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 번째 딸로 태어났습니다-57화 (57/218)

57화. 테오에게 생긴 일

이엔은 그런 그녀의 목소리에 미간을 슬프게 일그러트리며 고개를 숙였다.

“전하. 거기는 지옥입니다.”

“알아... 그러니까 가는 거야.”

세린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테오오빠를 그 지옥에서부터 구해야 해...”

“전하...”

“이엔 너는 가지 않아도 좋아. 너에게는 괴로운 곳이란 것을 알아.”

세린은 힘없이 미소 지으며 이내 로레인의 목걸이를 만졌다.

그리고 눈을 감고 이내 다짐한 얼굴로 자리에서 스르륵 일어났다.

이엔은 다급히 그런 세린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뒤로 돌려세웠다.

“... 이엔?”

“함께 가겠습니다.”

“이엔 억지로 너를 끌고 갈 생각은 없...”

“전하를 지키기 위해서 5년을 버텼습니다.”

“...!!!”

“그런데 눈앞에서 두고 가라고요..?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세린의 눈이 커졌다.

이엔은 다짐하듯이 말했다.

“테오 전하도 구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함께 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이엔....”

이엔은 한 쪽 무릎을 꿇고 조심스럽게 세린의 고운 손등에 입을 맞췄다.

기사의 맹세에 세린의 눈이 죄책감으로 일그러졌다.

자신으로 인해 그런 곳으로 가는 이엔에게 미안했고 또 너무도 고마웠다.

그녀는 이엔의 손을 꼭 붙잡고 워프했다.

북쪽을 향해. 그리고 테오를 향해.

*

테오는 북쪽에 들어오자마자 문제의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은 완전히 뒤집어져 집이 있었던 흔적도 사람이 살았던 흔적도 모두 없어져 있었다.

“돌겠군.”

저 정도의 위력을 사용할 수 있는 자가 있다면 제국에는 큰 위험이 숨어 있다는 것이었다.

테오의 미간이 왈칵 구겨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처참한 풍경에 테오는 말을 잃고 눈을 감았다.

이유도 모르는 상태로 죽어간 백성들이 너무도 불쌍했고 그 상태가 될 때까지 모른 자신에게 화가 치밀었다.

‘이래놓고 제국의 황제가 되려고 하다니... 개 같군.’

수많은 생명이 꺼지자마자 테오는 그 원인을 찾아 나섰다.

‘마을을 이 정도의 상태까지 만들 수 있는 것은 마법사들의 마법뿐이다.’

검기로는 이리 깔끔하게 모두 재로 만들 수 없음을 알고 있는 테오는 망설임 없이 마탑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마탑으로 달려가는 중 알 수 없는 기운에 기사들을 멈추도록 명령했다.

“멈춰라.”

말은 갈기를 휘날리며 제자리에 멈췄다.

테오는 주변 숲을 둘러보며 이내 비웃음을 가득 지었다.

“제국의 기사들을 아주 멍청이로 아는구나. 나오지 않는다면 이쪽에서 먼저 가겠다.”

그의 말과 동시에 숲 안쪽에서부터 하얀 로브의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나오기 시작했다.

테오는 눈을 굴려가며 이내 비틀린 미소 지었다.

“재밌는 일을 계획하는군. 이제 본격적으로 제국민들과 황족에게 등을 돌리고 모두 죽이겠다는 의사냐?”

“.....”

마탑의 마법사들은 테오가 가려던 마탑의 길 가운데에 선 후 그의 경로를 막았다.

‘10명이라... 마법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나 이런 상황이 없을 것이라 오판한 적은 없다.’

테오는 부드럽게 검을 뽑았다.

그저 검 하나를 뽑았을 뿐인데 기세가 달라졌다.

날카롭게 피부를 찢을 듯한 살기는 마법사들의 다리를 주춤거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테오는 얼굴 가득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마탑의 마법사 실력을 점검해야겠구나. 너희들의 전투력은 얼마나 하등했는지 내 친히 판단해주겠다.”

