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설우와 연의 간절한 바람이 하늘에 닿았는지. 열흘이 넘도록 제법 평화로운 일상이 반복되었다.
무섭게 늘어나던 비정상적인 수면은 서서히 잦아들었고, 묶어두지 않아도 위험할 정도로 움직이는 일은 없었다.
그녀의 손발에 족쇄를 채우는 일을 하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니 피곤할 만큼 곤두서 있던 신경이 오랜만에 제자리를 찾았다.
이불 속에 파묻힌 연이 꼬물거리자 먼저 깨어있던 설우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눈도 제대로 뜨지 않은 연은 설우의 온기를 찾기 위해 몸을 비틀었다.
“여기까지 와.”
“나 오늘 꿈 안 꿨는데 왜 이렇게 멀리 있어요? 오빠 이제 나 안고 자는 거 싫어요?”
늘어지는 눈을 비비며 설우를 찾은 연이 후다닥 기어가 그의 품속에 파고들었다.
“씻고 왔어. 혼자서도 잘 자나 지켜본 거야.”
“안 움직였죠?”
“응, 이리저리 굴러다니긴 했지만. 컨디션은 어때? 어지럽진 않고?”
“네, 약을 줄이니까 확실히 좋아요. 몸도 가볍고!”
약을 한 번에 끊으면 위험하다는 윤 교수의 조언을 받아 서서히 양을 줄여가니 부작용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주치의인 윤강석 교수는 그저 잠복기일 뿐이라는 현실적인 답안을 내어놓았지만 어쨌거나 좋아졌다는 것이 더 중요했다.
남들이 보기엔 여전히 조금 이상할지라도 그들에겐 꿀맛 같은 평화였다.
“센터 가지 말고 같이 회사 가.”
“안 돼요, 오늘 베이킹 수업 있어요. 제일 재미있다고요.”
“같이 있고 싶어.”
“매일 같이 갔잖아요. 오빠가 자꾸 졸라서. 언제까지 이럴 거예요? 오늘은 센터로 갈게요.”
“계속 보고 싶은데 어떡해. 네가 집무실에 없으면 일이 안 돼.”
날이 갈수록 연이 애틋해지는 설우는 잠시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아 했다.
그녀가 언제 다시 나빠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나타나는 분리불안 증세였다.
파라다이스를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드는 작업에 공을 들이는 일을 등한시할 수 없는 상황에선 연을 데리고 출근하는 게 최선이었다.
업무에 치여 제대로 놀아줄 수는 없지만, 서류 더미에서 고개를 돌렸을 때 저를 바라보는 연이 필요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아픈 연인을 둔 이들은 모두 이럴까.
“그래도 오늘은 안 돼요. 할아버지가 눈썹을 이렇게 세우고 쫓아오실 거예요.”
“네가 심심해서 그런 거겠지. 예전에는 오빠 집무실 오는 거 좋아했으면서. 이제 펠리체 센터가 더 재미있다 이거지?”
“네, 센터가 더 재미있어요.”
대답이 지나치게 빨라 서운할 지경이었다.
나랑 있는 걸 제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이젠 펠리체 문화 센터에게까지 질투를 해야 하나 싶다.
“큰일이다.”
“뭐가요?”
“내 다람쥐가 오빠랑 노는 걸 벌써 질려 해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럼 회사 가자, 응? 심심하지 않게 잘 챙겨줄게.”
“알았어요, 가요.”
처량한 척 눈꼬리를 내리는 설우에게 넘어간 연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씻자, 안겨.”
“오빠 씻었다면서요.”
“너랑 또 씻을래.”
익숙하게 설우에게 안긴 연의 얼굴에 그늘이 생겨났다.
설우와 함께 있는 걸 그 무엇보다 좋아하는 연이 집무실에 가지 않으려 한 건 펠리체 센터 때문이 아니었다.
재벌가의 일원이 된다는 것, 그중에서도 차설우의 아내가 된다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혼식 후에도 연의 사진 한 장 새어 나가지 않도록 베일에 쌓아둔 탓에 엄한 소문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자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퍼뜨리는 유희를 즐기는 세계에선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 최근 다시 만났다는 차 회장의 소개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연의 외모와 둘의 나이 차이, 어울리지 않는 설우의 행동들은 상류층 모임과 회사에 좋은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앞에서는 사모님이란 호칭과 함께 허리를 숙였지만, 돌아서면 차설우를 홀린 꼬리 아홉 달린 여우쯤으로 취급했다.
