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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딸로 태어났습니다-166화 (165/218)

166화. 흩어지다.

어두운 밤, 앤젤라는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가만히 제 손을 꼼지락 거리며 마주 잡은 앤젤라는 하늘의 별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중얼거렸다.

“잘 있을까...”

‘누구? 대신관 아들?’

“꺅!! 언니!”

불쑥 나타나 되묻는 아리엘의 말에 앤젤라가 기겁하며 제 손가락을 입가에 댔다.

“쉬잇...!! 조용히 해요...!!”

‘어차피 내 목소리는 너한테 밖에 안 들리거든...?’

“아... 맞다!”

‘바보 같기는...’ 앤젤라가 뒤늦게 깨달은 듯이 말하자 아리엘이 피식 웃음을 지었고 곧 앤젤라의 옆에 자리하며 두 팔로 턱을 받치고 물었다.

‘그렇게 그 신관의 아들이 좋아?’

“.... 저 놀리는 거죠?”

‘놀리는 게 아니라 귀여워서 그래. 어디가 그렇게 좋아?’

“칫... 놀리는 게 맞으면서...”

앤젤라는 입술을 삐죽이며 투덜거리다가 이내 할 수 없다는 듯 웃으면서 말했다.

“좋아하는데 이유가 필요해요?”

‘어머나??’

“그냥 좋아하게 됐어요.”

‘그렇게 넘어가려고 하면 안 되지.’

“넘어가는 게 아니에요!”

앤젤라는 아리엘의 말에 발끈 하다가 이내 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이어 말했다.

“다정한 것도 그렇고... 막... 날 챙겨주는 것도 그렇고... 오빠의 마음이 좋았어요.”

‘마음?’

“항상 다치거나 아프거나 기운이 없거나 그럴 때마다 내 책상에 약이나 간식을 올려주는 것도 좋았어요.”

‘다정하네.’

“그냥....”

그래, 그냥.

그 다정함이 너무 좋아서 그를 향해 망설임 없이 다가섰던 자신이었다.

좋아하게 된 이유가 단순하다고 놀려도 할 말은 없었다.

자신은 이미 그 단순한 이유로 그를 좋아하게 되었으니까.

앤젤라는 제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키득키득 웃었다.

그가 너무도 보고 싶은 밤이었다.

*

아침이 찾아오고 있는 새벽.

레기는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나 제 머리카락을 털었다.

“음...”

쭉 두 팔을 뻗어 제 몸을 풀기까지 한 레기는 제 옆에서 뒹굴며 잠에 빠진 에드를 다정히 바라보며 웃었다.

그리곤 그의 몸에 이불을 바르게 덮어주며 이내 침대에서 내려왔다.

건너편 침대가 텅 비어있는 것을 확인한 레기는 제이와 이엔이 이미 일어났다는 것을 눈치 챘다.

‘일찍 일어나셨네... 훈련하러 가셨나봐.’

부지런한 두 남자들의 모습에 레기는 눈을 빛냈다.

존경하는 사람들의 발 빠른 행동을 보고 자극을 받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레기는 서둘러 발을 꼬아 가부좌를 틀며 눈을 감았고 이내 제 몸 속에 있는 마력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아침을 맞이하는 기본 몸 풀기였다.

‘나도 빨리 강해지고 싶어...!’

이엔과 리사, 그리고 제 아버지처럼 강한 기사가 되고 싶은 레기였기에 검술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덕분에 이리도 풍부한 마력을 다룰 수 있었고 말이다.

완전히 해가 하늘 위로 자리하자마자 세린과 제이의 마차는 출발했다.

부드럽게 그들을 태우고 이동하는 마차 속에서 앤젤라와 레기, 에드는 즐거워보였다.

왁자지껄한 아이들의 음성을 애틋하게 바라보며 이엔이 웃었다.

“이엔! 저것 봐! 새가 날아다녀!”

“이엔, 저건 사슴 아니야?”

“이엔 저건 뭐야?!! 응?? 응??”

소란스러운 앤젤리와 에드의 경치감상을 들으며 이엔이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에 레기가 키득거렸다.

“이엔을 힘들게 하면 안 돼, 마차가 바뀔지도 몰라.”

“헉...! 조용히 할게...”

레기의 말에 에드와 앤젤라가 놀란 눈으로 제 입가를 막았다.

그 귀여운 모습에 미소를 지을 무렵, 마차가 보다 울창한 숲 안으로 들어섰다.

“우와...!”

거대한 나무들의 모습과 희귀하게 휘어진 나무의 형태에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새로운 것을 접하고 감탄하는 세쌍둥이들의 모습에 아리엘과 이엔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담겼다.

에드는 연두색 눈동자를 빛내며 주변을 열심히 둘러보며 감탄하기 바빴다.

“형, 나무는 원래 이렇게 큰 거야?”

“시간도 시간이지만 한 번 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나무이니만큼 더 큰 것일 겁니다.”

“엄청 멋지다...!!”

이엔의 말에 에드의 눈이 더욱 커졌다.

이엔은 그런 에드를 맑게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다가 순식간에 얼굴을 굳혔다.

“......”

이엔의 딱딱해진 얼굴에 앤젤라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이엔? 왜 그래?”

“쉬... 잠시....”

이엔은 천천히 제 손을 들어 앤젤라와 쌍둥이들을 제지시켰고 마차 밖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살벌한 기운이 물씬 풍기는 밖의 기세에 그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살기...?’

이런 기세를 흩뿌리는 자가 누구이며 왜 이 마차를 노리는 거지?

정체가 들킨 것인가?

하지만 누구에게?

여러 고민을 되짚어보며 이엔이 창문에 비치는 세린의 마차를 바라보았다.

