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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딸로 태어났습니다-217화 (216/218)

외전 9화. 간호는 한 명이면 족해요.

세린과 로레인, 제이는 밤이 깊어져갈 무렵까지 마법사들 납치사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서투른 마력을 휘두르는 마법사들을 손쉽게 속박한 제이와 로레인은 이내 하늘 아래로 찰랑거리는 세린의 머리카락에 슬며시 시선을 내렸다.

세린은 얼마나 화가 났던 건지 이미 제이에게 한참 얻어터진 마법사를 응시하고 또 응시하고 있었다.

로레인은 천천히 그녀의 어깨를 잡아주며 말했다.

“세린, 일단 진정하고...”

“오빠.”

“응...?”

“공범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쵸?”

“그렇... 기는 한데...”

“오빠의 이름을 사칭한 죄까지 톡톡히 받아내야 하는 것도 아시죠?”

“그으렇지...”

“그럼 황성으로 이동시켜요. 아빠한테, 테오 오빠한테도 알려야겠어요.”

“......”

세린이 이정도로 마음을 먹었다는 것은 그만큼 엄청나게 화가 난 것과 같았다.

로레인은 군말 없이 깔끔하게 그들을 모두 황성의 지하 감옥으로 옮긴 후 세린에게 다정히 말했다.

“이후에는 나와 형님이 맡을게. 넌 이제 들어가서 쉬어.”

“.....”

“네가 피곤하기도 하겠지만 일단 에드의 모습이 어떤지 계속 살펴봐줘야 하잖아.”

“...... 네.”

“화가 난 걸 알아. 에드가 다친 일에서는 나도 정말 화가 나니까.”

“... 오빠.”

“하지만 세린, 이것만큼은 알아주렴.”

로레인의 손이 부드럽게 세린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나도 이번 일은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

“.....”

“저 녀석들이 지은 죄는 내 이름을 사칭한 것과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것, 그리고 에드를 다친 것까지 모두 포함할 거거든.”

로레인의 제비꽃색의 눈동자가 아름답게 휘어졌다.

“그러니 더는 이 일로 네 감정을 소비하지 말았음 해. 오빠가 항상 말했지?”

“내 행복을 중시하라고요...?”

“그래, 세린. 사랑을 나누기만 해도 늘 시간은 부족해.”

“알겠어요...”

“착하다.”

로레인이 버릇처럼 세린의 머리를 흐트러트리며 다정히 웃자 세린도 결국 작게 미소를 지었다.

에드가 어떤지 걱정도 된 참이라서 세린은 로레인과 눈을 맞춘 후 제이와 함께 대공저로 이동했다.

*

대공저에는 이미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 따스한 조명이 복도를 빛내고 있었다.

세린과 제이는 그 환한 복도를 지나 이내 에드의 방에 들어섰고 곤히 자고 있는 에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

혈색이 돌아온 피부와 생기가 가득한 입술, 규칙적인 숨소리를 모두 파악하자 세린은 참았던 숨을 토해내듯 한숨을 내뱉었다.

“후우....”

“당신이 잘 치료해준 덕분입니다.”

“레기가 빨리 데려와준 덕분이죠...”

“그렇지요.”

“정말 무서웠어요... 난 정말 이대로 에드를 잃는 줄 알고...”

“세린, 에드는 무사하지 않습니까. 진정해요.”

“..... 네.”

세린은 천천히 심호흡을 내뱉으며 이내 에드의 침대로 다가섰다.

고운 피부를 한 번 쓸어주며 에드의 얼굴을 살피던 세린이 이내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다 정말...”

“.....”

“네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제이는 그런 세린과 에드를 바라보다가 나직이 말했다.

“에드도 레기도 다 컸나봅니다.”

“네?”

“서로를 지켜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기도 하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스스로 나서는 것을 보니 많이 컸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후후... 그러네요.”

“곧 성인이 되어서 그런 걸까요.”

“성인이라...”

세린의 손이 보다 부드럽게 에드의 볼을 쓸어내렸다.

“언제 이렇게 컸는지...”

