에게 화내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자신의 치졸하고 애새끼 같은 감정을 다스리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남들이 개새끼라고 욕하는 것은 상관없어도 올리비아에게만큼은 그런 욕을 듣고 싶지 않았다.

“내가 괜찮다니까. 같이 자.”

에이든은 포기하지 않고 한 번 더 올리비아를 꼬셨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올리비아가 품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만으로 심장이 떨렸다.

“그건 안 되는 거라니까요. 얼른 주무셔요.”

올리비아가 나름 단호한 목소리를 낸다. 평소 모자란 듯 보이면서 이럴 땐 엄한 하녀장의 흉내를 내는 것 같았다. 제깟 게 엄한 척을 해 봤자다. 짐짓 눈까지 치켜뜨지만 겁나기보다 귀여웠다.

“알았어.”

귀여우니까 봐준다. 에이든은 순순히 올리비아의 손을 놓아주었다. 주섬주섬 옷을 집어 입고 올리비아가 방 한쪽에 딸린 쪽문으로 사라졌다. 일말의 미련 없이 홀라당 가 버리긴.

만족스러운 정사를 치렀는데, 방 안 가득 올리비아의 향기가 배어 있는데, 어째서인지 허전함이 들었다. 사정의 나른함으로 잠이 들려던 에이든은 방금 떠올린 단어에 번쩍 정신이 났다.

충격적이라 벌떡 몸을 일으켰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올리비아가 사라진 문 쪽을 사납게 주시했다.

그래, 찜찜함이 무엇인지 에이든은 뒤늦게 알아챘다!

허전함!

맘대로 살면서 무엇이 허전하냐고? 아주 중요한 것을 듣지 못했다. 정말, 정말 중요한 말.

에이든은 올리비아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 워낙 순종적인 올리비아라 자각하지 못했었다. 손을 뻗으면 언제나 응했으니까.

에이든은 갑자기 머리로 열이 뻗쳤다. 당장 달려가 잠든 올리비아를 깨워 다그쳐 볼까 하다가 참았다. 그렇지 않아도 피곤해하는 사람, 잠도 못 자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화가 나는 것은 화가 나는 것이었다. 다시 누웠지만 에이든은 씩씩거리느라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사람이 참 그렇다. 그냥 지나칠 땐 몰랐는데 자각하니 온갖 잡생각이 다 떠올랐다. 올리비아가 한 번도 싫다고 하지 않았으니 그래도 좋아하긴 하는 거겠지? 그런데 전에 잠꼬대로 도련님 싫다고 했었다. 그러면 싫어하는 건가?

하지만 또 처음 관계를 맺기 시작했을 때, 도련님이라면 괜찮다고 허락했잖아? 싫어하는 사람에게 몸을 내어 줄까? 한 번이 아니고 계속이다. 올리비아도 싫었다면 진작 거부했을 거다.

그런데 또 그녀라면 별생각이 없을 것 같긴 하다. 어찌 조금도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없었다. 성욕에 미쳐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에이든이 원하면 거절하지 않을 뿐이다. 그건 남자에게 안긴다는 행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거 아닐까?

‘맙소사, 정말 생각 없이 안기는 건가?’

자기 합리화와 자신 없음이 번갈아 가며 에이든의 마음을 심란하게 했다. 올리비아의 침실에 들어가 물어보면 간단한 일인데 어쩐지 그것만은 하고 싶지 않았다. 잠결에 나올 실망 가득한 대답이 두려워서인지, 그렇게까지 비겁해지고 싶지 않아서인지 모르겠다.

에이든은 밤새워 뒤척였다. 벌써 아침이 되어 올리비아가 일어났는지 작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까워지는 인기척에 에이든은 눈을 번쩍 떴다. 눈이 마주치자 올리비아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도련님 벌써 일어나셨어요?”

게으름의 극치를 부리는 에이든의 생활을 알기에 올리비아가 놀란 목소리를 냈다. 잠을 잘 잤는지 그녀의 얼굴은 뽀송뽀송했다.

에이든은 많은 말을 삼키며 올리비아의 손을 잡아끌어 침대에 눕혔다. 얌전히 누운 그녀의 허리를 껴안으며 몸을 겹쳤다. 역시나 거부의 몸짓은 조금도 없다. 그런데 신경에 거슬리니 마뜩찮았다. 좋은데 찜찜한 이 기분은 뭘까.

“도련님 하실 건가요?”

오랜만에 고민에 빠졌었는데 올리비아의 목소리에 상념이 깨어지고 말았다. 얼굴을 바라보니 성적 긴장감은 요만큼도 찾기 힘든 맑은 얼굴이었다. 복잡한 심사에 에이든의 뺨이 실룩였다. 올리비아의 눈치 없음은 오늘도 빛을 발했다.

“저 오늘 할 일 많아요. 하시려면 빨리해요.”

마치 일을 처리하는 것 같은 사무적인 태도 아닌가. 어제의 ‘올리비아가 과연 자신을 좋아할까?’라는 의문이 더욱 짙어진 것이다. 더 짜증 나는 것은 심란하면 풀이 죽어야 할 물건이 올리비아의 저 질문과 눈을 끔뻑이는 얼굴에 벌써 발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씨발, 멍청한 몸뚱이 같으니라고.’

자신의 몸뚱이를 욕하며 에이든은 주섬주섬 올리비아의 속옷을 내리고 몇 번 매만져 줘 미끈해진 안쪽에 몸을 묻었다. 그러자 황홀한 쾌락이 찾아왔다. 할 때마다 더 좋아지는 것 같았다.

올리비아의 뺨이 더욱 탐스러운 붉은빛으로 달아오르고 조그만 입술이 벌어지며 색색거리는 야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더 생각이 이어지지 않았다. 에이든은 올리비아의 엉덩이를 감싸 쥐고 본능에 충실해 허리를 흔들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