분명 제이 또한 이 살기를 느끼고 경계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이엔은 제 곁에 앉아 있는 세쌍둥이들을 바라보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세 아이들을 지키려면 지금 모든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

끔찍하게 느껴지는 침묵 속에서 마차는 부드럽게 땅을 박차고 앞으로 나아갔다.

이엔의 눈이 날카로워질 무렵 에드가 작게 속삭였다.

“그런데 이엔.”

“.....”

“숲에도 원래 마력이 이렇게 넘쳐?”

“... 네?”

“아니, 그렇잖아? 지금 우리 주변에 나무들이 엄청 마력을 모으고 있는 걸? 내가 마법을 사용하는 것처럼.”

“....!!!!!”

이엔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나무가 마력을 모으는 게 아니라...’

나무 사이에 숨은 자들이 마력을 모으는 것이다...!!!

“젠장!!!!”

이엔은 창백해진 얼굴로 다급히 제 앞에 있는 에드를 끌어안았고 레기와 앤젤라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동시에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마차를 향해 돌진했다.

쿠과과광!!!

레기는 앤젤라를 제 품에 꼭 껴안고 다급히 이엔을 향해 한 손을 뻗었다.

“이엔!!!!”

“레기님!!!! 앤젤라님!!!!”

이엔과 레기의 손이 맞닿을 순간 그들의 주변을 시원한 바람이 감쌌고 동시에 마차는 강한 폭발을 일으키며 산산조각이 났다.

콰과광!!!

“레기! ! 에드!! 앤젤라!!!!”

멀리서 들리는 세린의 음성을 사이로 에드, 이엔, 앤젤라와 레기의 기억이 끊겼다.

*

습기가 가득한 물 냄새와 숲에서만 나는 듯한 잎사귀의 향에 앤젤라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으....”

‘정신이 들어?’

“헉...!!!”

자신을 부르는 부드러운 음성에 앤젤라가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

그런 앤젤라의 팔을 붙잡아주며 아리엘이 그녀를 진정시켰다.

‘진정해. 앤젤라, 날 봐.’

“헉... 헉...! 언... 니?”

앤젤라의 말에 아리엘의 얼굴이 눈에 띄게 안도에 찼다.

그녀는 앤젤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다정히 말했다.

‘정신은 들어서 다행이구나.’

“여기는.... 도대체 무슨 일이...”

아리엘의 손길을 받으며 앤젤라가 다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차에서 보았던 울창한 나무들과 제 발밑에 깔린 흙, 그리고 작은 연못이 먼저 시야에 보였다.

앤젤라는 주변에 자리한 연못을 바라보다가 흔들리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어, 언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예요?”

‘마법이었어. 누가 마법으로 마차를 공격 한 거야.’

“누... 누가 그런 짓을...”

‘그건 나도 아직 모르겠어. 일단 우리 지금 움직여야해 앤젤라.’

“... 네?”

‘우릴 공격한 자들이 노리는 것이 너희들이라면... 분명 흔적을 찾아서 널 쫓을 거야. 그 전에 가족들을 찾아야지.’

“가족....!!!”

앤젤라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다급히 아리엘을 향해 외쳤다.

“레기와 에드는요?? 이엔은 어떻게 된 거예요?!! 리아는... 엄마 아빠는요!!”

‘진정해!’ 아리엘은 앤젤라의 어깨에 양 손을 올리며 단호하게 말했다.

‘방금 마차가 폭발하기 전에, 내가 네 마력을 써서 그 녀석들 공간을 이동시켰어. 다급히 이동시킨 거라서 그 아이들이 어디로 떨어졌는지 나도 잘 몰라.’

“그런...!”

‘하지만 살아있어. 이건 내가 장담해.’

“.... 언니...”

‘서두르자. 엄마도 아빠도, 네 형제들도 찾아야지.’

“......”

아리엘의 말에 앤젤라는 부들부들 떨리는 제 손을 그러쥐었다.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공포가 그녀를 사로잡았다.

아리엘은 그런 앤젤라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다가 이내 부드럽게 그녀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앤젤라 잘 들어.’

“.....”

‘내가 왕년에는 대마법사로 불렸던 여자야. 능력도 뛰어났고 이런 위급한 상황 몇 백번이고 겪어봤어.’

“......”

‘내가 도와줄게. 너는 내가 지켜줄 수 있단다.’

아리엘의 연두색 눈동자가 제 눈동자만큼 밝게 빛나는 앤젤라의 눈을 마주했다.

‘그러니 무서워하지 말고 날 믿으렴.’

“.....”

아리엘의 말에 앤젤라의 눈이 자잘하게 흔들렸다.

망설이는 손길로 머뭇거리던 앤젤라는 이윽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멈춰있는 시간에서조차 가족들은 위험할지도 몰랐다.

앤젤라는 입술을 꾹 깨물고 아리엘을 향해 한 걸음 내딛었다.

그렇다, 지금은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서둘러 가족들을 찾아야 함을 깨달은 앤젤라의 눈이 굳어갔다.

‘모두 무사하기를...’

앤젤라가 마음을 굳힐 무렵 아리엘은 입술을 깨물고 생각에 잠겼다.

‘누가 마차를 공격했다라고...? 그것도 마법사가?’

정체가 들킨 것인가.

들켰다고 치더라도 애초에 대공저에 앙심을 품은 이가 있다고?

그것도 이런 동쪽 구석의 마을에서?

‘이유가 뭐지?’

‘당신들은 누구기에 아이들을 공격 한 거지.’

‘아이들은 어디에 떨어졌을까.’

‘세린은 무사할까?’

세린의 생각까지 미치자 아리엘의 눈이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

세린과 아이들의 안위가 너무도 걱정이 되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가만두지 않겠어.’

앤젤라와 아리엘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흩어진 가족들을 찾기 위해서는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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