그 말을 끝으로 마법사들의 손에서 푸른빛들이 날아왔다.

테오와 기사들은 재빠르게 마력들을 피하며 안으로 파고 들었고 날카롭게 벼린 검의 날로 망설임 없이 마법사들의 목을 베어냈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붉은 피를 뿜어내며 죽은 마법사들을 고이 밟아가며 테오는 제복을 털었다.

“제국민의 마을에 일어난 폭발이 너희들 짓이냐.”

“끅....”

과다출혈로 죽어가는 마법사를 향해 물었으나 대답은 없었다.

“이런... 내가 너무 베었군.”

입가 가득히 비웃음을 지으며 테오는 기사들과 함께 마탑으로 다가갔다.

어마어마한 높이의 하얀 탑은 푸른 막이 형성되어 자신을 보호하고 있었다.

“물러서라. 방해다.”

테오는 기사들을 뒤로 물린 후 검에 강한 마력을 모았다.

테오의 눈과 같은 색의 붉은 마력이 그의 검을 감쌌고 테오의 한 번의 휘두름으로 마탑의 결계가 무너졌다.

콰과과광!!!!

테오는 그 후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마탑의 모든 것들을 부수고 마법사들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서걱!

“끄아아악!!!”

팔을 잃고 목을 잃은 마법사들이 바닥을 적셨다.

빠른 몸놀림에 피할 길이 없어 죽어가는 마법사들 사이로 이상한 마력이 감지되었다.

테오는 즉시 자리에서 멈춘 후 그 마력의 기세를 바라보았다.

또각 또각

여인의 구두 굽 소리를 태연하게 들으며 바라본 테오는 멀리서 다가온 붉은 머리카락을 바라본 후 비웃음을 날렸다.

“네가 아무래도 여기 마탑의 정점인가 보구나.”

“.... 많이도 죽였네 정말....”

마를린은 붉은 입가를 비틀며 산처럼 쌓인 마법사들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목에 선 핏대를 보니 어지간히 화가 난 듯 보여서 테오는 만족스러웠다.

“마법사들의 피는 귀해. 이걸 어떻게 책임질 거지?”

“제국에 날을 세운 것은 너희가 먼저다. 너희야말로 죽은 제국민들의 마을을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이냐.”

“우리라는 증거는 있나?”

“그 잿더미가 설마 검기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할 생각이라면 꺼져라. 너부터 베어주마.”

테오의 검에 붉은 마력이 올라왔다.

마를린은 입가를 비틀며 인상을 일그러트렸다.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네.”

“같은 마음이라 기쁘군.”

마를린의 붉은 마력과 테오의 마력이 부딪혔다.

쿠과과과과광!!!

강한 마력들의 충동으로 인해 벽에 무수히 많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마를린은 손을 높이 들어 고위 마법사들만 사용할 수 있는 강한 공격기술을 마구 퍼부었다.

테오는 자신의 마력을 몸에 둘러 보호하며 마를린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하 정말... 황족들은 다 웃기지도 않은 신체를 가졌어.”

“고맙군.”

마를린의 질린 말투에 테오가 비웃었다.

그러나 이어 마를린의 입가가 강하게 비틀리며 한 손으로 누군가를 워프하여 이동시켰다.

녹색머리카락에 밀짚 색 눈동자를 가진 일반인이었다.

테오의 검이 멈췄다.

마를린은 고고하게 웃으며 말했다.

“수도에서 마을에 놀러왔던 민간인이야, 내가 설마 너희들에게서 날 보호할 수단을 안 챙겼을까봐?”

“.....”

테오는 생채기가 가득한 몸으로 벌벌 떨어가며 움츠러드는 사람을 바라보며 천천히 검을 내렸다.

마를린이 비웃으며 물었다.

“어때? 날 죽이면 이 민간인도 죽어. 황태자님.”

“......”

테오의 표정이 냉정해졌다.

녹색머리의 민간인은 부들부들 떨며 마를린을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고 테오는 그런 그를 바라보다가 마를린을 바라보았다.