“하루하루를 귀하게 여기라는 말이 이때 쓰는 말인가 봅니다. 우리가 스쳐지나간 시간들이 모두 아이들의 성장이었겠지요.”

“제이 오늘따라 말을 너무 잘하는데요?”

“제가 또 세린을 울리고 싶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지요.”

“네에? 하하하”

세린이 작게 웃음을 흘리자 제이가 부드럽게 세린의 손을 잡았다.

그리곤 자고 있는 에드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이들 모두 당신을 닮아서 잘 커준 것이겠지요.”

“제이도 닮아서 그런걸요.”

“그럼 ‘우리’를 닮아서이겠군요.”

“하하하 맞아요.”

세린과 제이의 놀란 가슴에 안정이 찾아왔고 이내 꿈을 꾸는 듯한 에드의 입가에도 미미한 웃음이 담겼다.

밤은 깊어져만 갔다.

*

에드는 지금 인생 최대의 난관에 부딪혔다.

일단 제일 먼저는 하루가 지났음에도 체력이 모두 회복되지 못한 제 몸 때문이었다.

침대 밖으로 발을 뻗어 일어서는 에드의 손을 잡아준 제이는 이내 비틀거리며 제 품에 쓰러지듯 안긴 아들의 모습에 얼굴을 굳혔다.

“에드...!!”

“에드!!”

“에드 오빠!!”

“오빠!”

그 한 번의 비틀거림에 반응은 네 가지였다.

에드의 눈이 질린 기색을 띄며 천천히 시선을 돌렸고 이내 자신을 울컥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식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니, 난 그냥 한참 누워서 다리가 풀린....”

“에드! 아직 다 나은 게 아닌 게 분명해! 얼른 누워봐! 엄마가 힐을 다시 해줄게!!”

“어머니! 레인삼촌을 부르겠습니다.”

“의, 의원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유능한 황성의 의원이라던 벤 할아버지를!!”

‘작작해 이 사람들아....!’ 앤젤라를 향한 팔불출은 이해를 해도 다 큰 아들인 자신을 향한 이 팔불출은 전. 혀. 원하지도 이해되지도 않았다.

에드는 두 팔을 마구 휘저으며 외쳤다.

제이가 그런 에드를 다급히 잡아주었고 말이다.

“아니! 난 그냥 다리가 풀린 거라고요!”

“일단 엄마는 레인삼촌한테 통신을 날려볼게.”

“네, 어머니.”

“전 벤 할아버지께 연락을 취해볼게요!!”

‘듣는 시늉이라도 하라고! 이 사람들아!!!’ 에드의 소리 없는 절규를 바라본 제이는 부드럽게 에드의 어깨를 잡아 그를 침대에 앉혀주며 말했다.

“아픈 곳은 없느냐.”

“아프지는 않아요... 그냥 정말 한참 누워 있다가 일어난 거라...”

“그래, 일단 천천히 걸어 보거라.”

제이의 말에 에드는 살짝 고개를 끄덕인 후 이내 천천히 다리를 일으켰고 결국 회복되지 못한 제 다리가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 쳤다.

“오빠!!”

앤젤라가 창백한 얼굴로 그를 부르자 옆에 있던 플로리아도 다급히 외쳤다.

“엄마, 에드 오빠 설마 다리를....!!”

‘불구로 만들지 마!!!’ 에드의 소리 없는 절규는 계속 이어졌다.

다행히 방문의 규칙적인 노크소리가 그 절규를 멈춰 세울 수 있었고 말이다.

똑똑

“대공각하, 도베로만 백작님이 오셨습니다.”

“으엥?!!”

에드의 두 눈이 커졌으나 제이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라하도록.”

‘고모가 왜??’ 에드의 눈이 눈에 띄게 환한 기색을 담았다가 이내 더욱 더 파리하게 질렸다.

지금은 그녀는 근무 시간이 분명했다.

그런데도 이 시간에 온 것은 분명 자신의 소식을 들었기 때문일 테고, 자신이 다쳤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제 고모의 반응은 분명...

“에드으으!!!!!”

