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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부부-59화 (59/63)
  • 59 화

    달도 기울고 술잔도 기우는 밤.

    오늘따라 예준은 수빈이 채워주는 잔을 족족 비워냈다.

    “오늘은 술 좀들어가나 본데?”

    벌써 코끝이 빨개진 수빈의 물음에 예준이

    대답했다.

    “먹고죽자며.”

    딱 한 모금 남겨져있던 붉은 포도주가 그의 유려한 입술 사이로 소리 없이 사라졌다.

    “네가 날 어떻게 죽일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촉촉이 젖은 아랫입술을 손끝으로 훔치는 예준의 모습은 어쩐지 관능적이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취한 건 쟤가 아니라 나인 건가.

    그려. 나는 지금 시방 위험한 짐승이란 말이여.

    멍하니 그를 바라보던 수빈은 간신히 이성을 챙기며 타박 아닌 타박을 건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비싼 걸 그렇게 소주 마시듯 해버리면 어떡하냐?”

    그에 예준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와인병을 밀어냈다.

    “그럼 그만 마실까? 나는 이제 딱 좋은데.”

    오호. 이놈도 시방 위험한 짐승이 되었나 보다.

    그녀 역시 기다렸다는 듯 맞장구를 쳐주었다.

    “자, 그럼 이제 죽어줘야겠어.”

    “좋을 대로.”

    예준이 마음대로 해보라는 듯 팔짱을 낀 채 어깨를 으쓱였다.

    “내 생일선물 궁금하지?”

    “안그래도 왜 안주나 했어.”

    “후후. 기다려봐.”

    수빈이 천천히 일어나 주방을 빠져나가다 말고, 무언가 잎은 게 생각났다는 듯 뒤를 돌아보았다.

    “아, 맞다. 미리 경고하는데.”

    예준이 뒤를 돌아 식탁 등받이에 팔을 걸친 채 흥미롭다는 듯 귀를 기울였다.

    검지를 허공에 까닥이던 그녀는 가늘게 눈을 뜨며 은밀히 말을 이었다.

    “심장잘 부여잡고 있어라.”

    “쿵 하고 떨어지는 수가 있으니까.”

    어마어 마한 경고를 마지 막으로 그녀가

    사뿐히 멀어졌다.

    수빈은 이제 게스트룸으로 변해버린 자신의 옛 방을 찾았다.

    그녀는 크게 심호흡을 한 번 내쉬더니, 비장한 표정으로 서랍장을 열었다.

    그러고는 오른팔을 깊숙이 쑥 집어넣어, 봉인해두었던 물건을 꺼 내들었다.

    그것은 바로, 비향의 동료들에게 선물 받았던 모기장…….

    아니, 잠자리 날개…….

    아니, 아니!

    그녀의 손끝에 걸려나온 가벼운 무언가는 지난 생일 때 받은 문제의 그 슬립이었다.

    “어휴. 다시 봐도 술이 다 깰 만큼 파격적이네. 어떻게 이런 걸 선물할 생각을 했지?”

    영하는 아닌 것 같고, 디자인이나 과감함으로 보아 김 지배인의 안목이 분명했다.

    손가락 끝에 걸린 깃털 같은 슬립을 노려보던 수빈이 중얼거렸다.

    “훗. 지예준. 너는 오늘 계 탄 줄 알아라.”

    벗겨진 옷이 하나둘씩 침대 위로 나풀나풀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얇은 슬립을 입은 수빈이 화장대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서랍에 넣어둔 빨간 리본을 꺼내들었匚匕 얼마 전 예준이 사다준 '러블리 베리'의 케이크 상자에 묶여있던 리본이었다.

    수빈은 집어든 리본을 정수리에 둘러 묶었匚上 그러고는 히죽 웃으며 화장대 거울을 바라보았다.

    “네 선물은 바로 나다.”

    히히.

    딸꾹질을 한 수빈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입을 살짝 벌렸다.

    “와아. 그나저나 이거……

    이 잠자리 날개는 정말이지…….

    “의복으로서의 기능을 전혀 못하고 있잖아?” 안 입느니 만 못했다. 차라리 벗은 게 더 건전해 보일정도니 말 다했지.

    왼쪽, 오른쪽 상체를 비트니 가벼운 바람에도 날아오른 치 맛자락이 요정의 날개마냥 너풀거 렸다.

    게다가 흰색이 이렇게 야한 색이라는 걸, 수빈은 오늘 처음 깨달았다.

    가슴 부분이 얼마나 끼는지, 영혼까지 끌어모은 듯한 뽀얀 둔덕 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옷이 찢어질 것 같았다.