‘좋게 말해 아내 바보지. 매일 같이 와이프 끼고 출근하는 오너가 어디 있어요? 공사 구분 칼 같던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변해? 웃겨, 진짜.’
‘뭐 어때, 회사에 나쁜 영향 미치는 것도 아닌데. 결혼 후로 매출은 물론 주가도 올랐잖아. 덕분에 성과급도 받았고.’
‘좋다고 졸졸 따라다니는 와이프도 생각이 없는 거죠, 자기 남편 등신 취급받는 것도 모르나.’
‘누가 등신 취급을 한다고 그래.’
‘정 실장님 빼고 다들요! 여자에 눈먼 장님 소리 들은 지 오래됐다고요.’
‘말 조심해, 이 비서.’
‘도대체 왜 따라오는지 모르겠다니까요? 내조하는 것도 아니고. 간식 놓으러 들어가면 만화책이나 읽고 있고, 사장님 일하시는데 태블릿으로 드라마나 보고. 살기 편해서 좋겠다.’
우연히 설우의 비서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된 연은 발소리를 죽인 채 집무실로 돌아와 쓰린 속을 달래야 했다.
달콤한 토마토 주스를 마시다가도 울컥 눈시울이 붉어졌다.
당신이 나처럼 살아보라고 쫓아가 외치고 싶었다.
누군가의 보호를 받지 않고 혼자 돌아다닐 수 있다면.
위험한 순간에 잠들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나도 당신처럼, 아니 당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았을 거라고.
나도 공부를 하고 직장을 갖고 그렇게 평범하게 살았을 거라고.
불우한 상황을 이겨내는 타고난 천진함을 짓밟는 건 시기 질투가 많은 집단에서 주는 뼈아픈 말 한마디였다.
조용히 차창을 내다보는 연을 한참 동안 관찰하던 설우가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누구야.”
“응? 뭐가요?”
“할아버지가 또 뭐라고 했어? 아닌데, 너랑 마주칠 시간을 준 적이 없는데. 그럼 회사 사람들인가, 비서실?”
다니는 곳과 만나는 사람이 한정적인 덕분에 연이 기분 상할 일을 유추해 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런 거 아니에요.”
“아니긴. 넌 얼굴뿐만 아니라 온몸에서 티가 나.”
어제까지 웃기 바빴던 차 안에서 조용히 창밖만 바라보는 네 이상행동을 내가 모를 리가.
“말 안 할래요.”
“왜.”
“그냥. 말하면 더 기분이 나빠질 거 같아요.”
“알았어, 첸이랑 이든도 회사로 올 거니까 같이 놀아.”
“둘 다 와요?”
“응.”
음울하게 가라앉았던 얼굴에 금세 미소가 피어났다.
이런 단순함조차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좋은 소식을 들은 연이 콧노래를 흥얼거릴 때 설우는 까득, 갈리는 이를 악물었다.
만개한 꽃 같은 미소를 지키기 위해 제가 하는 노력을 우습게 만드는 인간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존재했다.
치운 보람이 없이 끈질기게 나타나도 또다시 치워버리면 그만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데스크를 지키고 있던 정 실장과 이 비서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항상 정 실장만 있는 자리에 보기 싫은 여자가 자리하고 있으니 매끈한 연의 미간에 아주 잠깐 주름이 잡혔다.
제게 생각이 없다고 말한 건 괜찮았지만 설우를 등신 취급한다는 여자가 곱게 보일 리 없었다.
흐트러지는 숨소리만 들어도 연의 잠자리가 불편함을 알아채는 설우는 단번에 범인을 찾고 실소를 뱉었다.
겨우 계약직 여비서였나.
“온몸에서 티가 난다니까.”
“네?”
설우가 알 수 없는 말을 웅얼거리자 세 개의 시선이 쏠렸다.
“이든이랑 첸은?”
“아,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연아, 먼저 들어가 있어.”
“네.”
연이 문을 열자 반기는 첸과 이든의 목소리를 확인한 설우가 입매를 굳히며 돌아보았다.
“이 비서.”
“네, 사장님.”
“계약 기간이 이번 달까지었나.”
“예. 올해도 연장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비서실장과 수행비서를 제외하곤 비서실 인사에 관리하지 않는 설우의 뜬금없는 질문에 정 실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3년 동안 계약을 이어온 이 비서는 올해도 당연히 연장될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조금 전까진 연장이 될 예정이었다.