“에드!!”

쾅! 퍼벅!! 쿠당탕!

격할 것이 분명했기에...

에드는 리사와 이엔의 기세에 날아가는 방문과 마구 휘날리는 바람에 그저 맑게 웃어버렸다.

모든 것을 포기한 자의 편안한 웃음이었다.

“누가 우리 에드를!!! 어떤 새끼가!!! 감히!!!”

“고모, 고모부 안녕하세요.”

“괜찮아?! 괜찮은 거 맞아?!!”

“네, 전 괜찮....”

에드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리사는 에드가 제자리에 주저앉은 것을 확인하자마자 창백하게 소리쳤다.

“에드 설마 다리가아아아!!!!!”

‘불구 아니라고!!’ 에드는 이제 눈물이 다 고일 지경이었다.

리사 덕분에도 있으나 더 큰 문제는 황성의 방향에서부터 불어오는 거센 마력의 바람 때문이었다.

저 마력의 크기와 마력의 양을 볼 때 아마 이 대공저로 달려오는 이는 한 두 명이 아닌 것이 분명했다.

‘날 내버려둬요...’

갑자기 혼자 있고 싶어진 에드의 마음을 모르는 가족들은 그저 에드의 몸을 살피고 그를 위한 음식을 대령하는 등 바삐 움직일 뿐이었다.

여러 명의 간호를 가만히 응시하던 에드는 시려지는 코를 무시하며 제이가 떠주는 스프를 한 입 먹었다.

‘간호는 괜찮은데... 그냥 혼자 자고 싶은데...’

생각은 그리 해도 마음은 무언가에 충족된 기분이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두 모인데다가 사랑하는 가족들의 관심이 제게로 쏠린 것이 영 부담스럽지만 동시에 사랑스럽기도 했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쿠당탕탕!! 콰광!!

리사가 뜯어버린 문 짝 옆의 벽들이 나가 떨어지는 소리가 선명했다.

에드는 숟가락을 입에 문 그대로 굳어서 문가를 바라보았고 이내 수많은 분홍빛 머리카락에 얼굴을 창백하게 굳혔다.

“에드!! 괜찮은 것이냐!!”

“할아버지?”

“에드!!! 너...!”

“테오 삼초온??”

“에드!!! 에드야!! 누가! 우리 애기를!!!”

“트레일 삼초온?!”

“에드...”

“레, 레인 삼촌까지...”

삼촌들만 있느냐?

그건 또 아니었다.

“에드 형님! 걱정이 되어서 왔어요.”

“오, 오스카까지!!”

“몸은 좀 어떠냐.”

“테리 형님!!!”

에드는 멍하니 단체로 등장한 아름다운 군단을 응시하다가 이내 눈물을 흩뿌리며 속말을 삼켰다.

‘간호는 한 명이면 족해요!!!!’

그러나 에드의 눈물을 발견한 가족들의 가슴은 터무니없는 생각에 사로잡게 만들었다.

세린은 눈물을 글썽이며 물었다.

“많이 무서웠었구나... 미안해 에드.. 엄마가 지켜주지 못 한 탓이야...”

“.....”

“에드.... 미안하다.”

진지한 사과를 날리는 레기와 세린의 모습에 에드는 혀를 깨물 뻔 했다.

안도의 눈물이 아니었을 뿐더러 그렇게 해석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었다.

“아니야... 괜찮아... 난 괜찮아...”

“에드?”

이것도 사랑의 일종이지 않겠는가.

이 온건한 사랑과 관심도 지금 이런 상황이 아니고서야 또 언제 받겠는가.

그런 생각을 한 에드는 이내 맑게 웃음을 터트렸다.

“사랑해요 다.”

낯을 가리는 에드의 작은 고백에 가족들의 눈이 커졌다.

에드는 그 놀란 눈동자들을 바라보다가 이내 단호히 말했다.

“머리는 안 다쳤어요.”

“응... 그래!”

미적지근한 대답이지만 에드는 만족하기로 했다.

사랑스런 하루는 늘 반복되었고 가족들은 언제나 그랬듯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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