    또 한 번 큰 가슴이 콤플렉스로 느껴졌지 만, 부디 예준에게는 그렇지 않기를 바라본다.

    부푼 가슴만큼이 나 자신감을 장착한 그녀는 씩씩하게 걸음을 옮겼다가, 문고리를 잡는 동시에 소심하게 움직임을 멈추었다.

    결정적인 찰나에 용기가 부족한 걸 보니, 아무래도 술이 부족했던 모양.

    “너무…… 야한가?”

    다시 한 번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니, 좀 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괜히 흑역사만 하나 더 만드는 건 아닌가 싶던 그때, 바깥에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움찔 어깨를 떤 수빈이 고개를 막 돌리던 순간.

    “왜 이렇게 안나오…….”

    예준이 들어오다 문 앞에 서있던 수빈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꽁꽁 얼어붙었다.

    수빈 역시 너무 놀라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굳어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아앗!”

    뒤늦게 정신이 번쩍 든 수빈이 팔을 엑스자로 포개 자신의 가슴을 가렸지 만, 어깨가 모아지는 바람에 가슴골은 세기에 다시없을 대협곡을 이루며 아찔한 곡선을 그렸다.

    그걸 본 예준은 편두에서 뭔가가 툭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핏줄이 터져 그대로 쌍코피가 흐를 것 같았다.

    “아, 뭐야 너! 왜 허락도 없이 들어……!” 수빈이 부끄러움에 치를 떨며 외치고

    있는데, 문 밖에 서있던 예준이 들어온 건 바로 그때였다.

    굶주린 짐승 같은 그의 눈빛에 겁을

    집어먹은 수빈이 황급히 손을 뻗었다.

    “자,잠깐만 왜, 왜 이래, 너!”

    나한테도 뭔가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달란 말이다!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하던 수빈의 발꿈치가 침대에 툭 하고 걸렸다.

    “어어어……!”

    예준은 뒤로 넘어가려는 그녀의 가는 허리를 안정감 있게 받쳐 안았다.

    피할 새도 없이 눈이 마주쳐버렸고, 정확히

    3초의 정적이 흘렀다.

    뒤늦게 시선을 피한 수빈이 난감한 듯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이냐면……

    “됐고.”

    우물쭈물한 그녀의 말을 단숨에 자르고 들어온 예준이 당장이라도 그녀를 집어삼킬 듯한 얼굴로 낮게 속삭였다.

    “내가 인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하나는 확실히 알겠어.”

    그는 망설임 없이 수빈을 번쩍 안아 들더니 그대로 돌려 벽에다 밀어붙였다.

    소리를 지를 틈도 없이 무섭게 입술이 포개어졌다.

    “우읍!”

    앵두 같은 그녀의 입술이 예준의 입 안으로 쏙 빨려들어 갔다가 퐁 하고 빠져나왔다.

    다시 다가온 그가 아랫입술을 야릇하게 핥아 올리더니 좁은 틈새를 자연스럽게 침범해왔匚匕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는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도 정신이 쏙 빠지도록 입 속을 헤집어놓았다.

    그러고는 본격적으로 뭔가를 시작하기 바로 직전에 입에 물려줬던 사탕을 빼앗듯 다시 멀어졌다.

    “……하.”

    온몸의 신경 세포가 짜릿하게 전율했다.

    영혼을 갈아 넣은 키스란 얼마나 빨리 많이 움직이느냐가 아닌 어떻게 움직여 어디를 공략하느냐의 문제라는 걸.

    그는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키스 장인이……강림하셨구나.

    예준은 반쯤 넋이 나가버린 그녀를 내려다보며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선물이 이거였어?”

    “왜, 왜?”

    “별로야?”

    수빈이 묻자, 예준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별로긴,,

    그녀의 턱을 손끝으로 살짝 들어 올리던 그가 다시 고개를 비스듬히 꺾었다.

    “환장하게 좋은데.”

    아찔한 속삭임을 마지 막으로 다시 입술이 겹쳐졌다.

    수빈은 스르륵 눈을 감으며 머리 위에 묶여있던 리본을 풀어 아무렇게나 집어 던진 두I, 그의 목을 감쌌다.

    세상에. 이건 신세계다.

    점점 농밀해져가는 키스를 나누며 수빈은 깨달았다.

    진정한 키스 장인은 어떤 키스 고자도 키스 장인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는 걸.

    지금 자신이 그랬다.

    같이 움직이고는 있지만, 자신이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수빈은 예준의 리드아래 물 흐르듯 입술을 움직 이고 있었다.