“아쉽지만, 이영은 비서와의 계약은 올해로 끝입니다.”
“예? 갑자기 그게 무슨….”
“내 아내가 이영은 비서 얼굴을 보고 인상을 쓰더군.”
“네?”
정 실장마저 경악할 발언이었다.
죽을 만큼 노력해서 입사한 꿈의 기업에서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은 영은은 어이가 없어 탄식했다.
정규직 전환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 오너의 아내가 인상을 썼다고 계약 해지라니. 눈이 뒤집힐 상황이었다.
“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내 아내는 사람을 보고 인상을 쓰는 일이 없어요. 제게 해가 되거나 내게 해가 되지 않는 이상. 이영은 비서가 둘 중의 하나를 했지 싶은데. 아닌가, 정 실장?”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저와 연에 대해 어떤 식으로 수군거리는지 꿰고 있는 설우는 연이 무슨 말을 들었을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어렵지 않게 어제의 대화를 떠올린 정 실장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사, 사장님! 전 그런 뜻이 아니라 워낙 말이 많이 나오는 게 걱정이 돼서….”
“계약 기간이 남았어도 잘렸을 판에 타이밍이 좋았네, 억울할 일은 없으니.”
만들어 낼 수 있는 이유가 수십 가지를 넘었지만, 굳이 연을 들먹인 건 엿이나 먹어보라는 심보였다.
사적인 갑질만큼 기분 나쁠 이유는 없을 테니.
“억울합니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어요!”
“법? 법을 왜 따집니까. 난 그저 흔한 갑질을 하고 있는 건데.”
설우가 이죽거리자 영은이 망연자실한 얼굴로 데스크 의자에 주저앉았다.
“말도 안 돼.”
“이건 고작 계열사 사장의 갑질이고, 난 더한 것도 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이영은 비서가 세 들어 사는 건물을 사서 당장 내쫓을 수도 있고 질 나쁜 소문을 내서 업계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할 수도 있지.”
“…….”
“물론 예를 든 거지 그렇게 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이 비서는 가족이 있습니까?”
“예?”
상황에 맞지 않는 질문에 당황한 영은이 어벙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부모나 형제자매 말입니다.”
“아, 네.”
“계약직이지만 CH에 입사했으니 잘 먹고 잘 배웠겠고. 친구도 많겠죠? 3년 동안 꾸준히 회사에 다닌 걸 보니 건강하겠고.”
“사장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내 아내는 이 넓은 세상에 가족은 나 하나뿐이고 심지어 아픕니다, 많이.”
담담한 말속에 짙은 슬픔이 베어져 있었다.
설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시작한 두 비서가 어쩔 줄 몰라 눈을 굴렸다.
“나한테 갑질 당하는 게 억울합니까?”
“그, 그게.”
데스크는 물론 안쪽에 자리한 다른 비서실 직원들까지 숙연하게 가라앉았다.
영은이 설우와 연을 깎아내리는 말에 동조하진 않았지만, 잠자코 들은 이는 여럿이었다.
“남들처럼 살지 못하는 내 아내 입장에선 당신이 뱉은 말 한마디도 갑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사장님.”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정 실장이 창피해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설우를 가장 가까이서 보필하는 비서실에서 벌어지지 않았어야 하는 일이다.
“죄송합니다.”
“남은 계약 기간은 전부 채운 걸로 할 테니 출근은 하지 말아요, 그동안 수고했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영은을 두고 설우는 곧바로 집무실로 들어갔다.
훌쩍이는 그녀를 위로해 주는 사람은 없었고, 친한 사람들과 모여 수군거리는 이도 없었다. 침묵 속에서 모두 제 할 일을 할 뿐이었다.
***
주말을 즐기기 위해 펠리체로 온 설우는 연과 함께 자그마한 퍼즐을 맞추는 데 집중했다.
자신이 한 피스를 맞출 때 열 피스 이상을 움직이는 설우를 보며 연의 입이 헤, 하고 벌어졌다.
“오빤 정말 못 하는 게 없네요.”
“그럼, 누구 남편인데.”
“내 남편!”
“그렇게 크게 말 안 해도 다 알거든? 자, 꼬맹이. 영양식 먹을 시간이야.”
첸이 준비해 준 연의 식판을 들고 나온 이든이 털썩 주저앉아 반쯤 맞춰진 퍼즐을 구경했다.