마를린은 붉은 입술에 호선을 그리며 한 손을 뻗었고 동시에 거대한 불길이 테오를 휩쓸었다.

화르르륵!

그러나 불길은 테오를 태우지 못했다.

마력으로 자신을 감싼 태오는 담담한 눈으로 마를린과 그녀의 뒤에 서 있는 수상한 사람을 관찰했다.

‘저 녀석한테는 마력이 느껴지지 않아... 어둠술사일 가능성이 높다.’

테오는 그리 판단하고 계산을 했다.

지금 달려들어 저 여자를 벤 후 저 사람까지 베어낼 수 있어야 한다.

저 여자의 마법속도보다 빠르게 이동해야 하는데 가능한가?

‘할 수 있어.’

테오는 열려있는 가능성에 검을 바르게 잡았다.

마를린은 그런 테오의 기색을 눈치 채고 서둘러 무언가를 워프시켰다.

‘또 인질인가.’

테오의 눈이 질린 얼굴로 워프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푸른 머리카락이 나풀거리며 하얀 로브 위로 흐트러졌고 아름다운 이목구비 속의 싱그러운 연두색 눈동자가 지금쯤 황성에 있을 사랑스러운 여동생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아무 감정이 없는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본 그 사람은 자신을 낳아준 하나뿐인 '어머니'였다.

테오의 시선이 딱딱해지고 검을 쥔 손에 힘이 풀려갔다.

마를린은 그 반응을 바로 눈치 채고 입에 호선을 그리며 웃었다.

“오랜만에 엄마를 만난 소감은 어때?”

“.... 환각인가. 아님 인형으로 장난을 쳤나.”

“미안하지만 네 어머니 유골로 겨우겨우 만들어 놓은 진짜 네 엄마야.”

“....!!!”

테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뭐... 심장이 멈춰있는 시체이기는 하지만. 영혼도 시체 속에 남아 있어서 지금 네 모습을 그녀도 다 보고 있단다. 얼마나 힘들게 영혼을 살렸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테오는 말없이 아리엘을 바라보았다.

그리운 얼굴이 그대로 존재하는 모습에 테오의 마음을 흐트러트렸다.

천천히 눈을 마를린에게로 돌린 테오는 물었다.

“.... 너희들은 이런 짓을 해서 뭘 얻지?”

“우리?”

마를린은 소름 돋는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우린 대마법사를 얻는 것이지.”

“시체로 뭘 할 수 있는 것이냐.”

“그냥 시체는 아니야. 저건 마법도 쓸 수 있어.”

“....?”

“말했잖아. 진짜 그녀의 영혼이 들어가 있다고.”

“우습군...”

“북쪽 마을을 우리가 그랬냐고 물었지?”

“......”

“네 엄마가 그런 거야.”

그 말을 끝으로 마를린이 손을 가볍게 휘둘렀고 아리엘은 오른팔을 번쩍 들어 테오를 향해 방대한 마력을 쏟아 부었다.

“큭!!!!!”

테오는 급히 검을 앞으로 내려 마력으로부터 몸을 보호했으나 대마법사의 강한 마력에 뒤로 미끄러지듯 굴러 멀어졌다.

콰광!!

벽에 부딪힌 충격을 느끼기도 전에 이어 아리엘에게서 거대한 크기의 불덩어리들이 날려졌고 테오는 급히 몸을 앞으로 굴러 그 불을 피했다.

그리고 재빠르게 달려 검 손잡이를 잡고 아리엘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냥 죽은 시체다. 어머니는 이미 죽었어.’

그리고 망설임 없이 검을 뽑았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 한 느낌 속에서 테오의 검이 닿기 직전, 아리엘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멈칫

테오는 그 눈물에 검으로 베어내려는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고 동시에 아리엘은 두 손을 뻗어 테오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이 그의 가슴에 올라오자마자 마력의 빛들이 모여 강하게 테오를 향해 내리쳤다.

콰아아앙!!!!

0