    입 안에서 양봉업이라도 하는 지, 알싸한 포도주 향을 머금은 그의 입술은 달콤하기가

    그지없었다.

    점점 숨이 가빠왔다.

    두 사람이 격하게 움직일 때마다 얇은 망사는 그녀의 풍만한 몸을 아슬아슬하게 가린 채 하늘거렸다.

    흥분한 건 예준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여자랑 한집에 살면서 여태껏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만큼 예준의 몸은 빠르게 반응하고 있었다.

    “엄마야!”

    예준이 들어 올리는 바람에 순식간에 몸이 붕 떠버린 수빈이 놀라서 그의 목을 꽉 끌어안았고, 터질 듯 출렁이던 그녀의 젖무덤이 예준의 얼굴 위로 쏟아져 안면을 압박했다.

    맙소사.

    앞도 보이지 않았고, 숨도 쉬기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침대 위로 한 몸이 되어 떨어진 두 사람은 끝없이 서로를 탐했다.

    기분 좋은 향기, 뜨거운 체온, 더운 숨결.

    머리카락이 쭈뼛 설 만큼 짜릿한 쾌감과 설렘이 빠르게 온몸을 감쌌고, 아쉬울 때쯤 두 사람은 잠시 떨어졌다가 곧 뜨겁게 다시 맞붙기를 반복했다.

    달아오르는 몸의 열기와 점점 짙어지는 움직임이 분위기를 후끈하게 달구었고, 묘한 기대감을 품게 했다.

    촉. 쪼옥.

    입술과 혀가 제멋대로 엉키는 야릇한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울렸다.

    고개가 다양한 각도로 틀어질 때마다 입 안의 혀는 부드럽게 휘감겼다가 단단하게 뾰족해지길 반복하며 상대방을 더욱 깊숙이 자극했다.

    “후우.”

    데일 듯한 숨을 내뱉은 예준이 반쯤 감긴 눈으로 수빈을 바라보았다.

    “되게 덥네. 그치?”

    붉어진 입술 끝이 매끄럽게 올라서더니, 그가 순식간에 셔츠를 벗었다.

    그래. 이래야공평하지.

    나는 지금 모기장 하나만 걸쳤는데, 너만 꽁꽁싸매면 반칙이지.

    수빈이 예준의 바지춤을 콱 움켜잡았고, 예준은 수빈의 한쪽 허벅지를 잡고 번쩍 들어올렸다. 적당히 살이 오른 탱글한 허벅지가 그의 손에 꽉 잡혔다.

    뜨거운 시선이 얽혀들었다.

    서로를 잡아먹을 듯 갈망하던 입술이 겨우 떨어진 틈을 타 수빈이 물었다.

    “우리 그동안 어떻게 참았지?”

    숨을 헐떡이며 다급히 묻는 그녀의 말에, 예준이 촉촉해진 그녀의 아랫입술을 엄지로 쓸었다.

    “몰라.

    “내가진짜 미쳤었나 봐.”

    미치기 일보 직전인 듯한 그의 얼굴은 제멋대로 눈가를 찌푸려도 섹시하기만 했다.

    심심한 고백을 끝으로 예준이 다시 입술을 포개왔다.

    거미가 공들여 집을 짓듯 촘촘하게 얽혀있던 두 사람의 입술 사이로 타액이 거미줄처럼 늘어졌다.

    이렇게 좋아도 되나?

    아니, 이렇게 좋은 걸 그동안 왜 참았을까?

    눈앞이 새하얘져버리는 것만 같은 기분에 더 이상 욕구를 누를 수가 없었다.

    “더는 못 참겠다.”

    두 사람은 거의 찢어 발기듯 서로의 옷을 벗겨 던져버렸다.

    잠시 후 드러난 그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은 신이 빚은 완벽한 피사체 같았다.

    온몸 구석구석에 그의 입술이 닿을 때마다 세포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살아나 날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침내 응축된 열기가 서로의 세상을 깊숙이 파고들었고,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달리는 듯한 쾌감은 곧 절정에 다다랐다.

    “아아……!”

    참을 수 없을 만큼 숨이 격해지자, 멋대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짜릿했다.

    전신을 뒤흔드는 통렬한 쾌감이 곳곳에서 폭죽을 터트렸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환상의 파트너를 만난 기분에 정신이 혼미해진 두 사람이었다.

    눈앞이 하얗게 샜다가 어두워지길 몇 번이나 반복했고, 밤은 그렇게 끝나지 않을 듯 깊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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