토마토 한 조각과 브로콜리, 두부 두 조각, 삶은 계란 반 개. 각종 견과류와 입가심으로 먹을 초콜릿까지.
한가득 채워진 식판을 본 연이 한숨을 뱉었다.
“먹어야 해.”
양을 조금만 줄여달라는 간절한 눈으로 설우를 보았지만 어림없다는 듯 삶은 달걀을 연의 입속으로 넣어주었다.
아무리 먹을 걸 좋아하는 연이어도 하루에 두 번씩 꾸준히 먹으려니 쉽지 않았다.
연의 증세가 눈에 띄게 완화되자 세 남자는 생활습관부터 식습관까지 뇌가 건강해지고 연이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행하기 시작했다.
연이 좋아하는 것만 해주고, 좋아하는 것만 먹이던 시절은 과거 속으로 사라졌다.
“이든, 브로콜리만 먹어주세요.”
“안 돼.”
연이 다시 나빠지는 것을 막고 싶어 마음을 굳게 먹은 이들은 귀여운 애교와 투정을 이겨내기에 이르렀다.
특히 뇌에 좋다는 건강식과 채소 주스를 꾸준히 먹는 것에는 한 치의 양보도 해주지 않았다.
이든과 함께 걷기 운동을 하고, 배우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접하고, 퍼즐이나 바둑 등 머리 쓰기 좋은 놀이를 지속했다.
2시부터 3시까지, 딱 한 시간. 어느새 일정해진 낮잠 시간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주스 나왔습니다.”
첸의 손에 들린 초록색 주스를 발견한 연이 울상을 지었다.
세상에서 제일 맛이 없다고 주장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다들 그거 알아요? 이 주스가 놓일 때마다 가출하고 싶어져요. 도망치고 싶어.”
“눈 딱 감고 마셔, 꼬맹이!”
“이든, 반만요. 안아줄게요.”
“그럴까? 반 정도는 괜찮잖아?”
“정신 차려, 이든. 네가 주스 반을 마셔주면 연이가 일주일을 잘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라고.”
물론 가끔은 흔들렸다.
특히 이든은 사랑스러운 눈동자를 보며 순간순간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첸은 겪고 싶지 않은 극단적인 가정을 해주었다.
“얼른 먹어, 곧 테라피 선생님 올 거야. 마사지 받고 낮잠 자야지.”
저를 둘러싼 이들의 눈치를 보며 꾸역꾸역 두부를 밀어 넣던 연이 뜬금없이 배시시 웃으며 설우에게 안겼다.
“애교 부려도 소용없거든?”
“애교 부리는 거 아닌데. 두부를 먹으면 말랑한 오빠 입술이 생각나는걸요. 뽀뽀 한 번 해주면 주스 다 마실게요.”
“어휴, 또 시작이네. 난 운동 간다. 연이 깨기 전에 올 거야.”
“같이 나가.”
신혼부부의 꿀 같은 시간이 시작되려 하자 벌떡 일어난 이든이 첸과 함께 거실을 떠났다.
“딱딱한 아몬드를 먹으면 오빠 코를 물고 싶다며.”
“네.”
“포슬포슬한 달걀을 먹으면 오빠 귀를 물고 싶고.”
“네, 맞아요.”
“아무 상관없는 건 알지?”
피식, 웃은 설우가 제게 올라앉은 연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알아요, 사실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음식 핑계 대는 거예요.”
“대체 왜 먹다가 하고 싶은 게 생기는 거냐고.”
“음, 먹는 것보다 오빠가 더 좋아서?”
“그건 당연한 거잖아.”
“뽀뽀해줄 거예요?”
“내가 안 해준 적 있어?”
“가끔.”
열심히 두부를 씹어 넘긴 연이 입술을 쭉, 내밀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귀여울 거야?”
“오빠가 날 사랑하니까 귀여워 보이는 거죠. 언제까지 사랑해줄 건데요?”
“죽어서도 사랑할 거야.”
“나도요.”
쪽, 쪽, 뽀뽀를 해준 설우가 곧바로 채소 주스를 내밀었다.
“죽어서도 사랑하는 거랑 채소 주스는 별개야.”
짓궂은 미소와 함께 건네진 채소 주스를 야속하게 보던 연은 결국 눈을 질끈 감고 쓰고 역한 주스를 꿀꺽, 꿀꺽 넘겨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